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5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56화(456/581)
카르페가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객실로 들어서자, 쿠리를 둘러싸고 있던 서큐버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녀들은 떠나면서도 아쉬워하는 티를 팍팍 냈다.
“아쉬워라.”
“후후. 쿠리 님. 또 방문해 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맛있는 과일을 잔뜩 준비해 놓을게요.”
“쿠리도 즐거웠던 거다요!”
쿠리는 떠나가는 서큐버스들에게 짧은 손을 흔들었다. 나머지 한 손에는 그녀들에게서 받은 이별 선물인지, 당근 하나가 들려 있는 채였다.
헤실헤실한 표정이 몹시도 행복해 보였다.
……그래. 본인이 행복하다면 그게 최고인 거지.
“그래. 밤사이에 다들 잘 지낸 모양이네.”
“그렇다요. 카르페 님! 꿈만 같은 하루였다요!”
[흠.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으니.]“……후후. 과히 나쁘지 않은 수준…… 후후. 그랬구나…… 그랬어. 그 고생이 딱 그 정도였구나…….”
“…….”
-…….
이거 괜찮은 거 맞나?
혼자서 중얼거리는 리리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갑질을 갑질로 갚아 준다는 발상 자체는 괜찮았던 거 같은데, 어째 좀 예상보다 좀 심하게 갚아 준 모양새였다.
“큼. 뭐, 아무튼 하루 동안 푹 잘 쉬었으니 지금부터 대미궁으로 공략하러 갈 거야.”
“그거 나도 포함되는 거 맞지……?”
“그래. 잠시 동안이지만 잘 부탁할게.”
“후후. 그거 참 다행이네. 다행이야…….”
정말 눈곱만큼의 눈치가 존재한다면, 이 상황에서 리리스를 거절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도 그럴 게 바로 옆에서 ‘후후.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절당하면 나도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어.’, ‘어쩌면 오늘 최초로 중립 도시의 규칙이 깨어질지도……?’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는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애초에 같이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도 했으니, 더 이상 질질 끌면서 괴롭히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뭐든지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법이었으니까.
“단, 파티에 받아들이기 전에 계약서 한 장은 써 줘야겠어. 이쪽에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니까.”
“뭐, 그 정도야.”
같은 악마끼리도 등을 찌르는 게 일상인 곳이다.
악마들끼리도 그럴진대, 하물며 인간이 악마를 쉽게 신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리리스도 그 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발라크.”
[뭐지?]“계약서 가능하지? 나랑 했던 그거랑 똑같은 걸로.”
“응? 발라크와도 계약을 맺었어?”
[……그렇다.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흐흥. 어쩐지. 기묘한 조합으로 다닌다고 했더니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나 보네.”
그러는 동안, 카르페는 천마와 함께 계약서를 적당하게 작성했다.
-흠. 이 정도면 얼추 된 거 같은데…….
“그렇죠. 제일 중요한 건 통수 방지니까, 그것만 넣으면 나머지는 뭐…….
그렇게 작성된 계약서를 리리스에게 내밀었다.
“확인해 보고 이상한 거 있으면 말해 줘.”
“좋아. 흐음. 어디 보자…… 갑. 인간 카르페, 을 악마 리리스. 어째서 내가 을인 거지?”
리리스는 구시렁구시렁거리면서도 큰 클레임 없이 계약서를 점검했다.
“파티의 리더는 카르페. 리리스는 파티의 위험, 혹은 본인의 과도한 위험을 초래하는 명령이 아닐 시, 리더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라…… 좋아. 납득할 만한 범위네. 리리스는 아군에게 위험이 될 만한 행동을 할 수 없다. 기간은 지하 대미궁을 벗어난 이후 일주일까지. 이것도 뭐.”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읽어 나가던 중, 어떤 항목에서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인간. 잠깐만. 이거 잘못 쓴 거 아니야? 너무 이상한데? 다른 항목에 비해 글씨도 작고…… 왜 이렇게 귀퉁이에 썼어?”
“……이상한 항목? 어떤 걸 말하는 거지?”
“이거, 마지막. 여기 이거!”
리리스는 손가락으로 계약서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자그마한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7. 지하 대미궁에서 얻은 모든 부산물의 소유권은 인간 카르페에게 있다.
“다른 건 다 그렇다고 쳐. 그런데 왜 인간이 아이템을 전부 다 가져가는 거야?”
“……안 되나?”
“되겠냐! 솔직히 말해 봐. 이거 고의로 이렇게 작은 글씨로 구석에 적은 거지?”
“오해가 있는 것 같군. 그건 절대로 내 의도가 아니었다.”
카르페의 이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저런 방식으로 적으라고 한 건 천마였으니까!
-쓰읍. 이게 걸리네…….
‘거봐요. 제가 이건 안 될 것 같다고 했잖아요. 너무 양심 터진 짓이었어.
-얼씨구? 사탄도 벌벌 떨 발상이라면서 감탄할 땐 언제고…….
안타깝게도 한 플레이어와 한 배후령이 계획한 합동 사기극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세상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악마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인간의 문화에선 중요한 것일수록 작게 적는 문화가 있거든.”
“……그래? 좋은 공부가 됐네.”
[흠. 그렇군. 확실히 실용적인 방법이다.]마계의 정점이라는 두 사탄들이 감탄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더러운 보험 계약서들을 보면, 중요한 것일수록 작은 글씨로 적었으니까.
“하지만 아이템의 소유권을 나누는 것도 곤란해. 우리가 대미궁으로 들어가는 건, 어떤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들어가는 거야. 거기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어.”
쿠리가 기억을 잃기 전, 대미궁 속에 숨겨 놓았다는 보물.
그것에 대한 소유권은 전적으로 이쪽에서 가져가야만 했다.
리리스 역시 그 점은 납득했다.
“좋아. 그 물건에 대한 소유는 인정할게. 하지만, 지하 대미궁에는 그것 말고도 각종 보물들이 많이 잠들어 있거든? 특히 보석 같은 거. 이왕 가는 거, 나도 그런 것 몇 개는 받아야겠어.”
“그 정도는 조율 가능한 범위네.”
카르페는 리리스와의 합의 끝에 계약서를 고쳐 썼다. 애초에 리리스는 자기가 부탁해서 파티에 낀 입장이란 걸 알고 있던 터라, 그리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부산물의 1할. 보석이나 장신구 위주. 파티의 최우선 목표 아이템 혹은 그에 준하는 아이템은 제외.
리리스가 원하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좋아. 발라크. 이대로 계약 진행할게.”
[흥. 고작 이따위 일로 ‘마신의 계약서’를 소비하다니. 너무나도 사치스럽군.]발라크는 한 차례 투덜댔지만, 계약서는 무사히 체결되었다.
[마신의 계약서가 발동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갑과 을 사이의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계약 위반 시, 막대한 페널티가 발생합니다.]“후후. 좋아. 당분간 잘해 봐.”
리리스가 환하게 웃었다.
지난밤 발라크의 시중을 들면서 얼마나 서러웠던가. 도중에 호기심이고 나발이고 그냥 때려칠까……라는 생각을 17번쯤 했지만,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인내의 대가를 받을 시간이었다.
‘발라크가 보았다는 진실의 가능성. 나도 봐야겠어.’
그렇게 최강의 라세 플레이어와 마계 대공 둘이라는, 초호화 파티가 구성되었다.
* * *
지하 대미궁 1층.
이미 카르페가 한번 경험했던 곳이라 달리 장애가 있진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것을 꼽으라면…… 리리스가 옆에서 자꾸 시끄럽게 떠든다는 정도였다.
“응? 인간. 인형술사였어? 와, 하나같이 보통 인형이 아닌걸. 혹시 인간계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인간이니?”
“……어머, 이건, 루할의 기운? 뭐? 용사라고?! 아니, 발라크. 너, 용사랑 함께하고 있는 거야? 도대체 무슨 상황인데?”
“아니, 이건 또 뭐야? 도대체 어떻게 한 거니? 어째서 마수들이 공격하질 않는 거야?”
말 못 해서 죽은 귀신이 들렸나.
리리스는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 댔다. 카르페는 계약서에 ‘쓸데없이 떠드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조항을 넣지 않은 걸 후회했다.
하지만 리리스 쪽도 좀 억울한 것이, 이건 궁금하지 않은 게 비정상이었다.
“응? 대답 안 해 줄 거야? 궁금하다니까?”
“…….”
[흥. 그래서 말하지 않았나. 서큐버스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다고. 특히 서큐버스 퀸인 리리스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 앞으로 계속 시끄러울 것이다.]-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하지만 그렇다고 리리스가 짐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아니, 반대로 버스도 이런 특급 버스가 없었다.
“정말 신기하네? 무슨 원리로 마수들이 이쪽을 보고 도망가는 건지……. 아무튼 덕분에 대미궁 탐사가 쉬워지겠어. 마수를 피해서 이동하면, 최고층 달성도 가능할지도…….”
“응? 마수를 피해서 간다고? 아닌데? 싸울 건데?”
“……어째서? 공격해 오지 않는 마수와 싸울 이유가 어디 있는데?”
NPC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인데, 덤벼 오지 않는 마수와 굳이 왜 싸운단 말인가.
하지만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아니다.
선공 몬스터든 비선공 몬스터든 잡을 수 있으면 전부 잡는다!
그게 플레이어다!
“왜 싸우냐고 묻거든, 거기에 몬스터가 있기 때문이다.”
대마수의 뿔피리는 마수를 비선공으로 바꿔 줄 뿐이지, 그대로 공격을 얻어맞는 건 아니다.
공격을 당하면 당연히 반격을 하고, 일부 마수는 동족의식까지 있어서 충분히 곤란해질 가능성도 존재했다.
“아니, 저기…… 안 싸우는 게 낫지 않아? 귀찮잖니.”
“계약서를 떠올려 봐.”
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었다.
파티의 위험, 혹은 리리스 본인의 과도한 위험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리더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마수를 공격하는 행위가 파티나 리리스의 위험을 초래하는가?
아니다. 심층이라면 모르겠지만, 저층의 마수들 따위가 리리스에게 위협이 될 순 없었다.
저 정도는 마법을 쓸 필요도 없이 그냥 주먹만으로도 때려잡을 수 있을 테니까.
즉.
“리리스는 리더의 명령에 따라 마수를 다 때려잡아야 합니다.”
“그, 그런 게 어딨어! 이 사기꾼아!”
“어허. 사기꾼이라뇨. 말조심 하십쇼. 계약서대로 하는 겁니다. 거, 투덜댈 시간에 한 마리라도 빨리 잡는 게 이득일걸. 걱정 마. 우리도 돕긴 할 거니까.”
뭐, 그래도 대부분이 리리스가 싸우긴 할 것이다. 카르페와 인형들은 거기에 보조나 맞추는 정도일 것이고.
“마신의 계약서 특. 계약 위반 시, 영혼 저당 잡힘. 마계 대공이라도 예외 없음.”
“아아아악!”
[……보통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진 않는데.]발라크는 울상을 지은 채로 얼음 늑대에게 달려드는 리리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인간에게 부려먹히는 마계 대공…… 옆에서 보니 복잡한 심경이군.]동병상련이라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발라크는 어쩐지 아주 예전에 잊어버린 ‘동정심’이라는 감정을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게 뭐야! 진짜!”
특급 버스 리리스호의 시동이 걸리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