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9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95화(395/581)
“으으음. 나도 모르겠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한참을 고민하더니 그렇게 말했다.
“네? 뭐가요?”
“사마귀 녀석이 너에게서 뭔가를 본 것 같다면서? 근데 그게 뭔지 나는 잘 모르겠는걸?”
“……그래요?”
-살인미수까지 저질러 놓고 모르겠다고 하면 다야? 그럴 거면 법이 왜 있는데? 경찰 불러! 경찰!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 카르페를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응. 무언가 법칙을 비트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딱 거기까지. 어째서 그런 힘을 가지게 된 것인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는 전혀 모르겠는걸? 아니, 애초에 사마귀 녀석이 봤다는 게 과연 이거긴 했을까?”
“…….”
그녀의 말대로다.
서빙제가 ‘해금’에 반응했다는 건 어디까지나 카르페와 천마의 추측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재밌는 구경이었네. 흐흥. 얘. 근데 너 정말 인간이 맞긴 하니? 스스로 말하기도 조금 그렇지만, 내가 주박이나 저주 같은 계열은 꽤 잘하거든? 너에게 사용한 건 그중에서도 꽤 강력한 기술이었어.”
“……그럴 것 같긴 했습니다.”
태초언령(太初言靈).
이름부터가 무시무시한 스킬이었다. 당연하게도 카르페는 물론이고 천마조차 처음 들어보는 스킬이었다.
“레벨 400 이하라면 성체 드래곤이라 해도 못 견디고 죽었을 거야. 설령 견딘다 하더라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을 거고. 그런데 넌 엄청 멀쩡하네? 이것도 나름 법칙을 무시하는 힘인데.”
“아니, 그런 무시무시한 걸 함부로…….”
“아하하. 결과적으로는 안 죽었으니 괜찮은 거 아닐까? 덕분에 세계로부터 좋은 것도 받았잖니?”
“어? 그런 것도 알 수 있어요?”
“내가 보기보다 재주가 좀 많은 편이란다.”
그녀는 엣헴! 하고 가슴을 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진짜 괴물들이구만. 스킬 획득도 아니고 타이틀을 획득하는 게 감지가 된다고?
‘그러게요. 진짜 먼치킨들이네.’
설마 플레이어가 타이틀을 획득하는 순간까지 확인할 수 있을 줄이야.
사해라는 존재에겐 정말로 한계라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해금도 막힐 뻔했죠.’
물론, 지금까지 해금이 발동하지 않았던 적은 많았다. 발동돼야 할 타이밍에서도 말을 듣지 않아서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해금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후에 막힐 뻔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알림창 설명에 ‘스킬 레벨이 부족하다.’라는 문구가 있는 거로 보아 스킬 레벨을 더 올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같긴 했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인 알림이었다.
-그걸 막힐 뻔했다고 표현해야 하나? 불완전 해금이라고 해도 95% 확률로 성공하는 거였잖아. 실질적으로 사해 급만 아니면 100% 막는다는 건데?
‘어허! 아실 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5% 확률이면 거의 무조건 터지는 확률이라고! 난 죽을 뻔한 거 기적적으로 살아난 거야!’
-그래. 오늘은 왜 쌉소리를 안 하나 했다. 하루를 곱게 넘어가는 일이 없네. 후우.
천마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한숨을 내쉬는 그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지쳐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동해룡이 손바닥을 짝! 치면서 입을 열었다.
“아! 맞아. 그러고 보니 너한테 특이한 게 하나 더 있긴 하더라.”
“네? 정말요?”
“응! 자세히 보이는 건 아닌데 네 주변으로 뭔가 하찮은 것이 둥둥 떠다니는 거 같던데?”
-……뭐? 하찮은 것?
“잡귀나 유령 같아 보였어. 딱 봐도 재수 없어 보이는데 내가 대신 없애 줄까?”
-끼에에엑! 야, 뭐 해! 어서 말려!
“……아뇨. 없애면 큰일 나니까 그건 사양할게요.”
“그래? 조금 아쉽네. 으으음.”
리바오이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천마 쪽을 노려보자 천마가 움찔하며 카르페의 등 뒤로 숨었다.
“아무튼 그것 외엔 특별한 건 모르겠네? 그냥 평범한 인간이야.”
그 순간이었다.
띠링.
[퀘스트 – 사해(四害)와의 만남] [퀘스트 분류 : 특수] [북염존이 당신에게 다른 사해와 만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들과 만난 후 반응을 그에게 들려주면 됩니다.]-서빙제 가이저와 대화(완료)
-북염존 렉티아와 대화(완료)
-동해룡 리바오이아와 대화(완료)
-남풍마 크로가와 대화(미완료)
[퀘스트 클리어 시 : 타이틀 ‘사해의 관심을 받는 자’ 획득. 북염존의 보상. 퀘스트 달성도에 비례해서 보상 수준이 증가합니다.] [퀘스트 거절, 실패 시 : 북염존의 호감도 소폭 하락]알림음과 함께 북염존이 내준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리바오이아와의 대화가 완료된 것이다.
‘일단 이걸로 하나는 됐나.’
동해룡을 방문한 목적 중 하나를 달성했다.
하지만 사해와의 만남 퀘스트는 어디까지나 곁가지일 뿐이다.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3차 전직.
그리고 동해룡 내부 어딘가에 있을 ‘드렛슈의 흔적’이었다.
전직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드렛슈의 흔적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 동해룡을 만났으니 그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했다.
“리바오이아 님.”
“응? 또 묻고 싶은 게 있니? 좋아. 신기한 것도 봤으니까 물어보렴.”
“네. 혹시 드렛슈 아크람이라는 인간과 만나신 적이 있으신가요?”
백화 드렛슈의 말에 따르면 드렛슈는 위신을 무찌르기 위해 ‘사해’를 연구하려 했었다.
그리고 어인족 역시 ‘드렛슈와 동해룡이 무언가를 거래했다.’라고 말하는 거로 보아 틀림없이 접촉이 이루어졌을 터.
과연 드렛슈는 동해룡과 만나 무엇을 이루어냈는가.
그리고 무엇을 남겼는가.
앞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를 ‘흑화 드렛슈’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동해룡의 대답은 카르페의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드렛슈 아크람? 아니, 모르겠는걸?”
“엥? 모른다고요?”
“응. 나 기억력이 좀 안 좋은 편이거든. 옛날에는 알았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 너도 알아 두렴. 사소한 건 금방 잊어버리는 게 오래 사는 비결이란다.”
“그럴 수가…… 저랑 똑같은 마력 패턴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데 정말 모르세요? 리바오이아 님과 거래도 했다고 하던데.”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네?”
“너는 지나가는 개미의 이름을 전부 기억하니? 나에게 인간이란 생명체는 그렇게 신경 써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아니란다. 아주 미약하고 덧없는 존재들인걸.”
“아.”
“거래를 했다고? 글쎄…… 인간이 지나가던 개미에게 꿀물을 주었다고 해서 그걸 거래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그저 장난이라고 봐야 타당하겠지?”
“…….”
“아마도 과거에 내가 뭔가 장난을 친 모양이야. 하지만 기억에 딱히 남는 건 없단다.”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최강의 존재에게 인간이란 그 정도의 인식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인류를 통일했던 마도왕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봐야겠네요.”
“도움이 안 됐다니 아쉬운 일이야. 아, 그럼 이제 내가 물어봤던 것에 대한 대답을 들어봐도 될까?”
“네? 물어봤던 거?”
“저어거.”
동해룡은 자신의 조각상을 가리켰다.
“저기에 절을 하면서 무슨 소원을 빌고 있었던 거니?”
“…….”
이걸 어쩌지.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스킬팩 뽑기에서 좋은 게 뜨길 기원하고 있었다는 걸 정녕 말해야 한단 말인가?
동해룡이 독심술까지 쓰는 건 아니라 천만다행이었다.
-축하한다.
‘……갑자기 뭘 축하하는데요.’
-네가 그걸 말하는 순간, 동해룡은 널 영원히 기억하게 될 테니까 축하해야지. 암. 스킬팩 잘 뽑으려고 인간에게 절하는 개미라면 절대 못 잊어버리지.
‘…….’
카르페는 그냥 조금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제가 여기서 찾는 몬스터가 있는데 그것 좀 잘 찾게 해 달라고 빌고 있었어요.”
“응? 몬스터를 찾는다고? 뭘 찾고 있었는데?”
“이름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보름달이 뜨면 등장하는 몬스터라던데요?”
영약 제조를 위해 잡아야 하는 내단 몬스터들.
지네에 이은 두 번째 퀘스트 몬스터가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보름달? 아아! 그 이상한 물고기 말하는 거구나!”
“아시나 봐요?”
“응! 알지. 알지. 희소한 녀석이라 기억이 나! 맛이 독특하거든. 내 몸 안에도 몇 마리 있는 거로 알아.”
“…….”
한낱 몬스터도 기억하고 있는 판국에 드렛슈는 잊혀졌다니…… 서글플 따름이었다.
조각상에 절이라도 좀 하지 그랬어!
“좋아. 기분이야. 그 소원 들어주도록 하지!”
“……네?”
“응? 뭘 그렇게 놀라니? 대륙 종족들에게는 그런 문화가 있잖아. 조각상에 소원을 빌면, 신이라는 것들이 막 소원을 들어주고 그러잖아.”
“……빌기는 하는데 보통 신이 소원을 들어주진 않죠?”
“그래? 그렇다면 난 그것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 위대한 신이겠네! 좋아. 카르페. 넌 지금부터 내 신도야! 여신께서 자비를 베풀어 줄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허공에 손을 쑤욱 집어넣었다.
무슨 비유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손의 일부분이 허공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 이게 뭐예요?”
“응? 이런 거 처음 보니? 공간을 접어서 뒤지고 있는 건데?”
“……그런 게 가능해요?”
“밖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여기는 내 몸속이잖니. 이 정도는 별로 어렵지도 않아. 인간은 이런 거 못하나 봐?”
“못하죠.”
“저런. 불편한 생물이구나.”
아까부터 인식 차이가 너무 심해서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질 않았다.
이런 미친 먼치킨 같으니라고!
새삼 북염존이 얼마나 자신을 배려하면서 대화를 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디 있지…… 아, 찾았다!”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허공에서 손을 쭈욱 하고 뽑아 버렸다.
쿵!
그리고 그 손의 끝에서 아주 거대한 달고기 한 마리가 딸려 나왔다.
“아마도 요놈이 맞을 거야. 달의 마나를 먹고 사는 녀석이거든. 요놈으로 뭘 한다고?”
“어, 내단을 구해야 하는데…….”
“그래? 잠시만. 에잇! 죽어라!”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퍼덕거리는 고기를 수도로 내리쳤다.
콰직!
“…….”
퀘스트 몬스터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그렇게 삶을 마감했다.
실로 허무한 최후였다.
“내단…… 내단…… 아,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동그란 무언가가 잡혀 있었다.
“자, 가져가렴.”
“……감사합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풀 문 킹피쉬’의 내단을 획득하셨습니다.]“응? 이상한 철 덩어리도 나왔네? 이것도 가져갈래?”
그녀의 손에서는 번쩍번쩍 빛나는 각반이 들려 있었다. 때깔만 봐도 최소 유니크는 되어 보였다.
카르페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여신님.”
“헤헤. 그거 꽤 듣기 좋다?”
그래. 사해가 인간을 개미로 알든 말든 기억력이 좋든 말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사해(四害)가 아니라 사복(四福)!
카르페는 아낌없이 퍼주는 그들을 보며 그저 감동의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