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5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51화(351/581)
스스스.
<호오? 이 기운은…….>
붉은색의 창. 루할 다러그가 성스러운 기운을 내뿜으며 만검의 둥지를 지워 나가자, 할파스의 목소리에 흥미가 깃들었다.
<그렇군. 이게 루할의 힘인가? 과연 듣던 대로 불쾌한 기운이구나.>
극히 일부의 악마를 제외하면 루할과 직접적인 접점을 가진 악마는 없었다. 하지만 마계의 존재 중에 성신 루할을 모르는 악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루할 본인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 역시 마찬가지.
<성창. 루할과 놈의 대리인인 용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하하! 그래, 이제 좀 재밌어지겠군!>
할파스는 성창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으로부터 일련의 무리가 할파스를 향해 오고 있었다.
“붉은 골렘! 천마! 천마신교다!”
“성신교도 있어! 성신교의 성녀와 팔라딘들이다!”
“이 정도 인원에 천마랑 성녀까지 있으면 충분히 희망이 있는 거 아닌가?”
“와, 작정하고 노려도 이 타이밍에는 등장 못 하겠다.”
전멸의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등장한 구세주들.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연출에 유저들 사이에도 점점 희망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파스는 인간들의 행태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과연 미물들의 발상은 우습기 그지없군. 희망? 정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할파스의 거대한 날개가 다시 한번 휘둘러진다.
콰가가가각!
“크아아악!”
“도망, 도망쳐…… 컥!”
단 한 번의 날갯짓에 또 수백의 목숨이 사라지자, 피어올랐던 희망 또한 사그라들고 말았다.
<벌레는 벌레답게 얌전히 땅을 기면 될 일이다.>
“……미친. 천마가 왔다고 좋아할 게 아니잖아!”
“이걸 도대체 무슨 수로 이기냐고…….”
유저들은 다시금 현실을 깨달았다.
천마가 강력한 존재임은 틀림없지만, 강함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플레이어’들 중 최강.
천마는 모든 힘을 쥐어짜 내고서야 겨우 상급 악마 한 체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상급 악마를 상대로도 그러했는데 그보다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대악마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실로 즐겁구나.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이 몇백 년 만인지 모르겠어. 그래, 위대한 행보에는 그 걸음을 방해하는 대적자가 늘 존재하는 법인즉! 용사. 루할의 주구(走狗)야. 내가 친히 너를 찢어 너의 피로 목을 축이겠다. 그리하여 온 세상이 본 공작을 우러…….>
스스로에 심취해 목소리를 높이던 할파스가 돌연 말을 멈췄다.
새롭게 나타난 무리 속에서 믿을 수 없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할파스는 지금까지 보여 줬던 고고한 말투를 던져 버린 채, 극도로 흥분하고 말았다.
할파스의 시선 끝에는 정확히 카르페가 서 있었다.
<아스타로트의 위(位)! 크하하! 이 무슨 마신의 축복이란 말인가! 설마하니 제 발로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복이 굴러들어왔다는 생각에 할파스가 광소를 터뜨렸다.
<마르바스! 보고 있느냐! 이것이야말로 본 공작이 마신께 선택받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 이로써 비천한 핏줄을 모조리 처분…….>
“아니, 이 새대가리는 아까부터 뭘 혼자 자꾸 떠들어? 쫑알쫑알 더럽게 시끄럽네.”
<…….>
예상치 못한 카르페의 말에 할파스가 침묵했다.
새대가리?
설마, 마계에서 가장 고귀한 핏줄인 자신을 그런 식으로 부른다고?
할파스는 난생처음 들어 보는 모욕적인 언사에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너, 진짜 상대방 신경 긁는 거는 타고났구나.
‘와, 겨우 이 정도로 충격먹었나 보네요. 새 주제에 진짜로 귀족 도련님 캐릭이었구나.’
너무 교과서적인 반응이라 오히려 카르페가 얼떨떨할 지경이었다.
어쩜 이렇게 클리셰 덩어리일까.
‘미물이니, 본 공작이니 하는 말버릇 보면 프라이드가 더럽게 높은 캐릭. 도발이 잘 먹히는 데다가 덤으로 방심도 잘함. 아부, 아첨에 한없이 약함. 전형적인 자기애(自己愛) 귀족 타입이네요.’
-아주 클리셰 마스터 다 됐구나.
‘이 정도야 기본 중의 기본이죠. 저런 성격 캐릭이 한둘이어야지.’
그래서 카르페는 ‘새대가리’ 같은 싸 보이는 멘트를 던졌다.
단어가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더욱더 프라이드에 흠집이 날 테니까.
‘마계 대공씩이나 되는 존재가 저런 뻔한 성격이라는 게 좀 다행이면서도 아쉬운 느낌이네요.’
-쉽게 가면 좋은 거지 뭘. 나중에 진짜 독한 놈 만나면 저런 성격이 그리울 거다.
카르페는 아직 스턴(?) 상태인 할파스를 흘긋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리스. 무기 회수해.”
“네. 주인님.”
아리스테나가 손을 뻗자, 땅에 박혀 있던 성창이 뽑혀서 아리스테나의 손으로 돌아갔다.
용사로 전직하면서 습득한 ‘무기 회수’ 스킬이었다.
<네, 네놈…….>
할파스의 몸 주변으로 검은색 마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놈의 감정을 대변하듯 맹렬한 기세였다.
<……취소해라.>
“뭐?”
<그 감히 입에 담기도 더러운 모욕적인 언사. 취소하라. 영혼 채로 찢겨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취소라…….”
겨우 새대가리 소리 한 번 들었다고 진지하게 취소하라 말하다니.
아무래도 카르페의 상상보다 훨씬 더 프라이드가 높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냥 멍청한 것이든가.
카르페는 할파스의 요구에 대답하는 대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준비해 온 팝콘을 꺼내 들었다.
와작.
“음. 맛있네.”
<네노오오옴! 감히 본 공작을 어디까지 능멸하려 드느냐! 편히 죽을 생각 따위는 버려라!>
머리끝까지 분노한 할파스가 세차게 날개를 휘둘렀다.
촤르르륵!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깃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이내 그 깃털들이 한데 뭉쳐 거대한 두 개의 거대한 랜스로 변했다.
<영혼과 함께 꿰뚫어 주마!>
두 개의 랜스가 눈으로 인지하기 힘든 속도로 카르페를 향해 날아들었다.
수백 개의 깃털이 단 두 개로 응축된 만큼, 지금까지와 비교를 불허하는 강맹한 공격이었으나.
와그작.
카르페는 그 공격에 반응하는 대신 여전히 팝콘을 섭취했다.
그리고 두 개의 랜스가 카르페의 코앞까지 도착한 그 순간.
쾅! 콰아앙!
랜스의 투척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의 무언가가 랜스를 각각 쳐 내 버렸다.
랜스들은 카르페를 꿰뚫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히며 대지를 진동시켰다.
<…….>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에 할파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까지 인간들을 학살할 때의 장난과 달리 나름대로 힘을 담은 공격이었건만, 그게 가볍게 막혀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할파스의 놀람과 정반대로 공격을 쳐 낸 두 명은 한없이 침착했다.
카르페를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서 있던 티나와 아리스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각각 성검과 성창을 쥔 채로.
당장이라도 악마를 쓰러뜨릴 수 있도록 신성력을 머금고 있는 상태였다.
<용사. 루할의 개. 설마 한 놈도 아니고 둘씩이나 있을 줄은 몰랐구나. 그것도 인간이 아닌 인형이라니. 루할이 미쳐 버리기라도 한 것이냐?>
할파스는 두 사람이 인형인 것을 한눈에 알아채곤 불쾌감을 드러냈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군. 감히 미물도 되지 못하는 피조물 따위가 본 공작에게 검을 겨누어?>
촤르르륵.
할파스가 날개를 휘둘렀다.
그러자 땅에 박혔던 거대한 랜스가 다시 깃털로 변해서 할파스의 날개로 회수되었다.
<본 공작이 친히 죄를 묻겠다. 인형들. 이름을 대라. 비록 그 보잘것없는 몸뚱이라 해도 이름은 있을 터. 네놈들의 이름은 본 공작의 자서전에 기록될 터이니 지고(至高)의 영광…….>
“악에게 댈 만큼 값싼 이름이 아니다.”
“청소해야 할 쓰레기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사람은 없겠죠. 그저 치우기만 하면 될 뿐입니다.”
<…….>
그 주인에 그 권속이라고, 카르페에 이어 티나와 아리스가 재차 할파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되었다. 하찮은 미물과 말을 섞으려 했던 본 공작이 어리석었음이라. 단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집어삼켜 주마!!!>
촤악!
할파스가 양 날개를 활짝 펼치며 울부짖는 순간, 놈의 몸에서 마기가 폭사되며 인근에 있는 모든 존재에게 영향을 미쳤다.
띠링.
[마계 대공 할파스의 피어에 노출되셨습니다.]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전 스테이터스가 30% 하락합니다. 액티브 스킬 발동 시 50% 확률로 스킬이 취소됩니다.] [회복 포션과 회복 스킬이 50%만 적용됩니다.] [암(暗), 마(魔) 속성 공격에 2배의 데미지를 입습니다.]하나같이 끔찍하기 짝이 없는 디버프의 향연.
사람들은 알림을 확인하고 비명을 질렀다.
“미친? 무슨 이딴 개사기 디버프가 다 있어?!”
“로그아웃! 로그아웃!”
“최대한 멀어져라! 피어 범위에서 벗어나야 해!”
“상태 이상 회복 스킬 전부 퍼부어!”
“앗! 악마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젠장. 뭐, 이딴 개 같은 이벤트가…….”
현재 이곳은 마계 대공 할파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계의 게이트가 근처에 있는 곳이었고 자연히 다른 중·하급 악마 또한 많이 있는 장소였다.
이런 디버프가 걸린 상황에서 악마들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유저들은 연신 욕설을 내뱉기 바빴다.
다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존재했다.
“전능하신 루할이시여! 사악한 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소서!”
파앗!
성녀가 스킬을 발동하자 황금빛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고, 성녀 인근에 있던 카르페 일행과 팔라딘들은 디버프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띠링.
[해금이 발동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 [루할의 권능이 적용 중입니다. 용사 직업은 ‘인간계’에서 전투 시, 악마로부터 발생한 디버프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물론, 해금을 보유한 카르페는 눈곱만큼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티나와 아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르페는 조금의 긴장감도 없는 어조로 티나에게 물었다.
“정말 안 도와줘도 괜찮겠어? 다 같이 싸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말씀은 감사드립니다. 주군. 허나, 이번에는 저와 아리스에게 맡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티나 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주인님. 이번 기회에 전성기 시절 저희들이 어떤 식으로 싸웠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할파스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지만, 카르페도 그 권속들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맡길게. 해치워 버려!”
“광휘의 이름을 걸고 주군의 명을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띠링.
[에픽 클래스 ‘용사’는 일반적인 직업의 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이벤트성 직업입니다.] [대악마와의 전투 시, 1회에 한해 ‘성신 루할’의 부분 강신(降神) 효과를 받습니다.] [현재 강신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용기의 용사 ‘광휘의 티스타니아’의 레벨이 330만큼 증가합니다.] [지혜의 용사 ‘정화의 아리스테나’의 레벨이 330만큼 증가합니다.] [성신 루할이 보유한 스킬과 스킬 레벨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일부 스킬 제외). 원래 보유한 스킬 또한 유지됩니다.]‘용사’라는 직업은 카르페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만큼 강력한 한 방을 보유한 직업이었다.
와그작.
“……달달하네.”
-뭐가? 팝콘이? 아니면 날먹이?
“당연히 둘 다죠.”
카르페는 그저 팝콘을 씹을 뿐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