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2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25화(425/581)
“세력?”
갑자기 이게 무슨 밑도 끝도 없는 소리인가.
알림을 찬찬히 읽어 나가던 카르페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세력을 만들고 전란의 시대에서 싸워라? 아니, 이게 무슨 삼국지 게임도 아니고…….”
-삼국지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만, 아마 그거랑 비슷하긴 할 거야.
“어? 형도 이 퀘스트 알고 있어요?”
-대충은.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마계 대공 한 마리 잡아 본 적이 있다는 거 기억나냐?
“아, 맞아. 그랬었죠. 전성기 시절에 잡아 봤다고…… 이름이 아가레스였나?”
-그래. 아가레스. 진짜 미친 고생을 해서 잡은 놈이지.
천마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천마가 쓰러뜨린 아가레스는 ‘마계 대공의 인장’을 드랍하진 않았었다.
그 대신 아가레스의 세력과 관련된 퀘스트가 등장했었는데, 마계에서 그 퀘스트를 어느 정도 수행하다 보니 지금 카르페가 받은 퀘스트와 똑같은 퀘스트가 등장했었다고 한다.
“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떡하긴. 그냥 방치했지. 딱 봐도 혼자서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규모의 퀘스트가 아니잖아.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거고. 스케일이 달라. 스케일이.
“하긴…….”
삼국지 게임과 비슷하다는 말에 대충 감이 잡혔다.
쥐꼬리만 한 세력부터 시작해서 인재 영입하고, 영지도 마련해야 하고, 병사도 훈련시켜야 하고, 그렇게 마련한 전력으로 상대 세력과 대규모 전쟁을 펼치는 것이다.
초대형 길드가 작심하고 달려들어야 견적이 겨우 나올 듯 말 듯하는 거대 퀘스트.
천마의 말대로 개인이 수행할 만한 퀘스트가 아니었다.
-아, 그래도 훨씬 쉽게 진행하는 특수 루트가 있긴 있더라.
“오? 진짜요? 그런 게 있으면 진즉에 그것부터…….”
-마계 대공 세력에 몰래 잠입해서 슥삭 암살하면 돼. 알아서. 잘.
“그냥 하지 말라고 하십쇼.”
마계 대공의 추정 레벨은 약 500대다.
인간계에서 떡너프 상태가 된 마계 대공도 루할의 용사가 나서야 겨우 겨우 패퇴시킬 수 있는 게 현실인데, 마계에서 마계 대공을 쓰러뜨린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
-그런 거지. 그래서 방치하라고 한 거야. 중요한 건 아니니까.
“흐음…… 그렇죠. 일단 당면의 과제부터 우선시해야지.”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마신기와 크림슨 미스릴. 어디까지나 최우선 목표는 그 두 개였다.
“카르페님. 쿠리를 부하로 삼아 주지 않는 거다요?”
시무룩한 표정의 쿠리가 카르페를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요. 쿠리는 약하다요. 그 어떤 세력도 쿠리를 받아 주지 않았다요. 이해하는 거다요.”
-……뭐. ‘난 꼭 마계일통을 이루고 말 거야!’ 같은 망상만 안 한다면, 세력을 이루는 것까진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죠? 좋아.”
카르페는 쿠리에게 다가가서 머리 부분을 슥슥 쓰다듬었다.
“너만 괜찮다면 부하로 삼을게.”
“정말이다요?!”
“그런데 이렇게 함부로 정해도 되는 거야? 생각을 좀 더 해 보는 게…….”
“그렇지 않다요! 지금까지 쿠리를 버리지 않은 존재는 카르페 님뿐! 쿠리가 섬긴다면 오직 카르페 님뿐인 거다요! 감이 오는 거다요. 카르페 님은 마왕이 될 인재다요!”
“아니, 난 마왕 되고 싶은 생각 없는데…… 그건 네 꿈이라면서?”
“인간 수명 짧다요? 쿠리는 카르페 님 부하로 있다가 다음 마왕을 물려받으면 되는 거다요! 쿠리 수명 길다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물론, 그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0에 한없이 가깝긴 했지만……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법이다.
“좋아. 쿠리. 네가 내 마계 부하 1호야. 앞으로 잘 부탁해.”
“충심으로 섬기겠다요!”
그 순간이었다.
띠링.
[플레이어가 마계에서 ‘세력’을 생성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마계 세력창’을 활성화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세력 주인 : 플레이어 카르페] [현재 세력원 수 : 2] [세력 영토 : 없음] [세력 명성 : 없음] [세력 명성이 부족하여 세력 명칭을 설정할 수 없습니다. 세력 명성은 세력원 수가 늘어날수록, 영토가 넓어질수록 증가하며 또한 특정 사건으로 증감할 수 있습니다.]“조촐해도 이렇게 조촐할 수가 없네.”
-뭐, 신경 꺼라. 어차피 제대로 써먹을 창도 아니니까.
“으앗?! 깜짝 놀랐다요! 누구다요? 귀신이다요?”
쿠리가 카르페의 세력에 편입되는 순간, 쿠리의 눈에도 천마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 천마 형이 보여?”
“보인다요. 천마라고 한다요?”
“신기하네.”
쿠리는 시스템상 ‘권속’이 아닌 ‘부하’로 분류되었지만, 그래도 천마를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제갈량 따위는 감히 비빌 수도 없는 고금제일브레인. 천마 군사님이시다. 그와 함께라면 마계를 일통하는 것도 주머니 속에서 물건을 꺼내는 난이도일 터!”
-……무슨 소개가 그따위야?
“군사님! 멋있는 거다요!”
카르페는 그렇게 마계에서 세력을 일궜다.
* * *
“그럼 지금부터 쿠리가 카르페 님을 안내하겠다요. 마침, 발라크 대공의 영지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요.”
“오, 그거 다행이네.”
제1목표인 마신기는 대공 발라크의 보물고에 잠들어 있었다.
“운이 좋군. 거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쿠리 생각에는 4일 정도만 걸으면 될 것 같다요.”
“아니, 엄청 멀잖아?”
“그렇지 않다요? 4일이면 코앞이랑 다름없다요.”
“으음…….”
몇천 년을 우습게 사는 장수종의 시간 개념은 평범한 인간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을 좀 줄일 필요가 있겠네. 빠르게 달려야겠어.”
“쿠리는 달리기 자신있다요!”
“아니,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묵향 소환!”
카르페가 묵향을 부르자 그림자에서 묵향이 불쑥 솟아났다.
“뀨웃!”
“그래. 향아. 잘 지냈어?”
묵향은 소환되자마자 폴짝폴짝 뛰며 카르페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쿠리가 깜짝 놀랐다.
“처, 처음 보는 생물이다요?”
“뀨우?”
쿠리의 말에 묵향이 반응했다.
묵향은 쿠리에게 쪼르르 달려가 냄새를 킁킁 맡기 시작했다. 그러곤 이내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뀨우우우웃!”
“맘에 든 모양이네. 인사해. 이쪽은 묵향. 내 권속이야.”
“이분도 카르페 님의 부하인 거다요?”
“뭐, 그렇다 볼 수 있지.”
권속이나 부하나 의미는 거기서 거기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묵향 님은 쿠리의 선배다요?”
“뀨웃?!”
‘선배’라는 단어에 묵향이 움찔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두 발로 선 채 의젓한 척 헛기침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다람쥐가 헛기침이라니…….
“큣! 큣!”
“선배만 믿으면 된다는 거다요? 멋지다요! 의지가 된다요!”
“뀻뀻뀨웃!”
묵향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두 털 뭉치가 서로 폴짝폴짝 뛰며 웃는 광경이 심히 괴이쩍었다.
“……뭐, 사이만 좋으면 됐지.”
띠링.
[루할의 퇴마 팔찌가 활성화 중입니다. 권속 ‘묵향’이 마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어, 그런데 쿠리는 어떻게 된 거지?”
루할의 퇴마 팔찌는 우군을 마기로부터 보호하는 옵션이 있다. 당연히 부하인 쿠리 역시 그 영향 아래에 있는 셈.
“……악마가 마기의 영향을 안 받으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아무렇지도 않은 거 같은데? 너무 약해서 마기가 의미가 없나?
“그런 이유면 좀 슬프네요.”
카르페는 고개를 한 번 저은 후, 묵향에게 말했다.
“향아. 거대화 부탁해. 우리 전부 탈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뀨웃!”
카르페의 말에 묵향이 거대화를 발동해서 몸집을 키웠다.
“깜짝 놀랐다요! 선배 너무 멋진 거다요!”
“뀻뀻뀻!”
묵향의 달리기 속도는 명마라 불리는 것들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여기서 묵향의 속도를 더 끌어올린 수단이 있었다.
카르페는 최고의 ‘기승’ 라이더를 소환했다.
“티나 소환.”
카르페의 부름에 이번에는 티나가 소환되었다.
“광휘의 티스타니아. 주군의 부르심을 받고 달려왔습니다. 음? 악마로군요.”
티나는 그렇게 말한 후, 칼을 뽑았다.
“주군께서 명하신다면 바로 베겠습니다.”
“쿠, 쿠릿?! 살려 달라요! 쿠리는 선량한 악마다요! 카르페 님의 부하다요!”
“음? 주군의 부하입니까?”
쿠리의 말에 티나가 자세히 쿠리를 살피기 시작했다.
“……특이한 악마로군요. 악마인 것은 분명하지만, 악마로서의 기운이 거의 없습니다. 마치, 군사님과 비슷합니다.”
-뭐? 나랑 비슷해?
“그렇습니다. 군사님이 위신이면서 위신의 기운이 거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내가 저 털 뭉치랑 동급이라고?
천마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확인을 마친 티나가 검을 다시 집어 넣었다.
“실례했습니다. 저는 주군을 섬기는 두 번째 검. 광휘의 티스타니아. 티나라고 불러 주시길. 주군의 부하라면 저희 역시 동료인 셈입니다.”
“무, 무서웠던 거다요.”
“으음. 미안합니다. 쿠리. 악마라고 생각해서 그만.”
“괜찮다요! 쿠리는 기쁜 거다요. 또 다른 선배가 생긴 거다요!”
적당히 인사를 마친 후, 티나를 기수로 해서 모든 인원이 거대화한 묵향의 등에 탑승했다.
[권속 광휘의 티스타니아의 스킬 기승이 발동합니다.] [탈것의 속도가 크게 증가합니다.]두두두두두!
거대한 묵향이 황야를 가로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빠, 빠르다요?!”
“뀻뀻!”
그렇게 약 3시간쯤을 달렸을 때.
쿠리가 예상한 4일의 시간은 단번에 줄일 수 있었다.
“카르페 님! 지금부터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요!”
“응? 그래?”
“지금부터 발라크 대공의 영지다요. 나쁜 악마들이 돌아다닐 거다요.”
쿠리의 말에 묵향의 거대화를 해제한 후, 일행은 조심스럽게 황야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쯤 걸었을 때.
“빨리 움직여라!”
“꾸물거리지 마라! 단숨에 녀석들을 친다!”
“큭큭! 놈들의 목을 베어 발라크 님께 바쳐라!”
군대로 보이는 악마 집단이 등장했다.
멀리 바위 뒤에 숨어 그 모습을 살펴보던 카르페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전쟁 중인가?”
-흐음. 내가 지난 회차에서 왔을 때는, 딱히 이러진 않았는데 시기가 안 좋았나?
“쿠리가 알고 있다요. 지금 발라크는 할파스의 영지로 쳐들어가고 있다요?”
“……응? 할파스?”
“그렇다요. 최근 어찌된 일인지 할파스 대공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요. 그래서 욕심 많은 발라크 대공이 할파스의 영지를 노리고 있는 거다요.”
“어, 잠깐…….”
‘할파스’라는 이름이 무척 귀에 익었다.
“내가 잡은 놈이잖아?”
정확히는 용사 티나와 용사 아리스가 잡은 거지만 어쨌든.
얼마 전에 있었던 마계 침공 이벤트 최후의 보스가 바로 할파스였다.
-과연. 그런 거군. 네가 할파스를 잡아서 그게 스노우볼이 굴러간 모양이네.
“후우. 일이 이렇게 되네…….”
카르페는 마신기를 얻는 과정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을 예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