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0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00화(400/581)
<…….>
잠시 대화 좀 하자던 드렛슈는 그 말 이후로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뭐야? 갑자기 왜 말이 없어?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때,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렛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후예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러네요. 장로님께는 목소리가 안 들리시겠구나.”
“예? 목소리라뇨? 이곳에 저희 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습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다.
영약을 복용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 안에 돌풍이 몰아쳤고, 돌풍이 그치자 이번에는 바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것도 800여 년을 살아온 그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고위 마법이!
무언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예감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법이 시동을 멈추곤 적막만이 감도는 상황이 되었다.
그로서는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네. 지금 여기에 드렛슈가 있네요.”
“예? 드, 드렛슈 님이요?!”
“아, 정확하게는 드렛슈 본인은 아니고 기억 조각이에요. 잔류사념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잔류사념. 중2병이랑 잠깐 상대했다고 너도 단어 선택이 중2 중2 해졌구나.
“…….”
딱히 변명할 말이 없었기에 카르페는 그저 헛기침을 터뜨릴 뿐이었다.
“크흠. 아무튼 제가 이곳에서 마환을 섭취하면 거기에 반응해서 마법이 발동하도록 드렛슈가 술식을 깔아 둔 거죠. 이 장소에 자신의 기억이 재생되도록요.”
“오오! 과연 드렛슈 님! 이 얼마나 대단한 안배란 말입니까. 아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렛슈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을 향해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드렛슈 님! 소인을 기억하시옵니까! 드렛슈 님의 은총으로 살아난 어린 것이 이토록 늙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미천한 이가 위대하신 마도왕을 뵙습니다.”
“아니, 드렛슈의 목소리는 저한테만 들리는 거라 그렇게 허공에 말하셔도 전달이 안 되…….”
<크하하핫. 미천한 인간들 중에서도 제법 주제를 아는 이가 있었구나!>
“……되는구나.”
뭐여, 이거? 이게 왜 되는데?
당황하는 카르페의 머릿속으로 어떠한 가능성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 그러고 보니 흑화 드렛슈는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백화 드렛슈가 그렇게 말했었다.
흑화는 본체로부터 많은 힘을 부여 받았기에 어쩌면 현실에 직접적인 개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큭큭. 좋다. 짐은 제 분수를 아는 것들을 좋아한다. 가상히 여겨 특별히 한 번 더 기회를 주도록 할까?>
“아니,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와, 기다렸다는 듯이 기고만장해지는 거 봐라. 이번 드렛슈는 인성 역대급이네.
<흥. 감히 짐의 마법을 짐의 허락 없이 해제한 대죄! 백번 죽어 마땅하나 특별히 봐주도록 하마. 조아리는 자를 용서하는 것 또한 군주의 인덕이로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니까?”
<크하핫! 짐의 은총에 좀 더 감사해도 좋다!>
“사람 말 뒤지게 안 듣네…….”
한참을 쩌렁쩌렁 웃어 재끼던 드렛슈는 웃음을 멈추곤 다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흥. 네 녀석에게도 한 수 숨겨 놓은 재주가 있었다는 건 잘 알았다. 그래. 짐의 후예라면 응당 그 정도의 머리는 있어야겠지. 실력의 3할은 늘 감추고 있을 것!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중 하나라 할 수 있도다.>
진실은 딱히 숨긴 적도 없고 그냥 저절로 신안이 발동했을 뿐이었다.
<좋다. 인정하지. 네놈이 출발선보다 조금은 앞서 있다는 것을. 아주,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아주 조금이다!>
“…….”
흑화 드렛슈가 어떤 캐릭인지 슬슬 느낌이 온다.
<놈! 그렇다고 기고만장하지는 말지어다! 네놈은 한참 멀었다. 따라서 내게 시험을 받아야 하노라. 짐의 후예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노라.>
어째 논리 전개가 파탄에 이른 느낌이었지만, 카르페는 그냥 잠자코 듣기로 했다.
<다시 한번 짐이 네놈을 호출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거부한다면…….>
“거부하면?”
<……뭐라?>
카르페의 물음에 다시 드렛슈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아마 자신이 안 들어가겠다고 뻐기면 저쪽에서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현실에 개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나? 그게 아니면 개입하는 데 다른 조건이 필요한 건가?
아직은 모를 일이었다.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데? 아니, 비꼬는 게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그래.”
<……그건.>
<…….>
자신이 불리한 질문이 나오자 드렛슈는 귀신같이 입을 다물었다.
무슨 애도 아니고…….
“안 들어간다고 해서 딱히 페널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간다고 해서 딱히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면, 굳이 들어갈 이유가?”
<……있다.>
“응? 뭐가 있어?”
<……이곳에 들어와서 짐의 인정을 받는다면…… 힘을 얻을 수 있다.>
“힘이 뭔데?”
<……스킬이다. 큭! 더 이상 네놈의 말에 답하지 않겠다! 감히 짐의 허락도 없이 질문을 하다니!>
“흐으으으음. 그래?”
<크으으으!>
카르페의 말에 고분고분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흑화 드렛슈가 소리쳤다.
진짜로 삐친 것이다.
-뭐, 저 애새끼 드렛슈 인성은 둘째치고 상황 자체는 심플하네.
‘그러게요.’
무의식으로 들어가서 시험을 치르고 스킬을 얻는다.
그게 싫으면 그냥 이대로 돌아가면 되고.
원래라면 좋든 싫든 강제로 시험을 치러야 했겠지만, 신안 덕분에 선택지가 하나 더 발생한 셈이다.
‘사실 고민할 것도 없는 일이긴 한데.’
새로운 전용 스킬이 없는 전직은 반쪽짜리일 뿐이었으니까.
시험은 당연히 치를 생각이었지만…… 그냥 드렛슈가 띠껍게 나오니 이쪽도 괜히 괴롭혀 보고 싶어진다고나 할까.
“스킬은 뭐 스킬팩 까서도 많이 나오는데.”
<뭣이! 감히 그런 허섭스레기와 짐의 스킬을 비교하는가! 무례한지고!>
“오. 좋은 건가 봐.”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짐의 힘은 하늘을 찢어발기고 땅을 뒤집느니라! 한낱 인간 따위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고의 경지다!>
“그렇게 좋은 거면 시험 삼아 하나만 먼저 주면 안 될까? 써 보고 좋으면 바로 들어감. 진짜임.”
-……이 상황에서도 날먹각을 보네. 제정신인 인간이 단 한 명도 없구나.
<정녕 미쳤느냐!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라고 지껄이느냐! 후대의 인간은 이토록 몰염치하단 말인가!>
-이건 드렛슈가 맞다.
‘쓰으으읍. 역시 안 되나.’
뭐, 놀리는 건 이쯤 하고.
어차피 들어가야 할 거 더 이상 시간 질질 끌 거 없이 바로 진행하기로 했다.
카르페는 렛슈에게 자신이 잠깐 잠든 다음 드렛슈를 만나고 올 것이라 전했다.
그는 크게 감격하며 돌아올 동안, 목숨을 걸어서라도 카르페의 몸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준비는 끝.
“좋아. 들어갈게.”
<……정말인가?>
드렛슈의 음성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나 있었다.
“하나뿐인 후예로서 위대한 선대의 시험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크……크하하핫! 잘 생각하였도다. 제법 현명한 판단도 할 줄 아는구나! 짐의 후예를 자처할 만하구나!>
띠링.
<?????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쉽다. 쉬워.
이번 드렛슈는 실력은 어떨지 몰라도 성격은 단순했다.
<좋다. 짐이 다시 마법을 발동할 테니 이번엔 거부하지 마라.>
우우우웅!
그 말과 동시에 잠들게 만들었던 마법진이 다시 떠오른다.
마법진은 아까 전처럼 카르페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그 몸속으로 흡수되었고.
<트랩 아이템과 연동된 마법이 발동됩니다.>
<트랩 발동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신안이 자동으로 간파해 버려서 선택지가 나타났다.
“허락한다.”
<고대의 의식 전이 마법이 발동됩니다!>
파앗!
정신을 차렸을 때, 카르페는 어두운 공간 속에 있었다.
“어, 여기가 무의식?”
-흠. 그런 모양인데.
“어? 형은 어떻게 들어왔어요? 여기 배후령이랑 권속은 못 따라오는 거 아니었나?”
적어도 백화 드렛슈의 은신처에서는 그러했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대충 예측 하자면 이번 드렛슈는 날 인지하지 못해서 그런 거 같은데.
“아.”
신안을 가진 자만이 천마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고, 신안은 백화 드렛슈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그럴듯한 가설이었다.
우우웅.
“응?”
그때, 저 멀리서 환한 빛이 퍼지기 시작했고 빛이 생기자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다.
“……왕좌?”
이 공간의 끝. 그곳에는 커다란 왕좌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왕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카르페는 천천히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드렛슈?”
지금까지 봐 왔던 드렛슈들과 같은 익숙한 얼굴.
하지만 큰 차이가 있었다.
일단, 머리칼이 검은색이다. 푸른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지금까지의 드렛슈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어렸다.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던 이전의 드렛슈들과 달리 눈앞의 드렛슈는 10대 중·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드렛슈의 어린 시절은 아마도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드렛슈는 카르페가 다가올 동안에도 아무런 말도 없이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저 오연한 태도로 카르페를 내려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드디어 왔는가. 흥. 이 몸을 이토록 기다리게 하다니 대단한 배짱이로다. 후예 놈. 이름이 무엇이지?”
“카르페.”
“흥. 건방진 이름이로고.”
이름이 건방질 수가 있나?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어차피 정상적인 대화가 성립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태도 또한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짐을 직접 배알하였다면 응당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순리이거늘.”
“……난생처음 듣는 순리인데.”
“크큭. 좋다. 아무래도 시험에 앞서 조금 교육이 필요할 것 같구나.”
흑화 드렛슈는 오른손을 들어 딱!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그 순간.
우우웅!
“윽?!”
무거운 중압감이 카르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손짓 한 번으로 중력 관련 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일단 그 뻣뻣한 고개부터 숙이게 만들어야겠군. 꿇어라. 이것이 짐과 너의 눈높이다.”
딱!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중력이 훨씬 더 강해졌고 동시에 알림이 떠올랐다.
띠링.
[상태 이상 ‘중압’이 발동합니다. 플레이어의 체감 무게가 500% 증가합니다.]정말로 무릎을 꿇릴 생각이었는지 막대한 중압감이 등을 짓눌렀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무릎을 꿇을 판이었지만…….
띠링.
[해금이 발동합니다.] [상태 이상 ‘중압’이 해제됩니다.]“……엥?”
“흐음. 뭐가 누른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네?”
“그, 그럴 리가? 방금 건 짐의 전력이었…… 앗.”
드렛슈가 황급히 입을 닫았다.
그리고 아주 잠시 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크게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핫! 재밌구나. 그래! 짐의 후예라면 짐의 ‘장난’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이겨 낼 수 있어야지!”
“…….”
“마음에 들었도다! 카르페! 짐 앞에서 고개를 드는 것을 허락하겠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