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81화(381/581)
슈욱.
서로의 무기 선택이 끝나고 전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전장 맵은 카이호 때와 달리 울창한 숲이었다.
“아, 뭐야. 궁수랑 근접캐랑 숲전?”
“개노잼전이네. 랜덤 맵 돌린 것 같은데 이게 하필 숲이 뜨나.”
“시간만 질질 끌다가 끝나겠네.”
게임 센터의 거대 모니터로 관전 중이던 구경꾼들 사이로 웅성거림이 퍼졌다.
숲 맵은 궁수에게 유리하면서도 불리하다.
궁수의 베스트 전투법은 최대한 타겟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그리고 숲 맵은 궁수의 위치를 숨길 수 있을 만한 엄폐물이 많은 장소였다.
하지만 엄폐물이 많다는 건 반대로 타겟의 모습 또한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령 타겟을 발견하더라도 화살의 궤도가 나뭇가지에 걸려서 제대로 된 스나이핑이 힘든 경우도 많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최대한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근거리 캐릭 입장에서도 어디에서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니 최대한 숨게 된다.
자연히 서로가 숨죽이며 위치를 탐색하는 장기전 양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재미가 없다. 제한 시간이 끝나기 직전까지 서로 숨어만 있으니까.
“숲 맵은 진짜 빼야 한다니까. 이걸 도대체 왜 넣은 거야?”
“아오. 하필 카이호를 잡은 고수가 이런 노잼전을…… 어?”
“엥? 저게 뭐야?”
구경꾼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소란이 퍼져 나갔다.
거대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노잼전이라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왜 안 숨지?”
“아니, 상대도 안 숨는데?”
로브의 권법가.
카르페는 숨기는커녕 그냥 큰 나무 옆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인 한조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커다란 나뭇가지 위에서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카르페를 향해 활을 겨누며 막 시위를 메기고 있었다.
“이게 무슨…….”
“엇! 시작한다!”
[전투 돌입까지 3. 2. 1. 전투 시작!]쐐애애액-!
카운트다운이 종료됨과 동시에 한 대의 화살이 공기를 찢으며 뻗어 나간다.
한조의 화살이 정확히 카르페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빠르다!”
“민첩이랑 손재주에 스텟 몰빵쳤나? 과감하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사출.
숲이라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야를 가리는 나뭇가지를 피해 정확하게 화살을 쏘아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감탄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착!
카르페가 자신에게 날아오던 화살을 그대로 잡아 버렸다.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서.
“???”
“아니, 미친…… 설마 지금 날아오는 화살을 잡은 거야? 맨손으로?”
“그게 가능한 거였어?!”
“거리가 꽤 멀긴 했지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저게 말이 되나.”
사람들은 첫 장면부터 얼이 빠졌다. 라세에서 궁수를 상대해 본 적 있는 유저라면 저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행위인지 잘 알았다.
단순히 피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걸 완벽한 타이밍으로 잡아낸다고?
반사 신경이 얼마나 좋아야 저런 게 가능한지 감도 안 잡혔다.
“와, 천마 TV에서 창마가 화살 쳐 내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뭐야? 그럼 저 사람이 천마보다 더 고수야?”
“세상에 괴물이 이렇게 많네.”
“어, 뛴다!”
화살을 잡아서 던져 버린 카르페가 한조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근접캐와 원거리캐의 싸움은 기본적으로 거리의 싸움이다.
거리를 좁히려는 자와 벌리려는 자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한조는 카르페가 화살을 무력화할 걸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냈다.
쐐액!
두 개의 화살이 거의 연속으로 붙어서 날아든다.
카르페는 그중 하나를 손으로 쳐 냈고 뒤이어서 날아오는 화살은 고개를 젖혀 피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카르페의 돌진 속도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았다.
“과연 대단하구려! 허나 이건 어떻소이까!”
한조가 두 대의 화살을 동시에 시위에 걸었다. 동시에 활과 화살에 푸른색 마나가 서리기 시작한다.
“쌍룡사!”
두 개의 화살이 서로 꽈리를 틀며 카르페를 향해 쏘아졌다.
지금까지의 평타보다 훨씬 빠르고 강맹한 공격이었다.
“흡!”
강력한 힘이 담긴 스킬.
이번 공격은 제아무리 카르페라도 쳐 낼 수 없었기에 크게 백덤블링을 시전했다.
콰앙!
카르페가 있던 자리에 화살이 꽂히며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다. 카르페가 다시 자세를 잡았을 때는 이미 한조가 뒤쪽 나무로 자리를 옮긴 뒤였다.
쉽사리 거리를 좁혀 주진 않겠다는 의미. 카르페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좋아. 계속 해 보자고.”
카르페가 창룡보를 사용해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나갔다.
쏘아지는 화살 비. 카르페는 그 모든 화살을 피하거나 쳐 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갔다.
콰앙!
화살이 폭발하며 돌이 튄다. 하지만 그 어떤 화살도 정타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전혀 반대되는 플레이에 사람들이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 *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카이호는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날아오는 화살을 맨손으로 잡는다?
회전하는 검을 그냥 보고 잡았다고 했을 때, 이게 무슨 농담이냐고 생각했는데 그게 진짜였던 것이다.
“라세에 숨은 고수들이 많다더니…… 아, 아차. 방송! 방송!”
멍하니 경기를 관람할 때가 아니다.
아직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었고, 자신은 채널의 주인으로서 현재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지금 30연승 콘텐츠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연히 찾아온 이 절호의 기회를 잘 살려야만 했다.
“자, 자. 여러분! 깜짝 놀라셨죠! 와. 역시 세상에는 숨은 고수가 많다니까요!”
-뭐임? 카이호가 초빙한 선생님 아니었음?
-순식간에 떡발리길래 당연히 은둔고수 센세인 줄.
“떡발린 거까진 아니구요…….”
-시작하고 30초 안에 끝났는데 그게 떡발린 게 아니면…….
-카이호야. 추하다.
“아,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제 채널 걸고 저얼대 초빙한 선생님 아니고요. 우연입니다!”
-ㄷㄷ? 그럼 인터뷰라도 따야 하는 거 아님?
-레전드 방송 가나요.
“당연히 가능하신지 물어는 볼 거구요! 일단, 지금은 게임 해설 위주로 진행할게요. 먼저, 권법가님은 따로 패링 스킬을 익힌 것 같지는 않고 순수 피지컬로만 회피를…….”
구경꾼들이 웅성거리거나 말거나 카르페는 지금 눈앞의 전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핑!
화살 한 대가 스쳐 지나가며 얕은 상처가 생겼다.
타이틀 버프가 없는 만큼 양쪽의 스테이터스는 동일했고, 거기에 서로의 거리가 좁혀지는 만큼, 화살을 완벽히 피해 내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후우.”
확실히 잘 쏜다.
회피 경로까지 예상하고 후속 화살을 쏘아내는 터라, 전진이 쉽지 않았다. 스친 상처에서 얕게 핏물이 배어 나왔다.
세 걸음을 전진하고 한 걸음 후퇴.
다시 열 걸음을 전진한 다음 세 걸음 후퇴.
쏟아지는 화살 비를 뚫으며 카르페는 기어코 지척까지 도달했다.
한조가 올라가 있는 거대한 나무까지 앞으로 스킬 한 번!
“잡았다!”
카르페가 창룡보를 밟으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원앙퇴(鴛鴦腿)!”
카르페가 받은 랜덤 스킬 중 5성 발차기 스킬인 원앙퇴.
콰직!
카르페의 다리가 나무에 꽂히며 거대한 나무의 밑동이 박살 나 버렸다.
밑동이 박살 난 나무는 우지직!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고.
“큭! 과연 투신이시오!”
나무 위쪽에 있던 한조가 디딜 곳을 잃어버리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런 한조를 향해 카르페의 주먹이 정확하게 뻗어 나갔다.
카앙!
“오?”
“이렇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외다!”
어느새 한조의 손에는 새까만 단검이 들려 있었다.
주 무기로 ‘활’을 선택했을 때만 고를 수 있는 보조 무기 ‘단검’이었다.
건틀릿과 단검이 부딪히면서 불꽃이 튄다. 근접과 원거리의 전투는 어느새 초근접전으로 변해 있었다.
“하압!”
카르페의 주먹이 한조의 안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한조가 고개를 황급히 옆으로 틀어 주먹을 흘렸다. 주먹이 관자놀이를 스치며 얕은 핏방울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흡!”
한조의 반격이 이어진다.
고개를 돌리는 원심력을 그대로 이용해 몸을 회전시키며 단검을 휘두른다. 단검이 목덜미에 도달하기 전에 카르페가 손등으로 단검을 쳐 냈다.
휘리리릭.
두 사람 모두 동시에 허리를 회전시키며 상대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퍼엉!
서로의 발차기가 허공에서 부딪히며 파공음이 튀었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격투씬에서 볼 법한 광경에 사람들은 말문을 잃었다.
스킬 없이도 이 정도의 싸움이 가능하다니!
발차기가 맞붙은 이후, 두 사람은 약간의 거리를 벌렸다.
“후우우욱. 후우욱.”
일견 팽팽해 보이는 전투. 하지만 한조가 격한 호흡을 토해내는 것과 달리 카르페의 호흡은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후우. 과연 투신이시오. 길게 끌어서 소인에게 좋을 게 없을 듯하구려. 다음 공격으로 마지막이오.”
한조는 그렇게 말한 후, 단검을 역수로 쥐어 앞으로 내밀었다.
“하압!”
한조의 신형이 앞으로 튀었다. 그녀가 보유한 보법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최대 가속력을 이용해서 휘둘러지는 단검. 카르페 또한 감히 받아 낼 생각을 버리고 타이밍을 맞춰 뒤쪽으로 창룡보를 발동했다.
휙!
한조의 단검이 허공을 가르는 그 순간.
“신풍(神風)!”
한조가 배후령 스킬을 발동했다.
그녀가 선택한 세 가지 스킬 중 하나이자, 최후의 보루.
[신풍이 발동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민첩 스테이터스가 30% 증가합니다.] [공격, 이동 속도가 증가합니다.]팟!
한조가 다시 한번 스텝을 밟으며 카르페를 향해 뛰었다.
방금 전 공격보다 더 빠른 속도. 카르페도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떴다.
‘잡았……!’
하지만 그 순간.
쉭.
카르페의 모습이 사라지며 한조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창룡보가 ‘다시 한번’ 발동된 것이다.
카르페가 선택한 마지막 세 번째 스킬.
반복.
카르페는 게임이 시작하기 전, 반복의 링크 기능을 ‘창룡보’에 걸어 뒀고 최후의 순간 창룡보를 쿨타임 없이 연속으로 발동한 것이다.
그 이해 불가능한 사태에 한조가 기함을 토했다.
“어, 어떻게?! 컥?!”
“유감이네. 마선침투경!”
카르페의 주먹이 한조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크리티컬 히트!] [배후로부터의 기습입니다! 5초간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스턴이 들어간 이상, 반전은 없었다.
퍼버버벅!
카르페의 무자비한 주먹이 불을 뿜었고.
띠링.
[대상 플레이어의 HP가 0이 되었습니다.] [전투 승리! 축하합니다! 대기실로 이동합니다!]카르페와 한조의 승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