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9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90화(390/581)
“어인……?”
-헐. 걔들이 왜 여기서 나와? 아직 너무 이른데?
천마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가 아는 어인은 좀 더 미래에 루인데리아 해역이 훨씬 개척되고 나서야 등장하는 종족이었다.
-최소 반년. 아니, 1년은 돼야 등장하는 종족인데.
“그런 거예요?”
-그래. 설마 동해룡 속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있었을 줄은…… 후우. 이 망할 게임은 뭐 이렇게 숨겨진 것들이 많아.
카르페가 떨어진 해수 웅덩이는 마을과 조금 거리가 있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그곳에는 밝은 빛을 내는 광석 같은 것들이 무수히 박혀서 마을에 빛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흠. 뭔가 제대로 찾아온 느낌이긴 한데. 일단 마을 안으로 들어가 봐야…… 응?”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카르페는 시선이 느껴지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인간? 설마 인간이야?! 우와! 나 처음 봤어.”
“어, 어떡하지?”
카르페가 떨어진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세 명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나이는 10살쯤 되어 보였는데 남자아이가 둘, 여자아이가 하나였다.
어인족 마을을 발견했다는 알림창. 그리고 설마 인간이냐는 말로 보건대 아이들의 정체는 너무나도 뻔했다.
‘어인이네요.’
-어인이군.
무척이나 귀여운 외모의 아이들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인간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 아니, 딱 하나 다른 점이 있긴 했다.
파닥파닥.
귀 부근에 어류의 지느러미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인간과의 차이점은 그게 전부였다.
카르페가 떨어지기 전까지 이곳에서 물놀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이들의 머리칼은 흠뻑 젖어 있는 상태였다.
어인 꼬마들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 담긴 눈빛으로 카르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카르페는 무언가 기대에 응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슬며시 손을 들며 말했다.
“얘들아. 안…….”
“우와! 말했다! 인간이 말했어!”
“히익! 무서워!”
“어, 어른들에게 알려야 해! 도망가자!”
첨벙첨벙!
카르페가 말을 거는 순간,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웅덩이 밖으로 벗어났다. 그리고 부리나케 마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카르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 그렇게 심한 말을 한 건가.”
카르페는 조금 상처받고 말았다.
“후우. 아무튼 이 흐름이 썩 좋지만은 않네요.”
-응? 무슨 소리야?
“쟤들이 마을 안으로 들어갔으니까 이제 이방인이 나타났다는 소식도 들어갈 거 아니에요.”
-그렇겠지. 그게 왜?
“드렛슈랑 이종족이랑 엮여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잖아요.”
-……생각해 보니 그렇군.
카르페가 가장 처음 접하게 된 이종족은 엘프였다.
‘드렛슈? 다짜고짜 우리 마을에 유물 던져 놓고 800년이나 방치한 놈? 네가 그놈의 후예란 말이지?’
엘프 마을이 드렛슈에게 품은 감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정확히 따지자면 엘프 여왕으로 변신해 있던 미라쥬가 드렛슈를 싫어한 거였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만난 종족. 보물 고블린.
드렛슈는 보물 고블린들을 두들겨 패서 억지 계약 맺은 후 탑에 가두었다. 그나마 보물 고블린의 생태가 탑의 환경과 맞아서 잘 살아가긴 했으나 엄연히 폭행 감금이다.
세 번째 픽시 일족들. 이하 동문. 이쪽은 보물 고블린들과 비교해서 더 질이 나빴다. 당연히 이들 모두 드렛슈를 싫어한다.
“다시 떠올려 봐도 레전드네. 진짜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담.”
카르페는 드렛슈가 남긴 빛 덩어리를 따라서 이곳 어인의 마을에 도착했다. 즉, 어떻게든 드렛슈와 어인이 연관되어 있는 셈이다.
“문제 1. 드렛슈가 어인들을 싸잡아 납치해서 동해룡에 가뒀을 확률을 구하시오.”
-쉽네요. 100%
“문제 2. 그렇게 납치 감금된 어인들이 저를 보고 ‘드렛슈 후예 놈이 나타났다!’라고 소리치며 적대할 확률을 구하시오.”
-100%. 이것도 너무 쉽네요.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하신 듯.
“후우. 망할…….”
아마 조금만 더 지나면 어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큼지막한 무기들이 들려 있을 것이고.
“지겹다. 지겨워. 이게 도대체 몇 번째냐.”
-혹시 또 모르지. 엘프 마을 때와 비슷하게 티나가 어인들이랑 친해서 쉽게 넘어갈 수도?
“어, 그런가? 티나. 정말로 그래?”
하지만 그런 기대도 무색하게 로브 속에 미니 버전으로 숨어 있던 인형들이 일제히 부정했다.
“아닙니다. 주군. 저는 드렛슈 님이 어인과 인연이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나도야! 마스터!”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님. 워낙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분이시니 어인이랑 인연이 있다 해도 놀랍진 않습니다만.”
“흐음. 그렇단 말이지.”
아무래도 인형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일단 숨어야 하나. 그런데 딱히 숨을 수 있는 곳도 안 보이는…….”
-이미 늦은 거 같은데. 저기 봐라.
“어?”
두두두두!
마을에서부터 수십의 어인들이 달려 나왔다. 이전처럼 어린아이들이 아니라 전부 성인들이었다.
“저기다!”
“세상에! 정말이잖아. 아돈 녀석이 거짓말을 하나 했더니!”
“이럴 수가. 정말로…….”
선두에 선 자들은 비늘로 만들어진 갑주와 삼지창을 장비하고 있었다. 카르페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카르페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후우.”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얌전히 따른 다음에 억울함을 토로할 수밖에.
아무리 드렛슈가 트롤짓을 해 놨다 하더라도 설마 다짜고짜 죽이기야 하겠는가.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느새 다가온 어인들. 그들 중 선두에 선 자가 해수 웅덩이 밖에서 카르페에게 삼지창을 겨누며 물었다.
“인간! 묻겠다. 너는 저곳을 통해서 이곳으로 왔는가?”
“응?”
어인이 가리킨 위쪽을 보자 거기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카르페가 떨어진 그 통로가 맞았다.
“네. 맞습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정말로 저 통로를 통해서?”
카르페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어인들은 한층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묻겠다. 정말 저 통로가 확실한가?”
“그런데요?”
“이럴 수가! 정말 그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니!”
뭐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다르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카르페가 당황하는 그들을 향해 뭐라 말을 꺼내려던 그 순간이었다.
털썩. 털썩. 털썩.
어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기 시작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일족의 은인을 뵙습니다!!”
“마도왕 드렛슈 님의 후예를 뵙습니다!”
“콜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엥?”
-엉?
뭔가 예상과 아주 다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그러니까 머나먼 옛날. 마도왕 드렛슈가 크나큰 위기에서 여러분들을 구해 준 것도 모자라 살 곳까지 마련해 줬다고요?”
“바로 그렇습니다. 저 역시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고 선대로부터 전해 들은 것입니다만…….”
카르페는 마을의 ‘촌장’이라는 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카르페가 ‘약속의 통로’를 통해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한 어인들은 카르페를 극진한 태도로 대했고, 그를 이곳 촌장의 집까지 안내했던 것이다.
촌장은 인자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허허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약 800년 전 이야기입니다. 저희 일족은 이곳 동해룡의 내부가 아닌 심해 속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일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화는 정말 예상치 못하게 깨지고 말았다.
심해의 대괴수 중 하나인 크라켄이 그들의 도시를 습격한 것이다.
“당시 전쟁을 경험하신 분의 말에 따르면 크라켄은 끔찍할 정도로 강했다고 합니다. 저희 어인족도 최대한 열심히 싸웠으나……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며 패배에 가까워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포기하려는 그때 기적이 찾아왔지요.”
도시가 멸망 직전까지 몰렸던 그 순간. 한 남자가 나타나 크라켄을 무찌르며 어인족을 구했다.
“……그게 마도왕 드렛슈다?”
“바로 그렇습니다.”
드렛슈는 크라켄을 무찌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인족들을 돌봐주기까지 했다.
방어 기능을 잃어버린 도시 대신에 어인들이 거주할 만한 곳을 찾아 준 것이다.
“드렛슈 님이 동해룡과 거래를 하셨지요. 그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 결과 저희 일족은 동해룡 내부에서 살아가는 것을 허락받았습니다.”
그렇게 동해룡 내부에 어인들의 마을 ‘콜카’가 형성되었다. 동해룡이라는 존재는 심해 몬스터로부터 어인족이 보호받을 수 있는 든든한 안식처였다.
“…….”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카르페의 표정이 점점 기묘해져 갔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드렛슈는 정말로 일족의 대은인이다. 그 후예가 방문을 극진히 환영할 만했다.
……그런데 그 드렛슈가?
이런 멋진 영웅담을 남겼다고?
“어,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몇 가지 물어도 될까요?”
“네.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 혹시…… 드렛슈가 그거 외에 한 일은 없나요? 예를 들면 구해 준 대신에 금품을 왕창 갈취했다던가.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벌였다던가.”
“네? 무슨 말씀이신지…… 드렛슈 님께서 저희에게 베푼 것은 막대한 은혜 뿐입니다.”
“……진짜로?”
“정말입니다.”
이상한데.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는데.
미간을 좁히며 현실을 부정하던 카르페는 이내 가능성 하나를 떠올렸다.
“핫! 설마 드렛슈가 그 크라켄을 조종해서 흑막 짓을…….”
“네? 말도 안 되는 말씀입니다. 그 크라켄은 마도왕의 탄생 이전부터 존재했던 심해의 재해입니다. 드렛슈 님 역시 당시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으셨구요.”
“……그렇죠? 죄송합니다. 영 적응이 안 돼서.”
아무래도 진실인 모양이다. 카르페가 혼란스러워하자, 촌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제가 더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다른 분을 모셔오는 게 낫겠군요.”
“다른 분?”
“저희 마을에서 당시 전쟁을 직접 경험하신 유일한 분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마, 소식이 들어갔을 테니 곧 도착하실 겁니다.”
“아,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카르페는 차를 홀짝이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촌장의 집 한구석에는 카르페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봤던 세 꼬마가 묵향과 놀고 있었다.
“우와! 우와! 이게 다람쥐? 처음 봤어!”
“너무 귀여워! 너 혹시 조개 좋아하니?”
“뀨웃! 뀨!”
“으응, 안 먹는구나…….”
“…….”
카르페를 보고 기겁하던 아이들이 향이를 보고는 좋아 죽었다.
……더러운 외모 지상주의 같으니라고.
똑똑!
카르페가 부러운 눈으로 묵향을 쳐다보던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촌장! 그분의 후예가 오셨다는 게 사실인가!”
그리고 이내 새하얀 수염을 허리까지 기른 노인이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노인은 차를 마시던 카르페를 발견한 후,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오……오오! 이럴 수가! 제 살아생전 그분의 후예를 뵙게 될 줄은…… 그 웅대한 모습. 그분과 똑 닮으셨군요!”
“뭐?! 무슨 헛소리야! 하나도 안 닮았거든요!”
“……예?”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욱해서 그만.”
“…….”
조금은 어색한 첫 만남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