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5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50화(350/581)
상급 악마의 뱃속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순간, 상급 악마를 둘러싸고 있던 적색 기사단 내부에 혼란이 번졌다.
“크윽, 머리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것이냐!”
무언가에 홀려 있는 것처럼 흐리멍덩한 눈에 이성이 돌아왔다.
이미 상급 악마에게 사망해 버린 지휘관을 대신해서, 부관으로 보이는 자가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젠장! 살아남은 인원은 후방으로 물러나라! 상황 파악이 먼저다!”
다행스럽게도 상급 악마에서 튀어나온 무언가는 기사단을 쫓지 않았다. 그저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니, 진짜 이게 뭔 상황이야?”
“저놈들은 지들이 다 잡을 거처럼 굴더니 압도적으로 발리고 이제는 도망치네?”
“쯔쯔. 결국 저렇게 발릴 거면서. 그러게 왜 꼬장을 부려.”
“NPC가 다 그렇지 뭐.”
“그럼 이제 유저가 나서도 되는 건가?”
“그런데 좀 심상치 않은 거 같기는 하다.”
기사들을 상대로 학살을 펼치던 상급 악마의 몸이 돌연 찢겨 나갔다.
그것도 고전 영화의 명장면을 연상케 하는 방법으로.
물론, 라세가 15금 게임이다 보니 그 영화만큼 잔혹한 연출은 아니었으나 임팩트만큼은 충격적이었다.
“……저게 대체 뭐야?”
“생긴 것만 보면 커다란 까마귀 같은데…….”
상급 악마의 몸을 찢고 나온 존재는 외계 생명체 같은 외양은 아니었다.
거대한 새.
온몸이 새까만 깃털로 덮여 있는 커다란 새가 상급 악마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촤악!
몸 밖으로 완전히 나온 놈은 마치 깃털에 묻은 피를 전부 털어 버리겠다는 듯 양 날개를 활짝 펼쳤다.
안 그래도 거대했는데 양 날개를 펼치자 그 위압감이 엄청났다.
날개 끝에서 끝까지 족히 10m는 되어 보였다.
“2페이즈 형태인가?”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칼토 벌레 같은 방식 같은데.”
“으. 그 연가시 놈. 떠올리니 기분 나쁘네.”
라세에 존재하는 보스 몬스터들 중 일부는 HP가 일정치 이상 감소하면 그 형태를 바꾸거나 본체를 드러내는 몬스터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가 바로 ‘칼토 벌레’다.
100레벨 부근에서 유명한 보스였는데 평소에는 딱정벌레 같은 가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다가 HP가 일정 이하가 되면 본체인 기생 벌레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유형의 보스였다.
지금 이곳에 있는 유저들은 하나같이 100레벨 이상의 고레벨들이었다.
즉 칼토 벌레를 한 번쯤은 상대해 본 유저가 대부분이었고, 그런 그들이었기에 저 까마귀 같은 거대한 새가 상급 악마의 진체(眞體)일 거란 판단을 내렸다.
“본체는 보통 특수 패턴만 조심하면 1페이즈보다 약한 경우가 많지.”
“맞아. 칼토 벌레도 드레인만 조심하면 본체는 별거 없잖아.”
사실 처음 보는 보스를 이런 식으로 어림짐작해서 결론 내리는 건 대단히 위험한 짓이다. 만약 그게 오판이라면 파티의 전멸은 예약된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유저들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만약 지금이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그들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조심스럽게 보스 몬스터의 패턴 파악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길드보다 먼저…….’
‘여기서 꾸물거리다가는 뺏긴다! 리스크는 감수해야 해!’
라세 최초의 대형 이벤트.
그리고 그 대형 이벤트의 마지막 남은 보스 몬스터.
바로 그 점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놈을 놓치면 다음은 없다! 라는 마음이 사람들의 행동에 불을 지펴 버리고 말았다.
“에이! 모르겠다! 죽는다고 게임 끝나냐!”
“다른 10대 길드에게 뺏길 순 없다! 탱커조 앞으로!”
“와아아-! 보스 한번 먹어 보자!”
누군가가 외친 한마디에 유저들이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거대한 함성과 함께 돌격하는 유저들.
검은 새의 새빨간 눈동자는 그 광경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재밌군. 이게 그 소문의 이방인이란 존재인가? 듣던 대로 재밌는 미물들이구나.>
낮고 무거운 목소리.
듣는 이로부터 절로 긴장감이 들게 하는 그런 목소리였다.
<허나, 재밌다고 해서 그 비천함이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감히 이 몸에게 무기를 들이대는 어리석음. 죽음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도다.>
촤르륵.
검은 새가 자신의 날개를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날개에서 수백 개의 깃털이 발사되어 유저들을 향해 날아갔다.
“공격 온다!”
“악마에다 검은색이니까 암 속성 공격이겠지? 성 속성 방패 든 탱커들은 앞으로 나서!”
“새 대가리 따위한테 쫄지 마라! 기껏해야 깃털…… 어?”
기세 좋게 선두에 나섰던 유저들의 표정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유저들을 향해 날아오던 깃털 하나하나가 제각각 그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검, 창, 화살촉 등등.
각각의 깃털이 날붙이의 형태로 변하며 수백 개의 무기가 일시에 유저들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우왁?! 갑자기 이게 뭐야!”
“이건 설마! 게이트 오브 바…….”
“헛소리할 시간 있으면 탱킹이나 해 새캬!”
“레지스트 쉴드! 홀리 디바인!”
유저들은 자신들을 향해 쏘아지는 무기를 향해 방패를 들거나 쉴드 마법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
콰직!
“커헉!”
“미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위력이야!”
방어 따윈 조금도 의미가 없다는 듯.
거대한 새가 날린 깃털, 아니 무기들은 방어째로 관통해서 그 뒤의 유저까지 꿰뚫어 버렸다.
놀랍게도, 단 한 명의 유저도 공격을 견뎌 낸 자가 없었다. 수백 개의 무기는 정확히 수백 명의 유저를 그대로 로그아웃시켜 버렸다.
“…….”
“……꿀꺽.”
기세 좋게 돌격하던 유저들은 그대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방금 그 한 번의 공격으로 전부 깨닫고 만 것이다.
이놈은 상급 악마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상급 악마들은 하나같이 괴물들이었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었다.
놈들도 수천 명 이상의 유저를 학살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사력을 다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근데 이놈은 아니다.
그냥 무심하게 날개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수백의 유저가 한순간에 증발해 버리고 만 것이다.
“설마. 아니겠지.”
“미친. 무슨 이벤트가 이딴 식이냐고…… 라세 이 미친 것들아.”
상급 악마조차 엄두를 낼 수 없는 위용을 내뿜는 악마.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보다 더 상위의 존재다.
“최상급이라고?”
“돌겠네. 이건 도저히 각이 안 보이잖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유저들을 멘붕에 빠뜨린 최상급 악마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래. 미천한 미물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은 응당 이래야만 했다.
감히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 떨며 자신을 경배해야만 했다.
<운이 좋구나. 미물들아. 본 공작은 아주 기분이 좋아.>
이게 얼마만의 인간계 나들이인가.
마르바스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인간계 강림 기회를 양보했을 때는 정말로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 소중한 기회를 이토록 쉽게 넘기다니?
물론, 마르바스의 성격을 고려하면 음흉한 계획이 숨어 있을 게 분명하긴 했다. 하지만 그 점을 고려한다곤 하더라도 이건 틀림없이 대단한 기회였다.
<아스타로트의 위(位). 그리 강하진 않지만 확실히 느껴지는군. 하하, 나태여. 정말로 소멸했구나.>
인간계에서 소실되었다던 아스타로트의 위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마르바스가 그 어떤 음흉한 계획을 꾸미고 있다 하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2개의 위를 얻게 되는 순간, 그 어떤 계획이라도 분쇄해 버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위대한 마신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다. 가장 우수한 핏줄인 본 공작이 응당 가져야 할 힘이다.>
더러운 핏줄들이 거들먹거리는 걸 보는 것도 이제 끝이다.
대공작의 위를 가졌다 하여 감히 자신과 맞먹으려는 불결한 무뢰배들.
이제 그놈들을 치워 버릴 기회가 온 것이다.
마르바스는 그 속을 알기 힘든 음흉한 놈이었지만, 지금 마계의 대공은 너무 많다는 말에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간계 침공은 마계의 대공들 중 가장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미물들이 사는 인간계의 공기마저 상쾌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미물들이여. 다시 말하도록 하마. 본 공작은 기분이 좋다. 그러니 미물들에게 고귀한 이 몸을 찬양할 수 있는 영광을 주도록 하겠다.>
인간계뿐만 아니라 마계, 나아가 천계를 넘어 온 세상이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알려야만 했다.
<똑똑히 기억하라. 본 공작은 만검(萬劍)의 지배자, 할파스.>
검을 조종하는 능력을 타고난 대악마. 할파스가 인간들에게 선언했다.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지금부터 종말을 지켜보아라.>
다시 한번 할파스의 날개가 휘둘러졌다.
* * *
“끄아아악!”
“도망쳐! 이건 못 이긴다!”
“젠장. 전투 중에는 로그아웃이 안 된다고!”
“기사단 전원 후퇴! 성신교의 지원이 올 때까지 전열을 가다듬어라!”
대악마의 압도적인 위용 앞에서는 유저와 NPC의 구분이 의미가 없었다.
한 번의 날갯짓에 수백 명의 목숨.
단 한 번의 어김없이 그렇게 죽어 나갔다. 아니, 이마저도 할파스가 가지고 놀고 있는 중이라 그랬던 것이지, 마음만 먹었다면 이미 일대의 생존자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
<지루하구나. 모처럼의 나들이다. 본 공작의 유희를 망칠 셈인 것이냐? 미물들이여. 조금 더 춤을 추도록 해라. 만검의 둥지.>
스스스.
할파스의 발로부터 검은 기운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 기운은 땅에 스며들면서 대지를 검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대지를 마계와 비슷한 환경으로 바꾸는 마계화 현상이었다.
다만, 할파스가 펼치는 마계화는 거기에 더해서.
“크아악!”
“이건 또 뭐야!”
검은색 대지에서 마기로 구성된 검이 삐죽 솟아 나와 그대로 유저들을 관통해 나갔다.
9성 스킬 – 만검의 둥지.
그 효과는 보는 바와 같이 무작위로 마기의 검이 솟아나도록 마계 필드를 구성하는 스킬이었다.
하늘과 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날붙이에 유저들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대로 무력하게 꼬치가 되어 사라질 뿐이었다.
“시발! 이걸 도대체 어떻게 잡으라고! 무슨 이벤트 시나리오가 이따위야!”
그리고 그때였다.
쉬이이익!
어디선가 날아온 창 하나가 할파스가 펼치는 마계화 대지에 박혀 들었고.
파앗!
창으로부터 성스러운 기운이 뻗어 나와 그대로 마계화된 대지를 정화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에겐 익숙한 형태의 창이었다.
어찌 잊겠는가.
상급 악마를 유일하게 솔로 레이드 성공한 플레이어가 사용했던 창을 말이다.
“어, 저거…… 영상에서 나온 그거 맞지?!”
“천마! 천마의 창이다!”
“천마다! 천마가 왔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