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3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30화(430/581)
카르페와 천마는 일단 발라크의 본성 주변 구조를 최대한 파악했다.
-그래. 이제 거의 기억나는군. 저쪽 벽을 타고 넘어가면 바로 뒤뜰이었지. 근처에 있는 지하 쪽문으로 본성 안에 진입할 수 있어. 아, 당연히 은신 스킬은 유지해야 하고.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입 루트를 설명했다. 그 밖에도 본성 주변을 돌아다니며 주의해야 할 점, 이를테면 트랩 마법이나 감시 마법이 깔린 위치 등을 파악하며 세세하게 사전답사를 마쳤다.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있는 거예요?”
-후우. 소설로 쓰면 족히 5권은 나올 만한 기구한 사연이 있지. 복 받은 줄 알아. 인마. 난 누구 알려 주는 사람 없어서 맨땅에 머리 깨져 가면서 알아 낸 것들이니까.
“크으. 천마 형 대단한 건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잘 알죠. 천마현세 만마앙복!”
-하여간 말은…….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1차 목표로 했던 정찰 및 진입 루트 설정이 끝났다.
“그럼 지금부터 발라크를 끌어내야 하는데…….”
마계 침공 이벤트 때 이미 검증된바, 지금 카르페가 가지고 있는 ‘마계 대공의 인장’이면 훌륭한 먹이가 되어줄 것이다.
단, 이 장소에서 열 순 없었다. 본성 근처에서 열었다간 순식간에 달려온 발라크로 인해서 그대로 회색 화면을 보게 될 테니까.
“최대한 아슬아슬한 범위에서 어그로를 끌어야겠죠.”
그리고 카르페는 그 장소를 미리 쿠리에게 물어본 상태였다.
사전답사를 마친 카르페는 다시 조심스럽게 지하수로로 돌아갔다. 그리고 왔던 그대로 지하수로를 빠져나간 후, 최대한 빠른 속도로 황무지를 주파했다.
“……여기쯤인 거 같은데.”
약 2시간의 이동 끝에 목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쿠리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발라크 세력과 할파스 세력의 소규모 교전이 발생했던 장소였다. 위치적으로는 할파스 세력 쪽에 좀 더 가깝긴 했지만, 중립 지역이었다.
“후우. 좋아. 시작하겠습니다.”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성신 루할의 성함(聖函). 이 안에는 두 개의 인장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까지 반응을 할까요?”
아무리 특급 어그로 템이라곤 하지만, 여기는 너무 멀지 않나?
카르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인간계라면 네 말이 맞겠지. 하지만 여긴 마계잖아. 악마의 감각이 극대화되는 곳이니 이 정도 거리에도 충분히 반응할 거다. 네가 마계 대공을 두 놈이나 잡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놈들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였기에 가능한 거야. 진짜 마계 대공은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긴장되네요.”
카르페는 꿀꺽 침을 한 번 삼킨 후, 상자 뚜껑을 잡았다.
-너무 오래 꺼내 놓으면 안 돼. 순식간에 달려들 거다.
“대충 어느 정도?”
-……그건 감으로 잴 수밖에. 내 느낌상은 한 30초?
“헐. 그렇게 짧게요? 일단, 알겠습니다. 후우.”
카르페는 한 번 숨을 내쉰 후 드디어 성함을 열었다.
그리고 그 중 ‘할파스’의 인장만을 꺼낸 후, 재빨리 상자를 닫았다.
띠링.
[마계 공작의 기운이 퍼져 나갑니다.] [주의하십시오. 인장의 기운에 악마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악마에게 사망할 시, 당신이 소유한 ‘마계 대공의 인장’이 100% 드랍됩니다.] [마계 대공의 인장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일부 상황에서 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1초. 2초. 3초…….
“후우우우. 와, 이거 엄청 긴장되네.”
비유하자면 그런 거다.
굶주린 맹수가 득실거리는 벌판 한가운데서 잘 익은 돼지 통구이를 들고 있는 느낌.
혹은 온몸에 피를 묻힌 상태에서 상어 서식지에 풍덩 빠진 그런 기분이었다.
10초. 11초…… 15초…… 18초.
“윽?!”
할파스의 인장을 꺼내 놓고 딱 18초가 지난 시점.
카르페는 돌연 등골이 섬찟해지는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직접적인 무언가를 느낀 것은 아니었다.
천마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순전히 감의 영역.
카르페는 반사적으로 할파스의 인장을 다시 함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리고 그 즉시, 투명망토를 뒤집어쓴 후 인헨스 클로킹을 발동했다.
-어? 벌써? 아직 20초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감이 더럽게 안 좋았어요!”
그리고 카르페는 움직일 수 있는 최대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에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그렇게 다시 5초가 지났을 때.
슈우우우우우욱-!
하늘 저편에서부터 무언가가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고 있었다.
발라크의 성채가 있는 방향이었다.
-……미친. 야, 더 빨리 달려! 휘말리겠…….
콰아아아앙-!
정말로 폭탄이 떨어진 듯한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다. 정확히 카르페가 인장을 열었던 바로 그 위치였다.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고 카르페는 바로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몇 초만 늦었어도 그대로 쓸려나갈 뻔했네.’
카르페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슬금슬금 움직였다.
‘인헨스 클로킹’이 사용자의 기척이나 냄새, 체온 같은 것들을 전부 가려 주긴 했으나…… 절대로 방심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흠. 분명 기운을 느꼈거늘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군.]먼지구름이 가라앉으며, 폭발을 일으킨 장본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3m에 달하는 거대한 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하고 끈적한 무언가가 그 몸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다.
마치, 검은 아지랑이 같았다.
검은 해골의 몸체는 그 어떤 금속보다도 단단해 보였으며, 머리에 쓴 황금 왕관과 몸을 덮은 아름다운 로브는 그의 위엄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마계의 정점 중 하나.
마계 대공 발라크.
그가 단순 착지만으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던 것이다.
[묘하다. 묘한 일이야. 분명 이 몸이 느꼈거늘. 어찌하여 없단 말이냐. 이래서야 친히 나선 보람이 없지 않나.]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발라크 주변의 검은 기운이 요동친다. ‘죽음’이라는 개념이 유형화돼서 번져 나가는 것만 같다.
‘……이게 진정한 마계 대공.’
카르페는 긴장감에 침을 삼킬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 냈다. 그 작디작은 소리마저 흘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천마의 말대로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카르페가 겪었던 두 마계 대공과 달리 완전한 마계 대공은 정녕 괴물이었다.
[재밌군. 이 몸이 잘못 느꼈을 리는 없으니…… 필시 누군가의 수작질일 터.]발라크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오른손에 검은 기운이 뭉치기 시작한다.
[숨어 있는 쥐새끼의 낯짝을 구경해 보도록 할…… 음?]그 순간이었다.
쉬이이이익-!
이번에는 반대쪽 하늘의 공기가 찢어지며 발라크가 착지한 바로 근처에서 네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쾅! 콰앙! 쾅! 쾅!
발라크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먼지구름이 가라앉았을 때, 그곳에는 네 마리의 거대한 짐승이 있었다.
사자. 곰. 호랑이. 늑대.
맹수라는 말에 사람들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동물들이었다.
다만, 지구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압도적으로 거대했으며 신체 일부가 강철로 대체되어 있었다.
네 마리의 맹수 중, 호랑이가 앞으로 나서며 발라크를 향해 울부짖었다.
“발라크! 네놈! 역시 네놈이 범인이었구나!”
[……고양이 새끼가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는구나.]“발뺌해도 소용없다! 우리가 할파스 님의 기운도 구분하지 못할 줄 아느냐!”
“감히 그분의 유품으로 우리를 유인하다니! 이런 모욕은 절대로 참을 수 없다!”
“죽음으로 사죄해라. 리치. 너를 참살하고 우리가 그분의 의지를 잇겠다.”
맹수들은 제각기 자세를 잡으며 발라크에게 으르렁거렸다. 묘하게 고압적인 귀족 말투가 할파스를 연상케 했다.
-저놈들이군. 할파스의 네 자루 검인지 뭔지 하는 사천왕놈들. 무슨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참나.
‘그래 보이네요. 다행히 예상대로 흘러가네. 후우.’
상급 악마 중에서도 가장 윗줄에 있는 걸로 평가받는다는 ‘할파스의 네 자루 검’.
카르페가 발라크 세력과 할파스 세력의 중간 즈음에서 인장을 꺼낸 이유가 바로 지금 이 그림을 위해서였다.
이 모든 것이 천마가 그렸던 계획대로였다.
-이이제이(以夷制夷). 감당할 수 없는 놈은 마찬가지로 감당할 수 없는 놈과 엮어 버리는 게 최선이지.
서로 적대적인 두 세력.
그 사이에서 그들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인장을 이용해 양 세력의 핵심을 불러 낸 것이다.
-인장의 진실이 어떻든 간에 마주친 이상 싸우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어. ‘아, 저희 사이에 조금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힘을 합쳐 인장을 찾은 뒤, 추후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이럴 수도 없는 거니까.
‘크으. 신조차 모독하는 라세 최고의 천재. 천마지존! 두렵다! 포보스 선정 적으로 두기 싫은 사람 1위! 가슴이 웅장해진다! 천마지존!’
-지존은 빼. 새캬!
그리고 카르페와 천마의 예상대로 양 측은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군. 나를 끌어내기 위해 할파스의 인장을 사용했는가? 짐승 놈들 주제에 좋은 배짱이다.]“무슨 헛소리냐!”
“지금이라도 얌전히 그분의 유품을 내놓아라! 감히 천한 놈이 탐할 것이 아니다!”
“아니, 굳이 입으로 떠들 필요 없겠지. 죽이고 취한다. 그것이 마계의 논리 아닌가!”
[크크크. 어처구니가 없군. 새대가리의 수하 아니랄까 봐 제정신인 놈이 한 놈도 없구나. 네놈들이 감히 날 감당할 수 있을까?]쿠웅!
발라크가 한 발 내딛는 순간, 그 밑의 대지가 움푹 꺼져 버렸다.
하지만, 할파스 사천왕 역시 그에 지지 않을 만큼 강맹한 기세를 뿜어 내기 시작했다.
“흥! 미천한 놈이 불사의 몸을 얻었다고 기고만장한 꼴이라니.”
“리치는 무적이 아니다. 다만, 조금 질긴 해골일 뿐이지.”
“불사의 몸을 얻은 것을 후회하게 해 주마.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 몸부림쳐 봐라!”
“크허어어엉!”
[크하하하! 좋다! 내 친히 네놈들을 할파스 곁으로 보내 주도록 하마!]콰아아아앙-!
다섯 괴물들이 충돌하는 순간,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괴수대전의 시작이었다.
‘으허. 살벌하네.’
그리고 그 순간, 카르페 역시 최고 속력으로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치열한 전투에 돌입한 그들로서는 카르페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었다.
‘캐슬링!’
카르페는 미리 저 멀리 대기시켜 놓은 묵향과 위치를 교체했다. 그리고 그 후, 묵향의 ‘은영보’를 발동하여 묵향을 카르페의 그림자 속으로 무사히 회수했다.
“뀨웃!”
“후우. 잘 숨어 있었어. 향아.”
플레이어와 권속 간의 떨어질 수 있는 최대 거리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 엄청난 거리를 도약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카르페는 그 직후, 발라크의 정찰부대를 피해 가면서 최대 속도로 성채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쾅! 콰아아앙!
꽤 멀리 떨어져 왔건만, 무시무시한 진동이 느껴진다.
‘……오래 싸우겠죠?’
-쿠리의 설명대로라면 그렇겠지. 뭐, 그래도 명색이 마계 대공이니 사천왕 쪽이 이기진 않겠지.
‘동귀어진해 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을 텐데.’
아무튼 이로써 발라크가 성채로 귀환하는 것은 꽤 나중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주님.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주님도 무심하시지. 어찌 이런 놈한테 이런 과한 복을…….
기어코 정산의 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