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4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42화(442/581)
깡! 카앙! 캉!
어두운 동굴 안에서 곡괭이질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카르페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즐겁다! 신난다!
금맥을 발견한 광부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미 한 시간 이상 곡괭이를 휘둘렀는데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나, 어쩌면 광부 체질일지도?”
불현듯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래. 정당한 노동 없이 얻는 것들, 이를 테면 날먹 같은 행위는 다 덧없고 부질없는 것이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피와 땀, 그리고 노동으로만 일굴 수 있는 법! 카르페는 그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말았다.
“보람차다…….”
-보람은 개뿔. 반복으로 날먹 중이라서 행복한 거잖아! 어디서 정당하게 노동한 척이야!
“내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노동이면 그건 정당한 게 아닐까?”
-양심 터진 새키.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은 말이구나.
“그죠? 근데 주옥 부분을 되게 빨리 말하시네. 엇차!”
퍼억!
카르페가 히트 포인트를 가격하자 진마금 원석이 데구르르 굴러떨어졌다.
[반복이 발동합니다. 질 좋은 진마금 원석(600g)을 획득하셨습니다.]“오, 이번에도 터졌네. 대충 80%쯤 되나?”
-아니, 뭔 이딴 스킬이…….
“형이 준 스킬이잖아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채광을 수십 차례 시험해 본 결과, 반복이 100% 발동하는 건 아니었다. 약 8할의 확률로 1+1 행사가 잡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터무니없는 수준이라 딱히 불만이 없었다. 아무리 카르페라 할지라도 이 상황에서 불만을 말할 만큼 양심이 터지진 않았던 것이다.
“후우. 이쪽은 거의 다 캔 거 같은데…….”
-얼추 그런 것 같군. 슬슬 이동해야겠다.
“다른 곳은 더 많았으면 좋겠네요.”
채광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채집 행위는 한자리에서 주구장창 반복할 수 없다. 한 포인트의 자원이 고갈되면 이동해서 다른 포인트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럼 저것만 마저 잡고 이동하면 되겠네요.”
카르페가 시야를 돌린 곳에서는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촤악!
“큭! 아리스! 지원을 부탁합니다!”
“네! 티나 님! 그레이트 힐!”
<음홧홧! 옛날 생각이 나는구먼! 전쟁터에서 먹을 게 없을 때는 지렁이를 잡아먹기도 했지! 자, 무지렁이 같은 지렁이야! 이 길리안의 검을 받아 보거라!>
“으엑! 길리안 멍청이!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으에에.”
<이런! 미라쥬 님이 비위가 약한 걸 깜빡했군. 음홧홧! 하지만 나 때는 당연한 일이었다네. 읏, 제법 날카롭군!>
“다들 그만 떠들고 집중 좀 하지? 간다! 파이브 파이어 플라워!”
“뀨우우웃!”
“쿠리도 질 수 없다요! 파이어 애로우다요!”
콰앙! 콰아아아앙! 틱.
티나와 길리안의 검이 데스웜을 베어 내고 묵향과 세실이 뒤에서 마법 딜을 넣는다. 그리고 아리스가 전체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한 곳을 지원한다.
카르페가 열심히 채광을 하는 동안, 그 권속들은 다른 곳에서 데스웜들을 사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현재 인형들의 레벨로는 데스 웜을 상대하는 게 어려웠다.
데스 웜은 중급 마수였고, 중급 마수의 레벨은 대충 150레벨 언저리. 인형들이 레벨과는 크나큰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전투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권속들은 역으로 데스 웜을 압박해 나가고 있었다.
-흐음. 역시 강하군. 중급 마수가 떼로 몰려오는 게 아닌 이상, 고전할 일은 없겠어.
그런 광경이 가능한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발라크의 존재 때문이었다.
[흥. 격의 차이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미물 같으니. 죽어라. 데스 핸드!]발라크가 마법을 발동하자 데스 웜의 바로 밑에 검은색 장판이 깔렸다.
그리고 그 장판 손에서 무수한 검은 손들이 솟아 나와 데스 웜을 할퀴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인형들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데미지를 받자, 데스 웜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인형들이 낸 상처에 발라크의 사기(死氣)가 침투하자, 데스 웜의 움직임이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훌륭한 마법입니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진군하라!”
“뀨뀨뀨웃!”
[권속 광휘의 티스타니아가 ‘광휘의 호령’을 발동합니다.] [권속 묵향이 ‘엘레멘탈 마스터’를 발동합니다.]딜 타이밍이 열리자, 티나의 지휘 아래 무차별 폭격이 가해졌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데스 웜은 바닥에 몸을 뉘인 후,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뀻뀨웃뀨!”
그리고 시체가 사라진 곳에 묵향이 쪼르르 달려가 드랍된 아이템을 볼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사냥부터 아이템 루팅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마무리였다. 카르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이게 게임이지.”
자신은 열심히 채광을 하는 동안, 권속들이 알아서 몬스터를 처리한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잘 키운 권속 하나, 열 플레이어 안 부럽다더니. 크으. 그런 권속이 지금 도대체 몇 명이야? 드디어 권속 버스 탑승하나?”
-오버하기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쯔쯔. 또 심통났네. 형. 마음을 곱게 써야 하는 거예요. 동생이 날로 좀 먹겠다는데 응원은 못 해 줄망정……. 그러다 죽어서 지옥 갑니다.”
-그거, 지금 네 옆이 지옥이라는 뜻이냐?
“주군. 데스 웜을 정리하였습니다. 이제 이동하시는 겁니까?”
“아, 그래야지. 여기서 캘 건 다 캤거든. 다들 수고 많았어.”
“감사합니다. 주군. 발라크 공의 도움이 컸습니다.”
한 가지 기분 좋은 의외가 있었는데, 바로 권속들과 악마 부하들 사이가 썩 괜찮다는 점이었다.
특히, 네츄럴 본 중2병인 미라쥬가 발라크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죽음의 기운을 풀풀 흘리고 있는 엘더 리치.
검은 해골! 황금 왕관! 수정 지팡이! 멋들어진 로브!
미라쥬가 좋아할 만한 요소는 전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발라크 멋있어어어어-! 저기, 내가 멋있는 별명 하나 지어 줘도 돼?”
“모든 죽은 자의 주인. 데스 로드! 크크큭. 죽음을 집행하겠다!”
[흥. 생각보다 꽤 괜찮은 센스로군. 좋을 대로 불러라.]“데스 로드 발라크! 좋아. 그럼 나와 향이 멤버로 있는 ‘다크 레이디’에도 가입을…….”
[싫다.]“흐이잉…….”
“쿠릿! 미라쥬 선배! 쿠리도 가입하고 싶은 거다요!”
“그, 그래?! 아, 흠 흐흠. 어쩔까나? 아무나 받아 주는 곳이 아닌데…… 향! 향 생각은?”
“뀨우웃!”
“차기 마왕을 영입할 기회…… 좋아! 쿠리도 우리 멤버야!”
“정말이다요?! 만세인 거다요!”
“먼저 가장 주의해야 할 점! 가증스러운 빛의 무리인 티나와 아리스를 경계…….”
알아서들 잘 노네.
카르페는 피식 웃은 후, 선두에 서서 주변을 살피는 티나를 쳐다보았다.
사실, 가장 의외인 게 티나였다.
만들어질 때부터 성기사인지라 악마를 적대시하는 게 기본일 텐데, 카르페가 발라크를 부하로 삼았을 때도 아무런 불만을 말하지 않았었다. 아니, 오히려 훌륭한 동료로 인정하고 있었다.
“쿠리의 경우는 최최하급 악마라 그렇다고 치지만, 마계 대공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네요. 명색이 용사가 이래도 되나?”
-그건 호감도 때문이지. 호감도가 최대치를 찍는 순간, 주인이 무슨 짓을 해도 믿고 따르게 되어 있으니까. 아마, 티나의 호감도가 그저 그랬으면 사달이 났어도 몇 번은 났을걸.
“크으.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네. 덕을 쌓아야 이런 복도 오는 거지.”
-…….
마찬가지로 대 악마 전용 인형이자, 용사인 아리스 역시 발라크에 대해서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호감도가 최대치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아마 이쪽은 티나만 좋다면 뭐든 다 좋다는 거겠지.
그리고 발라크의 경우에는.
[흥. 팔자 좋은 것들이군.]발라크가 짧게 투덜거렸다.
그로서는 지금의 분위기에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자아를 가지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는 모든 삶이 투쟁이었다.
빼앗지 않으면 뺏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자신의 부하조차도 믿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악마들이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였다.
강자존의 마계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
그렇게 평생을 살아온 발라크에게 지금같이 ‘협력’이라는 것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묻는다면…… 조금 애매했다.
[흥. 아무렴 어떠한가. 10년만 버티면 될 일.]누군가에게 순수하게 칭찬을 받았던 적이 언제였더라.
발라크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 * *
“오, 또 나왔다!”
장소를 옮기고 다시 동굴을 나아가던 일행은 다시 한번 진마금 스팟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이전 장소보다도 훨씬 더 넓고 높은 공동 같은 곳이었는데, 벽 이곳저곳에 무수한 진마금 원석들이 박혀 있었다.
카르페는 황홀하다는 듯 감탄을 터뜨리며 곡괭이를 빼 들었다.
-흐음. 동굴 안쪽에 이런 공간이 있었군. 여기에 있는 것들 다 캐면 할당량으로 충분하겠는데?
“여기가 노다지구나! 이 좋은 걸 나만 볼 수 없지.”
카르페는 공간상 소환할 수 없었던 로이어드를 소환했다.
<마스터. 부름을 받고 왔다. 음? 이곳은?>
“이게 크림슨 미스릴이야. 엄청 나지? 여기 있는 거 다 캐면 아마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거 같아.”
<이것이! 하, 한번 살펴보겠다.>
로이어드가 쿵쿵거리며 진마금이 박힌 벽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곤 아주 조심스럽게 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름답군. 아아. 실로 이 몸에 어울리는 멋진 금속이다.>
“흐엑. 로이어드. 방금 엄청 변태 같았어.”
<미라쥬도 내 기분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알고 싶지 않아…….”
“뀨우웅…….”
깡! 카앙! 깡!
카르페는 다시 힘차게 곡괭이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퍼펙트 히트!] [거대 진마금 원석(1.5kg)을 획득하셨습니다!] [반복이 발동합니다!] [거대 진마금 원석을 추가로……]“시작 좋고!”
카르페가 정말로 광부로 전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는 그 순간이었다.
드드드드드.
“어?”
카르페 일행이 있던 공동 전체가 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띠링.
[동굴 속에 서식하는 데블 데스 웜은 마력이 담긴 광석을 섭취하며 살아갑니다. 특히, 이곳에 있는 진마금은 데스 웜들이 가장 아끼는 먹이입니다.] [진마금의 최대 매장지를 침범한 당신들을 향해 데스 웜들이 맹렬한 적의를 내뿜습니다. 데블 데스 웜의 왕은 결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스 몬스터 ‘데블 어비스 웜’이 출현합니다!]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카르페가 들어왔던 입구 방향으로 거대한 데스 웜 한 마리가 기어들어 왔다. 지금까지 봤던 데스 웜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크기. 놈이 입구를 완전히 막고 있어서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끄응. 역시 그렇게 쉽게는 안 되나.”
보물이 있는 곳에는 수호자가 있는 법. 아무래도 이 진마금을 획득하기 위해선 보스를 쓰러뜨려야 하는 모양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엑!!!”
<내 몸을 노리는 무리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쿠웅!
이미 자신의 몸이라 확정지은 로이어드가 가장 선두에 나서 어비스 웜을 막아섰다.
보스 전투의 시작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