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3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34화(434/581)
“……어?”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카르페는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알림창의 출현에 당황하고 말았다.
‘항복 권고? 아니, 이게 그렇게 된다고요?’
-흐음. 이해 못 할 건 아니지. 세력의 장이 다른 세력 장에게 부하로 들어오라고 한 셈이니까. 시스템이 항복 권고라 판단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긴 한데…… 그럼 세력 통합이 이루어지면 제가 발라크 영지까지 먹게 되는 거예요? 아니, 무슨 그런 날먹이 다 있담.’
날먹의 화신인 카르페조차 ‘이건 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당황스러운 전개였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그런 카르페보다 더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존재가 또 있었다.
[……부하? 이 몸이? 인간 따위의?]발라크는 제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 모든 말이 의문문이었다.
[부하…… 부하라. 크크, 크하하하핫!!!]드드드드.
발라크가 광소를 터뜨리자, 보물고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이대로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흔들림이었으나 발라크가 웃음을 멈추는 순간, 거짓말처럼 진동이 가라앉았다.
[크큭. 마계의 주인 중 하나, 이 발라크에게 부하로 들어오라?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군.]“무슨 성이 들썩일 정도로 웃어 놓고는 안 웃기대?”
[……어이가 없어서 나온 웃음일 뿐이다! 끝까지 나를 능멸하려 드는구나. 인간!]발라크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부숴라.]“……뭐?”
[평생을 벌레 같은 인간 밑에서 보낼 바엔 죽는 것이 낫다. 부숴라. 허나, 너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내 모든 힘을 불태워 널 저주할 것이니.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로 고통 속에 몸부림칠 것이다!]마계 대공이 생명과 맞바꾼 저주.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저주일 것이 틀림없었으나…… 애석하게도 해금을 보유한 카르페에게는 그다지 유용한 협박이 아니었다.
“내게 저주를 걸어 봤자 소용없어. 동해룡의 저주도 통하지 않았으니까.”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리는군. 두려운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요구를 말해라.]“아니, 진짠데…….”
-너 같으면 믿겠냐? 동해룡이 무슨 옆집 개 이름도 아니고 세계관 최강자인데?
“하긴.”
아무튼 지금은 흥분 상태의 발라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라이프 베슬을 깨 버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선택지였다.
“10년.”
[……무슨 뜻이냐?]“나도 평생 부하로 삼겠다는 건 아냐. 10년. 10년이면 충분해. 그 이후에는 라이프 베슬을 돌려주도록 하지.”
[…….]카르페의 말에 당장이라도 자폭할 것 같은 발라크의 기운이 천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10년…….]아득한 세월을 살아가는 마족에게 있어 10년이란 세월은 짧은 기간이다. 인간의 시간 감각으로 치환하면 100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10년 정도를 수그린 대가로 생명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수용할 만한 거래였으나…… 그 대상이 인간이라는 것이 걸렸다.
사실, 다른 마계 대공이었으면 10년이라는 짧은 세월을 고려해도 절대 응하지 않았을 제안이다.
마계 대공이라는 자들은 하나같이 프라이드가 높았으니까. 그들이 벌레 내지 미물로 취급하는 인간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목숨줄이 잡혀 있다 하더라도 10년은커녕 10일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런 마계 대공들 중 발라크만은 달랐다.
탐욕의 대공 발라크. 탐욕이라는 이명답게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탐욕을 부렸다.
힘, 재보, 땅, 명성, 명예…… 그 모든 것이 탐욕의 대상이었으나, 그런 그에게도 가장 우선시되는 탐욕 대상이 있었으니 바로 ‘삶에 대한 탐욕’이다.
힘과 투쟁을 위해선 목숨조차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다른 악마들과 달리, 발라크는 자신의 삶에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였던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발라크였기에 다른 마계 대공이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카르페의 제안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다. 인간의 밑으로 들어간다 해도, 다른 악마들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발라크라는 이름이 땅에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10년…… 수백 년을 은거하기도 하는 다른 대공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지.’
‘치욕을 갚기 위해선 일단은 살아야 한다. 이 치욕은 언젠가 기필코……!’
생각을 정리한 발라크는 짐짓 태연한 척 카르페에게 물었다.
[구체적인 조건을 듣고 싶군. 부하가 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별거 없어. 내가 가는 곳을 따라다니면서 같이 싸우고, 내 명령에 복종하는 거지. 위계질서 확실하게.”
[……평범한 부하로군. 그게 전부인가?]“그래. 그 정도면 충분해.”
[믿을 수 없군. 그래, 분명 라이프 베슬을 돌려줘야 하는 순간, 부숴 버릴 생각이겠지. 나라면 분명 그리할 것이다.]“……그건 네 성격이 많이 삐뚤어져서 그런 거 같은데.”
카르페는 어이없다는 눈초리로 발라크를 쳐다봤다.
“그래서? 믿을 수 없으니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로만 하는 약속은 의미가 없다. 즉, 말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다.]발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살짝 손짓했다. 그러자, 발라크의 바로 옆에 작은 균열이 생성되더니 그곳에서 두루마리 하나가 튀어나와 좌르륵 펼쳐졌다.
“이건?”
[마신의 계약서. 이곳에 서로의 요구사항을 적어서 마신께 바치는 것이다. 이곳에 적힌 계약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가 없지. 설령 마계 대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오. 그런 유용한 아이템이…….”
[확인해 보도록.]발라크는 그렇게 말한 후, 카르페를 향해 두루마리를 던졌다.
카르페는 한 손으로 두루마리를 낚아챈 후, 조심스럽게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발라크가 기습할 것을 대비해 온 신경을 다른 손의 라이프 베슬에 집중하는 걸 잊지 않았다.
“……확실한 거 같네.”
아이템 설명은 발라크의 말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신안’ 역시 반응하지 않는 걸로 보아 트랩 아이템도 아니었다.
“좋아. 여기다 각자 요구사항을 적으면 되겠군. 내가 갑, 네가 을이다.”
[명칭 따위는 좋을 대로 해라.]그렇게 둘은 서로의 요구 조건을 작성했다. 굳이 펜으로 적을 필요 없이 말로 표현하면 자동으로 입력되는 식이었다.
1. 플레이어 ‘카르페(이하 갑)’는 ‘발라크 디 펠탄’(이하 을)을 10년 동안 부하로 삼는다. 10년 동안, 을은 갑에게 절대복종해야 하며 위해를 끼칠 수 없다. 이것은 갑뿐만 아니라, 갑의 권속, 부하, 동료, 세력원들에게도 해당한다……(이하 생략)…….
2. 갑은 을의 ‘라이프 베슬’을 10년 후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 갑과 갑의 권속, 동료, 부하, 세력원들은 을의 라이프 베슬에 그 어떤 위해를 가할 수 없으며, 라이프 베슬의 보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3. 10년 동안 계약이 지켜질 시, 라이프 베슬은 자동으로 ‘발라크의 보물고’로 이동한다.
“흐음. 계약의 기본 골자는 이 정도면 됐나? 아, 조금 추가해야겠다. 직접적인 위해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위해도 금지.”
[……간접적인 위해?]“예를 들어 네가 직접 하지 않더라도 누굴 시켜서 라이프 베슬을 뺏으려고 할 수도 있잖아. 그런 것도 금지. 네 행동이나 발언으로 인해 내 세력에 피해가 올 수 있는 건 싹 다 금지!”
[……굳이 그렇게까지 적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 계약서 내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마력이 더 많이 소모된다.]“응. 아니야. 적어야 해. 우리 세상에선 적어도 무조건 단 하나라도 의심스러운 게 있으면 다 적는 게 상식이야.”
[인간계도 썩 바람직한 곳은 아닌가 보군.]“아,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발라크 세력은 내 세력에 절대 공격 금지. 이것도 추가해야지.”
[뭣이?!]“이거 추가 안 하면 나중에 복수하러 올 거잖아.”
[크윽! 그건 부당한 조건이다!]“허허. 싫으면 아시죠?”
카르페는 한 손에 들고 있는 라이프 베슬을 살짝 흔들었다. 발라크의 해골이 새하얗게 질렸다.
[악마 같은 놈…… 마음대로 해라. 대신, 나도 추가하겠다.]“흐음…… 형. 어떤 거 같아요?”
-이 정도는 추가해도 괜찮겠군. 라이프 베슬에 안전에 관련된 거니까.
“좋아. 동의한다. 그럼 이대로 진행해 줘.”
[……이 발라크에겐 일생일대의 치욕이로다. 후우.]카르페가 넘겨준 계약서를 받아 든 발라크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 전에 잠깐만. 그럼 이대로 부하가 되면 발라크의 세력은 내 세력이 되는 건가?”
“어, 아냐?”
[네놈은 마계를 너무나 우습게 보는구나. 고작 너 같은 애송이가 나를 임시 부하로 삼았다 하여 그 세력까지 온전히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느냐?]발라크는 실로 가소롭다는 듯 말을 이었다.
[억지로 세력을 흡수할 순 있겠지. 허나, 그러면 다른 대공의 먹이가 될 뿐이다. 아니, 그 전에 내 부하들이 먼저 반란을 일으키겠지.]“네가 막아 주면 되잖아.”
[불가능하다. 나, 역시 놈들을 통제할 수 없을 테니까.]마계는 철저한 강자존의 세상이다.
마신의 율법상, 세력의 수장은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 자신보다 강한 자를 부하로 둘 수 없었다.
“어, 그렇다는 건…….”
[그래. 내가 네놈의 부하가 되는 순간, 내 레벨은 네놈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이런.”
이럴 수가.
500레벨대의 엘더 리치를 휘하에 두고 마계 무쌍을 찍으려 했건만!
-흐음. 하긴 150레벨대 놈이 500레벨대 마족을 부하로 부리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 밸런스 터뜨리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니.
“아, 개똥겜 또 제한 거네…… 후우.”
카르페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내 납득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카르페 본인도 완전히 부려먹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으니까.
“내 레벨과 완전히 똑같이 떨어지는 거야?”
[모든 것은 마계의 율법이 판단한다. 네놈의 역량이 레벨이 비해 높다고 판단한다면, 내 레벨 역시 높게 책정될 것이고, 반대라면 오히려 떨어지겠지.]“그건 그나마 다행이네. 좀 높게 책정되겠다.”
[흥. 인간 놈이 무척이나 광오하구나.]띠링.
[마신의 계약서가 체결되었습니다.] [해당 계약은 마신의 이름 아래 반드시 지켜집니다. 계약과 어긋나는 행동을 할 시, 당사자는 영구적인 페널티를 입으며 상대에게 알맞은 배상을 해야 합니다.] [탐욕의 대공 발라크가 플레이어의 임시 부하로 편입됩니다(기간 : 10년).]“좋아. 됐네. 그럼 가 볼까.”
[어디를 말이냐?]“소개해 줄 선배가 있지.”
[……선배?]그렇게 카르페는 발라크를 이끌고 ‘쿠리’의 은신처로 향했다.
“쿠리. 인사해. 네 첫 후배야.”
“……쿠리? 후배다요?”
[……이 털 뭉치가 선배?]“맞후임은 맞선임이 챙겨야 하는 거 알지? 쿠리가 막내 잘 보살펴 주도록 해. 아, 맞다. 참고로 날 제외하고 최고선임이 누구냐면…….”
카르페의 말에 카르페의 그림자에서 묵향이 쑤욱 솟아 나왔다.
“뀨우?”
“우리 향이가 최고선임이니까 항상 존경심을 보이도록 해.”
[……털 뭉치에 이어…… 쥐 새끼……?]“뀨웃!”
“어허. 왕고한테 말 뽄새 하고는.”
[그르르르르륵.]그냥 죽을까. 계약이고 나발이고 그냥 죽고 싶어졌다.
발라크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