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9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91화(391/581)
노인의 이름은 렛슈.
콜카 마을의 최연장자이자 대장로로 몇 안 되는 ‘엘더’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엘더란 종족 내에서 아주 드물게 강한 마력을 타고나는 존재들을 말하는데, 다른 이들에 비해 훨씬 더 오랜 세월을 살아가게 된다.
일반적인 어인의 수명이 약 200년인 데 반해, 엘더들의 수명은 거의 1000년이다.
“허허. 사실 렛슈라는 이름은 제 원래 이름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에는 ‘카살’이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네? 그런데 왜…….”
“드렛슈 님의 활약을 직접 목도하고 그분을 존경하는 뜻에서 이름을 렛슈로 바꿨습지요. 허허허!”
“…….”
카르페는 눈앞의 영감을 이상한 인물로 내심 확정지어 버렸다.
“크흠. 조금 주책이 심했습니다. 아무튼, 이 늙은이는 렛슈라고 불러 주시길.”
“아, 카르페입니다.”
“허허. 드렛슈 님만큼이나 멋진 이름이십니다. 카르페 님께서 약속의 길로 들어오셨다면, 그분의 후예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겠지요.”
렛슈의 설명에 따르면, 카르페가 들어온 통로는 오직 ‘마도왕의 후예’에게만 반응해서 열리는 통로라는 모양이었다.
“자, 그럼 촌장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혹시 이 마을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도 들으셨습니까?”
“네. 드렛슈가 위기에서 구해 줬다고…….”
“바로 그렇습니다. 거기까지 들으셨다면 이야기가 쉬워지겠군요. 드렛슈 님은 저희를 이곳에 정착하게 해 주신 후,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셨지요. 그리고 저에게 한 가지를 부탁하셨습니다.”
“부탁이요? 어떤?”
“예. 바로 언젠가 나타날 자신의 후예에게 무언가를 전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아!”
“자, 저를 따라오시지요.”
렛슈는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르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난 후, 촌장 가족에게 인사를 마치고 렛슈를 따라나섰다.
“집이 마을 외곽에 있는 터라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양해해 주십시오. 허허.”
하지만 그런 렛슈의 말과 달리 그리 오랜 시간까지 걸리진 않았다.
애초에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
약 20분쯤 걸어가자 마을 외곽에 커다란 집이 나타났다.
“자, 다 왔습니다.”
끼익.
렛슈의 집 안으로 들어간 후, 카르페는 지하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가 지하실의 문을 여는 그 순간.
“어?”
한약 냄새 같은 것이 쫙 퍼져 나왔다. 지하실에는 단지나 사발, 시험관처럼 각종 연금술 기구들이 주르륵 놓여 있었다. 그중에는 단약 같은 것도 여러 개 보였다.
“어, 여기는…….”
“허허. 눈치채셨습니까? 부족하지만 마을의 약제사(藥劑師)를 맡고 있지요. 마을 주민들을 위해 약을 연구하거나 제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이쪽은 잘 모르지만 대단해 보이네요.”
빈말이 아니라 엘리스의 공방만큼이나 잘 꾸며진 연금 공방이었다.
“그분의 후예께서 그렇게 평해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자, 그럼 본론입니다만…….”
드디어 왔구나.
카르페가 침을 살짝 삼켰다.
마도왕의 유물부터 해서 마도 병기까지. 드렛슈의 인성은 제쳐 두더라도 그가 후예를 위해 남긴 것들은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이번에도 틀림없이 어마어마한 명품일 게 틀림없으리라.
하지만 렛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카르페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애석하게도 지금 당장 드릴 수는 없습니다.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죠.”
“……준비요? 아니, 그전에 도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그냥 보관하고 있는 걸 냅다 전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전해 주는 것에 무슨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그런 카르페의 의문을 눈치챈 렛슈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제가 드렛슈 님께 부탁은 받은 물건은 바로 영약입니다.”
“……영약?”
“예. 그분께서는 마환(魔丸)이라 하셨습니다. 그분의 후예인 오직 카르페 님에게만 효과를 발휘하는 특수한 영약이지요. 지금부터 그 녀석을 제조해야 합니다.”
“아!”
그 순간, 카르페는 깨달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인자한 노인이 바로 자신의 3차 전직 퀘스트 NPC라는 것을 말이다.
띠링.
[3차 전직 퀘스트 – 마도왕의 후예] [어인족의 마을 콜카의 대장로는 아주 뛰어난 약제사입니다. 마도왕 드렛슈는 그에게 어떠한 약을 제조해서 자신의 후예에게 전해 달라 부탁하였습니다. 마환(魔丸)은 특수한 마력 패턴에만 반응하여 복용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영약입니다. 오직 마도왕의 후예만이 복용할 수 있습니다.] [렛슈의 영약 제조를 도우십시오. 그가 요구하는 영약 재료를 구해 전달하면, 그가 영약을 제조할 것입니다. 그 후, 약을 복용하십시오.] [퀘스트 클리어 시 : 마환 복용 시, 3차 전직 완료, 퀘스트 상황에 따라 추가 보상] [퀘스트 실패 시 : 3차 전직 실패, ???]* * *
“영약이라…….”
아무래도 이번 3차 전직은 영약으로 잠재력을 끌어낸다는 컨셉인 모양이었다.
“마환을 제작하기 위한 대부분의 재료는 이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에 핵심적인 재료 몇 개가 빠져 있는 상황이지요.”
“아하.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네요. 제가 그 재료를 가져다드리면 되는 거죠?”
“허허. 바로 그렇습니다. 과연 그분의 후예다운 통찰이십니다.”
-통찰은 개뿔. 퀘스트가 다 거기서 거기인 거지.
천마의 말대로 이번 퀘스트는 RPG의 정석 퀘스트라 할 수 있는 재료 수집 퀘스트였다.
“재료만 구해 주신다면 즉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드렛슈 님께 직접 제조 방법을 전수받았으니 믿고 맡겨 보시지요.”
“어, 이 마환이란 게 드렛슈가 개발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천고의 영약이지요. 놀랍지 않습니까? 마법학뿐만 아니라 제약조차 하늘에 닿은 솜씨라니! 드렛슈 님은 신의 실수로 만들어진 천재…… 아니, 신 그 자체이심이 틀림없습니다!”
“아니, 아니. 알겠으니까 일단 진정 좀 하세요.”
무슨 드렛슈 광신도라도 보는 느낌이다. 심지어 라마르크 왕국의 인물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건만!
“응? 그런데 이게 드렛슈가 개발한 영약이라면 굳이 지금 제작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냥 드렛슈가 완전한 영약을 만들어 둔 다음에 그걸 보관해 두면 되는 일 아닌가?
당연한 의문이었지만, 제약사 렛슈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요. 그러나, 이 완벽한 영약에도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보관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 그래서.”
“제조로부터 10일 이내에 복용하셔야 합니다. 그 기한을 넘으시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덩어리일 뿐이지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하긴, 이런 설정이 붙어 있어야 퀘스트가 진행되겠지.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일 중요한 것을 물었다.
“그래서 어떤 재료를 구하면 되나요?”
“허허. 몸이 달아오르셨군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바로 설명해 드리지요.”
렛슈는 그렇게 말한 후, 주변에 있는 두꺼운 책을 펼쳤다.
“마환의 제조를 위해서는 고농축의 마나가 필요합니다. 그것도 아주 오랜 세월 생명체 내에서 응어리진 마력 덩어리가 말이지요.”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내단이겠네요.”
내단. 영물, 영수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몸속에 품고 있는 순수한 마력의 기운이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총 네 개의 내단을 구하셔서 저에게 가져다주십시오. 다행스럽게도 이 동해룡 내부에 내단을 품은 녀석들이 있습니다.”
띠링.
[퀘스트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태고의 시절부터 살아온 동해룡의 내부에는 정말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개 중에는 충분히 영물이라 불리는 몬스터 역시 존재합니다.] [퀘스트 몬스터로부터 내단을 구하십시오.] [정확한 몬스터의 위치는 렛슈로부터 들을 수 있습니다.]“일단, 가장 가까운 녀석부터 알려 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너무 과도한 충격으로 몬스터를 잡을 경우, 내단이 파괴될 수도 있으니 그 점을 주의해 주십시오.”
렛슈는 그렇게 말한 후, 카르페에게 양피지 한 장을 건넸다.
“이건?”
“동해룡 내부의 지도입니다. 카르페 님도 아시다시피 이곳이 좀 복잡하지 않습니까? 최대한 쉬운 길로 표시해 뒀으니 그 길을 따라가시면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와, 엄청난 거였네요. 감사히 쓰겠습니다.”
-……이게 웬만한 보물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
동해룡 내부는 플레이어들이 매핑(Mapping)을 포기할 정도로 복잡한 미로 던전이었지만, 800년이 넘는 세월을 이곳에서 살아온 어인들에게는 아니었다.
그들은 수시로 동해룡 내부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채집하면서 살아왔고, 당연히 지도 같은 것도 존재했다.
“그럼 바로 출발…… 아니, 잠깐만.”
즉시 내단을 향해 출발하려던 카르페가 어떤 가능성을 떠올렸다.
“저, 동해룡 내부에 벌레가 참 많던데요.”
“그렇지요. 그들 역시 바다의 생명체들이 동해룡 내부에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지요.”
“……그럼, 그 벌레 중에서 엄청 오래된 개체가 있고 그러겠네요?”
카르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제발 부정해 주길 바라면서!
하지만 렛슈는 두 눈을 크게 뜨면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바로 그렇습니다! 카르페 님께서 구해 주셔야 하는 내단 중에는 놈의 내단도 있지요. 벌레들의 왕! 가장 거대하고 끔찍한 벌레의 내단이 필요합니다.”
“……에이 씨.”
카르페의 인상이 팍하고 구겨졌다.
* * *
“후우. 그래. 그럼 그렇지. 3차 전직 퀘스트가 그렇게 날로 먹을 것 같지는 않았어.”
카르페는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열심히 움직였다.
가는 와중에 몇 번의 통로를 지났고, 수도 없이 많은 벌레를 잡았다. 물론, 던전이 깊어질수록 벌레뿐만이 아니라 표피에서 봤던 가재나 소라 다른 어류 몬스터들도 등장했으나 여전히 벌레의 빈도도 높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지도의 표시는 여긴 거 같은데.”
다른 곳보다 좀 더 넓은 공간이 나왔다.
바닥에는 갯강구들이 수십 마리가 스멀스멀 기어가고 있었는데, 보스 몬스터로 보이는 몬스터는 아직 없었다.
위치를 잘못 찾은 건 아니었다. 내단을 품은 녀석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특수 조건이 더 필요했을 뿐이었다.
“후우…….”
-……난 도저히 못 보겠다. 그냥 룸에 들어가서 대기하면 안 될까?
“어딜 도망가! 나 혼자는 못 죽어! 같이 죽어!”
-이미 죽었는데 뭘 또 죽어!
카르페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바로 소의 썩은 고기!
놈을 끌어내기 위해서 필요할 거라면 렛슈가 건네준 물건이었다.
카르페가 그 소의 썩은 고기를 바닥에 던지는 그 순간이었다.
스스스스스스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무언가가 기어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갸아아악! 드렛슈 이 망할 인간아! 일부러 이놈 내단을 레시피에 넣은 거지! 나 엿 먹이려고!”
-끼에에에에엑!
두 남자의 서글픈 목소리에 동해룡 내부에 울려 퍼졌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