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5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55화(455/581)
“아니, 잠깐 없는 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눴길래…….”
“해 줄 거지? 내가 너무 궁금해서 콱 죽어 버리면 어떡하려고? 너네가 책임 질 거야?
-그 책임을 우리가 왜 지냐…….
“후후.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아. 내가 얼마나 귀한 몸인 줄 아니? 나랑 함께할 수만 있다면 목숨도 던질 악마가 수백만이야. 설사 마계 대공이라 할지라도 누릴 수 없는 호사…….”
[흥. 멋모르는 인간이 상대라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는군.]“넌 조용히 해! 너한테 하는 말 아니니까!”
“아니, 잠시만. 일단 진정 좀 하고…….”
카르페는 흥분한 리리스를 진정시킨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큐버스 퀸의 파티 합류라.’
당연히 좋다.
카르페는 예전에도 한 번, NPC에게 쩔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보 시절 때의 이야기다.
‘그때는 대륙 11강 시절의 길리안 영감님 버스를 탔었죠. 라세는 NPC에게 쩔받는 건 페널티가 없는 게임이니까.’
라세는 유저 간 파티일 경우, 레벨 차이에 따라서 경험치, 드랍율 페널티를 받지만, NPC와의 파티에는 그런 게 없었다.
한마디로, 특급 버스 리리스호의 출발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얘기.
일반적으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냥 좋다고 하기에는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있긴 한데…….’
일단, 지하 대미궁 내에서 싸울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첫 번째다.
대마수의 뿔피리로 인해, 마수가 전부 비선공 몬스터로 바뀐 이상 웬만해선 전투가 발생할 일이 없었다.
물론, 이쪽에서 먼저 공격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유도할 수도 있으니 리리스가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되긴 했다. 따라서 이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연 리리스를 믿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단순히 궁금하기 때문에 따라가고 싶다. 이걸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정작 쫄래쫄래 따라와 놓고는 변심해서 이쪽을 습격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유령으로 위장했던 아스타로트가 그랬고,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칠미호 테스도 비슷했었다.
-흐음. 확실히 악마가 뒤통수를 잘 칠 것 같은 이미지이긴 하지. 이 부분은 안전장치가 필요하긴 하겠어.
‘그래야죠. 솔직히 저희 전력으로 리리스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썩어도 준치라고, 서큐버스가 정신 공격에 치중되어 있다곤 하나 그래도 마계 대공이다.
순수 스테이터스랑, 몇 가지 공격 마법만으로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쿠리에 대해 아는 대공이 늘어나는 게 좋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건 애매하긴 하네. 뭐, 정 미심쩍으면 그냥 우리끼리 가면 되지.
‘하지만 그렇게 딱 자르기에는 공짜 버스의 유혹이 크다 이 말이야! 왜 형은 내 맘을 하나도 몰라!’
-……후우. 오늘도 염병지수가 미쳐 날뛰는 거 보니, 별일은 없겠다.
카르페가 거듭 심사숙고하자, 리리스는 점점 더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걸 고민할 이유가 있어? 내가 직접 안내해 주겠다는데도? 나보다 더 대미궁을 잘 아는 악마는 존재하지 않아.”
“으음. 확실히…….”
리리스라고 해서 대미궁 전부를 아는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존재란 건 분명했다.
좋아. 결정했다. 같이 가자.
카르페가 그렇게 마음먹고 말을 꺼내려는 그 순간, 잠자코 지켜보던 발라크가 툭 하고 한마디 던졌다.
[흠. 그러고 보니 리리스가 다짜고짜 우릴 시험했었지.]“……응?”
모두의 시선이 발라크에게로 향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떠올랐을 뿐이다. 리리스가 굳이 하지도 않아도 될 시험을 해서, 일을 번거롭게 만들었다……. 뭐,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뜻이다.]발라크의 지나가는 말에 리리스가 당황했다.
“무, 무슨 소리? 대미궁에 입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시험이 필요해. 그게 규칙이라고!”
[내가 말한 시험은 그게 아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할 때, 쓸데없이 매혹을 뿌리지 않았나. 설마, 그게 필요한 시험이었다고 말할 셈은 아니겠지?]“윽……. 그건.”
“호오. 맞아. 맞아. 그런 일이 있었네.”
카르페가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당황한 리리스가 횡설수설 변명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건 그냥 모처럼의 손님이 반가워서 조금 장난을…….”
“장난? 장나안? 마계는 장난으로 손님 마실 거에 몽혼약을 타고 그러나?”
생각해 보니 어이없네?
첫 만남부터 다짜고짜 매혹을 뿌리고, 그게 안 통하니까 약도 먹이고!
다리 꼬고 앉아선, 이거 구해 와라! 저거 구해 와라!
이게 다 자기가 갑이라 생각하니까 벌이는 갑질의 일종이었다!
발라크는 은근슬쩍 그 사실을 카르페에게 알려 줬던 것이다.
‘꼴 받는다. 지금 제가 NPC에게 갑질을 당해야겠습니까?’
-아니, 뭐. 매혹은 그렇다 쳐도 하늘 보석꽃 구해 오라는 건 갑질이 아니라 그냥 정당한 퀘스트…….
‘형. 지금 누구 편이에요? 저, 확 게임 접습니다?’
-……일 리가 없지. 감히! 이 그래픽 쪼가리들이 위대한 인간을 뭘로 보고!!!
‘흠. 좋아. 그 태도 앞으로 쭉 유지하도록.’
-…….
카르페에게 갑질을 당한 천마는 속으로만 눈물을 흘렸다.
아무튼 갑질을 당한 건 팩트고, 마침 지금 갑을이 바뀐 시점이다.
갑질엔 갑질로.
K-사회를 살아온 카르페는 그것이야말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고 보니 시간도 거의 끝나 가긴 하네.”
남은 접속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대미궁으로 내려가 봤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로그아웃할 게 분명했다. 그럼, 룸으로 돌아갈 수 없는 쿠리와 발라크는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굉장한 동선 낭비, 시간 낭비였다.
이왕 대미궁을 공략할 거, 내일 아침 접속 시간이 널널할 때, 쫙 밀고 들어가는 게 합리적이었다.
“혹시, 이곳 탑에 남는 객실 있어?”
“객실? 당연히 있지! 후후. 뭐야, 여기서 대접 좀 받고 싶은 거니? 좋아. 맡겨 줘. 인간 따위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고의 행복을…….”
“아니, 나는 됐고.”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며 쿠리와 발라크를 가리켰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인간 중에 ‘이방인’이라고 해서 특이한 인간이 있어. 하루에 몇 시간씩은 꼭 이 세상을 떠나야 해.”
“그거라면 당연히 알고 있지. 인간, 네가 이방인이었구나.”
“그래.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 애들 좀 부탁할게.”
카르페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리리스를 파티에 받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애들 평가에 맡기겠다.”
“응? 아니, 잠깐만. 지금 뭐라고…….”
“그럼 가 볼게! 다들 내일 봅시다!”
카르페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도 볼아 보지 않고 접속을 종료해 버렸다.
리리스는 카르페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현실을 깨닫곤 그 자리에서 소리쳤다.
“아으! 거의 다 넘어왔었는데! 이게 뭐야!”
[흐음. 공교롭게 되었군.]“발라크! 너, 너! 진짜 이럴 거야?! 네가 훼방만 안 놨어도!”
[호오. 재미있군. 리리스. 지금 네가 과연 그럴 말을 해도 되는 입장일까?]발라크는 그렇게 말하고선 바닥에 있던 쿠리를 한 손에 안아 들었다.
[방금 전 인간의 말을 듣지 못했는가? 너의 동반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만.]“쿠리? 쿠리는 상황을 잘 모르겠다는 거다요!”
[잘 모르겠으면, 내가 말하는 대로 하면 된다. 선배.]“그건 알기 쉽다요!”
“아악! 진짜 짜증 나!!!”
울부짖는 리리스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 * *
그리고 다음 날.
평소의 루틴대로 식사를 마친 카르페가 아침 일찍부터 게임에 접속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르페 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비서 차림의 서큐버스의 안내에 따라 객실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흐음. 안내가 깍듯한데? 제대로 갑질하고 있나 보군.
‘그러게요.’
갑질엔 갑질로 갚아 준다는 마인드 반, 재미 반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의외로 재밌는 상황이 된 느낌이다.
하룻밤 사이에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카르페는 그런 기대감을 품은 채로 객실 문을 열었고…… 그 안엔 카르페의 상상 그 이상의 풍경이 있었다.
벌컥.
[어이, 리리스. 손이 느려졌다. 광이 부족하지 않은가.]“으그, 으그그극…….”
먼저 발라크.
발라크 옆에는 리리스가 딱 붙어 있었는데, 그녀가 고급스러운 헝겊으로 발라크의 ‘뼈’를 닦고 있었다.
[조금 더 광을 내도록. 이 몸의 위신만큼 뼈가 빛날 수 있게.]“으, 으응. 그, 그래야지이이익……!”
부욱!
부아가 치민 리리스의 손에 헝겊이 그만 찢어지고 말았다.
[이런. 힘 조절도 제대로 못 하는가? 비싼 천이 아깝게 되었구나.]“…….”
리리스가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발라크의 뼈를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리. 이쪽은 훨씬 더 가관이다.
“우후후. 쿠리 님? 혹시 더 불편하신 건 없으신가요?”
“쿠리 님. 아~ 제가 과일을 먹여 드릴게요.”
일단 쿠리 옆에 세 명의 서큐버스가 붙어 있었다. 당연히, 서큐버스답게 세 명 다 아주 미녀들이었다.
“쿠리는 행복한 거다요…….”
그리고 쿠리는 그중 한 명의 ‘무릎’ 위에서 편안하게 몸을 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무릎베개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의 서큐버스가 양옆에서 번갈아 쿠리의 입으로 과일을 넣어 주고 있었다.
한 가지 웃긴 점은 세 명의 서큐버스도 그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푹신푹신해서 쿠리 님은 쓰다듬기가 참 좋네요.”
“쿠리도 쓰다듬어지는 거 좋아하는 거다요! 조금 더 쓰다듬어 달라요!”
“후후. 귀여우셔라.”
“쿠리 님. 이 과일도 드셔 보세요. 아주 비싼 과일이랍니다.”
세 명의 서큐버스는 자기들끼리 꺄꺄거리며 쿠리의 반응 하나하나를 즐기고 있었다.
뭐지? 이 하렘물에서나 볼 법한 풍경은? 쿠리가 정녕 마계의 주인공이었단 말인가?
“…….”
-…….
카르페와 천마는 그저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쿠리가 잘되길 바라긴 했는데……. 이건 좀 너무 잘된 게 아닐까? 이 정도로 잘되길 바란 건 아냐!’
-그르르륵. 털 뭉치 쉑. 그르르륵. 저건 그래픽 쪼가리…… 그르르륵.
부러움에 미친 귀신 한 명이 거품을 물고 말았다.
“이 과일이 맛있는 거다요!”
“어머, 쿠리 님. 역시 미각이 좋으시네요. 그건 ‘혈과’라고 아주 드물게 열매를 맺는 초고급 과일이랍니다. 당연히 아주 비싸요!”
“……너무 비싸서 나도 잘 못 먹는 건데. 너무, 얄미워. 왜 저렇게 비싼 것만 먹는 거야?”
[음? 얄밉다? 지금, 설마 우리 선배에게 한 말인가?]“아, 아니?! 그럴 리가! 야! 너희들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해! 귀여운 쿠리 님이 불편하시다잖아!”
끼이익.
카르페는 조심스럽게 객실 문을 닫고 나왔다.
아무래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