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2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29화(429/581)
“여기서부터는 조심히 가는 게 좋을 것 같다요!”
작게나마 저 멀리 발라크의 성채가 보였으니, 지금부터 발라크의 수색대들이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았다.
거대화한 묵향을 탄 채로 다가가기엔 위험 부담이 있었으니, 쿠리의 말대로 최대한 은밀하게 이동하기로 했다.
“성채 가까이에 도착하면 쿠리가 성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지하수로를 알려 주겠다요!”
“……지하수로? 그런 곳도 있어?”
“그렇다요! 쿠리처럼 세력에 속하지 못한 떠돌이 악마들이 몰래 많이 살고 있다요. 지하수로를 통하면 곧바로 내성까지 직행할 수 있는 거다요.”
“응? 외부에서 내성까지? 그럼 엄청 중요한 통로인 거 아니야?”
쿠리의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중요한 통로면 당연히 경비 같은 게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요. 강한 악마들은 지하수로처럼 더러운 곳까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요!”
-흠. 확실히 그런 설정이 있었지. 악마들은 하나같이 프라이드가 높아서 아무리 전쟁 상황이라도 하수도처럼 더러운 곳을 침투 루트로 삼지 않는다고. 차라리 정면으로 쳐들어가서 정정당당하게 싸우다 죽는 게 명예라고 생각하는 놈들이란 설정이야.
“……전투에 미친 종족다운 무식한 설정이네요.”
아무튼 카르페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카르페는 쿠리의 안내에 따라 조심히 성채 쪽으로 이동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몇 가지 물어보았다.
“쿠리. 발라크와 할파스의 전쟁에 대해서 좀 자세히 설명 좀 해 줄래?”
“쿠리는 똑똑한 악마다요! 쿠리가 아는 것 전부 알려 주겠다요.”
쿠리는 자신이 아는 정보를 재잘재잘 떠들었다.
발라크 세력과 할파스 세력이 본격적으로 맞붙은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 한다.
어느 날, 할파스 대공이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 소문을 접한 발라크 세력 쪽이 찔끔찔끔 시비를 걸던 게 전쟁의 시작이었다.
발라크 세력은 아무리 시비를 걸어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할파스 세력을 보곤 소문이 진짜라 판단했고, 본격적인 선전포고 후 전쟁을 시작했다.
“원래는 할파스 대공 세력이 더 강했다요.”
할파스의 세력은 마계 내에서도 중상위에 속하는 세력이었고, 반대로 발라크의 세력은 하위권에 속하는 세력이었다.
“응? 그러면 진즉에 할파스가 발라크를 잡아먹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할파스 대공의 세력이 더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싸웠다면 할파스 대공도 큰 피해를 입었을 거다요. 게다가 할파스 대공은 명문 중의 명문이라 천한 출신의 발라크 대공과 싸우는 것은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생각했다요!”
“아, 확실히 그런 느낌이긴 했지.”
카르페는 할파스와의 전투를 떠올렸다.
스스로를 ‘본 공작’이라고 칭하던 거대한 새.
인간을 미물이라 칭하며 내려다보길래 ‘마계 대공은 하나같이 재수 없는 것들이구나.’ 싶었는데, 할파스는 그중에서도 프라이드가 남다른 녀석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발라크 대공은 최하급 악마부터 시작해서 마계 대공의 지위까지 오른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악마.
현실로 따지면 이등병 출신이 별을 단 것이다. 쿠리의 말에 따르면 이건 기나긴 악마의 역사에서도 드문 일이라는 모양이었다.
“쿠리도 발라크 대공을 존경한다요! 탐욕스럽고 잔혹한 악마 중의 악마다요!”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가 그 탐욕스럽고 잔혹한 악마의 물건을 털러 가는 중이라는 거지.
“그것도 악마다워서 멋진 거다요! 발라크 대공의 물건을 노린다는 건 보통 심장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요.”
아무튼 발라크와 할파스는 서로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일어난 할파스의 실종 사건. 당연히 발라크가 두고 볼 리 없었고,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면 발라크가 곧 할파스 세력을 먹겠구나.”
“그래도 쉽지는 않을 거다요.”
“응? 어째서? 한쪽 마계 대공이 사라졌는데?”
마계 세력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마계 대공들이다.
마계 대공이 사라진 이상, 세력의 힘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원래는 그렇지만…… 할파스 대공이 조금 특이한 악마라서 그렇다요.”
원래 악마란 기본적으로 탐욕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종족이다. 대부분의 악마가 자신의 것을 다른 악마에게 나눠 주지 않는다.
“하지만 할파스 대공은 달랐다요. 할파스 대공은 자신의 충신에게는 합당한 대우를 해 줘야 진정한 귀족이라 생각했다요.”
놀랍게도 할파스는 자신의 힘 일부를 네 명의 악마에게 나눠 줬다.
“마계에선 그 네 명을 ‘할파스의 네 자루 검’이라 불렀다요! 멋있는 거다요!”
“사천왕 같은 건가 보네. 대충 어떤 스토리인지 알겠군. 사천왕이 강력해서 쉽게 안 밀리는 거구나.”
“그렇다요. 네 자루의 검은 상급 악마 중에서도 아주 아주 강한 상급 악마다요. 보통 상급 악마는 상대도 안 되는 거다요!”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계급의 악마라고 그 강함 역시 같은 건 아니었다.
상급 악마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중급에서 갓 상급으로 올라온 악마가 있는 반면, 마계 공작 직전 급의 상급 악마까지 그 편차가 어마어마했다.
“할파스 사천왕들은 상급 악마들 중 최강자 라인이라는 거네.”
“그런 거다요!”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쿠리. 호카스타나 칼리파라는 상급 악마 알고 있어?”
“호카스타는 모르고 칼리파는 알고 있다요! 마계에서 이름 있는 명문 가문의 악마다요!”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이야?”
호카스타는 용좌와 함께 쓰러뜨린 상급 악마였고, 칼리파는 카르페가 솔로 레이드로 쓰러뜨린 바로 그 상급 악마의 이름이었다.
카르페의 물음에 쿠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으음…… 그 정도면 상급 악마 중에서도 딱 중간이거나, 조금 아래일 거다요! 현재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악마라 들은 거다요!”
“……상급 악마랑은 최대한 안 싸워야겠네.”
그게 상급 악마 중간 수준이라니.
마계가 진짜 미친 세계라는 게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할파스의 검들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 발라크 대공이 이길 거다요. 마계 대공이 없는 세력은 결국 한계가 있는 거다요.”
“그렇군. 좋아. 덕분에 대충 정세 파악이 됐어. 고마워.”
-얘는 약한 거에 비해 아는 건 꽤 많네. 무슨 개방이나 하오문 포지션이냐?
“개방? 하오문? 그게 뭐다요?”
-거지 집단이랑…… 아니, 그냥 그런 게 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결국 목표로 했던 지하수로 입구까지 도달했다.
쿠리가 말했던 것처럼 지하수로 입구에는 아무런 경계가 없었다.
“지하수로 안쪽은 미로지만, 그것도 쿠리에게 맡겨 달라요! 쿠리가 바로 내성 안까지 도달하는 길을 안다요!”
“가슴이 웅장해진다. 쿠리는 진짜 전설이다. 쿠리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천마 내비게이션도 모르는 지하수도 루트라니.”
-야. 나도 지하수도만 모르는 거지. 내성 안까지 가면 길 다 알고 있거든? 안에만 들어가면 내가 훨씬 더 나아!
“어. 지금 쿠리랑 내비게이션 경쟁하시는 거예요?”
-……망할. 이겨도 지는 싸움이네.
툴툴거리는 천마를 뒤로하고 쿠리가 앞장섰다.
오염된 물의 더러운 냄새와 습기가 가득하다. 찍찍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게 영락없는 지하수도 그 자체였다.
“시궁쥐가 많이 있다요. 쿠리도 많이 잡아먹은 거다요. 녀석들도 제법 강하지만 쿠리한테는 안 되는 거다요!”
“그, 그래?”
최하급 마수조차 되지 못하는 그냥 쥐 정도 되어야 쿠리가 겨우겨우 이길 수 있다는 소리에 눈물이 나올 뻔했다.
“쿠리…… 여기서는 요렇게…….”
쿠리의 안내를 받으며 약 한 시간.
중간에 떠돌이 최하급 악마 한 마리와 조우해서 가볍게 쓰러뜨린 것만 제외하면, 아주 쾌적한 진행이었다.
“다 왔다요! 여기 위로 올라가면 바로 내성이다요!”
머리 위로 긴 벽 사다리가 보였다.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쿠리 수고했어.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다.”
“쿠리…… 쿠리도 따라가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다요.”
쿠리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냉정한 말이지만 현재의 쿠리는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백이면 백 짐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세력의 ‘부하’는 권속과 달라서 플레이어가 소환, 역소환하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쿠리가 좀 더 강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거다요. 슬프다요.”
“아냐. 길 안내만 해도 충분히 큰 도움이야. 쿠리가 없었으면 훨씬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테니까. 1등 공신이지.”
“정말로 1등 공신이다요?!”
“그래. 그러니까 쿠리에게는 아지트 수비를 부탁할게.”
“알겠다요! 맡겨만 달라요! 아무도 쳐들어오지 못하게 확실하게 지키겠다요.”
쿠리는 그 말을 끝으로 카르페에게 짧은 손으로 경례(묵향이 하던 걸 따라서 배웠다.)를 한 후에 지금까지 왔던 길을 돌아갔다.
“후우. 그럼 이쪽도 본격적으로 조사해 볼까.”
카르페는 벽 사다리를 잡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끼익.
지하수도를 벗어난 카르페가 조심스럽게 투명망토를 뒤집어쓰고 ‘인헨스 클로킹’을 발동했다.
“……진짜 본성이 코앞이네. 루트가 너무 좋은데요.”
-흐음. 그렇군. 털뭉치. 생각보다 엄청 쓸 만한데.
발라크의 성채는 외성, 내성, 그리고 발라크 본인이 거하는 중앙의 본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쿠리가 안내한 지하수도 출구는 바로 내성과 본성 사이에 위치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진입 루트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인데…….”
-일단, 지형지물부터 확실히 파악하는 게 낫겠지. 내가 대충 기억하고 있긴 해도 100% 확실한 건 아니니까. 아, 저기 본성 제일 위에 보이냐?
천마가 가리킨 곳에는 흉흉한 형태의 해골 마크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마계 대공 놈들은 자신이 성안에 있다는 표시로 저 깃발을 내걸어. 저게 펄럭이고 있다는 건 발라크가 성안에 있다는 뜻이지.
천마의 말에 따르면 저게 또 마계 대공의 프라이드 같은 거라서 거짓으로 깃발을 걸거나 내리진 않는다는 모양이었다.
“……성안에 발라크가 있으면 못 훔치겠죠?”
-절대로. 반드시. 무조건 못 훔치지.
“쓰읍…… 그러고 보니 형은 이걸 어떻게 훔쳐 냈어요?”
-나는 상황이 많이 달랐지. 일단, 레벨부터가 300레벨 중후반 때 들어왔으니까.
천마는 그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발라크 세력 외곽에서 계속 시비를 걸었지. 발라크 본인이 직접 나올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 놈이 드디어 움직였을 때, 나는 몰래 움직여서 슥 털어 버린 거지. 일종의 성동격서랄까?
“허허. 과연. 천마의 지혜가 하늘에 닿았구나. 그래서 그렇게 마신기를 훔쳤다?”
-뭐, 그렇지. 사실 그때 내 목적은 마신기가 아니긴 했지만.
“엥? 그래요? 그럼 뭐가 목적이었요?”
-라이프 베슬. 발라크 놈은 엘더 리치라서. 그 베슬을 부숴야 죽어. 그런데 결국 못 찾아서 못 부쉈지. 아주 꽁꽁 숨겨 놨나 봐.
“……더럽게 빡세네.”
추정 레벨 500에 육박하는 엘더 리치라니.
카르페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밖으로 유인해야만 훔치는 게 가능하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런데 그게 너한텐 별로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오. 저도 마침 딱 떠오르는 게 있긴 했어요.”
카르페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인벤토리를 들여다봤다.
자그마한 상자.
거기에는 마계, 특히 고위 악마라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멋진 어그로템이 들어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