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5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59화(459/581)
“와…….”
산성 연못이 사라지는 광경은 제법 장관이었다.
연못만큼 거대한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 넣은 후, 바닥의 커다란 마개를 빼 버리면 아마 이런 광경이 연출되지 않을까.
콰르르르르…….
점차 물 빠지는 소리가 줄어들었고, 이윽고 연못 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했던 것보다 바닥이 훨씬 깊었다.
[……저쪽에 계단이 있군.]발라크가 가리킨 연못 가장자리에는 바닥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있었다.
“좋아.”
더 이상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일행은 카르페를 선두로 하여 연못 바닥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탁.
“……한 방울도 안 남아 있네.”
카르페의 중얼거림처럼 연못 바닥에는 병아리 눈물만큼의 산성액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 모르는 이가 봤다면 이곳이 연못이었다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수준.
남아 있는 약간의 달콤한 향만이 이곳이 연못이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카르페 님! 저기에 떨어져 있었던 거다요! 쿠리가 가져온 거다요!”
“음?”
쿠리가 카르페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바로 카르페가 연못으로 던져 버렸던 그 검은 성배였다.
검은 성배는 이전과 달리 약간 붉어져 있었으나, 그 외에 달리 변한 점은 없었다.
“그래. 고마워.”
“쿠리는 충직한 부하다요. 당연한 일이다요!”
카르페가 쿠리의 머리를 한번 슥슥 쓰다듬고는 검은 성배를 받아 들었다.
띠링.
[검은 성배] [분류 : 퀘스트 아이템] [등급 : 신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옛날, 신의 피를 일부 담았다는 성배입니다. 특정 신의 피를 흡수하여 정화할 수 있습니다. 정화된 피는 술로 변화됩니다.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파수꾼에게 한 잔 술을 선사하십시오.]“……어?”
아이템의 설명이 바뀌어 있었다.
불친절하다는 것을 넘어 그냥 사람 열 받으라고 말하는 듯한 설명은 사라졌고, 그 대신 피를 정화하는 역할의 아이템이라는 명확한 설명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였던 아이템 등급이 ‘신화’로 변했다는 것!
쿠리와 관련된 이 퀘스트가 최소 신화급 퀘스트인 게 증명된 셈이다.
“……그럼 설명대로라면 연못을 채우고 있던 붉은 액체가 진짜로 신의 피였던 건가?”
-그렇게 되겠네. 거, 뭔 놈의 피가 그렇게 살벌하냐. 누가 마신 아니랄까 봐.
찰랑.
받아 든 성배의 바닥에는 맑은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는지, 성배를 옆으로 기울여도 쏟아지지 않았고, 심지어 성배를 거꾸로 잡아도 성배 바닥에 달라붙어 찰랑거리기만 했다.
“신의 피를 정화해서 만들어진 술이라…….”
그리고 그 한 잔 술을 파수꾼에게 선사하라.
-아마 저걸 말하는 모양인데.
“네. 저거 말곤 없겠죠.”
천마가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연못 바닥이 드러나며 나타난 새로운 길이었다.
필시 알림에서 말한 ‘마신전’이 저곳이리라.
“제대로 찾아온 게 확실하네.”
문에는 커다란 태양 같은 것이 음각되어 있었다. 네불라의 둥지에서 봤던 벽화 속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문 앞에, 짐승의 석상 하나가 위압적으로 서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쪽으로 달려들 것처럼 생생한 석상이었다.
“이건…… 네불라인가?”
늑대나 개처럼 보이는 짐승의 석상.
문 앞을 지키고 선 채로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형상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면, 눈치가 어지간히 없는 게 아닌 다음에야 수순은 명확했다.
“자, 마셔라.”
카르페는 성배를 통째로 짐승 석상의 입 안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알림이 등장했다.
[긴 세월, 문을 지켜온 파수꾼이 안식을 찾습니다.] [마지막 임무를 수행합니다.]콰직!
석상의 입이 다물어지면서 성배가 그대로 박살 나 버렸고, 동시에 짐승의 눈이 노란빛으로 번쩍였다.
[마신전이 개방됩니다. 파수꾼이 자격을 판별합니다. 자격이 되지 않는 자는 마신전으로 입장할 수 없습니다.]번쩍!
강렬한 빛이 일행을 감싸 안았다.
* * *
“……여긴?”
카르페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사방이 온통 회백색인 곳이었는데, 앞쪽으로 긴 복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신전’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그런 공간이었다.
“꾸우웅. 깜짝 놀란 거다요. 이곳은 어디다요?”
“글쎄.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마도 그 문 안쪽이 아닐까?”
-그거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지. 이곳이 마신전인 게 틀림없어.
카르페와 천마, 그리고 쿠리.
현재 이 공간에 존재하는 건 이들이 전부였다.
천마는 귀신이니 예외로 치고,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자가 카르페와 쿠리 둘뿐이라는 의미였다.
-이 정도면 100% 확실하군. 마신전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자가 누구겠냐? 당연히 마신의 후예밖에 없겠지.
“이게 진짜네…….”
처음 쿠리를 발견했을 때부터 천마가 마신이라고 뇌피셜 소설을 그렇게 써 댔었는데, 그게 진짜였다니.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인 수준이었다.
<왔군. 기다리고 있었다.>
“엇?!”
마신전을 구경하던 일행 옆으로 어느새 나타난 한 마리의 짐승이 일행을 쳐다보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석상과 똑같은 모습의 검은 늑대.
카르페가 반사적으로 이름을 내뱉었다.
“네불라?”
<호. 정답이다. 인간.>
검은 늑대, 네불라가 히죽 웃었다.
<어둠 산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텐데 용케 알아보는군.>
“아니, 어둠 산의 정상에서 사라진 게 아니었나?”
카르페가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렇게 묻자, 네불라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 말대로다. 나는 임무를 다하고 소멸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육체에 한한 이야기지만.>
“……육체만 소멸했다고?”
<그래. 정신만이 남아 겨우 형상만을 유지하고 있는 거지. 자, 이렇게.>
네불라는 자신의 앞발을 머리에 쑥 밀어 넣고는 킬킬 웃었다.
“음…….”
-뭐냐? 왜 날 보냐?
“아뇨. 그냥 비슷하다 싶어서.”
-…….
그나저나 이 세상 괴물들은 자아 분리가 패시브쯤 되는 걸까.
드렛슈도 자신의 기억을 조각내서 여러 곳에 배치하던데, 네불라도 비슷한 게 가능한 모양이었다.
<흠? 별로 특별한 재주도 아닌데. 인간에게는 그렇게까지 신기한 일인가?>
“쿠리에게도 신기한 거다요!”
<흐핫핫! 그런가!>
“아니, 신기한 것도 신기한 건데…… 성격이 좀 의외라.”
<아아.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군. 어둠 산에 있던 육체에는 자아라는 게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어둠 산에서의 네불라는 이상한 안개에 싸여서 우우웅! 거리던 미스테리 생물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이미지가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유쾌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육체에 각인된 명령대로만 움직이는 망령…… 뭐, 이곳의 나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만.>
네불라는 그렇게 말한 뒤, 등을 돌려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대화라 말이 길어졌군. 둘 모두 따라와라. 원하는 것이 있어서 이곳에 들어왔지 않나.>
그렇게 네불라를 따라 도착한 곳은 자그마한 제단이 있었다.
“여기는?”
<마신의 의지가 잠든 곳. 그래. 궁금한 것이 많겠지. 잠시 뒤면 전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빙글.
네불라는 카르페와 쿠리 쪽으로 몸을 돌린 후, 새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너희들이 온전히 자격을 증명했을 때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자격? 그건 이곳에 들어온 걸로 증명된 거 아니야?”
<그 말 역시 맞다. 허나 입장에 대한 자격과 마신의 의지를 이을 자격이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니.>
“……그렇군. 후우.”
뭔 놈의 퀘스트가 이리도 복잡하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마신 관련 퀘스트는 정말로 정신 나간 난이도다.
이 드넓은 마계에서 쿠리를 만난 후, 쿠리의 봉인을 해제해서 어둠 산을 향해야 하고.
악마들도 꺼리는 어둠 산의 마수들을 뚫고 대마수 네불라와 조우하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리리스의 시험을 통과한 후, 지하 대미궁 공략까지.
그런데 아직 증명해야 할 자격이 또 남아 있단다.
경악스러운 점은 카르페가 해금으로 쿠리의 1, 2단계 봉인 해제를 스킵했고, 어둠 산은 뜬금 서빙제 강신으로 날먹했고, 리리스의 1차 시험은 발라크 패스로 날먹을 했는데도 이런 난이도라는 것이다.
사실상, 전체 퀘스트의 절반 이상을 스킵한 셈이다.
그런데도 이렇다고?
……이거 깨라고 만들어 놓은 거 맞나?
‘아무리 신화 그 이상으로 가는 퀘스트라지만 이건 좀 선 넘는 거 아니에요?’
-뭐, 네 레벨에 깨라고 만들어 놓은 건 확실해 보이네.
천마의 기준으로 한참 선을 넘은 퀘스트가 분명했지만, 카르페라는 인간도 선이라는 걸 모르는 놈이다 보니 이게 어찌어찌 진행되는 기묘한 상황.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천마는 눈곱만큼도 긴장되지 않았다.
퀘스트가 선을 넘든 말든 그게 무슨 대수라고.
어차피 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날먹할 거면서!
지금까지의 플레이 패턴을 보면 확실했다. 내기해도 좋았다. 해탈에 이른 천마가 후후 웃음을 흘렸다.
-흐흐. 운빨똥망병신겜. 제발 섭종 좀.
‘응? 왜 갑자기 욕을 하고 그래요?’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네불라가 쿠리를 보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마신의 의지를 이을 씨앗.>
“쿠, 쿠리를 보고 말하는 거다요? 쿠리가 정말로 마신님의 의지다요?”
<그렇다. 이 내가 확언하마.>
“……쿠리에겐 그런 기억이 없는 거다요. 믿기지 않는 거다요.”
<네가 믿든 믿지 않든 상관없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네불라는 그렇게 말한 후, 이번에는 카르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씨앗을 피워 낼 존재.>
“…….”
<오랜 기다림 끝에 두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추어졌다. 지금부터 파수꾼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겠다.>
띠링.
[퀘스트명 : 마신의 증명] [퀘스트 등급 : 신화, ???] [당신은 천신만고 끝에 마계의 커다란 비밀에 도달했습니다. 남은 것은 단 한 걸음입니다. 네불라의 시험을 통과하십시오. 잊혀진 비밀과 거대한 힘. 모든 것은 그 너머에 있습니다!]“큭!”
퀘스트 알림이 등장하는 그 순간, 정신체 네불라로부터 강렬한 마기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시험이란 건 역시 전투인가?”
<하하. 말해서 무엇 하겠나! 마계는 강자존의 법칙 아래 움직이는 세계. 약자는 힘을 쥘 자격이 없는 법이다.>
“후우. 뭐, 그래. 그럴 것 같긴 했지.”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풀었다.
어둠 산의 네불라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 눈앞의 정신체 네불라도 어마어마한 녀석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곳 마신전은 자격이 되지 않은 존재는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즉, 현재 카르페는 모든 권속들이 봉인당한 상태.
유일한 아군인 쿠리의 전투력은 논외 수준이었으니 상황은 아주 좋지 않았다.
“난이도 참…….”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이건 두 가지의 증명 방법 중 쉬운 축에 속한다. 나머지 다른 증명 방법은 지금의 너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
네불라랑 싸우는 것 외에 자격을 증명하는 방법이라.
저렇게 호언장담을 하는 걸 보니 분명 미친 난이도일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카르페가 물었다.
“나머지 하나는 뭔데? 들어는 봐야지.”
<흐음. 들려주는 건 어려울 게 없지. 간단하다. 마계 대공 중, 누구라도 하나를 쓰러뜨리면 된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자신의 힘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지.>
“확실히 너랑 싸우는 게 더 쉽네.”
지금의 카르페가 마계 대공과 싸워서 이기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반쪽짜리 네불라와 싸우는 게 훨씬 더 가능성이 컸다.
……이어지는 네불라의 말만 없었다면 말이다.
<그래. 단순히 쓰러뜨리는 것만이 아니다. 대공이 보유한 인장을 가져와야만 하지.>
“……어?”
-……엥?
<마계 대공의 인장은 본시 마신으로부터 파생된 것. 그러니 그것을 가져와 자격을 증명…….>
“이거?”
카르페가 인벤토리에서 마계 대공의 인장을 꺼내는 그 순간이었다.
<……어?>
정신체 네불라는 두 눈을 좁히며 그것을 한참 바라보더니.
<……이게 왜 진짜지?>
띠링.
[특수 조건을 달성하여 퀘스트가 자동 클리어됩니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