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9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99화(399/581)
얼마 지나지 않아 드렛슈의 신전에 도착했다.
“후예님. 신전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어인족 장로는 그렇게 말한 뒤, 신전을 향해 절을 한 번 올렸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로 천천히.
교과서에 실어도 될 만한 자태로 절을 마친 렛슈가 쑥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원래대로라면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감사의 108배를 올려야겠지만, 시간관계상 한 번의 절로 대신해야겠군요. 허허.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 그렇군요.”
누군가에겐 천하에 다시 없을 뻔뻔한 인간이라고 욕을 먹는 존재가 누군가에겐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무슨 아이러니.
‘근데 감사랑 108배랑 무슨 상관이람. 108배는 번뇌를 끊기 위한 불교 수행 아닌가?’
-……그걸 그렇게 잘 아는 놈이 조각상 앞에서 그 지랄을 했어?
‘에이.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죠. 뽑기는 엄연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따르는 건데.’
-……어째 주변에 정상이 한 명도 없냐? 드렛슈를 섬기는 놈이나 뽑기의 신을 섬기는 놈이나. 둘 다 그냥 미친놈들이네.
‘우리 뽑기의 신님을 모욕하지 마라! 이 잡귀야! 그분은 실존하신다!’
-…….
천마는 말도 섞기 싫다는 듯 그냥 두 눈을 감아 버렸다.
그렇게 절이 끝나고 카르페와 렛슈가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10평은 될까? 신전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좁은 공간이다.
신전 안은 카르페가 얼마 전 청소하러 왔을 때와 똑같은 상태였다.
“자, 드렛슈 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곳 중앙에서 마환을 복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실 이 신전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다고 한다.
“그런데 800년 전 드렛슈 님이 이곳을 지나치시며 ‘어, 여기 땅 괜찮네? 여기서 먹으면 약빨 괜찮겠는걸.’이라고 한마디 하셨지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씀하셨지만, 그걸 어찌 그냥 넘어가겠습니까? 드렛슈 님께서 지정하신 땅이면 그것이 곧 성지(聖地)! 성지에는 응당 신전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어인족들은 드렛슈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상태였기에 그렇게 신전이 지어졌다고 한다.
……너무나도 광신도스러운 이야기에 카르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자, 그럼 편한 자세로 앉으신 후 마환을 복용하십시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제가 주변을 지키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카르페는 신전 중앙에 앉은 후, 목함을 열었다.
골프공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검은색 환단(還丹).
영약의 향긋한 냄새가 순식간에 신전을 가득 채웠다.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은 이 영약이 복용자의 잠재력을 격발시키는 종류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필시 큰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허허. 이 늙은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봅니다. 그렇지요. 그분의 후예께서 고작 고통 따위에 겁먹으실 리가 없지요!”
“……아, 네. 뭐.”
그런 거 아닌데.
라세가 게임이라서 플레이어가 고통을 못 느끼는 것뿐인데…….
하지만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던지라 카르페는 그냥 대충 맞장구를 쳤다.
“그럼 바로 먹을게요. 후우.”
조금 긴장된다.
3차 전직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아직 숨겨져 있는 무언가에 대한 긴장감이 아니라…… 맛 때문에!
하지만 이는 카르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최악이라도 픽시 퀸의 요리보다는 낫겠지.’
가장 최근에 먹었던 영약의 맛 상태가 너무도 끔찍했었기에 반사적으로 맛부터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잖아. 그냥 눈 딱 감고 삼켜.
‘그래야겠다. 에잇!’
카르페는 마환을 집어 든 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어, 생각보다 훨씬 괜찮네?”
달콤하면서 독특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계피 사탕이랑 비슷한 맛이다.
마환은 입안에 들어가는 즉시, 순식간에 녹아서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내 뱃속 부근에서 뜨끈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띠링.
[고대 마도왕의 영약 – 마환을 섭취하셨습니다.] [마환이 특정한 마력 패턴에 반응하여 효과가 활성화됩니다.] [복용자의 잠재력이 깨어납니다!]후우우웅!
카르페를 중심으로 강렬한 돌풍이 생성되어 퍼져 나갔다.
마나가 활성화되면서 실제 대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윽고 몰아치던 돌풍이 서서히 잦아들었고.
띠링.
[축하합니다! 마환을 무사히 소화했습니다.] [잠재력이 깨어나며 신체의 기운이 더욱 활성화됩니다. 당신은 경지를 넘어섰습니다!] [신화 등급 클래스 ‘마도패왕’에서 ‘마도종사(魔道宗師)’로의 전직을 완료하였습니다.] [전직을 완료하여 HP/MP가 대폭 증가합니다.] [전직 퀘스트 동안 누적되어 있던 경험치가 일괄 적용됩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레벨 업……] [전직을 완료하여 새로운 스킬, 직업 전용 스킬을 습득하실 수 있습니다.]*Tip : ‘마도왕의 후예’ 클래스는 150레벨 달성 스킬팩 대신 새로운 스킬 습득 기회를 얻습니다.
알림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전부 다 3차 전직이 완료됐음을 나타내는 알림들이었다.
“……와.”
-축하한다. 이제 드디어 3차로구만.
“오오! 축하드리옵니다! 후예님! 실로…… 실로 그분의 후예에 어울리는 모습이시옵니다.”
렛슈는 크게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카르페로서는 조금 얼떨떨했다.
“아니, 이렇게 끝이라고? 진짜?”
-흐음. 그러게. 조금 싱거운데.
분명 뭐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영약 복용으로 전직이 끝나 버렸다.
……물론, 쉽게 가는 게 싫다는 건 아니었지만 조금은 맥 빠지는 결말이었다.
“어, 그건 그거고……. 왜 스킬을 안 주죠? 전직만 하고 끝이라고?”
-응?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직업은 전직과 동시에 새로운 스킬을 획득한다. 당장 카르페만 하더라도 2차 전직 때는 그랬으니까.
카르페는 2차 전직 당시, 디맨션 게이트(8성) 스킬과 창룡보(6성) 스킬을 바로 획득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스킬을 획득하는 알림이 등장하지 않았다.
새로운 스킬이 없으면 그냥 2차에 비해 피통이 조금 커진 것과 다름없었다.
“……아무래도 퀘스트 팁에 힌트가 있는 것 같은데.”
스킬팩 대신 새로운 스킬 습득 기회가 있다는 알림.
카르페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우우우우웅!
카르페가 앉아 있는 신전의 정중앙 바닥에서 푸른색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마도종사로 전직을 완료하여 플레이어의 마력에 특수 패턴이 추가됩니다.] [플레이어의 마력 패턴의 특정 마법진이 반응합니다.] [돌발 이벤트 발생!]“뭐?”
-아하. 3차 전직을 완료하는 것 자체가 다음 이벤트로 돌입하는 조건이었구만.
전직을 완료함과 동시에 발동하는 특수한 이벤트!
카르페와 천마의 예상대로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바닥에서 떠오른 푸른색 마법진이 카르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동시에 카르페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네놈이 짐의 후예인가.>
낮고 깊은 목소리. 하지만 그리 낯설지 않은 음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건 몇 번이고 들었던 목소리였으니까.
‘드렛슈?’
<흥. 무례한 놈이로다. 허나 특별히 넘어가도록 하지. 네놈의 말대로다. 이 몸이야말로 마법의 주인. 드렛슈 아크람.>
드렛슈는 기분이 좋은 것인지 흐흐 웃음을 흘렸다. 카르페가 지금까지 만났던 드렛슈의 기억 조각들보다 조금은 앳된 목소리다.
<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곧 마환의 제작에 성공했다는 의미일 터. 좋다. 인정하마. 네 녀석이 최소한 출발선에 설 자격이 있다는 것을.>
성격 역시 지금까지의 드렛슈들과는 달랐다. 드렛슈의 기억들이 하나같이 마이페이스이긴 했지만 이번 드렛슈는 거기에 더해서 굉장히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허나 딱 거기까지. 너는 출발선에 선 것에 불과하다. 네놈이 위신들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짐이 직접 네놈을 시험해 봐야겠다. 본체의 뜻이 아무리 그러한들 자격도 되지 않는 놈에게 힘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드렛슈는 그렇게 말한 뒤, 흐- 하고 짧게 웃었다.
<짐 앞에 모습을 드러내거라. 거부 따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그 순간이었다.
카르페 주변을 떠돌던 푸른 마법진이 카르페의 몸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트랩 아이템 발동!] [‘고대 마도왕의 영약 – 마환’에 숨겨진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마환은 복용자의 잠재력을 활성시킴과 동시에 특정 마법의 트리거 역할을 수행합니다.] [마환의 기운에 반응하여 마도왕 드렛슈가 남긴 마법이 발동합니다.] [플레이어가 ‘무의식의 세계’로 이동합니다.]“읏?!”
알림과 함께 갑작스러운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수마였다.
‘젠장. 이거 그거구나! 백화 드렛슈의 마법!’
호수 밑 동굴에서 겪었던 것과 상황이 유사했다.
현실의 신체는 잠들고 의식만이 어떠한 공간으로 이동하는 마법. 카르페 일행은 그곳에서 다른 가능성을 지닌 인형들과 전투를 벌였었다.
<영광으로 알도록. 네놈을 이 몸의 왕좌에 초대하는 것이니. 미천한 인간에게 과분한 호사로다.>
<그럴 일은 아마 없겠지만, 네놈이 짐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약간의 은총을 베풀기로 하마.>
<크하하하! 어서 오거라. 네놈에게 진정한 어둠이 무엇인지 보여 주도록 하마!>
-흐음. 그러니까 새로운 스킬을 얻고 싶으면 무의식의 세계에서 저 띠꺼운 드렛슈의 시험을 받아야 한다. 대충 이런 스토리란 거지? 이놈 말투가 왜 이래? 거, 더럽게 돌려 말하네. 설마 흑화란 게 중2병을 말하는 거였어?
‘그러게요. 소름이네.’
카르페가 반쯤 잠든 상태로 중얼거렸다.
‘후우. 좋아. 해 주지. 최종 퀘스트가…… 있을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고…….’
이제 정신이 가물가물하다. 이대로라면 10초 안에 잠들 것만 같았다.
카르페가 마음을 다잡는 그 순간.
파앗!
갑자기 카르페의 목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고대 마법사의 신안이 발동합니다!] [신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섭리입니다.] [트랩 아이템을 자동으로 간파합니다! 트랩 아이템 – 마환이 간파됩니다.] [신안의 주인은 트랩 아이템 발동 유무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트랩의 발동을 허용하시겠습니까?]“어, 어…… 잠시만. 일단 취소.”
[트랩 효과를 취소하였습니다.] [마도왕 드렛슈의 의식 전이 마법이 취소됩니다.]챙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졸음이 달아나 버렸다.
“……어?”
-……엥?
<……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시간마저 얼어붙을 침묵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이야기 좀 하지.>
약간 겸손해진 드렛슈의 말이 귓가에 들려 왔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