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5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52화(352/581)
불과 얼마 전.
티나와 아리스가 용사로 막 전직을 마쳤을 때만 하더라도 카르페의 마음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만약 대악마와의 전투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원래대로라면 퇴치되었어야 할 대악마가 살아남아 대륙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카르페의 행보 중 평범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는 스케일부터 차원이 달랐다.
정말 문자 그대로 대륙급 스케일이었으니까.
자칫 잘못되면 게임이 터져 버릴 수도 있는 사안이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불안감이 안 생기려 해도 안 생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카르페가 용사로 전직을 마친 두 권속의 스킬과 특전을 살펴봤을 때.
지금까지의 모든 걱정은 그저 기우였음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래. 이게 당연한 거긴 하죠. 라세 개발진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달아 놔야 정상이지.”
용사의 특성을 찬찬히 살펴본 카르페는 확신할 수 있었다.
티나와 아리스라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누가 용사로 지정되더라도 결국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 용사가 작정해서 고의트롤하기로 마음먹는다 해도, 그에 대한 대비 역시 준비되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힌트가 있긴 했네요.”
천마가 처음에 악마 침공 이벤트를 언급했을 때도 라스트 보스전은 그냥 감상용 이벤트라고 말했다.
NPC 용사가 대악마를 패퇴시키는 걸 구경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NPC 용사가 바로 성황 측이 데리고 온 농부다. 신실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하기만 한 농부였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분명 이상한 점이 있었다.
평범한 농부가 용사로 전직했다고 해서 대악마를 이길 수 있다고?
천마의 설명에 따르면 마계의 대악마는 사해를 제외한 세계관 최강자급 몬스터였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가능한 이야기란 말인가?
“평범한 농부가 마도군주나 룰러로 전직한다고 해서 대악마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죠.”
용사는 에픽 등급의 직업, 마도군주와 룰러는 신화 등급의 직업이다.
보다 고등급인 신화 직업으로 전직해도 할 수 없는 일을 용사는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단순한 템빨, 상성빨을 넘어 또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용사 직업에는 실제로 그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부분 강신(降神).
용사로 전직하고 딱 한 번, 대악마와의 전투가 시작되면 자동으로 루할의 힘을 끌어올 수 있는 권능이었다.
일반 강신과 다른 점은 루할 본인이 직접 몸을 조종하는 게 아니라 그저 힘과 스킬만 부여한다는 점이다.
또한, 강신에 대한 페널티 역시 짊어지지 않는다. 그 부분은 루할이 스스로의 업으로 삼아 전부 뒤집어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용사는 루할의 신체를 빌려 쓴다는 이야기잖아. 이러니 질 수가 없지.”
물론, 100% 그대로 루할의 육체가 구현되는 건 아니고 상한선이라는 게 존재했다.
자질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부분 강신이 이루어질 경우 레벨이 450 부근까지 급성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용사가 두 명으로 나뉜지라 힘도 스킬도 나뉘어서 각각 380레벨 부근까지 성장한 후에 멈췄다.
450에 비하면 꽤 낮은 레벨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실제로 두 인형은 손쉽게 할파스의 공격을 쳐 내지 않았던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라!>
할파스가 크게 날갯짓하자 강력한 바람이 생성되어 두 사람에게 쏘아졌다.
카가가각!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공격이었는데도 두 사람은 마치 눈에 보이기라도 하는 듯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해 냈다. 바람은 두 사람이 이미 사라진 땅을 헤집어 놓았다.
<쥐새끼처럼 재빠르구나. 하지만 이 공격도 피할 수 있을까?>
티나와 아리스가 바람을 피하는 동안 할파스가 다음 공격 준비를 마쳤다. 어느새 허공에는 무수한 깃털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수백을 넘어 수천, 아니 어쩌면 만에 이를지도 모를 만큼 압도적인 숫자의 깃털.
그 깃털이 전부 순식간에 날붙이로 변화했다.
<죽어라! 만검우(萬劍雨)!>
검의 비가 두 사람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아무리 빠른 몸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 모든 검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피하는 것 대신 자신의 무기를 강하게 쥐었다.
“하압!”
“핫!”
채채채채챙!
검과 창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만의 검이 두 사람을 꿰뚫기 위해서 쉴 새 없이 날아들었으나 어느 것 하나 그녀들의 몸에 닿지 못했다.
검을 받아 내는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마치 막이 형성되고 있는 착시가 느껴질 정도였다.
-……대단한데. 라세에 검막(劍膜)이라는 방어 스킬도 있긴 하지만 저건 그것보다 더 튼튼해 보여.
“스킬이요? 저건 스킬이 아닌데?”
-그러니까 더 어이가 없는 거지. 스킬도 아닌 순수한 기교로 스킬과 같은 효과, 아니 더 뛰어난 방어막을 구축했으니까 말이야. 전성기 마도왕 인형들은 진짜 개사기였구나.
“하…… 진짜 좋다. 이게 버스지.”
약 1년 전쯤, 카르페가 라세를 막 시작했을 무렵.
카르페는 처음 티나를 얻고 나서 이런 식으로 한탄을 한 적이 있었다.
‘아! 왜 하필이면 레벨이 초기화된 상태인 거야? 권속 버스 좀 타 보나 했더니…….’
양심이 터져도 이렇게 터질 수가 없는 발언!
하지만 양심이 터진 것과 별개로 궁금할 수밖에 없긴 했다.
과연 마도왕의 인형들이 레벨 초기화 없이 전성기 상태로 영입됐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위용을 보여 줬을 것인가?
그 해답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채채채챙!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이윽고 검의 비가 완전히 그치고 말았다. 만 자루의 검 중, 단 한 자루도 그녀들의 옷깃을 스치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자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만검우가 막히자 할파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격한 분노를 토해 내며 다음 기술을 발동했다.
<이익! 감히 이 미물들이! 이것으로 끝났다 생각지 마라! 만검의 둥…….>
“어림없다! 성역 선포!”
할파스가 만검의 둥지를 발동하기에 앞서, 티나가 용사의 스킬 성역 선포를 발동했다.
하늘 위 먹구름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황금빛 기운으로 만들어진 깃발이 내려와 바닥에 꽂힌다.
파앗!
[용사 클래스 전용 9성 스킬 ‘성역 선포’가 발동됩니다. 루할의 이름 아래 해당 지역을 성역으로 선포합니다!] [지금부터 1시간 동안, 해당 지역의 모든 마기가 제거됩니다. 또한 악마족 몬스터의 스테이터스가 20% 감소합니다.].
.
.
[성검 또는 성창을 장착하고 있을 경우, 용사는 HP를 초과하는 공격을 허용했을 때 딱 한 번, HP가 1만 남은 상태로 살아남습니다. 이 효과는 성역을 벗어나면 발동되지 않습니다.]카르페도 한 번 써먹어 본 바 있던 성역 선포가 발동되자 대지가 빛으로 환하게 물들었다.
<크윽! 이 불쾌한 것이 감히…… 읏?!>
할파스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성역 선포 발동한 순간, 티나와 아리스가 똑같은 타이밍으로 할파스의 양 옆을 파고들었다. 단 0.1초도 어긋나지 않는 완벽한 호흡이었다.
휘잉! 휭!
할파스의 옆구리를 노리고 검과 창이 동시에 찔러 들어온다. 거기에 더해 아리스의 버프 스킬이 발동했다.
“홀리 어벤져!”
[무기에 성스러운 복수의 기운이 서립니다.] [대상자 반경 20m 이내에서 악마에게 ‘사망한 생명 수 x 10%’ 만큼의 물리 방어 관통 효과가 적용됩니다.] [물리 방어 관통 870% 효과가 부여됩니다.]조건만 맞아 준다면, 9성 스킬보다도 높은 효과를 자랑하는 8성 버프 스킬이었다.
<그런 공격에 당할 성싶으냐! 검익(劍翼)!>
할파스의 양 날개가 거대한 대검의 형태로 변했다.
그 어떤 금속보다도 뛰어난 강도를 자랑하는 검 날개다. 할파스는 공격을 쳐 내기 위해 검으로 변한 양 날개를 휘둘렀으나.
“디크리피파이(Decrepify)!”
이번에는 아리스가 디버프 스킬을 발동했다.
[대상이 노화에 들어갑니다. 이동, 공격 속도가 감소하며 장비의 내구도가 감소합니다.]<뭣이? 크하아악!!>
카앙! 카가각!
티나의 검과 아리스의 창이 검익을 부수고 할파스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마지막 순간, 몸을 비틀어서 치명상을 피했지만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격이었다. 할파스로서는 몇백 년 만에 입는 부상이었다.
<감히! 감히! 감히! 이 미물들이 본 공작의 육체를 훼손하였느냐!>
할파스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크게 부풀렸다.
동시에 신체의 깃털이 촘촘한 단검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찢겨 나가라! 검폭(劍爆)!>
마치 수류탄이라도 폭발하는 것처럼, 단검들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카가가강!
“읏?!”
“티나 님! 위험해요!”
지근거리에서 터지는 검의 폭발은 아무리 두 사람이라 해도 모두 막아 낼 수 없었다.
최대한 무기를 휘둘러 쳐 냈지만 몇몇은 스치고 말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단검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 중에 급소라고 부를 만한 곳은 없었고, 허벅지나 어깨 쪽에 조금의 출혈이 생겼을 뿐이었다.
“심각한 중상이에요! 생츄어리!”
하지만 그 마저도 아리스테나의 스킬로 깔끔하게 나아 버리고 말았다.
이미 처음 한 번으로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츄어리가 연속 세 번 더 터지긴 했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후욱. 후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이냐!>
두 사람으로부터 떨어진 할파스가 황급히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설마 인형 따위에게 이런 꼴을 당할 줄이야. 수치심으로 머리가 타 버릴 것만 같았다.
<……신체의 반응이 늦다.>
사실, 티나와 아리스가 강하긴 해도 할파스가 이렇게까지 손쉽게 밀릴 만큼 수준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 할파스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스킬을 발동할 때마다 미묘하게 마력 흐름이 어긋나는 탓에 반 박자씩 늦어졌고 그 결과 너무나 쉽게 밀리고 만 것이다.
<어째서? 소환식의 문제인가? 설마…… 마르바스 놈의? 크윽! 감히 그 음흉한 놈이 배신을……!>
자신의 소환 매개체가 되었던 상급 악마.
마르바스가 준비해 놓은 장기 말에 무언가 수작이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분노를 토해 내도 의미가 없었다.
일단은 당장의 전투가 먼저다. 다행히 저 용사들에게 비행 능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 허공에서 잠시 방책을 찾으면…….
<……응?>
할파스는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서 두 인형이 이상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창을 든 용사가 투창 자세로 성창을 쥐고 있었고.
창 위에 검을 든 용사가 서 있었다.
“티나 님. 그럼 가겠습니다.”
“부탁하겠습니다. 아리스.”
“하아아앗!”
피잉!
놀랍게도 아리스는 티나를 창 위에 올려서 그대로 할파스를 향해 투척해 버렸다.
<이런, 정신 나간 것들이!>
그리고 그 창이 할파스의 지척에 이르렀을 때.
“하압!”
티나는 창 위에서 한 번 더 도약하여 할파스를 향해 가속했다. 명백히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묘기에 좌중들은 그저 입을 벌렸다.
<뭣?!>
“받아라! 악마여! 홀리 스트라이크!”
티나의 성검이 성화(聖火)를 두른 채로 맹렬하게 타올랐고.
<크아아아아악!>
곧이어 할파스의 한쪽 날개를 완전히 찢어 버렸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