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5화(35/581)
그날 밤.
라세 최대 커뮤니티 라세 입벤에서는 때아닌 버그 논란으로 열띤 토론을 벌어졌다.
자유 게시판의 글이 초 단위로 갱신되는 중이었다.
-모두 다 아시겠지만 라세에 버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슈퍼 루키가 등장했다고밖에…….
└ 응, 아니야. 버그 맞아.
└ 상식적으로 생각 좀 하셈. 님은 저 시간이 말이 된다고 생각함? 버그 맞음.
└ 슈퍼 루키 ㅇㅈㄹ ㅋㅋㅋ. 야구 하냐?
└└ 뭐, 지랄? 당신 나 언제 봤다고 욕질이야?
└└└ 저기, 아재요. 아재는 진짜 9초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저씨 초보 존에서 헬 비스트랑 안 붙어봤죠?
논란의 주제는 다름 아닌, 시작 도시 ‘레이씬’의 보스 몬스터 헬 비스트.
새롭게 갱신된 헬 비스트의 개인 기록에 관한 논란이었다.
9초.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숫자 때문에 게시판이 불타고 있었다.
-다른 쪽 초보자 마을은 안 그런데, 유독 레이씬 헬 비스트만 버그가 터지네. 그 전에 1위 기록도 버그였잖아.
└ 맞음. 1분대였음. 그것도 버그긴 했지.
└ 오픈하고 지금까지 점검 같은 거 한 번도 안 했는데 버그 터질 때도 됐지. 이 정도 자잘한 버그는 이해한다.
└└ 버그 아닌 거 같은데 지금까지 버그 없었잖아.
└└└ 아 이 미친 겜돌이놈들 진짜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ㅅㅂ 그 없던 버그가 이제 터진 거라고!! 말 좀 처 알아먹어라!
게시판이 순간적으로 불타올랐지만, 여론은 순식간에 ‘버그다’라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납득하려고 해도 9초라는 숫자는 그걸 불가능케 했으니까.
-아무튼 이 기회에 버그 수정도 하고 점검도 좀 하자. 난 아직도 이만한 게임이 점검 없이 돌아가는 게 신기해.
└ ㅇㅈ. 언제 터질지 몰라서 불안하다.
-떡밥 다 녹았으니 라붕이들은 이제 제 삶을 살아 주십시오.
하지만 헬 비스트 버그 떡밥이 식으려던 그 찰나, 새로운 장작이 추가되었다.
-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 세 번 돌려보고 오는 길인데 저거 버그 아닌 거 같다.
└ 아오 겨우 떡밥 식나 했더니 또 불 지피네. ㅂㅅ아 버그라고 결론 났어.
└└ 키보드 두드리는 시간도 아깝다. 걍 니가 직접 보고 판단해. (링크)
└└└ 응, 낚시 링크 안 속아~
라세 입벤은 국내 인터넷 모든 커뮤니티를 통틀어 가장 많은 유저 수를 자랑한다.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별의별 인간이 다 있기 마련이었고, 낚시 링크 같은 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올라올 수밖에 없다.
‘레전더리 득템 영상!’이라는 제목에 링크 타고 들어가 봤더니 인자한 아저씨가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사진도 이진 너무 식상해서 댓글조차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눌러보는 인간이 존재하기 마련.
-어? 이거 링크 영상인데? 채널명이 천마 TV?
-천마 TV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데.
└ 어제 게릴라 퀘스트 걔잖아.
-방금 링크 확인했는데 진짜임. 새 영상 업로드됨.
-천마 TV 신작 떴다!!!
어제 하루 만에 베스트 영상을 기록한 채널의 새 영상이 뜨자, 버그고 나발이고 모두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번 영상은 뭐냐? 게릴라 퀘스트 정확한 정보 푸는 거겠지?
└ 그랬으면 좋겠다. 나 이틀 전에 게임 시작했는데 게릴라 NPC 찾는다고 오늘 하루 다 날림 ㅠㅠ
입벤 유저들은 허겁지겁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천마 TV 채널에 새롭게 올라온 영상은 약 1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영상이 불러온 반응은 너무나 거대했다.
-?
-???
이번에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상이었다.
헬 비스트 던전에 입성하고 잠시 시간이 지난 후, 마법진에서 헬 비스트가 등장했다.
준비 페이즈가 끝남과 동시에 돌진하는 헬 비스트! 그러나 영상의 주인공은 예상했다는 듯이 돌진을 피했다.
그리고 이번엔 플레이어가 품으로 파고들었고.
푹.
[크워어어어어!]쿠우웅.
그걸로 끝이었다.
영상의 주인공이 검으로 푹 찌르자, 헬 비스트가 거짓말 같이 쓰러져 버렸다.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결과에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봤지만, 입벤 유저들의 머리 위에 ‘?’만 늘어날 뿐이었다.
-머임? 머가 일어난 거임?
└ 잘 모르겠음……. 몬가…… 몬가 일어났음.
-야, 내가 라세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서 그런데 이 영상 누가 분석 좀 해 줄 사람 없냐?
└ 아니, 분석이고 나발이고…… 푹, 찍! 이게 끝인데 뭘 분석해?
게시판이 터져 나갔고, 많은 유저들이 현실을 부정했다.
-아, 핵이네. 핵 말고는 말이 안 됨.
└ 핵 같은 소리 하네. 중딩이냐? 풀 다이브 시스템은 핵 완전 면역인 거 상식 중에 상식이구만.
└└ 핵이나 버그 같은 거였으면 미쳤다고 영상 올리냐? 혼자 꿀 빨겠지. 영정 때려 달라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방금 시간 정확하게 재봤는데 헬 비스트 달려들고 나서 썰리기까지 딱 9초다.
-허미 쉬펄……. 아까 버그 아니라고 이 악물던 아재가 맞았네.
└ ㅋㅋㅋㅋㅋㅋㅋ 그 게시글 가 보니까 이미 대부분 댓삭튀함. 존웃 ㅋㅋㅋ
└└ 그 댓글 당사잔데 버그 맞음. 방금 신고 넣고 옴.
└└└ 라붕아 추하다…….
영상이 업로드되고 약 30분쯤 지나자, 영상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헬 비스트 원펀맨 완벽 분석」
일단 들고 있는 검이 최소 히어로 등급은 되어 보인다. 거기다 들고 있는 검날 자세히 보면 살짝 금빛으로 물든 거 보이지?
3성 스킬 스트라이킹이다.
거기다 푸르스름한 느낌도 드는 것이, 아마 수 속성이나 빙 속성도 부여되어 있는 거로 보임.
알다시피 헬 비스트는 화 속성이니까 딜 잘 박혔겠지.
그리고 목구멍 쑤실 때 브레스 역류해서 헬 비스트 내부 다 녹아서 원 킬 뜸. 이게 영상의 진실이다.]
└ 입라세 미쳤죠?
└ ㅅㅂ ㅋㅋㅋ 초보자 도시에서 히어로 등급 검 ㅋㅋㅋ. 거기다 스트라이킹에 속성 부여? 지랄한다. 왜, 히든 펫도 하나 들고 있다고 하지?
그러나 그 어떤 분석 글이 올라오더라도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명쾌한 해답 없이 답답함만 늘어났다.
그러나 딱 하나 분명한 것은 있었다.
-근데 이런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
-헬 비스트 잡은 거 보니까 이제 루아나로 넘어갔을 텐데……. 곧 길드 들어가겠네?
-어느 길드 들어갈진 몰라도, 10대 길드 무게추 깨지겠네. 저 정도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모셔와야지.
-같이 파티플 한번 해 보고 싶다…….
바로 전례 없는 괴물이 등장했다는 것.
수많은 사람들이 천마 TV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 * *
“으그그그.”
아침 일찍 눈을 뜬 정훈은 간단히 세면을 마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근처 국밥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칼같이 라세에 접속!
-왔냐?
“네, 왔습니다. 밤새 무슨 일 없…… 있었나 보네요.”
천마의 표정은 누가 보더라도 ‘아, 이 사람 지금 입이 근질거려서 미치기 직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상기되어 있었다.
-그래, 진짜 상상도 못 할 일이 있었지. 일단 자리부터 좀 옮기자고.
“그래야겠네요, 사람이 많이 늘었네.”
어제 카르페는 던전에서 나온 직후 도시로 돌아가지 않고 즉시 접속을 종료했었다. 즉, 아직 던전 근처였다.
“탱, 딜 대기 중입니다. 사제님 오시면 바로 갑니다!”
“아, 도적이요? 도적은 좀……. 이 던전이 딱히 트랩이 있는 던전은 아니라서…….”
“20렙 프리스트분 모십니다. 템 안 봐요!”
“강화 스켈레톤 잡고 먹은 방패 팝니다! 옵션 끝내줍니다!”
루아나의 구덩이 근처는 던전 구인과 상인들로 시장바닥을 방불케 했다.
“그러고 보니,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일반 던전으로 전환된다고 했었죠.”
카르페가 구덩이 끝에서 발을 슬쩍 담그자 ‘레어 등급 던전 루아나의 구덩이에 입장하시겠습니까?’라는 알람이 등장했다.
“신기하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새로운 던전이 생겨났고, 그 던전 주위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하는 게,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이쯤이면 되겠군.
구덩이를 벗어나자 유저의 수가 확 줄어들었다.
천마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어제 있었던 일을 카르페에게 말했다.
-……그렇게 된 거다.
“개 뜬금없네. 갑자기 룸이요?”
-그래. 룸.
“아니, 그런 건 경영 건설 시뮬레이션이나 육성 시뮬레이션에 있는 기능 아닌가?”
-황당하지? 갑자기 매니저로 임명된 난 얼마나 황당하겠냐?
“황당하긴 한데…… 그래도 좋은 거잖아요.”
‘룸’이라는 권속들을 위한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관리하는 배후령.
천마조차 들어 본 적 없는 황당한 일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중요한 건 그 황당한 일이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뭐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요?”
-장담컨대 기겁할걸? 내가 말해 주는 것보단 직접 확인하는 게 낫겠지. 아마 네 상태창에도 변화가 생겼을 거다.
“그래요? 상태창!”
명령어와 함께 떠오른 상태창을 주르륵 살펴보자, 과연 천마의 말대로 상태창 가장 아랫부분에 ‘Room(New!)’이라는 항목이 새로 신설되어 있었다.
터치터치.
그 순간, 수많은 알림창이 카르페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동시에 이 ‘Room’ 기능이 왜 생겨났는지 역시 알 수 있었다.
[최소한의 권속 수를 충족하셨습니다.] [‘룸(Room)’을 개방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룸 공간은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개방되는 숨겨진 기능입니다.-권속의 수 3개체 이상(달성 완료)
-8성 이상의 제작류 스킬 보유(달성 완료)
-8성 이상의 탐색류 스킬 보유(달성 완료)
-배후령과의 우호도 최대치(달성 완료)
“와, 이게 뭐야?”
숨겨진 조건 같은 게 있었구나.
대충 훑어봐도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진짜 이놈의 게임은 파도 파도 끝이 없네.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형도 달성 못 했던 건 좀 의외네요.”
-각각 조건이라면 다 달성해 봤지. 한 번에 4가지를 전부 달성한 적은 없고.
생각해 보니 두 번째 회귀했을 때 3개까지는 달성했던 것 같다고 천마는 안타까워했다.
띠링.
[하루에 한 번, 플레이어는 룸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동하시겠습니까?]“어? 저도 룸으로 이동할 수 있는 모양인데요?”
-그렇다면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낫겠군. 그편이 더 감동적일 테니.
“형답지 않게 약을 많이 치시네요. 이러다 제가 심드렁하면 상당히 무안하실 텐데.”
-흥. 까무러칠 준비나 해라.
“그럼 갑니다.”
이동을 승낙하는 순간 ‘팟!’ 하는 효과음과 함께, 카르페의 몸이 순식간에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우와.”
‘룸’이라는 이름과 달리, 카르페가 이동한 곳은 실내가 아닌 실외였다.
-어때, 멋지지?
“확실히. 이건 자랑할 만하네요.”
만화에서나 볼 법한 서양풍의 거대한 저택이 눈앞에 있었다.
카르페가 도착한 곳은 그 저택의 정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아니, 정원은 아닌가?”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수풀이나 초목 같은 게 너무 없었다. 그냥 황무지, 흙밭에 가까웠다.
“뀨!”
“오셨습니까, 주군.”
“……저기, 너희 거기서 뭐 하니?”
“보시는 대로입니다만?”
그리고 그 흙밭에서, 나머지 두 권속이 카르페를 반겨 주었다.
다만, 카르페의 상상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잠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티스타니아는 무거운 갑옷을 벗어 놓은 가벼운 차림에 밀짚모자, 그리고 커다란 쟁기를 짊어지고 있었다.
“농사짓고 있습니다.”
“뀨!”
“……농사?”
“그렇습니다. 보시죠.”
푹!
티나가 쟁기로 땅을 깊게 파자, 옆에 있던 묵향이 볼 주머니에서 도토리 하나를 꺼내 심었다.
그리고 작은 손으로 흙을 토닥토닥 덮은 후 ‘스펠 오브 에잇’의 물 속성을 이용해 흙을 촉촉이 적시는 게 아닌가.
“…….”
“향이 도토리나무를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권속 간의 친목을 다지는 건 중요한 일이니까요.”
“뀨! 뀨!”
“네, 향. 저도 즐겁습니다.”
“……그래.”
고대 제국의 황제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호문쿨루스와 에픽 펫이 힘을 합쳐서 한다는 게 도토리 농사라…….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본인들이 좋다면야 괜찮겠죠.”
여기서 ‘도토리는 밭이 아니라 숲에 심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은 잠시 접어 두도록 하자.
-크크. 너무 실망하지 마라. 지금이야 도토리뿐이지만, 룸이 성장하다 보면 세계수의 과실 같은 초희귀 템도 재배할 수 있을 테니까.
“향.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농사도 좋지만 참된 기사라면 무릇 주군의 에스코트에 힘써야 하는 법입니다.”
“뀨뀨!”
묵향은 카르페에게 쪼르르 달려와 그의 어깨로 올라갔다. 티나가 그 광경을 보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럼 지금부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대저택 투어.
저택 안은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더 넓었다.
-매니저가 됐다는 알림과 함께 문이 열리는 걸 보고 기겁을 했지.
문이 열리자 쪼르르 나가 버린 묵향을 잡으러 나갔다가 어찌나 놀랐던지.
문밖은 말 그대로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다른 유저들이 여길 보면 거품을 물 거다.
실제로, 천마는 어이가 없어서 거품을 물었다.
이 별세계는 정말 각양각색의 시설들이 산재해 있었다.
-아직은 이용 못 하는 곳도 있지만, 차차 가능해지겠지.
권속들의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훈련소’와 ‘연구소’.
각종 마법 소재와 기초 재료를 얻을 수 있는 ‘텃밭’과 ‘과수원’.
금속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광산’ 등등!
“그리고, 이곳이야말로 주군께서 가장 흥미로워하실 곳이라 생각합니다.”
티나가 그렇게 말하며 한 곳의 문을 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