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5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52화(452/581)
“와.”
반사적으로 감탄이 튀어나올 만큼, 리리스의 모습은 완벽했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상상 그대로의 ‘서큐버스’를 완벽하게 구현한 느낌.
칠흑이라 표현해야 할 정도로 새까만 흑발은 바닥에 흐드러질 만큼 길었고, 의자에 기대 졸린 듯 반쯤 감긴 눈은 몽환적인 느낌을 줬다.
그 밖에도 머리 위에 솟아나 있는 두 개의 뿔, 등 뒤로 언뜻 보이는 한 쌍의 검은 날개.
라세를 19금 게임으로 만들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선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복장까지.
마치 ‘판타지의 서큐버스면 응당 이래야 한다!’라며 주장하고 있는 듯한 완벽한 서큐버스의 모습 그 자체였다.
‘퇴폐미, 퇴폐미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게 뭔가 싶었는데, 이제 그게 뭔지 좀 알 것 같네요.’
-예쁘긴 하지. 뭐, 그래 봤자 그래픽 쪼가리다만. 예전에 봤던 모습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군.
‘어? 형도 본 적 있었어요?’
-그래. 내가 마계에서 대공 아가레스를 잡은 적 있다고 했었지? 그 싸움에 쟤도 있었다. 직접적인 충돌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말이지.
‘헐. 그랬어요?’
-순수 전투력 자체는 그리 뛰어나진 않아. 다만, 광역 매혹을 패시브로 달고 있는 녀석이라서 엄청 귀찮았지. 명경지수급 스킬이 아니면 죄다 뚫고 들어오는 수준이라 고생 많이 했었다. 후. 지금 떠올려 보면 또 추억인가.
‘하긴. 방에 들어서자마자 해금이 발동하는 수준이니…….’
발라크의 경고가 십분 이해된다.
이건 정말로 서빙제 파편 급의 정신 공격이었다.
“후후. 입구에서 멍하니 그러고 있지 말고 이쪽으로 오지 그래? 나에게도 손님 대접을 할 기회는 줘야지.”
[손님 대접을 운운할 거면 이 짜증 나는 매혹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어머. 미안해라. 이건 타고난 거라서 나도 제어가 안 되네?”
[흥. 가증스럽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은가.]발라크는 그렇게 말한 후,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몇 걸음 후, 살짝 비틀거리고 말았다. 서빙제 파편의 세뇌를 완전히 저항하지 못했던 것처럼, 약화된 발라크는 리리스의 매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그 미세한 비틀거림을 목격한 리리스의 눈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왜 그러지? 지금 휘청거리고 있잖아 발라크. 설마, 언데드인 엘더 리치가 이 정도의 정신 공격에 영향을 받는 거야?”
[……헛소리를 나누기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다. 리리스.]“후후. 그래. 알았어. 그런 걸로 하자구. 자, 그쪽의 인간분과…… 털 뭉치? 도 이쪽으로 오는 게 어떻니? 계속 서 있을 거야?”
“그럴 리가. 그럼. 실례하도록 하지.”
“마계 대공 리리스 님. 무섭다요…….”
카르페와 쿠리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걸으며 리리스가 가리킨 소파에 앉았다. 그 태연한 모습에 리리스의 눈에도 살짝 이채가 떠올랐다.
“흐흥. 재밌는 인간이네. 좋아, 뭘 마시고 싶어? 차도 있고 술도 있어. 원한다면 몽혼약을 대접할 수도 있는데?”
“……딱히 뭘 마시고 싶은 건 아닌데, 굳이 마신다면 냉수 한 잔이면 충분하겠네.”
“쿠리는 괜찮은 거다요. 마계 대공 앞에서 뭔가를 마실 만큼 심장이 강하지 못하다는 거다요…….”
짝.
리리스가 박수를 치자 방구석에 있던 다과 세트가 붕- 하고 떠올라 테이블에 저절로 세팅되었다.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발라크의 앞에도 굳이 차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리리스의 악취미적인 부분이 엿보였다.
“자, 들도록 해. 아, 참. 그런데 마계의 물은 인간이랑 상성이 꽤 안 좋은…….”
“잘 마실게.”
카르페는 눈곱만큼의 고민도 없이 리리스가 내민 냉수를 그대로 들이켰다.
동시에 바로 상태창이 반응했다.
띠링.
[마기가 농축된 물을 섭취하셨습니다.] [30분간, 스테이터스가 10%만큼 감소하며, 이동 속도가 50% 만큼 감소합니다.] [몽마 여왕의 몽환 비약이 극미량 함유된 물입니다. 모든 속성 저항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해금이 발동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역시 이럴 것 같더라니.’
-거, 이런 클리셰는 정말 질리지도 않고 지키는구만.
천마의 말대로 뻔한 이야기였다.
저런 여왕님 컨셉의 캐릭은 후후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를 시험하곤 한다.
처음 방문 때부터 광역 매혹을 깔아 둔 것도 당연히 시험.
그런 시험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내자, 흥미가 동한 리리스가 재차 시험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몽환약까지 사용하면서 말이다.
물론, 해금 앞에서는 전부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라?”
이번에는 그녀도 조금 당황했는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카르페는 이곳의 주인이 ‘서큐버스’인 것을 인지한 순간, 긴장감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서큐버스.
육체 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대신 정신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악마다.
그리고 정신 공격은 뭐다?
해금의 밥이다!
‘냄새가 솔솔 나는구만. 압도적인 날먹의 냄새가!’
-에이 시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쿠리처럼 해금이 완전히 먹히지 않는 극소수의 사례도 있긴 했으니까.
“음. 어. 아…… 신기한 인간이네? 이번에는 정말 놀랐어.”
[서큐버스 퀸 리리스의 호감도가 소폭 증가했습니다.]그리고 이런 시험 캐릭들은 의외의 상황을 겪으면 괜히 호감도가 오르는 것도 클리셰였다.
[같잖은 시험질은 그만두는 게 나을 거다. 이몸이 평범한 인간을 대동했을 리가 없지 않나.]“흐응. 확실히 그러네. 좋아. 미안해. 오랜만의 인간이라 호기심이 동했어. 후후.”
발라크는 리리스와의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인지, 그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리는 지하 대미궁으로의 진입을 원한다.]“어머. 그럴 것 같더라니. 하긴, 나를 찾아오는 무모한 악마들은 대부분 그 이유 때문에 찾아오는 거니까.”
마계에서 리리스의 위치는 아주 독특하다.
중립 지역의 지배자이며, 동시에 악마들에게 경원시되는 존재.
악마들은 강함을 추구하고 자존심 높은 만큼, ‘정신’ 계열 마법을 극도로 꺼린다.
투사답게 싸워서 죽는 거라면 얼마든지 웃으며 목숨을 던지겠지만, 세뇌당해 이지를 상실당하는 죽음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리리스는 같은 마계 대공들조차도 그녀와의 대면을 꺼린다. 그녀의 매혹은 마계 대공이라고 해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종족 특성으로 극강의 정신 공격 저항을 가진 ‘언데드’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지하 대미궁에는 무슨 일로? 발라크는 그동안 이곳에 흥미가 없었잖아.”
[그냥 마음이 변했을 뿐이다. 지하 대미궁에 잠들어 있는 보물. 이 탐욕의 대공이 그것을 탐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가.]“흐흥. 그렇단 말이지.”
리리스는 애매모호한 미소를 띠며 발라크를 주욱 훑어보았다.
“뭐, 좋아. 발라크라면 굳이 자격을 시험할 이유도 없지. 원한다면 문을 열어 주도록 할게.”
“단, 그건 어디까지나 발라크 한 명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야. 같이 온 인간은…… 글쎄?”
매혹과 몽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디는 것은 분명 놀랍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하 대미궁은 별개의 이야기.
이곳 미궁 도시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지하 대미궁의 마수가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
그 어떤 원칙보다도 우선시되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어중간한 존재가 괜히 지하 대미궁으로 들어가서, 마수들을 자극하기만 한다면?
그건 결코 리리스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괜히 분란만 생길 뿐이었다.
“이상한 인간과 이 꼬마 털 뭉치가 과연 지하 대미궁을 버틸 수 있을까? 자살을 희망한다면 다른 곳을 추천해 주고 싶은걸.”
“쿠리는 꼬마가 아니다요! 500살이 넘은 거다요. 리리스 님보다 더 연상일 수 있는 거다요. 리리스 님은 몇 살인 거냐요!”
“어머. 실례야. 숙녀의 나이를 함부로 물어보다니. 괜찮겠어? 내 나이를 들은 이들은 전부 죽었는데?”
“끄아아앙! 미안하다요! 쿠리는 리리스 님의 나이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거다요!”
“후후. 그래. 착하네.”
리리스는 귀엽다는 듯 쿠리를 한번 보곤 다시 카르페를 쳐다봤다.
“과연 지하 대미궁에 들어갈 실력이 될까? 어중간한 실력을 가진 이가 들어가는 건 썩 달갑지 않은걸?”
“하고 싶은 말이 뭐지?”
“후후. 조급해하긴. 하지만 꼭 들어가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야. 내가 말하는 시험만 통과한다면 대미궁의 모든 출입을 허락할게.”
“……시험?”
“응. 시험. 임시로 문을 열어 줄 테니 대미궁 1층에서 내가 말하는 물건을 찾아오는 거야. 어때 쉽지?”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퀘스트 창이 등장했다.
[입장 퀘스트 : 서큐버스 퀸 리리스의 시험] [서큐버스 퀸 리리스가 당신에게 자격의 증명을 요구합니다. 그녀가 원하는 아이템을 구해 오십시오. 목적을 완수할 시, 그녀는 당신을 인정할 것입니다.] [퀘스트 클리어 시 : 지하 대미궁의 출입 권한 획득. 리리스의 호감도 상승.] [퀘스트 실패 시 : 지하 대미궁 영구 출입 불가. 리리스의 호감도 하락.]“후후. 조금 말해 주자면 지하 대미궁의 마수는 일반적인 마수와 질적으로 달라. 1층에서부터 상급 마수에 육박하는 것들이 꽤 있지.”
그리고 그 수많은 마수들을 뚫고 목표물을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하늘 보석꽃이라는 녀석이란다. 지하 대미궁 1층, 제일 끝에서만 자라는 특이한 식물이야. 꽃 대신 보석을 피우는 식물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어.”
목표물이 딱히 숨겨져 있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거기까지 과연 도달할 수 있는지 아닌지의 문제였다.
“자, 어떻게 할래? 나로서는 오랜만의 인간 손님이 죽는 건 싫은데…….”
“조건은 그것뿐이야?”
“……응?”
“뭐, 간단한 거네. 곧바로 시작하지.”
* * *
“……그럼 입구를 열게.”
카르페 일행과 리리스는 지하 대미궁으로 통하는 입구 앞에 서 있었다.
그그그그긍.
리리스가 자신의 마력을 주입하자, 바닥의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조건이 하나 더. 발라크는 여기다 두고 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이건 인간의 시험이니까.”
“알았다. 뭐, 더 할 얘기 없으면 이제 들어간다? 시간 아깝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담.”
발라크를 믿고 오만하게 구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
리리스는 이 인간이 도대체 뭘 믿고 이리 자신만만한지 영문을 알 수 없어서 처음으로 고운 이마를 찌푸렸다.
“그래. 기간은 일주일. 그 안에 구하지 못하면 실패…….”
휙!
카르페는 리리스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대로 지하 대미궁 속으로 뛰어들었다.
“……후우. 오랜만이네. 이런 짜증. 콱 죽어 버려라.”
리리스는 고개를 한차례 저으며 옆에 묵묵히 서 있던 발라크에게 말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본론? 무슨 소리지? 딱히 할 얘기는 없는 거 같은데.]“흐흥. 발라크는 아니더라도 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걸? 어차피 저 인간은 죽을 거야. 보아하니 레벨 200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너무 무모해.”
지하 대미궁의 1층에 서식하는 마수는 최하가 레벨 200이다.
개중에는 300에 가까운 것도 여럿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만에 하나 하늘 보석꽃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하더라도, 그건 꽤 미래의 일일 것이다.
“인간은 늘 주제를 모르곤 했지. 하지만 운이 좋다면…… 그래. 정말로 천운이 돕는다 하더라도 일주일 뒤에나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동안 이곳에 계속 있을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야기나…….”
[글쎄.]발라크는 입구를 쳐다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정말로 심연의 입구 같았다.
하지만.
[1시간.]“……응?”
[넉넉하게 잡아서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