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2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26화(326/581)
“버러지 같은 인간 놈들이 겁도 없이 이곳으로 뛰어들었구나! 마계 25군단의 왕! 파이몬 님의 충직한 부하인 이 아발이 너희를 짓이겨…… 켁?!”
자신을 아발이라고 지칭한 한 하급 악마는 관자놀이에 은 화살이 박히면서 자리에 넘어졌다. 한 방에 죽지는 않았지만, 급소인 부분이었기에 순간적으로 스턴에 빠지고 말았다.
“이, 이익! 누구냐!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하급 악마는 비틀거리면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이내 검은색 옷에 복면을 쓴 채로 활을 든 인간을 발견했다.
“네, 네놈이……!”
“의(義)가 있는 곳으로 떠도는 한 줄기 바람. 신풍(神風) 한조가 여기에 있다! 악마여! 내 화살에 눈이 없음을 탓하지 말라!”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소리냐!”
악마의 외침에 카르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지금 저 악마의 말은, 카르페의 심정을 완벽하게 대변해 주는 말이었다.
“악(惡)에게 더 이상 해 줄 말은 남지 않았다. 허나 무사의 정이 있음이니. 최후의 자비로써 최대한 편하게 보내 주도록 하마.”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한조는 그렇게 외치며 허공을 향해 화살 세 대를 쏘아 올렸다.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파아악!
하늘로 쏘아진 세 대의 화살은 허공에서 여러 갈래의 화살로 분열하기 시작하더니.
“크아악?!”
이내 수십 발의 화살 비가 되어서 악마를 향해 내려꽂히기 시작했다.
마치 은빛의 유성우가 한 번에 쏟아지는 듯한 광경이었기에 카르페도 순수하게 감탄을 터뜨렸다.
‘와, 이펙트 멋지네요. 천망회회 소이불실? 스킬 이름이 그건가?’
-……그럴 리가 있냐? 7성 스킬 애로우 레인이다. 커스텀으로 스킬 시동어를 바꾼 거겠지.
‘……저게 무슨 뜻인데요. 도대체.’
-도덕경에 나오는 말인데…… 음. 대충 요약하자면 하늘의 그물이 어설퍼 보여도 빠짐없이 다 잡아 내니까 착하게 살아라. 뭐, 이런 뜻이지.
‘아니, 쟤는 미국인이면서 무슨 도덕경 구절까지 따와서 스킬 시동어로 사용하지?’
그것도 5음절을 8음절로 늘리는 비효율적인 짓까지 하면서 말이다.
-애초에 컨셉러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멋있어 보이면 그냥 하는 거라고. 쟤한테 지금 효율 비효율이 중요한 문제겠냐?
“하긴…… 그래. 멋지긴 했다.”
그리고 단순히 멋진 스킬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이, 이럴 수가……. 내가 저런 괴상한 놈에게…….”
쿵!
스턴 상태에서 이어지는 연계 스킬에 하급 악마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으, 으음?”
그 광경에 정작 스킬을 날린 한조 또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하급 악마라 할지라도 단 두 번의 공격만으로 쓰러지는 건 확실히 이상했으니까.
“뀨웃!”
한조의 공격력이 폭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묵향 때문이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한조의 공격력이 대폭 상승한 게 아니라 악마의 방어력이 대폭 내려간 상황이었다.
띠링.
[권속 묵향의 스킬 ‘태초의 위광’이 발동 중입니다.] [일정 범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적의 속성 내성과 속성 방어력이 70% 감소합니다.]묵향이 신화급으로 진화하면서 얻은 9성 스킬 ‘태초의 위광’.
지금 주변 하급 악마들은 하나같이 이 태초의 위광의 영향을 받아 속성 내성과 방어력이 크게 감소된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성 속성이나 광 속성에 취약한 악마 몬스터인데 그 상황에 속성 감소가 추가로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은 화살 공격이 크리티컬로 꽂히기까지 하니 제아무리 악마라 하더라도 녹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뀨우우웅!”
“후후. 묵향 공(公). 소인을 응원해 주는 것이오? 고맙소이다!”
“크하하! 궁마여! 제법이구나. 본좌도 질 수가 없노라! 광휘여!”
“넷. 주군.”
“본좌의 명이다. 묵향과 함께 적의 수급을 가지고 오너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가겠습니다. 향!”
“뀨웃!”
티나는 거대화한 묵향의 등에 올라탄 후, 근처의 하급 악마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주군의 제2기사 광휘가 여기에 있노라! 나와 맞설 자는 누구인가!”
“크하하! 인간 여자! 기개가 좋구나! 이 몸이 상대다!”
콰앙!
티나의 검과 악마의 창이 충돌하며 불꽃이 튀었다.
티나의 양 볼의 혈색이 평소보다 조금 더 좋은 걸 보니, 지금 상황이 썩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아니, 티나는 왜 저걸 또 받아 주는데?”
-……쟤가 제일 신난 거 같은데?
“크하하. 권마여. 그것이 궁금한가?”
그때, 카르페의 모습으로 변한 미라쥬가 괴상한 웃음을 터뜨리며 카르페에게 다가왔다.
“티나는 기사 중의 기사. 주군에게 명령을 받아 선두에서 당당하게 돌격하는 것을 꿈꾸는 기사다. 본좌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으니 어찌 따르지 않겠는가.”
“…….”
“즐기시게 냅둬.”
“……그래. 본인이 즐겁다는데 어쩌겠냐. 응원해야지.”
푸욱!
둘이 그렇게 떠드는 사이에 티나의 검은 악마의 복부를 꿰뚫었다.
“커헉! 가, 강하구나. 인간.”
“네놈도 제법이었다. 악마. 허나, 주군께 하사받은 검과 갑옷이 있는 한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착용자의 공격 속도를 대폭 증가시켜주는 레전더리 아이템 ‘폭풍의 검 – 실피드’.
게다가 티나의 전용 장비인 +12 마성갑 – 아크라가드는 착용 시, 마(魔) 속성 몬스터에게 받는 데미지 30% 감소와 주는 데미지 30% 증가를 동시에 보유한 대악마 결전 병기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묵향의 ‘태초의 위광’까지 곁들어진다면, 하급 악마 정도는 레벨을 뛰어넘어 티나 선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음홧홧! 보고 있자니 피가 끓어오르는구먼! 물론 피는 없지만 말일세!>
티나의 활약을 지켜보던 길리안이 호탕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명계로부터의 부름!>
길리안이 스킬을 발동하자 검은 안개가 짙게 깔리며, 그 속에서 데스나이트 군단이 소환되었다.
평소와 같은 패턴이었으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길리안은 추가로 권속을 소환했다.
<유령마여! 이리로!>
길리안의 호령에 맞춰 검은 안개 속에서 거대한 유령마 한 필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히히힝-!
드렛슈의 보물고에서 얻은 ‘암군’의 전용 아이템.
바로 ‘유령마수’에 내장된 스킬 효과였다.
<그놈 튼실하군. 좋다! 같이 전장을 누비자꾸나!>
<대장! 우리는 말이 없소! 우리에게도 말을 주시오!>
<악덕 대장 같으니라고. 부하를 위할 줄 알아야지. 자기만 좋은 걸 챙기는구려.>
<에잉! 시끄럽다. 잔말 말고 악마들이나 처리해!>
<우우우!>
길리안과 데스나이트들은 평소와 같은 느낌으로 근처 악마에게 돌격했다.
쿠웅! 쾅!
유령마를 탄 로이어드와 다른 데스나이트들이 거대한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 뒤를 이어 세실리아의 화염 마법이 작렬했다.
마계화가 된 대지 밖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플레이어들은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와! 무친…….”
“천마신교. 오늘 그냥 노빠꾸로 달려드네. 간지 미쳤다.”
“새로운 인물 궁마에 철마 풀파워 전개까지! 이걸 실시간으로 보는 내가 레전드다…….”
“어, 근데 왜 철마는 크하하 웃으면서 명령만 함? 마법 좀 쓸 수 있지 않았나?”
“원래 리더는 묵직해야 하는 거니까.”
“그건 그렇지. 그런데 권마는……?”
카르페는 현재 크하핫 웃어 젖히는 미라쥬의 옆에서 대기 중이었다.
아니, 대기 중이라기보다는 저마다 컨셉에 심취해서 싸우는 파티원을 보고 있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는 게 옳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해서 더 주목받고 있네.
“으음…….”
카르페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시하려 했지만, 현재 구경꾼들의 눈빛에서 강렬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권마도 뭔가를 보여 주겠지?’
‘궁마도 철마도 중2병 넘치는데 권마라고 뭐가 다르진 않을 거 아니야.’
‘그래. 같은 길드니까 컨셉도 똑같이 맞췄겠지.’
‘어떤 대사가 터져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람들의 기대가 무겁다!
여기서 그냥 평범하게 싸우면 사람들이 대단히 실망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냥 실망하든 말든 평범하게 싸우면 되는 거 아니냐?
‘분위기 좀 읽으십쇼. 남자는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그래. 내가 잠시 깜빡했군. 너도 즐겜러였지.
“후우.”
카르페는 깊은 한숨을 내쉰 후. 고개를 들었다.
그 잠깐 사이에 뭔가를 조금 내려놓은 건지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러곤 가장 가까운 악마를 향해서 달려들며 외쳤다.
“크하핫! 극한의 한기 속에서 죽어 가거라! 영구동토!”
-…….
쩌저적!
카르페를 중심으로 얼음 파도가 퍼져 나가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왔다! 영구동토!”
“역시 권마다! 젠장, 믿고 있었다고!”
“이제 나는 영구동토 하면 케이트보다 권마가 먼저 떠오르더라.”
“천마신교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게임을 재밌게 하네. 부럽다.”
“게임은 저렇게 즐기는 게 맞지.”
RPG. 롤 플레잉 게임.
세계관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을 일컫는 말이었다.
“활이여! 내 부름에 응답하라!”
“크하하! 부하들이여 멸마삼세진을 펼쳐라!”
“주군의 적은 단 한 놈도 살려 둘 수 없다!”
<음홧홧! 전장을 질주하라!>
……조금 과하게 수행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 * *
카르페의 파티는 다른 파티와의 비교를 불허하는 속도로 악마들을 잡아 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미친 속도를 내는 데는, 의외로 한조의 지분이 꽤 있었다.
<파티원 ‘타도 투신’이 스페셜 스킬 ‘신풍(神風)’을 발동합니다.>
<전 아군의 민첩 스테이터스가 10% 증가합니다.>
8성 배후령 히폴리테와의 호감도를 최대치로 쌓으면 받을 수 있는 스폐셜 스킬 ‘신풍’.
신풍은 본인에게만 한정하여 민첩 스탯을 30% 상승시킬 수도 있었지만, 파티원 전체에게 민첩 10% 상승 광역 버프를 걸어 줄 수도 있는 선택형 스킬이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넘치는 민첩 스탯에 10% 상승까지 더해지자, 카르페는 말 그대로 악마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계화된 대지에서 악마들을 도륙하고 있던 그때.
우우웅.
“응?”
몸에서 가벼운 진동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눈앞에 알림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띠링.
[악마를 사냥함에 따라 특정 아이템이 반응합니다.]“아이템?”
카르페가 인벤토리를 열자, 거기에는 반짝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아이템 하나가 있었다.
나태와 기만의 인장.
바로 아스타로트를 잡고 얻은 퀘스트 아이템이었다.
[‘나태와 기만의 인장’이 충분한 마기를 흡수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악마들이 더욱더 인장의 기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새로운 퀘스트가 개방됩니다.] [퀘스트 ‘악마 대공작의 자격’이 생성되었습니다.]“어?”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