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6화(36/581)
“와.”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감탄을 또다시 뱉고 말았다.
그만큼 이번 방은 인상적이었으니까.
한쪽에는 각종 실험 장비와 시약들, 그리고 다른 쪽에는 망치와 모루를 비롯한 주조 장비들이 좌악 늘어서 있었다.
방의 정체는 연금술과 대장장이 일을 전부 할 수 있는 거대한 ‘공방(工房)’이었다.
“끝내주네. 진짜로.”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어떠신지요? 이왕 방문하신 김에 무언가 만들어 보시는 건.”
“흐음…… 만든다라.”
“마도왕의 의지를 이으신 주군이라면 필시 제작에도 조예가 있으실 겁니다.”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티나의 말대로, 8성 스킬 마도공학에는 ‘제작’ 기능도 포함되어 있었다.
“좋아. 그럼 한번 해 볼까.”
카르페가 망치를 집어 들었다.
“확실히 라세에는 생산 계열 직업도 있었던가.”
-그래, 블랙스미스나 알케미스트 계열이 대표적이지.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직업도 많고.
보통 다른 MMORPG들은 그런 생산 계열 직업을 ‘보조 직업’으로 한데 묶는 것에 반해, 라세는 검사나 마법사처럼 하나의 직업으로 취급되었다.
-라세에선 생산직 외엔 다른 직업들은 물건을 제작할 수가 없어.
“응? 경매장에 생산 스킬 카드 올라온 거 사서 익히면 되잖아요?”
-생산 스킬은 애초에 일반 스킬팩에서 뜨질 않아. 생산직 전용 스킬팩에서만 뜬다.
그마저도 전부 거래 불가였기에, 실질적으로 경매장에 매물이 존재할 수가 없었다.
“그럼 마도공학 스킬이 있는 마도군주는 생산직으로 분류된다는 뜻이네요?”
-그래, 마법사이자 인형술사이자 연금술사, 대장장이…… 미친 짬뽕 먼치킨 직업이지. 말이 되냐 이게?
“크으. 신화가 그 정도는 돼야지. 암.”
-아무튼, 나름대로 메리트가 있는 직업군이다.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직접 제작한 아이템은 보통 동 레벨의 몬스터 드랍 아이템보다 성능이 더 좋아서 조금만 유명해져도 거대 길드에서 모셔가지.
길드원들의 장비를 책임지는 대가로 막대한 지원을 보장받는다.
10대 길드의 수석 블랙스미스쯤 되면 연봉이 웬만한 대기업 임원들을 후려치고도 남는다.
“오. 그럼 인기 많겠네.”
-아니, 인기 없어. 그것도 더럽게 없어. 생산 직업을 가지는 사람은 라세 유저 중에 극소수야.
“어째서? 대접이 그렇게 좋은데?”
-이유야 복합적이다만…… 가장 큰 이유가 두 가지 정도 있지. 일단 약해.
라세는 기본적으로 1레벨당 1의 스킬 포인트가 주어진다.
카르페 같은 변종이 아니고서야 레벨 업 외에 포인트를 얻을 방법이 전무하다 보니, 대부분의 유저는 스킬 포인트에 허덕이는 실정이었다.
-제작 스킬에 포인트를 다 투자해도 모자를 판에, 전투 스킬까지 챙길 여유가 있을 리가 없지. 생산직은 자연히 약할 수밖에 없어.
물론 예외는 있다.
‘태양 빛을 조각하는 잡초조각사’라든가.
‘모든 장비의 착용 제한을 무시할 수 있는 욕심 많은 대장장이’ 같은.
전투, 생산 양면으로 다 만능인 직업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 중의 예외로 히든 클래스인 경우였다.
-사람들 대부분은 손에서 불을 뿜고 검기로 몬스터를 잡고 싶어 하지, 공방에 처박혀 쇠를 두드리고 싶어 하진 않아. 둘 다 할 수 있으면 모를까,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당연히 사냥이지.
“흠. 일리가 있네요. 그럼 두 번째 이유는?”
-제작 자체의 난이도가 더럽게 어렵다는 거지.
“난이도?”
의외의 대답에 카르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이도랄 게 있어요? 그냥 재료 준비해서 제작 버튼 누르면 그걸로 짠! 하고 생산되는 거 아닌가?”
적어도 도토리를 합성할 때는 분명 그랬었다.
-흐. 라세가 그렇게 친절한 게임이었다면 생산직 유저 수가 10배는 더 늘었겠지. 안타깝게도 ‘제작’은 유저가 직접 조작을 해야 한다.
“직접? 설마 철광석 캔 다음에 풀무질로 고온 유지하면서 철광석 녹이고, 불순물 걸러내고, 틀 떠서 주조까지 하는 뭐 그런 거예요?”
카르페가 눈을 반짝였다.
분명히 그렇게 제작을 하는 게임 판타지 소설을 본 것도 같았다. 진짜 재밌었는데!
-……새캬. 오버 좀 하지 마라. 그게 무슨 게임이야! 그냥 노동이지!
“아니, 라세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게임이니까…….”
-추구도 적당히 해야지. 두 번만 추구하면 유저들 죄다 겜 접겠다, 인마!
확실히 라스트 세이비어는 불친절한 게임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고, 유저가 스스로 게임에 뛰어들고 부딪히며 깨달아 나가야 하는 그런 게임이다.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는 그러한 의미 역시 담고 있었던 것.
그러나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상, 마냥 불친절할 수는 없는 법이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고 해서 현실의 어려움을 그대로 재현해서는 안 되지. 게임이니까.
몬스터의 가죽을 얻기 위해서 몬스터 사체를 단검으로 해체하고, 피를 빼고, 무두질까지 하는 데 몇십 시간이 걸린다면 그 게임을 누가 하겠는가.
물론, 너무 편의적인 것도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지만, 적어도 게임이라면 최소한의 편의성은 갖춰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라세는 그 부분에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켰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시바 리얼리티고 나발이고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현실에서 활을 쏴 본 적 없는 사람도 궁수 직업을 할 수 있지.
궁술이란 건 아주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행위지만, 라세에서는 초심자가 목표를 향해 겨눈 뒤 쏘기만 해도 얼추 명중한다.
‘손재주’ 스텟이나 ‘스킬’ 같은 시스템 보정이 그걸 가능케 했다.
-제작도 마찬가지다. 철광석을 녹인다느니, 불순물을 제거한다느니, 그런 건 필요 없어.
“그럼 왜 난이도가 어렵다는 거예요?”
-직접 경험해 봐. 옆에 철괴 보이지?
“이거요?”
천마가 가리킨 곳에는 정확히 30개의 철괴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카르페가 그중 하나를 집어 들자 눈앞에 정보창이 등장했다.
띠링.
[하급 철괴] [룸의 시설 ‘공방’이 개방된 보상으로 주어진 기본 철괴입니다. 순도가 높지 않아 고급 장비 제작에는 부적합합니다.] [공방의 레벨이 오를수록 고급 재료가 보상으로 지급됩니다.]“어? 개방 보상?”
-그래. 공방뿐만 아니라 룸에 존재하는 다른 설비들이 개방됐을 때도 보상이 들어왔지.
“주군. 참고로 밭, 과수원의 개방 보상은 도토리 100알이었습니다.”
“뀨!뀨!”
“아, 그래…….”
도토리를 어디서 가져와서 심고 있나 했더니, 개방 보상이었구나.
카르페는 묵향의 턱을 한 번 간질여 준 다음 철괴를 모루 위로 올렸다.
[스킬 ‘마도공학’이 발동합니다.] [‘제작’ 모드로 들어갑니다. 소재 ‘하급 철괴’로 제작 가능한 물품을 검색 중입니다.] [현재 등록된 도안이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제작 물품만 출력됩니다.]“도안?”
-상상으로 아이템을 만들 순 없잖아. 대부분 제작 스킬은 도안을 얻어서 스킬에 등록하면, 도안의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
“아하.”
예를 들면 ‘마도 병기 – 에니그마’의 도안을 구해서 등록을 마쳐야, 비로소 에니그마를 제작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도안은 어디서 구하는데요?”
-대장간에서 팔아. 그 밖에도 몹이 떨구기도 하고, 퀘스트로 얻을 수도 있고.
“당연히 파는 것보다 몹 드랍이나 퀘스트 보상이 더 좋은 거겠네요.”
-그렇지. 역시 게임물 좀 먹은 놈은 이야기가 빠르다니까.
[검색 완료. 제작 가능한 물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판금 헬름
– 판금 흉갑
– 판금 건틀릿
– 판금 각반
– 판금 샤바톤
“이야, 진짜 말 그대로 기본이네.”
어쩜 이렇게 RPG스러울까.
머리, 상체, 하체, 팔, 발이라는 RPG 국민 5부위가 등장했다.
이 5부위 외에도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곳은 여럿 있었지만, 천마가 말한 대로 도안이 없는 탓인지 제작 가능 목록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뭘 만들까.”
일단 흉갑은 패스였다.
지금 장비하고 있는 ‘민첩한 설치의 갑옷’이 있었으니까.
건틀릿도 패스.
무려 레전더리 장갑을 끼고 있지 않은가.
“흐음. 뚜껑 아니면 하체인데…….”
-대충 골라. 정 고민되면 다 만들면 되지, 이걸 왜 고민해? 철괴 많잖아?
“아, 진짜. 명색이 첫 제작이잖아요. 자고로 이런 게 두근거리는 법인데! 사람이 왜 이렇게 낭만이 없어요?”
-낭만은 개뿔…….
“잠시만. 1분만.”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도 10분을 넘게 고민하는 인간이 카르페였지만, 이번에는 금세 결정할 수 있었다.
“샤바톤으로 간다.”
강철 신발을 신으면 발차기할 때 데미지가 조금 더 들어가지 않을까 해서…….
-안 들어가는 거 알지? 맨발이랑 데미지 똑같다.
“……기분이라도 내는 거죠.”
[판금 샤바톤을 선택하셨습니다.] [5초 뒤 제작이 시작됩니다. 준비하세요.] [5…… 4…… 3…….]“응? 준비? 뭘?”
카르페가 당황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2…… 1. 제작 시작!]카운트다운이 끝나는 그 순간, 철괴 위에 빨간색 점이 생성되었다. 크기로 따지면 500원 동전보다 조금 더 큰 붉은색 점이었다.
“여길 때리라는 건가?”
쉬운데? 이게 어딜 봐서 어렵다는 거지?
카르페가 그런 생각을 품으며 망치를 치켜든 그 순간.
“어?”
빨간 점을 중심으로 하는 커다란 고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고리는 순식간에 크기를 줄여나갔다. 마치, 빨간 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양새였다.
“어, 어?”
당황한 카르페가 빨간 점을 망치로 때렸고.
땅!
[Bad!]‘나쁨!’이란 단어와 함께 철괴가 파사삭 망가져 버렸다.
카르페가 멍한 눈으로 망가진 철괴를 집어 들었다.
[망가진 하급 철괴] [어설픈 대장장이가 제작을 시도했다 망가진 철괴입니다. 녹여서 쓰는 인건비가 아깝습니다. 고물상에 넘겨도 받아줄는지…….]“아니, 이거…….”
-어때? 한번 해 보니까 알겠지? 더 설명이 필요해?
“이거 리듬 게임이잖아요.”
-바로 맞췄네.
좁혀져 오는 고리와 붉은 점이 딱 일치하는 타이밍을 노려서 망치질!
그렇다.
라세의 이름난 대장장이들은 하나같이 리듬 게임의 고수들이었다.
“허.”
-신선하지? 내가 이걸 처음 봤을 때 무릎을 탁 쳤다.
“신선하다기보다는 황당한데…….”
뭐, 라세가 그렇게 만들었다니 적응하고 받아들이면 될 일.
아무튼 어떤 원리인지 알았으니, 지금부터는 아까와 같은 허무한 실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너 리듬 게임도 잘하냐?
“잘 모르겠습니다. 거의 해 본 적 없어서요.”
대부분의 게임을 찍어 먹어 보는 카르페였지만, 유독 리듬 게임만은 건들지 않았다.
때리고 부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애초에 장르 자체가 너무 맞지 않았으니까.
-뭐, 잘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반사 신경이 중요한 거니까. 너 반응 속도 좋잖아.
“그렇겠죠?”
그래, 맞아.
방금은 너무 당황해서 놓쳤던 것일 뿐. 제대로 집중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
[하급 철괴가 세팅되었습니다.] [판금 샤바톤 제작을 시작합니다.]그리고 카운트다운이 종료되고 다시 한번 철괴 위로 빨간 점이 생성되었다.
꿀꺽.
카르페는 좁혀져 오는 빨간 고리를 노려보았고.
“지금!”
땅!
[Excellent!]“이거지!”
짜릿한 손맛!
철을 때리면서 울리는 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야, 야 집중!
“앗.”
기습적으로 나타난 다음 점에 깜짝 놀란 카르페가 허겁지겁 점을 때렸다.
[Great!]다행히 타이밍이 많이 어긋나지는 않았는지 이번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세 번째, 기존 점보다 살짝 연한 색의 점을 때릴 때 이변이 일어났다.
“지금!”
-야, 잠깐…….
깡!
[Bad!]파사삭.
망가진 철괴 2 스택 적립.
“어째서?!”
-연한 색이었잖아. 살살 쳤어야지.
“그런 게 어딨어!”
-라세한테 따지든가. 진정하고 좀 더 해 보자.
“후우우.”
그렇게 이어진 3차 시도.
[Bad!]“와, 방금 봤어요? 점이 붙어서 나왔어요. 사기 아냐?”
-따당 쳤어야지. 따당.
4차 시도.
[Bad!]“반점? 반점은 또 뭔데?”
-망치를 좀 기울여서 쳐야…….
.
.
.
17차 시도.
-이건 좀 많이 의외인걸.
천마가 카르페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채 중얼거렸다.
카르페가 집중 안 되니까 멀리 떨어져 있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저놈. 의외로 리듬 게임에 약했구만. 이런 데서 쓸데없이 인간미가 보이네.
“그렇습니까? 제 눈에는 정상으로 보입니다만. 처음 해 보는 행위를 잘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놈은 대부분 처음부터 잘했거든.
“뀨! 뀨우!”
“그렇군요. 역시 주군은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점점 요령을 잡아가는 게 눈에 보였다.
13차 시도 때는 정말 한 끗 차로 마지막에서 실패했었다.
아마도 곧…….
깡!
[Excellent!]띠링.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매직 등급 ‘썩 훌륭한 판금 샤바톤’을 제작하셨습니다.] [최초로 장비 아이템을 제작하셨습니다.] [타이틀 ‘초보 블랙스미스’를 획득하셨습니다.]“크아아아아!!!”
감동한 카르페가 투명 드래곤처럼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