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38)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38화(438/581)
쾅! 콰아앙!
“큭! 더럽게 빠르네 진짜!”
싸움은 쉽지 않았다.
서빙제의 파편들이 하나같이 괴물 같긴 했지만, 눈앞의 녀석은 특히나 재빨랐기 때문이다.
카르페가 적룡합일을 한 이후에도 속도를 쫓아가기가 힘들었다. 다만, 서빙제의 파편도 공격력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거니와 발라크의 지원도 있었기에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대신 싸움은 자연히 장기전의 양상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양쪽 모두 자잘한 데미지가 쌓여 간다.
-좋지 않군.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어둠 산의 한복판이었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주변에 있던 다른 마수들이 몰려들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부스럭. 부스럭.
[……어비스 쟈칼인가. 흥. 영악한 놈들이 냄새를 맡았군.]주위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발라크가 기분 나쁘다는 듯 말을 뱉었다.
중급 마수로 분류되는 어비스 쟈칼은 마수 전체를 통틀어도 아주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어둠 산의 마수들은 하나같이 흉포하고 집요한 공격성을 가지지만 어비스 쟈칼은 여기에 영악함까지 더해진 마수다.
기본적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녀석이라 처음에는 한 녀석과 싸우더라도 나중에는 수십 마리의 어비스 쟈칼에게 포위되기 일쑤였다.
그뿐이 아니라 일단 덤비고 보는 다른 마수들과 달리 이 녀석은 상대를 극한 상황까지 몰아넣어 먹잇감이 제풀에 쓰러지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마수들 중에는 대단히 지능이 높은 편에 속했다.
[주의해라. 어비스 쟈칼이 냄새를 맡았다. 놈들은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어비스 자캴은 현재 전투를 관망하면서 서서히 동족을 모으고 있었다.
놈들로선 인간이 이기든 사마귀가 이기든 하등 상관이 없었다. 그저 싸움이 끝난 후, 지쳐 있는 한쪽을 습격할 심산이다.
“……후우. 쉽지 않네.”
서빙제의 파편만 해도 충분히 난적인데, 이 녀석을 쓰러뜨려도 또 다른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니.
카르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악마들조차 꺼린다는 어둠 산의 위용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되겠네.”
시간은 결코 이쪽의 편이 아니었다.
위험하지만…… 카르페는 다소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카악?!>
주먹과 낫. 마법과 마법.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와중, 카르페는 일부러 큰 빈틈을 보였다.
<죽인다!>
짐승의 본능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사마귀의 낫이 카르페의 오른쪽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푸욱!
“큭?!”
순식간에 HP가 증발하기 시작한다.
원래라면 스턴이 발동할 정도로 치명상인 공격.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했습니다. 3초간 스턴이 발생합니다.] [해금이 발동합니다.] [스턴이 무효화됩니다.]덥석.
스턴을 무효화한 카르페는 자신의 왼팔로 파고든 사마귀의 낫을 감싸 안았다.
“세계수의 가호!”
[세계수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전 HP/MP가 회복됩니다.]그렇게 서빙제의 움직임을 멈춘 카르페가 발라크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
[준비하고 있었다! 일렉트릭 쇼크!]파지지직!
<카아악?!>
일렉트릭 쇼크에 적중당한 서빙제의 파편이 짧게 비명을 질렀고, 카르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퍼버버버벅!
[적룡의 표식이 5중첩되었습니다. 적룡의 표식이 ‘적룡의 낙인’으로 변화합니다.] [적룡의 낙인 상태의 적은 화염 계열 데미지에 30% 추가 데미지를 받습니다.] [적룡의 낙인 생태의 적에게 전용 스킬 ‘적룡의 숨결’을 연계해서 발동할 수 있습니다.]됐다! 드디어 적룡합일의 궁극기 발동 조건이 충족됐다.
하지만 카르페는 적룡의 숨결을 발동하기에 앞서, 다른 아이템의 옵션을 발동했다.
“아트샤의 파괴!”
바로 발라크의 보물고에서 얻은 새로운 마신기의 옵션이었다.
[마신기(魔神器) : 아트샤의 파괴] [등급 : 에픽] [분류 : 반지, ???, 퀘스트 아이템] [착용 제한 : 올 스테이터스 150 이상] [물리 방어력 : 200] [마법 방어력 : 250]– 전 스테이터스 +7
[추가 옵션 : ‘아트샤의 파괴’ 발동 가능. 아트샤의 파괴 발동 시, 10초간 플레이어의 모든 공격력 350% 증가. 공격 대상의 물리, 마법, 속성 방어력 완전 무시. (재사용 대기 시간 : 4시간, 해당 기능은 스킬 쿨타임 감소 효과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추가 옵션 : 최대 HP/MP 8% 상승] [추가 옵션 : 사용자의 레벨에 비례해서 성장합니다.]*특정 조건 달성 시, 진화가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새로운 마신기는 ‘파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오로지 ‘폭딜’ 한 가지에 특화된 아이템!
띠링.
[아트샤의 권능이 플레이어의 몸에 깃듭니다.] [지금부터 10초간, 아트샤의 힘을 체현합니다.]그리고 마신기의 효과가 발동한 그 순간.
“적룡의 숨결!”
카르페의 손에서 강렬한 화염의 용이 뿜어져 나와 서빙제의 파편을 향해 질주했다.
하늘에 떠오른 상태로 쏘아지는 적룡의 숨결은 그야말로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 그 자체!
놈이 자랑하던 빠른 속도도 적룡의 숨결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크륵?!>
서빙제의 파편은 적룡의 숨결을 피하기 위해 급속도로 몸을 틀었으나, 적룡의 숨결은 낙인을 쫓아 움직이는 회피 불가 판정의 스킬이었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악!!>
적룡의 숨결에 정통으로 휩쓸린 서빙제의 파편이 비명을 질렀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얼음으로 된 육신이 녹으면서 수증기를 피워 낸다.
적룡의 숨결이 적중하자 놈의 속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카르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킬을 연계했다.
“캘러미티 인페르노! 파이브 파이어 플라워! 프로미넌스!”
카르페, 그리고 적룡합일로 사용 가능하게 된 세실의 화염 스킬까지!
사용 가능한 모든 화염 스킬을 때려 박았다.
카르페가 쏟아붓는 순간적인 폭딜에 마계 대공인 발라크조차 짧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훌륭하군! 헬 플레임!]거기에 발라크 역시 한 손 보탰다. 어둠과 화염 속성을 동시에 보유한 8성 마법이 발라크의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왔다.
<크아악! 죽인다! 힘! 힘을…….>
“쿼터 라이프!”
[쿼터 라이프가 발동합니다.] [배후령 스킬 0성 – ‘반복+’에 링크된 스킬입니다.] [쿼터 라이프가 자원 소모 없이 반복 발동합니다.]마신기의 권능이 유지되기까지 앞으로 4초.
카르페는 전매특허인 반복 쿼터 라이프로 모든 스킬 쿨타임을 초기화시켜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쏟아지는 스킬의 향연에 발라크가 경악성을 내뱉었다.
[뭣이?! 도대체 어떻게?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프로미넌스! 적룡의 숨결!”
콰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악!!!>
카르페의 모든 화염 스킬이 서빙제의 파편에 적중했다. 사방이 불길로 넘실거렸으며, 그 불길에 어비스 쟈칼 몇 마리가 화들짝 자리를 피했다.
“후우우우…….”
모든 걸 쏟아 낸 카르페가 깊은숨을 내쉰 그 순간, 알림이 등장했다.
띠링.
[이벤트 몬스터 ‘마기에 침식된 서빙제의 파편(특수)’를 쓰러뜨리셨습니다!] [적룡합일 유지 시간이 종료되어 합일이 해제됩니다.] [인형합일 스킬의 페널티로 인해 능력치가 90% 감소합니다.]“으아. 아슬아슬했네.”
-전투 초반에 시간을 너무 끌긴 했지. 그래도 지속 시간 안에 끝내서 다행이다.
“그러게 말이에요.”
하지만 아직 할 수 없었다. 서빙제의 파편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아직 다른 전투가 남아 있었으니까.
“크르르릉!”
사방팔방에서 짐승 울음소리가 퍼진다.
전투가 끝난 것을 확인한 어비스 쟈칼들이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놈들은 카르페가 뿜어 냈던 지독한 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인간치고는 꽤 제법이었다.]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발라크가 툭 하고 한마디 던졌다.
[그래서 지금부터 어떻게 할 셈이지? 보아하니, 후유증이 상당한 거 같은데.]“그러게.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몸 상태로 저 중급 마수 무리와 싸우는 건 불가능했다. 발라크 역시 방금 전투로 꽤 마력을 소모한 상태였으니…….
-흐음. 서빙제도 사라졌으니 이제 권속들 소환이 가능하긴 한데…… 그래도 돌파는 힘들 거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는 게 낫지 않을까?
“역시 그렇죠?”
다행히도 발라크에겐 워프 스킬이 있었다.
놈들이 다가오기 전에 기절한 쿠리를 챙겨서 워프로 탈출하는 게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수로 보였다.
“후우. 좋아. 일단 쿠리부터 챙긴 다음 서빙제가 드랍한 아이템 루팅하고 역돌격하는 걸 목표로 할게요.”
-……후퇴면 후퇴지. 역돌격은 또 무슨 저세상 단어냐?
“후퇴는 좀 없어 보이…… 응?”
경로를 살펴보던 카르페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에 미간을 좁혔다.
조금 전 쓰러뜨린 서빙제의 파편이 있던 장소.
거기에서 무언가가 꿈틀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뭐지?”
카르페는 어비스 쟈칼이 거리를 좁혀 오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의문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설마 서빙제의 파편이 살아 있었던 건가? 상식적으로는 그것밖에 없었지만, 말이 안 됐다. 분명 파편을 쓰러뜨렸다는 알림을 봤었으니까.
-잠깐, 이거 낌새가 안 좋…….
천마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휘오오오오!
돌연 얼음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주변을 달궜던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주위가 얼어붙기 시작한다.
[크헉?! 이, 이건 대체 뭐냐!]털썩.
발라크가 크게 휘청인 후,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변화는 발라크에게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캐앵……캥!”
“캥! 캐애앵…….”
카르페를 옥죄여 오던 어비스 쟈칼이 꼬랑지를 말고 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비스 쟈칼이 도망친다고? 그럴 리가! 대마수가 나타난 게 아닌 다음에야…….]어둠 산의 마수들은 생존 욕구가 희박하기로 유명하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결코 사냥감을 두고 도망가는 놈들이 아니었다.
그런 놈들이 꼬리를 말고 도망칠 상대라면 오직 어둠 산의 지배자인 대마수 말고는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이 기운은 분명 대마수의 것이 아니었다.
대마수의 그것보다 훨씬 난폭하고 두려운 기운.
발라크는 자신의 몸이 저절로 떨리는 것을 느끼고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불사의 리치가 두려움으로 몸이 떨리다니.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스르륵.
카르페가 쓰러뜨린 서빙제 파편의 시체가 저절로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얼음의 폭풍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아…….”
-망할. 어쩐지 마계 스토리가 너무 쉽게 풀린다 했더니…….
그 현상을 목격한 순간, 카르페는 지금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게임을 막 시작했던, 극초반에도 한번 겪었던 현상이다.
다 쓰러뜨린 보스 몬스터가 되살아나는 현상.
아니, 정확히는 그 시체에 상위의 존재가 몸을 빌려 깃드는 현상.
바로 ‘강신(降神)’이었다.
……그리고 서빙제의 파편에 강신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이었다.
“……돌겠네.”
[뭐가 어떻게 된 것이냐? 내게도 지금 상황을 설명해라!]“아, 그게 말하자면 좀 복잡한데…… 요약하면 나한테 좀 요상한 스토커? 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분이 한 분 있거든?”
[무슨 소리냐! 알아듣도록 설명해라!]“……후우. 그냥 보면 알아.”
띠링.
[강제 이벤트가 발동합니다.] [일정 반경 내에 모든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이 막힙니다.] [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쓰러졌던 서빙제의 파편의 눈에 다시 붉은 빛이 돌아온다.
[……네놈.]그리고 짐승의 것이 아닌 또렷한 이지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어둠 숲에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
[감히 내가 준 반지를…… 그것도 그 물 지렁이가 보는 앞에서! 감히!]“……저기 진정 좀 하시고.”
[시끄럽다!]카아앙!
서빙제의 파편이 내지르는 기운에 주변이 얼어붙는다.
-후우. 츤데레 해골 다음에는 얀데레 사마귀냐? 진짜 뭔 게임이 이따위냐?
사해. 서빙제 가이저.
그녀가 마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