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3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33화(333/581)
카르페를 응원하는 소리가 노도처럼 밀려왔지만, 애석하게도 그 응원이 카르페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후욱. 후우욱. 후우!”
지금 카르페의 온 신경은 눈앞의 악마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전투 외적인 요소는 이미 인식 밖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카앙!
무기가 부딪치며 다시 불꽃이 튀었다. 창과 검이 춤을 추며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크하하하하! 루할의 개. 대단하구나.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드넓은 마계에서도 나의 검을 이 정도로 받아 낼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으니!”
“후욱. 그것참 몸들 바를 모르겠……군!”
캉!
카르페가 기습적으로 내지른 창이 다시 검과 충돌했다. 카르페의 찌르기를 받아 낸 칼리파는 반대로 검을 날렸으나, 카르페는 그리 어렵지 않게 검을 피해 냈다.
마치, 검이 어떤 식으로 휘둘러질지 예상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 광경에 칼리파가 히죽 웃었다.
“역시.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참이다. 네놈. 내 검술을 알고 있구나.”
“예전에 비슷한 걸 상대해 본 적이 있어서.”
“재밌는 말이로군. 마계에서도 숨겨진 이 검술을 인간이 상대해 봤다고?”
“믿기 싫으면 믿지 마.”
하지만 카르페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건 정말로 눈에 익은 검술이었으니까.
마계 대공 아스타로트.
놈의 검술은 아스타로트의 그것과 아주 흡사했다. 세부적인 것은 조금 달랐지만, 그 전체적인 틀만큼은 거의 동일했다.
아마도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검술이 틀림없으리라.
‘후우. 그 덕에 그나마 이렇게 상대할 수 있는 거고.’
-……내 입장에서는 그거 한번 잠깐 싸워 봤다고 익숙해지는 게 말이 되나 싶은데.
‘누차 말씀드리지만 다 요령이에요, 요령. 윽. 또 온다!’
하지만 검술이 익숙하다고 해서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똑같은 검술이라 해도 칼리파 쪽이 훨씬 더 빠르고 무거웠으니까.
핏!
이번에는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쯧. 역시 상급 악마인가. 이토록 판을 깔아 놔도 쉽지 않군.
현 시점의 상급 악마는 정녕 괴물이었다.
카르페는 현재 성창(聖槍)으로 인한 스텟 부스트 효과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반대로 칼리파는 성역 선포 스킬로 인해 극심한 디버프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칼리파는 카르페를 상대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빛살처럼 쏘아지는 창격. 기습적으로 발동하는 마법들을 모두 격파하며 카르페를 압박해 나갔다. 인형들의 단체 공격도 손쉽게 분쇄됐다.
상급 악마는 카르페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모든 적을 통틀어도 한 손에 꼽힐 만큼 강력했다.
“후우. 또 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카르페의 공격이 전혀 소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핏!
카르페의 창이 칼리파의 뺨을 스치며 자상(刺傷)을 만들어 냈다. 상처 부위에서 붉은 피와 함께 검은색 마기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큭큭! 아주 재밌구나! 좀 더! 좀 더 날 즐겁게 해 봐라!”
치명상은 아니더라도 카르페의 공격은 착실히 데미지를 쌓아 올리고 있었다.
다만, 그 쌓아 올리는 속도보다 아군이 지쳐 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게 문제였다.
“큿.”
“후우. 후우우.”
“으으으. 힘들어어.”
티나를 비롯해서 다른 권속들은 신체 여기저기에 깊고 얕은 상처를 입은 채였다.
특히 길리안의 상태가 심각했는데, 소환한 데스나이트 군단과 유령마는 이미 역소환된 지 오래였고, 자랑으로 여기던 흑빛 갑옷은 거의 넝마와 다름이 없었다.
<음홧홧! 정말 강하구먼! 이런 치열한 싸움은 참으로 오랜만이야!>
다른 권속들 또한 길리안 정도가 아닐 뿐이지, 제법 데미지가 쌓인 상태였다. 일행 중 아무런 데미지가 없는 건 묵향이 유일했다.
‘이대로는 안 돼.’
시간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성역 선포가 지속되는 시간은 정확히 한 시간이다.
‘성역 선포가 유지되기까지 앞으로 25분.’
그 전에 끝을 보지 못하면 솔로 레이드는 사실상 실패라고 봐야 했다.
-이런 자잘한 데미지로는 시간에 맞출 수가 없겠군. 큰 거 한 방을 준비해야겠어.
‘그 수밖에 없죠.’
그리고 현재 카르페는 천마가 말한 ‘큰 거 한 방’을 아껴 두고 있었다.
‘문제는 그걸 얌전히 맞아 줄 리가 없다는 건데…… 어쩔 수 없네요.’
리스크를 감수하고 상대의 기동력을 묶는다.
카르페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크핫! 움직임이 느려졌는데? 벌써 지쳤느냐! 루할의 개!”
카르페가 보인 찰나의 빈틈.
칼리파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카르페를 향해 검을 찔러 들어왔다.
푸욱!
“커헉?!”
그리고 칼리파의 검은 지금까지와 달리 정확하게 심장을 꿰뚫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즉사 판정의 급소였다.
“음?”
뭐지. 이렇게 쉽게?
지금까지의 사투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허무한 결말이라 칼리파가 당황하는 그 순간.
덥석.
“후우. 드디어 잡았다.”
놀랍게도 즉사했어야 할 카르페가 손을 움직여 칼리파의 팔을 붙잡았다.
띠링.
[성역 선포의 ‘구명(救命)’ 효과가 발동합니다.] [용사가 성창 또는 성검을 장착하고 있을 경우, HP를 초과하는 공격에도 사용자는 사망하지 않습니다. 해당 효과는 1회만 적용됩니다.]카르페는 성역 선포와 성창의 옵션을 이용해 HP 1 상태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칼리파가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무모하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이렇게 자신을 붙잡으면 무얼 하는가. 이제 스치기만 해도 죽을 목숨인데.
지금 상황에서 칼리파가 손을 휘두르기만 해도 카르페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카르페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경우의 이야기지만.
“세계수의 가호!”
[세계수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플레이어의 HP와 MP가 모두 회복됩니다.]회복을 마친 카르페가 재차 소리쳤다.
“로이어드!”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터! 폭주 출력!>
띠링.
[권속 로이어드의 체력 스테이터스가 근력 스테이터스로 전환됩니다!]“큭?!”
카르페가 일부러 공격을 허용해 틈을 만든 동안, 로이어드가 스킬을 발동하며 칼리파를 구속했다.
로이어드의 거구가 압도적인 근력으로 칼리파를 억누르는 동안, 카르페는 뒤쪽으로 창룡보를 발동하여 거리를 벌렸다.
“후우.”
그리고 칼리파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왼손 팔목에는 팔찌 하나가 영롱한 빛을 뿜으며 성스러운 기운을 토해 내고 있었다.
[성신 루할의 퇴마 팔찌] [등급 : 에픽+] [분류 : 팔찌] [착용 제한 : 성신 루할의 인정을 받은 자]– 전 스테이터스 +7
– HP + 3%, MP + 3%
[추가 옵션 : 악마를 처치할 때마다 마기를 흡수하여 정화,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정화 포인트가 500에 이르면 ‘성광멸마포(星光滅魔砲)’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성광멸마포 발동 시, 정화 포인트는 초기화됩니다.]바로 카르페가 끝까지 아껴 두고 있었던 비장의 무기였다.
카르페는 이벤트 기간 동안 착실하게 정화 포인트를 최대한 축적해 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티나! 향아!”
“넷. 주군! 광휘의 호령!”
“뀨웃!”
[권속 광휘의 티스타니아가 ‘광휘의 호령’을 발동합니다. 30초 간, 아군의 물리, 마법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권속 묵향의 엘레멘탈 마스터가 발동합니다. 30초간 아군의 속성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권속 묵향의 ‘태초의 위광’이 적용 중입니다. 범위 내 적군의 속성 방어력이 대폭 약화됩니다.]“이, 이런?!”
그 팔찌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스러운 기운에 칼리파의 안색이 굳어졌다.
“늦었어. 성광멸마포(聖光滅魔砲)!”
콰아아앙!
카르페의 손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빛의 기둥이 칼리파를 향해 직격했다.
“으, 으왓?!”
“이게 뭐야!”
“신성 수류탄?! 아니 그것보다 더 강력해 보이는데!”
“피해라! 휩쓸리기 싫으면 물러 서!”
드드드드.
마치 거대한 폭탄이 지면을 강타한 것 마냥 거대한 진동이 발생했다.
“…….”
“…….”
카르페가 침묵했고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알림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플레이어가 상급 악마 칼리파를 쓰러뜨리셨습니다.] [현재 제노니아 지역에 존재하는 상급 악마의 수 : 3/5] [상급 악마 소멸 보상으로 지역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마계화 속도가 20% 감소하며 12시간 동안, 이벤트 포인트가 10% 추가 정산됩니다.]여기까지는 제노니아 지역의 모든 플레이어에게 나타나는 전체 알림 메시지다.
그리고 이번 전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카르페에게는 별도의 알림창이 주르륵 이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레벨 업! 보상으로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상급 악마 ‘칼리파’에 대한 전투 기여도를 정산 중입니다.] [정산 완료. 전투 기여도 100%] [이벤트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플레이어의 업적으로 인해 포인트가 20% 추가 정산됩니다.] [이벤트 포인트 2,00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지역 보너스로 인해 포인트가 10% 추가 정산됩니다.] [이벤트 포인트 1,00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상급 이상의 악마를 기여도 100%로 처치하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놀라운 업적!] [보상으로 타이틀 ‘악마 사냥꾼’을 획득하셨습니다.]“흐아. 끝났다.”
털썩.
전투 중 극도로 조여 있던 긴장감이 한 번에 풀어지면서 카르페는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와아아-! 이겼다-!”
“미친. 진짜 이겼어! 상급 악마 솔로 레이드가 성공했다고!”
“다른 10대 길드는 떼거리로 덤벼들어도 불가능했던 건데!”
“이걸 직관으로 보는구나. 살아 있길 잘했다…….”
“천마신교! 천마신교!”
“천마현세! 만마앙복!”
“최고다! 진짜 최고의 전투였어!”
와아아아-!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던 관중들이 일시에 함성을 내질렀다. 여전히 진행 중인 라이브 방송 또한 무수한 채팅으로 마비 직전의 상황이었다.
“뭐, 뭐야? 갑자기?”
-뭐긴 뭐야. 네 플레이에 감동먹은 인간들이지. 고생 많았다. 잘 싸웠어. 내 생각보다도 더.
“그랬어요? 그냥 평소보다 조금 더 열심히 싸운 느낌인데…… 아, 오랜만에 진짜 시원하게 싸웠네. 그래. 이게 게임이지.”
모든 걸 쏟아붓고 난 후에 찾아오는 기분 좋은 피로감.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벽을 넘어 버렸다는 짜릿한 달성감.
그러한 것들이 섞이자 카르페의 입가에 자동으로 미소가 떠올랐다.
“뀨웅!”
묵향이 카르페 곁으로 다가와 그의 무릎 위로 폴짝 뛰었다. 그러곤 카르페의 몸을 타고 올라 머리 꼭대기에 안착했다.
“뀻!”
카르페의 머리 위에서 앞 다리를 뻗어 척! 하고 포즈를 취하자 사람들이 다시 환호했다.
와아아아-!
“……얘는 또 언제 이런 걸 배웠대?”
-너도 해 주지 그러냐. 사람들 전부 기대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카르페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말을 걸고 싶은데 서로 눈치를 보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부끄러운데.”
-부끄러워? 본좌가 창마이자 철마 어쩌고 저쩌고 할 땐 언제고?
“그건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에이. 몰라. 하면 되지.”
지금 이 장소의 주인공은 카르페 본인이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금쯤은 이 분위기에 동조해도 괜찮지 않을까?
카르페는 묵향을 머리 위에 얹은 상태로 주먹을 꽉 쥐어 하늘로 뻗었다.
와아아아아아-!
지금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카르페가 명실상부 라세 최강의 플레이어로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