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2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26화(426/581)
상황이 묘하다.
발라크의 세력과 할파스 세력 간의 전쟁.
카르페가 할파스를 쓰러뜨리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움직임이다.
과연 이게 화가 될지 복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었다.
카르페가 잠깐 고민에 빠진 와중 쿠리는 조금 다른 내용으로 경악하는 중이었다.
“쓰, 쓰러뜨렸다요? 설마, 카르페 님이 할파스 대공을 쓰러뜨린 거다요?!”
안 그래도 커다란 쿠리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뭐, 그렇긴 한데……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쓰러뜨린 건 아니고 여기 있는 티나가 쓰러뜨렸지. 나는 구경만 했고.”
무엇을 숨기랴. 티나가 바로 세계의 위기를 구원한 용사다!
“티나 선배?! 너무 강하다요?!”
카르페의 말에 쿠리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티나를 쳐다봤다. 티나는 그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어쩐지 볼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그. 오해입니다. 일단, 저 혼자서 쓰러뜨린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마계 대공은 인간계에서 무척이나 약화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루할의 힘을 받아 특수한 상태였습니다. 만약 다시 한번 대공과 싸운다면,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쿠리의 생각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웠던 것인지 티나는 평소보다 횡설수설 말이 많았다. 하지만 쿠리가 다시 그 말을 부정했다.
“그렇지 않다요! 선배의 말은 틀렸다요! 쿠리가 400년 넘게 살아오면서 깨달은 진리가 있다요.”
“진리?”
“그건 바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거다요!”
“오.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군.
“뀻뀻!”
쿠리의 말에 카르페와 천마, 묵향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자 티나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
“할파스 대공은 죽었고 티나 선배는 살아남았다요. 그럼 티나 선배가 더 강한거다요!”
“아, 그…….”
“멋진 거다요! 존경한다요!”
“고, 고맙습니다. 쿠리. 그러니까 그만 좀…….”
의외로 티나가 노골적인 칭찬에 약하구나. 좋은 걸 봤다.
카르페는 고개를 주억거린 후, 다시 악마들을 쳐다봤다. 놈들은 결국 카르페 일행을 눈치채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전쟁 상황이라…… 흐음. 그럼 이제 어쩐다. 형. 형은 마신기 어떻게 손에 넣었어요?”
-별거 없어. 은신 스킬 둘둘 두르고 함정도 해제하고 필요할 때는 암살도 하면서…… 뭐, 어떻게 어떻게 겨우 손에 넣었지.
“그게 별거 아닌 거예요? 완전, 영화 한 편 찍었구만?”
-아무튼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썼던 방법이 통할 거란 보장이 없어. 전쟁 상황이잖아.
“그렇죠.”
전쟁 상황에서 경계가 삼엄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아마 발라크가 머무는 성은 평상시에 비해 훨씬 삼엄한 감시가 있을 터였다.
-뭐, 그렇다고 이 상황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 발라크가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직접 출진이라도 한다면 의외로 손쉽게 손에 넣을 수도 있는 거니까.
“흐음. 확실히 변수가 많긴 하네요. 은신으로 잠입하는 건 투명망토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들키지 않고 마신기만 가져올 수 있으면 그게 베스트지만, 상황이 그렇게 편하게만 돌아갈 리가 만무했다.
만약 전투라도 벌어진다면?
카르페는 냉정하게 자신의 전력을 평가해 봤다.
“중급 마수와 중급 악마 수준이 비슷하다고 치면…… 아마 셋에서 넷 정도는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모든 권속을 소환했을 때, 그리고 주사위 숫자가 4 이상 떴을 때를 가정하면 그 정도 될 것 같았다.
반면, 상급 악마는…… 솔직히 장담하기가 힘들었다. 카르페가 모든 수단을 끌어모아 상급 악마를 처치한 전적이 있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계에서의 싸움이었으니까.
일반적으로 악마는 계급이 높을수록 인간계에서 더 많은 제약을 받는다.
즉, 마계의 상급 악마는 인간계의 상급 악마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 봐도 무방했다.
“티나랑 아리스가 용사 전용 스킬 쓰고, 태초의 휘광에 인형합일 상태로 주사위 6 띄우면…… 가능하려나?”
-계산이 어렵군. 상급 악마라고 뭉뚱그려서 말했지만, 그놈들도 제각각 성향이 다르니까. 아마 너랑 상성이 좋은 놈 한정으로 붙어 볼 만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좀 힘들 거 같다.
“후우. 형이 그렇다면 그렇겠죠.”
상급 악마가 상대라면 현재의 카르페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마계 대공은 애초에 논외다.
“괴물 소굴이네. 작전을 세워 봐야겠네요.”
정면 승부로는 답도 없다.
어떻게든 잠입해서 해결을 봐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 계속 이러는 것도 불안한데. 어디 안전하게 있을 만한 곳 없나.”
“쿠리가 안다요!”
“응? 그래?”
“놀라지 마라요! 쿠리의 은신처가 여기서 그리 멀지 않다요! 그곳으로 안내하겠다요!”
-오호. 생각보다 쓸모가 많은 털 뭉치네.
“쿠리에게 맡겨 달라요! 어서 가자요!”
그렇게 카르페 일행은 다시 묵향을 타고 쿠리가 안내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다시 약 1시간을 달린 결과, 황무지의 암석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다요! 지금부터는 쿠리가 앞장서겠다요? 조심히 따라오는 거다요.”
쿠리는 그렇게 말하며 짧은 다리로 뚜방뚜방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험난한 암석산의 중턱쯤 도착했을 때.
“여기다요!”
산 중턱, 은밀하게 숨겨진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농구공 크기보다 조금 더 작은 구멍이었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된다요! 입구는 좁지만 안은 그래도 꽤 넓다요!”
“어, 잠깐만.”
카르페가 난감하다는 듯 구멍을 쳐다봤다. 어떻게 봐도 인간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카르페가 난감해하자 쿠리 역시 그제야 문제점을 인식했다.
“쿠리의 실수다요…….”
“음. 아냐. 잠깐만. 너무 기죽지 마. 방법이 있으니까.”
카르페는 그렇게 말한 후, 인벤토리에서 열매 하나를 꺼냈다.
바로, 다람쥐 왕국에 입장할 때 사용했던 ‘소형화의 열매’였다.
카르페가 열매를 복용하는 순간, 크기가 순식간에 줄어들었고 티나 역시 소형 모드로 전환했다.
“카르페님. 재주가 많은 거다요.”
“이 정도 가지고 뭘. 자, 그럼 들어가자.”
“이쪽으로 오라요!”
쿠리의 말대로 동굴 안은 제법 아늑했다.
쿠리가 구해 온 것인지 부드러운 이파리 같은 게 바닥에 깔려 있었고, 은은한 빛을 내뿜는 돌 같은 것도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환영한다요! 쿠리 말고 쿠리의 집에 온 사람들은 카르페 님과 선배가 처음이다요!”
쿠리는 자신의 집에 누군가가 방문했다는 사실이 기뻤는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앞으로 이곳을 카르페 님이 좋을 대로 써 달라요! 바로 이곳이 우리의 기지인 것이다요!”
그 순간이었다.
띠링.
[세력이 ‘영지’를 획득했습니다.] [현재 세력 영지 : 최최하급 악마 ‘쿠리’의 은신처.] [이로써 당신은 세력의 최소 구성 요소인 ‘세력원’과 ‘세력 영지’를 모두 확보하였습니다.] [대전란 시대의 마계. 당신의 세력이 전란의 폭풍이 될지도 모릅니다!]“……이것도 영지로 치는구나.”
-……알림창이 좀 맥이는 거 같은데? 최최하급 악마 세력원이랑 이 좁은 동굴로 무슨 전란의 폭풍이냐?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도 마계의 존재에게 위협받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중요했다. 이곳 마계에서는 ‘룸’으로 이동할 수 없었으니까.
“응? 이건?”
쿠리의 집을 구경하던 카르페가 벽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기묘한 그림이었는데 언뜻 보니 네발 달린 짐승을 표현한 것 같았다.
“거긴 쿠리의 수련장인 거다요!”
“수련장? 이게?”
“그렇다요. 쿠리가 직접 그린 헬 비스트인 거다요.”
“헬 비스트…….”
마계에 존재하는 최하급 마수 중 하나다. 사실상, 쿠리를 제외하면 마계의 존재 중 가장 약한 존재라 할 수 있었다.
“직접 그린 거야?”
“그렇다요! 비슷하지 않다요?!”
“으음…….”
뭐,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니, 맞나?
카르페가 미묘한 표정을 짓자 쿠리가 들떠서 말했다.
“쿠리의 수련 장면을 보여 주겠다요! 에잇!”
쿠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선 폴짝폴짝 뛰어 벽으로 몸을 날렸다. 정확하게 헬 비스트(?)가 그려진 벽이었다.
포옥.
당연하지만, 커다란 충격 같은 건 없었다. 털 뭉치가 벽에 부딪쳐 봤자 푹신할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쿠리는 개의치 않고 열 번이나 연거푸 부딪치더니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어떻다요?! 헬 비스트가 혼쭐이 났다요!”
“음…… 그렇네.”
“쿠리는 열심히 수련해서 꼭 마왕이 될 거다요!”
뭐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애매했다.
쿠리는 들뜬 상태로 이어서 말했다.
“카르페 님. 쿠리가 꼭 카르페 님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다요?”
“어? 줄 것?”
“그렇다요. 쿠리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요! 잠시만 기다려 달라요! 금방 가지고 오겠다요!”
쿠리는 그렇게 말한 후, 동굴 안쪽으로 도도도 달려갔다.
“아니, 보물이라니…… 도대체 뭐길래.”
카르페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는 그때, 물끄러미 벽을 살펴보던 티나가 입을 열었다.
“주군. 이것을 보십시오.”
“응?”
“……정말이지, 멋진 흔적입니다.”
티나가 가리킨 곳은 쿠리가 수련이랍시고 부딪힌 헬 비스트 벽이었다.
“어…….”
자세히 살펴보니 그쪽 벽만 다른 벽에 비해 둥그런 형태로 패여 있었다. 만져보니 아주 맨들맨들하다.
“이건…….”
“네. 쿠리가 셀 수 없을 만큼 부딪힌 결과입니다. 틀림없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된 시간이었겠지요.”
“…….”
그 말에 카르페는 벽면에 힘을 줘 보았다. 무척이나 단단했다.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다.
“……대단하네.”
“뀨우우우…….”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몇십 년, 아니 어쩌면 몇백 년의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쿠리는 저 벽에 몸을 던진 것이다.
언젠가는 진짜 헬 비스트를 쓰러뜨릴 수 있도록.
하루, 또 하루. 몸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을 참아 가며 수련한다.
쿠리에게는 ‘마왕이 된다’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었다.
“쿠리는 약할지언정,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도 강하군요. 실로 기사의 귀감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게. 정말 멋지네.”
찌그러진 헬 비스트.
재능을 타고난 카르페로서는 짐작조차 하기 힘든, 그런 피땀이 서린 멋진 그림이었다.
-……크응.
“어, 형 울어요?”
-뭔, 미친 소리야? 울긴 누가 울어!
“아닌데. 방금 좀 훌쩍인 거 같은데.”
-……누가 올지도 모르니까 밖에서 잠깐 정찰하고 온다.
천마는 그렇게 말한 후, 휙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군사님도 정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이 변하긴 했지.”
묵향을 비롯한 다른 권속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천마는 그래픽 쪼가리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천마가 사라진 직후, 쿠리가 다시 돌아왔다.
“카르페 님! 기다렸다요! 이것을 카르페 님에게 드리겠다요!”
“어? 이건?”
그렇게 말하는 쿠리의 손에는 익숙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직사각형의 물체.
바로 스킬 카드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