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6화(46/581)
상자를 열자, 그곳에는 네 종류의 아이템이 들어 있었다.
[아크람 특제 소형 HP 포션 x10] [아크람 특제 소형 MP 포션 x5]일단 첫째로, 천마가 말했던 대로 포션이 들어 있었다. 기존 포션보다 효율이 30% 정도 더 좋은 특제 포션이었다.
“어? 로브?”
그리고 카르페가 지금 걸치고 있는 커스텀용 로브가 아닌, 진짜 장비류 로브가 하나 들어 있었다.
[아크람의 마법 로브] [착용 제한 : 아크람의 인정을 받은 자] [등급 : 히어로] [비밀 결사 아크람에게 인정받은 플레이어를 위한 로브입니다. 마력 순환에 도움을 주는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추가 옵션 1 : MP 회복 속도 10% 증가
– 추가 옵션 2 : 스킬 사용 시 소모 MP 10% 감소
* 겉옷 장비는 방어력과 스텟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겉옷이란 게 있었군요.”
-목걸이나 반지처럼 기타 부위로 취급되는 장비지. 얻기 꽤 힘든 부위인데.
히어로 등급인 거에 비해서 옵션이 다소 심심한 감이 있었으나, 천마의 설명에 따르면 겉옷류는 원래 보조 능력 정도에 그친다는 모양이었다.
또 하나 훌륭한 점은, 왼쪽 가슴팍에 주머니가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티나가 들어가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그런데 이것들은…….”
나머지 두 가지 물품은 언뜻 보기에도 특별해 보였다.
하나는 얇은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도대체 이게 왜 여깄나?’ 싶은 물건이었다.
“레이더?”
손바닥 크기만 한 그것은 매우 눈에 익은 구조였다.
……고전 만화 중, 소원 들어주는 용 구슬 모으는 만화 속 레이더랑 99% 일치하는 그런 모양이었으니까.
“이거 설마…….”
레이더라는 형태를 보자마자 심장 박동이 박차를 가했다.
레이더란 것은 자고로, 무언가를 찾는 용도의 물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주 달콤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띠링.
[FB 레이더 x3] [유형 : 소모품] [등급 : 유니크] [아크람의 학자들이 오랜 연구 끝에 복원시킨 고대의 레이더입니다. 후예의 빠른 성장을 염원하는 아크람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사용 시 현재 필드 내의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현재 리젠되지 않은 경우, 리젠까지의 남은 시간이 나타납니다.]*거래 불가
“우와!”
-……어이가 없네. 이런 템이 있다고?
보스 레이드.
라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보스 레이드는, 그 경쟁이 치열하기 짝이 없었다.
저렙 지역, 혹은 반대로 초고렙 지역의 보스 레이드는 그래도 덜한 편이지만, 중·고렙 지역의 레이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장소였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이 세계에서 보스 등장 시간과 장소를 알 수 있다는 건, 다른 이들보다 최소한 열 발자국 이상은 앞서 있다는 것을 뜻했다.
-보스잡이 놈들이 알면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겠군. 뭐, 그래도 3개 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밸런스 파괴는 아니…….
[‘FB 레이더 제작 도안’을 획득하셨습니다. FB 레이더 제작법이 ‘마도공학’ 스킬에 기록됩니다.]-아오, 라세 이 미친놈들아! 욕을 끊을 수가 없네!
상자 속에 마지막 남아 있던 얇은 책의 정체는 바로 레이더의 도안이었다.
물론, 제작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는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하다는 게 어디인가?
‘진짜 너무 갓겜이라서 말이 안 나온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라세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갓겜은 개뿔이. 운빨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분통이 터진다.
카르페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것을 본 드렉도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시는 모양입니다.”
“최고네요. 꼭 필요하던 거였는데.”
“허허. 다행입니다. 저는 당분간 이 도시에 머무를 예정이니, 볼 일이 있으시면 다시 찾아 주시지요.”
“아, 상자 말고도 다른 볼 일도 있으신가 보네요.”
“그렇습니다. 아크람을 공격하는 놈들이 나타났으니, 응당 그에 관한 조사를 해야겠지요.”
“아…….”
묘지기 게아스의 죽음.
드렉은 지금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사실, 아크람을 핍박하는 자들은 오랜 세월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습격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드렉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무래도 마도왕의 후예가 나타났다는 것을 적들이 눈치챈 것일 테지요.”
“어? 잠깐만요. 그렇다는 건…….”
카르페가 마도군주로 전직했다는 것은 오직 아크람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즉.
“그렇습니다. 아크람 내부에 배신자가 있습니다.”
드렉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묘지기의 오두막에는 아크람의 사람이 파견되었고, 진상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유적 속 습격자가 죽은 흔적까지 조사를 마쳤습니다. 필시 후예께서 쓰러뜨리신 것이겠지요?”
“어, 네. 맞아요.”
“혹 어떤 자였는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새하얀 옷을 입은 프리스트였습니다. 배후령을 섬기고 있었고요.”
그녀를 쓰러뜨리자 그녀가 섬기는 배후령이 친히 강신까지 했었는데……. 다만, 배후령도 그 상황에 조금 당황한 것처럼 느껴졌었다.
“음…….”
카르페의 말을 들은 드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신(僞神)들이라고 전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인간이 그렇듯, 위신들도 갈등이 심해지면 물어뜯고 서로 싸웁니다.”
혹은 그런 배후령 간의 관계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제3의 세력일지도 모르는 일.
“복잡하네요.”
“너무 복잡하게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자잘한 일은 저희에게 맡겨 주시고, 후예께서는 그저 힘을 쌓는 것에만 집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그건 자신 있습니다.”
“허허. 훌륭하십니다. 혹시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신지요?”
“아, 그럼 혹시 두 번째 유물에 관해서 뭔가 아시는 게 있나요?”
“으음. 죄송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그러나, 후예께서 조금 더 강해지시면 알려 드릴 수 있겠군요.”
띠링.
“해금.”
“해금? 무슨 말씀이신지요?”
“……혼잣말이었습니다.”
혹시나 해금이 먹힐까 싶어서 사용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래도 퀘스트 수행 레벨까지 사기 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렇게 드렉과 만남이 끝이 났다.
* * *
역시 세상에 공짜, 날먹만큼 기분 좋은 건 없었다.
“물약이 생겨서 굳이 잡화점에 들릴 필요가 없어졌네요.”
-시간도 아낄 수 있으니 잘됐네. 바로 출발할 거냐?
“음…… 레이드 몬스터, 엘더 트렌트인가 하는 놈 세겠죠?”
-당연히 세지. 마이나데스인가 하는 걔보다는 아니겠지만.
라세의 레이드는 보통 4인으로 이루어진다. 한 파티의 최고 수용인원이 4인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인원으로 팀을 이루고 싶다면 파티가 아닌 ‘공대’를 창설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공대’를 창설하기 위한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첫째로 그 지역의 관할 영주에게 허락을 얻어야 하며, 둘째로 상당한 양의 골드를 영지에 세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너무 많은 전투 인원이 모이는 것은 반란의 소지가 있기에 왕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라는 것이 게임상의 설정이고…… 실상은 그냥 게임사 골드 회수 정책의 일환이지.
아무튼, 이러한 제한 때문에 대규모 공대 레이드는 본전을 뽑을 확신이 있을 때만 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보통은 4인 레이드로 이루어졌다.
-스탠다드 구성은 탱커, 딜러, 보조 딜러, 힐러. 이렇게 네 명으로 가는 게 정석이다.
다만, 힐러 직군은 워낙 인구가 적어서 구하기 힘들다 보니, 전문 힐러 대신 자힐이나 짤짤이 힐 스킬이라도 있는 보조 딜러를 데리고 가는 것이 현재의 메타였다.
그마저도 잘 없어서 3인으로 갔다가 깨지고, 탱 2 딜 2로 갔다가 깨지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한마디로, 혼자서 최소 4인분은 해야 솔로 레이드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거지.
“티나가 탱하고, 향이가 보조 딜러하고, 제가 딜러하면 되겠네요. 힐러가 아쉽네.”
-그건 어쩔 수 없고. 물약으로 버티는 수밖에.
힐러 권속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 다음에야 그 수밖엔 없었다.
“그럼 딜이라도 더 챙기고 싶은데.”
카르페가 마이나데스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피지컬 탓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7성 스킬 홀리 세크리파이스 덕분이었다.
“그 정도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조금이라도 딜을 끌어올릴 만한 방법 없을까요?”
-그거야 쉽지.
“쉽다고요?”
그냥 아쉬운 소리에 해 본 말이었는데, 진짜로 방법이 있다고?
카르페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지만, 천마는 오히려 자신이 더 어이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나는 네가 이걸 못 떠올리는 게 더 이상한데? 게임 많이 해 봤다면서?
“……도대체 뭐 길래?”
-내가 말하는 곳으로 가 봐. 도시 안이라서 얼마 걸리지도 않아.
카르페는 천마의 안내에 따라, 루아나의 상업 지구 거리로 향했다.
그렇게 5분쯤 걸었을까?
-다 왔어. 저기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돼.
“어라?”
천마가 말한 지점에서 방향을 꺾는 그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루아나의 다른 곳보다 공기가 훨씬 더웠다.
깡! 깡!
거리에 울려 퍼지는 망치 소리는 지금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충분히 짐작케 했다.
“……대장간?”
-그래. 정확히는 대장간뿐만 아니라 각종 생산직이 죄다 몰려 있는 공방 거리지. 무기점이랑 방어구점도 전부 여기에 있다.
공방 거리는 그야말로, 현실의 시장바닥을 연상케 했다.
“자, 루아나 최고의 제작 장인 게리가 운영하는 게리 대장간이 바로 여깁니다! 원하는 무기를 품질 좋게 잘 뽑아 드립니다!”
“어허, 거기 가는 신의 사자 양반! 그런 허접해 보이는 방패로 전선에 서겠다고? 아무리 목숨이 여러 개라도 무모한 짓이야. 자, 우리 가게의 방패를 소개해 줌세.”
큰 대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각양각색의 생산 건물과 상점이 쭉 늘어서 있는 거리.
수많은 인파들이 물건을 구경했고, NPC들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호객행위를 펼치고 있었다.
“활기가 느껴져서 좋긴 한데…… 여긴 도대체 왜요? 저도 꽤 장비 빵빵한 편 아니에요?”
아니, 그냥 빵빵한 수준이 아니라 차고 넘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어 등급 이상의 아이템으로 도배했고, 개중에는 레전더리 아이템도 두 개나 있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아무리 돈지랄을 해도 맞출 수 없는 구성이었다.
-내가 설마 아이템 맞추라고 데려왔겠냐? 우리 목적지는 좀 더 들어가야 해.
“아오, 답답해. 그냥 시원하게 말 좀 해 봐요.”
-흐흐흐.
카르페는 공방 거리를 흘깃흘깃 구경하면서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다시 한번 거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호객 소리가 곡소리로 변한 것이다.
“어머! 거기 지나가는 청년 너~무 멋진 걸.”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크아아악! 이 미친 NPC가! 내 무기 어쩔 거야!”
“망치 끝에 걸린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소…….”
불길하기 짝이 없는 대화들.
카르페는 그제야 천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챘다.
혹자는 ‘RPG의 최종 콘텐츠는 바로 이것!’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유저들의 무덤.
100사람의 절망을 제물로 1명의 기적의 피어날까 말까 하는 RPG 상의 라스베이거스.
-야.
“네?”
-네가 그렇게 운 싸움을 잘해? 강화소로 따라와.
“…….”
기념비적인 첫 강화의 순간이 다가오고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