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2화(42/581)
가장 먼저 패닉에서 회복한 건 카르페였다.
“으와. 깜짝 놀랐네.”
설마 했던 일이 정말로 일어나자 몸이 굳고 말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눈앞의 이 거대한 벌레가 강적은 아니었다.
구덩이 던전에서 만난 마이나데스나 배후령을 떠올려본다면, 눈앞의 벌레는 비교하기도 민망할 만큼 연약한 존재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무력적인 측면에서의 비교이고…… 비주얼적인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
안타깝게도 아직 세상은 외모 지상주의가 팽배해 있었다.
“후우우.”
깊게 숨을 들이쉬자, 동굴 속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채우며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어 주었다.
좋아. 이제 괜찮다.
차가운 머리로 놈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흉악하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거대해서 현실감이 떨어졌다.
징그러운 벌레라기보다는, 그냥 몬스터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카르페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었고.
-나 눈 감았다. 진짜 감았어. 귀도 막을 거다. 젠장, 영혼 상태라서 귀는 안 막아지네!
“……무슨 호러 영화라도 보십니까?”
-차라리 호러면 낫지. 저건 그냥 상영 불가 판정이야!
그리고 한조는 천마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다.
“소인은…… 소인은…… 무리요. 벌레는 무리란 말이오.”
한조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수인을 맺으며 좌우로 휙! 휙! 회피 스킬을 쓰고 있었고, 백설 역시 그런 주인을 요리조리 따라다니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멘탈이 터져도 컨셉은 지켜야 한다는 필사의 의지가 느껴졌다.
“인술! 매미 허물 벗기!”
틀렸다. 이미 자신의 세계로 들어간 모양이다.
천마는 그래도 최소한의 대화가 성립이라도 했는데, 한조는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흡사 벌레에 대한 정신적인 트라우마라도 앓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
아무래도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얘 비명이 조금 이상했는데…….”
사실 조금 이상한 게 아니라 많이 이상했지.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는 어디 가고, 돌연 소프라노로 변했으니까 말이다.
“일단 그건 나중에 신경 쓰기로 하고.”
지금은 눈앞의 저 벌레부터 치워야 했다.
“흥. 겨우 이 정도인가? 합!”
티나는 혈혈단신으로도 놈을 잘 묶어 두고 있었다.
공격해 오는 거대 슬레터의 더듬이 공격은 별로 어렵지 않게 검으로 걷어 냈다.
비주얼에 능력을 몰빵한 만큼, 전투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리라.
카앙!
다만, 티나의 공격도 그리 신통치는 않았다.
단단해 보이는 외피는 장식이 아니었는지, 티나가 검을 내리쳐도 잠시 움찔할 뿐 큰 데미지는 없어 보였다.
“어디 약점이 있을 것처럼 생겼는데…….”
-으으. 미리 말해 두지만 저놈은 나도 몰라. 애초에 상대하겠다는 상상조차 안 해 본 놈이라고.
“뭐, 그럴 것 같았어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멘탈부터 챙기세요.”
다행스럽게도 카르페에게는 공략법을 찾아낼 만한 아이템이 있었다.
“어디 확인해 볼까.”
카르페가 거대 슬레터를 향해 ‘드래곤의 눈’을 발동시키자, 놈의 정보가 곧바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띠링.
[Boss : 거대 슬레터] [HP : 99% MP : 100%] [보유 스킬]-전광석화(7성, Boss 전용 스킬)
-외강내유 갑피(6성, Boss 전용 스킬)
-몸통 강타(2성)
[장착 아이템]-없음
“오?”
보스 전용 스킬이라.
그러고 보니, 천마에게 얼핏 그런 말을 들은 거 같기도 했다.
마이나데스를 상대했을 때 봤던 비정상적인 쿨타임의 오토 매직 쉴드가 아마 그런 것일 거라고.
스킬 부분을 터치하자 해당 스킬의 자세한 설명이 나타났다.
[전광석화 Lv. 1(Master) – 7성]-거대 슬레터의 전용 스킬입니다. HP가 30% 이하로 되면 2페이즈로 돌입하면서, 이동 속도가 200% 증가합니다.
-벽, 천장 등의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외강내유 갑피 Lv. 3 – 6성]-겉은 강하나 속은 연약합니다. 물리, 마법 관통에 취약해지는 대신 물리, 마법 방어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물리, 마법 데미지 90% 감소.
-관통 데미지에 30% 취약.
-속성 관통 데미지에 50% 취약.
“관통 데미지라……”
약점을 찾긴 했는데, 크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
지금 카르페에게는 관통 무기나 스킬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쓰읍. 깡뎀으로 조져야 하나?”
갑피 스킬의 90% 데미지 감소 때문에 순수 마법 데미지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았지만…… 일단 뭐라도 해 봐야 했다.
“라이트닝 애로우!”
콰광!
라이트닝 애로우가 슬레터의 등에 작렬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놈은 잠시 움찔하기만 했을 뿐 크게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것 같았다. 라이트닝 애로우는 갑피에 살짝 그을음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데미지가 어느 정도 들어갔지?”
카르페는 바다 동굴 던전을 진행하면서 쿨타임마다 ‘드래곤의 눈’을 사용했다.
그리고 몇 번의 실험을 통해, 드래곤의 눈에는 굉장히 유용한 사용법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실시간 정보 갱신.
드래곤 눈의 정보창은 완전히 끄지만 않으면 실시간으로 상대의 정보를 갱신해서 보여 줬다.
즉, 현재 남아 있는 HP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Boss : 거대 슬레터] [HP : 98% MP : 100%]“어라?”
처음 봤을 때보다 HP가 1% 줄어 있었다.
마법 데미지 90% 감소라면서, 고작 라이트닝 애로우 한 방에?
“이거 어쩌면…… 향아.”
“뀨우!”
“람쥐 썬더!”
“뀨뀨뀨!”
콰아앙!
보스 몬스터의 등에 콜링 썬더가 꽂히자, 이번에도 HP가 1% 줄었다.
“뭐야, 이거.”
뎀감 90% 스킬이 있으면서도, 방당 1퍼센트씩 데미지가 들어가다니.
만약 데미지 감소가 없었으면, 대충 마법 10번 정도만 쏘면 정리된다는 소리였다.
카르페는 결론을 내렸다.
“방어력만 강하고 피통은 적나 보네.”
주어진 정황만 봤을 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나, 사실 이는 카르페의 착각이었다.
거대 슬레터의 피통은 동일 레벨의 보스 몬스터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좀 더 많은 편이다.
그런데도 90프로 감소된 마법 한 방이 총 HP의 1%를 날려 버린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래도 더럽게 아프니까!
카르페와 묵향이 너무 규격 외로 강해서 발생한 일이었을 뿐이다.
“엘레멘탈 애로우 쿨타임이 대충 5초니까…….”
100발 쏜다고 생각하면 500초.
10분도 채 안 걸린다. MP 물약도 넉넉해서 마나 고갈 걱정도 없다.
그리고 묵향과 티나의 공격도 있으니, 실제로는 그것보다도 훨씬 빠를 터.
그러나 이건 보스 몬스터가 모든 공격을 쏘는 족족 다 맞아 줬을 때의 이야기였다.
“전광석화. 저 스킬이 문제인데.”
무려 7성 보스 전용 스킬.
능력도 흉악하다. 지금도 충분히 빠른데, 2페이즈로 진입하면 이동 속도 200% 증가라니.
“2페이즈에 들어가면 맞추기 힘들겠지.”
벽, 천장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할 게 뻔했다.
명중률이 급감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베스트는 HP 30%를 한 방에 빼 버리는 건데…….’
허황된 소리 같으나, 노림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외강내유.
답은 거기에 있을 것이라 믿었다.
“티나! 그 상태로 언제까지 견딜 수 있어?”
“종일도 가능합니다, 주군. 절대로 놈의 접근을 허락지 않겠습니다.”
“그거 든든하네. 좋아, 부탁할게.”
믿음직한 히어로 같은 대사에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놈의 HP를 30%에 가깝게 줄여놔야 했다. 계획은 그다음부터다.
“라이트닝 애로우!”
“뀨우우우!”
쾅! 콰아앙!
쿨타임마다 마법이 쏘아져 나갔다. 슬레터의 덩치가 워낙 커서, 대충 쏘기만 해도 쏘는 족족 전부 적중했다.
“키이이잇!”
계속해서 가해지는 1%짜리 충격에 놈의 신경이 곤두서며, 어그로가 카르페 쪽으로 튈 뻔하였으나.
“어딜 보느냐!”
티나의 검이 슬레터의 더듬이를 스치고 지나가자, 놈은 또다시 격분하면서 티나에게 달려들었다.
‘도발’ 같은 어그로 관련 스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유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놈, 이쪽이다!”
800년 전 세계의 명운이 걸린 위신 전쟁에서도 파티의 최전방에서 배후령을 상대로 싸워 왔던 그녀다.
고블린보다도 못한 저지능의 몬스터를 묶어 두는 건, 스킬이 없더라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력에 15 투자.”
[마력 스텟이 15 증가합니다.]쾅! 콰앙!
스텟을 투자하자 한 방당 1%씩 깎이던 것이 1.5%, 많게는 2%씩 피가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5분쯤 되는 시간이 지났을 때.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돼서, 놈의 잔여 HP가 이제 정확히 33% 남은 시점이었다.
-후우. 무슨 계획인지는 몰라도 잘돼 가고 있나 보군.
‘어? 이제 괜찮아요?’
-그래. 실눈 뜨고 보니까 볼 만하더라고.
아무래도 아직 정면으로 응시할 용기는 없는 것 같았다.
-보스 스킬이 외강내유? 와, 이거 관통 데미지 없으면 더럽게 빡세…… 저놈 피통이 왜 저 모양이냐?
‘90%라길래 살짝 쫄았는데, 패 보니까 팰 만하던데요?’
-……그래. 너 그런 놈이었지, 참.
‘아무튼. 이제 거의 막바지니까 지켜보세요.’
카르페가 티나를 향해 소리쳤다.
“티나! 혹시 저놈 갑피 사이로 검을 꽂아 넣을 만한 공간이 있을까?”
“……검 말씀이십니까?”
카르페의 물음에 티나가 슬레터의 갑피를 자세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갑피의 구조상 깊은 상처는 힘들 것 같습니다. 검 끝이 속살을 살짝 파고 들 수는 있겠지만…….”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럼 계속 시선 끌어 줘.”
“명을 따르겠습니다.”
“후우. 좋아, 그럼.”
카르페가 인벤토리에서 ‘그린 스킨 슬레이어’를 꺼내서 장착했다.
-……아하. 그렇군. 해 볼 만해.
카르페의 의도를 알아차린 천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페가 짧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놈의 시야 밖에서, 등을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끼기깃?!”
그러나 거대 슬레터는 벌레, 즉 곤충이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예민하게 발달한 더듬이로 사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카르페가 뛰어오른 순간 공기의 미세한 진동이 더듬이를 통해 전달되었다.
그리고 슬레터가 카르페를 향해 몸을 돌리려는 그 순간.
카르페의 시선은 보스 몬스터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한조.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조 옆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백설(白雪)에게 가 있었다.
“그만 눈치 보고 쏴!”
묵향도 그렇지만, 라세의 펫들은 기본적으로 지능이 대단히 높았다.
단순히 현실에서의 똑똑한 강아지, 똑똑한 고양이 같은 수준을 말하는 게 아니다.
라세의 펫은 실제로 사람의 말과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백설은 지금 주인의 동료가 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채고 행동에 나설 수 있었다.
퍼어엉!
백설의 입에서 쏘아진 공기 대포가 보스 몬스터의 더듬이 바로 옆에서 터졌다.
“끼잇?!”
강렬한 공기의 진동으로 감각에 혼란이 생기자 슬레터는 우왕좌왕했고, 그 틈을 타 카르페가 놈의 등에 무사히 안착했다.
“합!”
그리고 갑피의 틈 사이로 정확하게 그린 스킨 슬레이어를 쑤셔 넣었다.
그러나 티나가 말했던 것처럼 갑피 중간에 턱! 하고 걸리는 지점이 발생했고, 검은 끝까지 파고들지 못했다.
고작해야 검 끝이 속살을 살짝 찢고 들어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카르페는 검을 그대로 박아 둔 채로 놈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향아!”
“뀨!”
카르페의 신호에 맞춰 묵향이 콜링 썬더를 발동했다.
한 줄기 벼락이 카르페가 꽂아 놓은 검으로 정확하게 꽂혔다.
“끼에에엑!”
검 끝이 피뢰침이 되어 콜링 썬더가 보스 몬스터의 내부를 헤집어 놓았고.
[외강내유의 효과로 30%의 추가 데미지가 발생합니다.] [번개 속성의 데미지입니다. 50% 피해가 추가로 발생합니다.] [거대 슬레터가 상태 이상 ‘마비’에 빠졌습니다. 5초간 지속됩니다.]스턴과 함께 추가 데미지 효과가 발생하는 상태 이상 ‘마비’가 터졌다.
“마력에 5 투자.”
[마력 스텟이 5 증가합니다.]그리고 카르페는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추가로 마력 스텟을 찍었다.
“라이트닝 애로우!”
“끼기기기기깃!!!”
카르페가 발사한 번개의 화살이 녀석에게 꽂힌 검을 타고, 다시 한번 거대 슬레터의 내부를 지졌다.
쿠웅.
[거대 슬레터를 쓰러뜨렸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레벨 20을 달성하셨습니다. 인벤토리로 초급 스킬팩이 하나 지급됩니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