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4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43화(343/581)
스스스.
테스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일곱 꼬리.
덕분에 그 정체를 쉬이 유추할 수 있었다.
-구미호(九尾狐). 아니, 이 경우에는 아직 칠미호겠군. 흐. 확실히 둔갑을 잘하는 마귀라고 하면 구미호가 딱 들어맞긴 하지.
“후우. 라세는 정말 없는 게 없구나. 동서양 안 가리고 유명하다 싶으면 전부 튀어나오네.”
요기(妖氣)라고 해야 할까?
테스의 꼬리 주변으로는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붉은빛과 푸른빛이 절묘하게 섞인 그런 기운이었다.
“히. 보기보다 눈치가 빠르네? 언제부터 눈치채고 있었어?”
“의심이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고 있었지. 확신을 한 건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맥이 좀 빠지는 느낌이다.
얘가 도대체 언제 본색을 드러낼까 계속 긴장 중이었는데 너무 허무하게 들켜 버렸으니까.
“흠흠. 내가 과소평가했구나. 인간은 다 이렇게 눈치가 빠른가?”
“글쎄. 인간마다 다르겠지. 이번 경우에는 네가 운이 좀 없기도 했고.”
“응? 운이 없었다니?”
테스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꿈에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카르페가 불과 얼마 전에 거의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뭐, 아군인 줄 알았던 친절한 인간이 사실은 흑막이었습니다! 같은 건 사실 흔한 클리셰지. 라세에도 꽤 많고. 실제로 겪어 보기도 했잖아.
‘그렇죠. 흠. 혹시 아스타로트를 안 겪어 봤으면 이번에 속았으려나…….’
로한 대제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대악마 아스타로트.
그 대악마 역시 눈앞의 칠미호처럼 아군인 척 접근했었다.
테스는 자신의 연기와 속임수가 참신했다 생각할지 몰라도 카르페의 입장에서는 그저 식상한 되풀이였을 뿐이었다.
‘아니, 그거 안 겪어 봤어도 안 속았을 거 같네요. 얘는 어딘가 모르게 좀 허술해서…….’
똑같은 방식이었지만, 아스타로트 때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래. 확실히 아스타로트 때와 비교하면 너무 쉬웠지.
‘말로 딱 짚어서 표현하는 게 좀 애매한데…… 악의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게 다른 느낌입니다.’
아스타로트의 함정은 어떻게든 카르페를 속여서 나락으로 밀어 넣겠다는 악의가 흘러넘쳤던 것에 비해, 테스의 속임수에선 그런 악의를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장난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과연 네가 속을까?
이런 힌트를 네가 눈치챌 수 있을까?
마치, 숨겨 놓은 내 장난을 어서 발견해 달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증거로, 속임수가 들통났을 때의 아스타로트는 격한 분노와 악의를 토해 냈던 반면 테스는 그저 재밌다는 듯 웃고만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더 헷갈리네.’
도대체 목적이 무엇이기에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걸까.
설마 아직도 함정이 더 숨어 있는 건가?
고민은 짧았다.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이지? 날 속여서 뭘 할 생각이었나?”
“아하하. 그게 궁금해? 그래. 그래. 충분히 궁금할 만하지!”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느긋하게 웃고 있던 테스의 손 위로 푸른색의 구슬 같은 게 떠올랐다.
“그건 날 이기면 가르쳐 줄게.”
푸른색 구슬에서 세 줄기의 기운이 뻗어 나와 허공을 수놓기 시작했다.
세 줄기의 기운은 이내 세 개의 마법진으로 변했고 각각 적, 청, 황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여우 구슬이로군. 여우 몬스터들의 주술 보조 도구 같은 건데 효과는 각양각색이야. 지금 보니 저 녀석의 경우에는…… 트리플 캐스팅인 것 같은데.
“싸움이라. 좋지! 나도 이리저리 머리 굴리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취향이야!”
파악!
카르페가 창룡보를 발동하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나갔다.
“좋아! 그 괴물 벌레를 잡은 솜씨, 내게도 보여 봐!”
테스가 구슬을 휘두르자 세 개의 마법진에서 동시에 마법이 튀어나왔다.
붉은색 마법진에서는 화염의 마법이 푸른색 마법진에서는 물의 마법, 노란색 마법진에서는 뇌전의 마법이 튀어나와 동시에 카르페를 덮쳤다.
콰앙! 콰아앙! 쾅!
-흐음. 전부 6성 스킬인가? 위력이 제법이구만.
하지만 그 마법들이 카르페에게 적중하는 일은 없었다.
카르페는 한층 더 가속하며 마법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합!”
어느새 테스의 지척까지 도착한 카르페가 주먹을 휘둘렀다.
겉보기에는 그냥 연약한 꼬마의 모습이었으나, 카르페의 손속에는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어림없지!”
하지만 카르페의 주먹이 닿기 직전, 여우 구슬이 다시 한번 빛나기 시작하더니 카르페와 테스 사이로 장막 같은 것이 생겨났다.
콰앙!
“……쉴드?”
“흐흥. 그런 단순한 게 아니야. 이 몸의 500년 도력으로 짜 올린 결계라고! 그런 주먹으로는 하루 종일 때려도 끄떡없을걸!”
쾅! 콰아앙! 쾅!
테스의 말대로였다. 카르페가 쉴 새 없이 장벽을 두들겼으나, 결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카르페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변칙적인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결계가 재빨리 이동해서 카르페의 공격을 막아 냈다.
“못 뚫겠지? 못 뚫겠지이?!”
-아오. 저 여우 놈. 왜 이렇게 얄밉냐.
“더럽게 단단하네. 좋아. 어디 한번 쪽수도 버틸 수 있는지 보자. 향아!”
“뀨웃!”
“저희도 참전하겠습니다. 주군.”
“……위험해. 마스터. 변신 캐릭이 겹치는 건 좋지 않아. 절대로 없애야 해!”
<음홧홧! 이번 상대는 여우 요괴인가! 역시 로드를 따라다니면 재밌는 일이 끊이지가 않는구먼.>
서빙제의 파편과 싸우면서 리타이어했던 로이어드와 세실리아를 제외하고, 모두가 일제히 테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계는 하나가 아니라고!”
우우웅.
테스의 주변으로 아까 것과 똑같은 장벽 결계가 세 장 더 떠올랐다.
그리고 총 네 장의 결계가 테스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전 방향의 공격을 막아 냈다.
카르페의 공격뿐만 아니라 티나와 길리안의 검, 묵향과 미라쥬의 마법까지 모두 다.
“……무슨 자율방어 시스템이냐?”
-까다롭군. 어지간한 화력으로는 뚫는 게 쉽지 않겠어.
“아하하! 이것밖에 안 돼? 더 열심히! 더 강하게 해 봐!”
테스는 정말로 즐겁다는 듯 웃으며 일행을 도발했다.
……천마의 말대로 꽤 얄미운 행태였지만, 카르페는 굳이 발끈하지 않았다.
조만간 저 웃는 얼굴을 울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500년 도력으로 짜 올린 ‘결계’라 이거지?”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럼 해답은 쉽지!”
팟!
카르페가 다시 한번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기다렸다는 듯, 결계가 카르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도 전과 달리 3중첩으로 말이다.
카르페 또한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다시 결계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소용없다니까! 그런 주먹으로는 백날 쳐 봐야…….”
“해금.”
카르페는 결계를 두드리는 대신 손바닥을 펼쳐 ‘해금’을 발동했다.
띠링.
[해금이 발동합니다.] [요호 – 칠미(七尾)의 고유 스킬인 ‘요력 결계 -괴리(乖離)-’가 파괴됩니다!]쨍그랑!
테스가 그토록 자랑하던 무적의 결계가 허무하게 깨져 나가고 말았다.
“……어?”
불의의 일격을 당한 테스는 그저 멍하니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해금의 효과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챙그랑! 챙그랑!
카르페의 손에 닿지 않은 나머지 두 장의 결계도 연속으로 박살 난 것은 물론이고.
푸시시시.
“이, 이게 왜 이래?!”
테스의 손 위에 둥둥 떠 있던 여우 구슬은 돌연 빛을 잃기 시작했다.
당황한 테스가 구슬을 탁탁 때렸으나, 구슬의 빛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내, 내 여우 구슬이?! 이럴 리가 없는데? 인간!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떻게 내 결계를……!”
“내 손이 좀 특별한 편이거든. 그래. 무엇을 숨길까. 모든 환상을 부수는 환상살(幻想殺)! 이매진 브레이…….”
-어제 자기 전에 애니 봤냐? 왜 안 하던 컨셉질이야?
“큼. 크흠. 아무튼…… 뭐.”
카르페는 전의를 잃어버리고 오돌오돌 떨고 있는 테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의도적으로 뚜둑뚜둑 소리를 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자, 더 보여 줄 게 있나?”
“그, 그게…… 잠깐만.”
“보아하니 여우 구슬인지 뭔지가 없으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모양인데…….”
솔직히 이 부분은 카르페도 의외의 행운이었다.
단순히 결계만 부술 생각이었는데 왜 여우 구슬까지 먹통이 된 거지? 여우 구슬 자체가 커다란 결계의 일종인 건가?
아무튼 덕분에 일이 훨씬 쉽게 풀렸다.
“뭔가 꾸미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안타깝군. 인간 세계에는 이런 말이 있단다.”
“……무슨 말?”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는 법이다. 처맞기 전까지는.”
“자, 잠깐! 내가 졌어. 네 승리야!”
“응. 알았으니까 일단 좀 맞자. 놀릴 때는 좋았지?”
“아니!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날 때리면 아리스테나가 슬퍼할 거야!”
“……뭐?”
테스가 ‘아리스테나’를 언급하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카르페의 눈앞으로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산골 꼬마의 부탁 (2)] [퀘스트 등급 : 노말] [르쉬 산에서 만난 꼬마가 자신의 누나를 찾아줄 것을 부탁합니다..
.
.
아이를 도울지 어떨지는 오롯이 당신의 선택입니다.]
테스가 인간인 척 접근해서 자신에게 부탁했던 그 퀘스트 창이 열리더니.
파지지직.
갑자기 퀘스트 창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쨍그랑! 소리와 함께 퀘스트 창이 깨져 버리면서 다시 새로운 퀘스트 창이 등장했다.
[숨겨져 있던 진실이 드러납니다.] [마도왕의 여섯 번째 유물 (5)] [퀘스트 등급 : 신화]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당신은 유물을 수호하는 요호(妖狐)의 시험을 멋지게 통과했습니다.어려운 이를 외면하지 않는 선량함.
속임수에 현혹되지 않는 지성.
그리고 의지를 관철해 나갈 수 있는 힘.
요호는 당신이 유물의 주인으로 합당하다고 인정합니다.
요호의 안내를 받아 여섯 번째 유물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십시오. 시험은 모두 끝났습니다.] [퀘스트 승낙 시 : 마도왕의 여섯 번째 유물 ‘정화의 아리스테나’ 획득]
“헐.”
놀랍게도 기존의 퀘스트가 파괴되면서 숨겨져 있던 진짜 퀘스트가 등장했다.
“아니, 퀘스트 창이 페이크를 칠 수도 있는 거였어?”
-……가끔 그런 경우가 있긴 한데, 설마 여기서 등장할 줄은 몰랐군.
카르페가 주먹을 멈추고 멍하니 퀘스트 창을 쳐다보고 있자, 테스는 조심스럽게 카르페의 눈치를 살폈다.
“아, 안 때리나?”
“……설명 좀 해 줄래? 납득이 가면 안 때릴게.”
“으응.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요호 테스.
녀석은 자신을 아리스테나의 오랜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부탁을 받았어.”
“부탁? 누구에게 무슨 부탁을?”
“아리스테나가 자신의 주인 될 자를 시험해 달라고…….”
“……뭐?”
“드렛슈 같은 인간은 절대로 사절이니까 한번 알아봐 달라고 그랬어.”
“…….”
-…….
“주군……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 자리에 말로 형용키 힘든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