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0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07화(407/581)
“미완성이라고?”
드렛슈의 말에 카르페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가능한 소리인가?
인형술은 카르페가 첫 유물인 티나를 얻을 때, 같이 얻었던 스킬이다.
등급은 최고 등급인 9성.
그런데 9성 스킬이 미완성이다?
그렇다는 건, 스킬이 완성되면 9성을 넘어…….
“설마 10성 스킬이라도 된다는 거야?”
“그럴 리가. 실로 재미없는 농담이로다. 세상에 10성 스킬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아이라도 아는 사실이지.”
“……뭐, 그래. 그렇다 칩시다.”
“허나, 짐이 화법에 실수했구나. 확실히 그런 식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어.”
어린 드렛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미완성이라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니다. 9성 스킬인 인형술. 그 스킬에는 짝이 되는 또 하나의 9성 스킬이 있다.”
“짝?”
“그래. 두 스킬이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진정한 인형의 힘이 깨어나는 구조지. 지금의 인형들은 그저 명령을 받거나 자율적으로 싸울 뿐이지 않나.”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니야?”
그 정도만 해 줘도 평생 업고 다녀야 할 판에 거기서 뭘 더 해 줘야 하는데?
하지만 드렛슈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일곱 인형들은 본체를 위한 도구이자 병기로서 제작되었다. 그저 제멋대로 두어서야 도구를 제대로 사용했다곤 할 수 없지.”
카르페가 처음 익힌 9성 인형술 스킬은 인형의 소환과 인형의 강화에 관련된 ‘패시브’ 스킬.
그리고 짝이 되는 나머지 9성 스킬은 그런 인형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이라는 게 드렛슈의 설명이었다.
“흐음…….”
고개가 끄덕여진다.
확실히 그런 구조의 스킬이라면 드렛슈가 미완성이라 표현한 것도 이해가 됐다.
그렇다면 완성된 스킬의 위력은 얼마나 무시무시할까?
신화 등급 클래스의 직업 전용 스킬. 그것도 9성 스킬 두 개가 모여서 시너지를 터뜨리는 구조라면, 어쩌면 10성에 준하는 위력이 나올…….
-뭔 헛소리야? 9성 스킬 따위가 2개 모였기로서니 감히 갓금님께 덤벼? 야, 영구동토랑 프로미넌스 두 개 있으면 해금이랑 비벼지냐?
‘……어림도 없죠.’
-그걸 아는 놈이 그딴 생각을 해? 당장 갓금님께 사과드려라. 해금은 무적이고 신이다.
‘아니, 다 알겠는데 왜 형이 자부심을 부리는데요?’
-언젠가 갓금님께서 내 지긋지긋한 회귀도 해금해 주실 거야. 난 믿고 있어…….
‘…….’
아무튼 해금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충분히 사기 스킬일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 스킬을 지금 건네준다는 거지?”
“그랬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그래. 감사히 받…… 뭐?”
아니라고?
‘이 스킬이 이렇게나 대단하다!’라는 빌드업을 이만큼이나 쳐 놓고선 뭐? 건네주는 게 아니야? 그냥 쓸데없이 분량만 잡아먹은 거라고?
카르페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하는 걸 본 드렛슈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진정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짐 또한 이런 스킬이 존재한다는 걸 방금 전에야 알았느니라.”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드렛슈가 한쪽을 가리켰다. 흑화 드렛슈가 소멸한 장소였다.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아라. 짐이 저 재수 없는 녀석의 잔재를 흡수하여 그 힘으로 네 등에 문양을 새기지 않았더냐.”
“그랬지. 그게 무슨 상관…… 아.”
카르페는 그제야 드랫슈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깨달은 모양이군. 저놈의 잔재를 흡수할 때, 놈의 지식 일부가 짐에게로 넘어왔느니라. 스킬에 관한 것은 그 덕에 알게 된 것이다.”
“그렇구나. 어, 잠깐. 그럼 저 드렛슈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거라는 말이네?”
“그런 셈이지. 카르페. 네 선택으로 인한 변화이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특수 루트 클리어로 보상이 강화된다는 알림은 바로 이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짐이 잔재로부터 알아낸 것은 바로 그 스킬이 잠들어 있는 장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마침 동해룡의 내부로군. 자, 카르페여. 짐의 힘을 이을지어다!”
어린 드렛슈는 큭큭 웃으며 카르페에게로 손을 뻗었다.
“둠 오버로드의 의지는 영원히 이어질지니!”
우우웅.
드렛슈의 손으로부터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카르페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띠링.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특정 위치의 좌표를 전송받았습니다.] [무의식 공간에서 벗어날 때, 어둠의 기운이 당신을 인도할 것입니다.]‘동해룡 여정의 마지막은 9성 전용 스킬인가.’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아주 충분했다.
“그리고……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받을 수 있는 건 전부 받았다고 생각했던 그때, 다시 한 차례 기운이 몸으로 스며들었다.
띠링.
[축하합니다! 9성 스킬 ‘다크 매터’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포인트가 2 차감됩니다.]“어?”
“흥. 네가 좋아서 주는 것이 아님을 알아 두어라. 어차피 곧 사라질 몸. 나에게는 의미가 없어 두고 갈 뿐이니라.”
“사라진다고? 어째서?”
“할 일이 끝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네가 들어온 이상 이 공간은 그리 오래도록 유지되지 않아. 정해진 수순이지.”
드드드드.
드렛슈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의식의 공간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바닥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그래.”
정해진 수순이라.
씁쓸한 단어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든 어린 드렛슈가 맞이할 결말은 다르지 않다는 의미였으니까.
“틀렸다.”
“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이는구나. 네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였다. 네가 짐을 살린 그 선택으로 아주 많은 것이 변했다. 봐라. 그 덕에 짐이 지금도 너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느냐.”
어린 드렛슈는 그렇게 말한 후, 씨익 웃었다. 평소의 중2병 돋는 웃음이 아니라 그 나이대에 어울릴 만한 천진한 웃음이었다.
“썩 나쁘지 않은 마지막이로다.”
“……무게 잡아 봤자 멋없다.”
“크핫하! 그런가!”
어린 드렛슈의 몸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한다.
“카르페여.”
“그래.”
“아마 예상하고 있을 테지만, 그놈은 영원히 소멸한 것이 아니다. 놈은 본체의 기억 조각 중 가장 특수한 조각. 아마 다시 마주칠 것이다.”
“그렇겠지.”
드렛슈가 말한 것처럼 카르페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애초에 단발성으로 끝날 놈이었으면 지원이니 뭐니 하며 이터니티 퀘스트가 생성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이번에 크게 박살이 났으니 힘을 크게 소실했을 테지. 크하핫! 다시 떠올려도 시원한 광경이로다. 아마 다음에 마주친다면 사뭇 다른 태도일 것이다. 그 꼴을 보지 못하는 게 유일한 한이로군.”
이제 드렛슈의 신체는 반투명으로 변해 그 건너편이 보일 지경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마. 짐의 후예. 아니, 구원의 길을 걷는 이여. 그대의 선택은 틀림없이 짐을 구했노라.”
스스스스.
“마지막으로 하나만 부탁하겠다.”
“그래.”
천마가 말했던 것처럼 그새 정이라도 조금 든 것일까.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
“부디, 여신 같은 그녀에게 사랑했다고 전해 다오. 아! 문양으로 그녀의 얼굴을 새길 걸 그랬…….”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어린 드렛슈의 몸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
-……진짜 미친놈인가.
빌어먹을.
싱숭생숭해서 괜히 손해 봤네!
카르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봤다. 붕괴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지만 잠깐의 여유 정도는 아직 있었다.
“그럼 이제 진짜 마지막 전리품을 챙겨야겠네요.”
-그래. 그거 까먹으면 절대 안 되지.
카르페는 흑화 드렛슈가 소멸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흑화 드렛슈가 재가 되어 사라진 그 자리엔 드랍된 아이템 하나가 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직사각형 물체.
“……와.”
카르페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서 카드 ‘한 장’을 주워들었다.
띠링.
[특수 루트 돌입 보상으로 가장 드랍 확률이 낮은 아이템이 확정적으로 드랍됩니다.] [축하합니다. ‘어둠왕 드렛슈 아크람’의 스킬 카드를 획득하셨습니다.]스킬팩이 아닌 스킬 카드 드랍.
드랍 몬스터가 보유한 스킬 중 하나가 반드시 등장하는 초희귀 보상이었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플레이어 최초로 새로운 등급을 개방하셨습니다. 보상이 보다 더 강화됩니다.]파앗!
그런 알림과 함께 카르페 손에 쥐어진 스킬 카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아이템의 정보가 변했다.
[축하합니다. ‘어둠왕 드렛슈 아크람’의 스킬 카드 – 9성을 획득하셨습니다.] [개봉 시, 어둠왕 드렛슈 아크람이 보유한 9성 스킬 중 하나가 반드시 등장합니다.]“아니, 어…… 아니? 진짜로?”
-흐음. 뭐, 적당한 보상인가?
“어? 적당하다고요? 이게?”
-에픽+ 반지 하나를 깨 먹었는데 이 정도는 돼야 셈이 맞지.
“아, 그렇게 생각하면 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래도 아까 드렛슈한테 받은 이것저것까지 하면 훨씬 이득이긴 하겠군. 놀랍군. 이게 이터니티 퀘스트의 수준인가?
“아, 맞아. 그거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카르페는 천마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이터니티 알림 처음 떴을 때, 뭐라고 계속 중얼중얼했었잖아요.”
-그랬지.
“이터니티에 대해서 뭔가 짚이는 게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그동안 의문이었던 게 몇 개 풀리긴 했다. 그건 여기서 나가면 말해 줄게.
“오. 좋아요. 기대합니다. 후우. 하. 후우. 하!”
카르페의 시선이 다시 카드를 들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9성 확정 스킬 카드.
신안이 제대로 먹히지 않아서 흑화 드렛슈가 몇 개의 9성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3개는 확실했다.
신안의 효과를 막았던 ‘피로 얼룩진 장막’.
주먹에 막대한 마력을 담아 단숨에 쏘아 내는 마권 ‘명멸(命滅)’.
마지막으로 희대의 사기 디스펠 스킬 ‘마법 초월 분해’.
셋 중 뭐가 나와도 대박이다. 설령 이 세 개가 아닌 다른 것이 튀어나온다 할지라도 9성인 이상 절대 꽝은 없었다.
“아, 꽝이 없는 확정 뽑기는 뽑기의 미학에 어긋나는데! 쫄깃한 맛이 없잖아. 쫄깃한 맛이!”
-미침?
“9성 확정팩에 어떻게 안 미치고 배겨! 간다아!”
카르페가 기세 좋게 스킬 카드를 오픈했다.
그러자 카드에 새겨진 ? 표시가 사라지며 스킬의 정체가 드러났다.
띠링.
[축하합니다! ‘9성 스킬 카드 – 마법 초월 분해(스펠 멜팅)’를 획득하셨습니다!]“크아아아아아아!”
카르페가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었다.
* * *
“으…….”
무의식의 공간에서 모든 것을 마친 카르페가 조심스레 눈을 떴다. 여전히 드렛슈의 신전이었다.
“후우. 정말 살아서 돌아왔…… 엇.”
카르페가 상체를 일으키자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서빙제의 징표’가 부서져 허공으로 사라졌다.
무의식의 공간에서 발동된 아이템이었지만, 힘이 소진된 것은 피할 수 없었기에 붕괴가 일어난 것이다.
띠링.
[‘개방된 서빙제의 징표’가 파괴됨으로써 퀘스트 ‘서빙제의 시험’이 일시적으로 중단됩니다.]“후우. 어쩔 수 없지.”
아까운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결국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그리 씁쓸하진 않았다.
그 대신 많은 것을 얻기도 했고.
-조금 이상하군.
“응? 뭐가요?”
-보통 이런 경우에는 퀘스트가 그냥 파기되는 게 당연한데, 왜 파기가 아니라 일시 중단이지? 뭔가가 더 남아 있나?
“……듣고 보니 그렇네.”
하지만 고민한다 한들, 풀 수 없는 고민이었다. 서빙제라도 다시 만난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진짜 마지막…… 응?”
기지개를 켜던 카르페의 눈에 수상한 것이 잡혔다.
“오오…… 제발 저희를 굽어 살피소서. 저희는 죄가 없사옵니다…….”
카르페가 누워 있던 곳에서 조금 옆.
거기에서 어인족 장로 렛슈가 오체투지한 상태로 어딘가에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드렛슈에게 기도라도 올리는가…… 싶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렛슈의 태도는 경배라기보단 무언가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어딘가를 슬쩍슬쩍 쳐다보는데…… 공교롭게도 그 방향이 카르페의 등 뒤였다.
“…….”
-음. 조졌군.
카르페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카르페. 안녕! 이렇게 빨리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잖니.”
그곳에는 물빛 머리의 여신님께서 아주 환하게 웃고 계셨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