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7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75화(475/581)
찢었다.
초특대 해머로 기가 티렉스를 후려치는 순간, 카르페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이토록 완벽한 구도라니!
비록 거대 메카와 거대 공룡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그림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일방적인 화력 쇼도 충분히 맛이 있었다.
그 증거로 이미 채팅창은 아수라장이다. 채팅 렉이라도 걸린 것인지 채팅이 얼었다가 우르르 쏟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전부 다 로이어드를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아아……! 아아아아!!!”
인형합일 상태의 카르페로부터 조금 뒤쪽. 그곳에선 캐스팅이 양 무릎을 꿇은 채로 오열하고 있었다.
“사, 살아 있길 잘했다. 이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내 덕질 인생은 오늘을 위함이었구나! 이 덩치 큰 파충류 놈들아! 맛이 어떠냐! 이게 바로 애너하임 일렉트로니스 기술의 총체다! 네x지온에 영광 있으라!”
캐스팅처럼 넋 놓고 오열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천검과 시렌 역시 얼이 빠진 건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이런 쪽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으나…… 이쯤 되면 그런 문화를 알고 모르고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대단해.”
“진짜 카르페 님은 정체가 뭐지? 어느 정도 알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응. 응.”
천검은 거대 메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번 원정은 기대해도 좋다고 하더니 설마 이런 비밀 병기를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에덴 길드 채널 역사상…… 아니, 어쩌면 라세 역사상 최고 조회를 찍을 영상이 지금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 아닐까.
“저기.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끼는 좀 그렇겠지?”
“시렌.”
“응?”
“혹시 욕먹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니지? 그랬다간 두고두고 까일 걸?”
“……응. 얌전히 있자. 그래.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끼어드는 만행을 저지르진 못하…….”
“크아아악! 나도 저 싸움에 참여할 거야!!!”
“……캐스팅 님은 내가 꽉 잡고 있을 게.”
“응. 부탁해.”
“길드 마스터! 놔 주시오! 나도! 나도 싸울 거야! 내 영혼이 갈구하고 있다고!”
천검과 시렌은 폭주하는 캐스팅을 강제 진압해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녀들은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인벤토리에 넣어 뒀던 팝콘을 꺼내 씹으면서 카르페의 전투를 구경했다.
콰앙!
-그래! 몰아쳐! 정신 차리면 귀찮아진다. 양손으로 심장을 뽑아내 버려라!
<그런 스킬 없거든요!>
카르페의 마선침투경이 다시 티렉스의 가슴팍에 박혀 들었다.
쓸데없이 크기만 한 황금 망치는 어느새 인벤토리에 수납한 뒤였다.
연출용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너무 비효율적인 무기라 차라리 맨손으로 싸우는 게 훨씬 편했던 탓이었다.
-후우. 시간만 좀 더 있었어도……!
빔 샤벨이나 빔 액스 같은 것도 만들어 봤을 텐데!
카르페가 일주일의 시간을 투자해서 제작한 무기는 빔 라이플과 초대형 해머, 두 가지밖에 없었다. 크기가 워낙 커서 제작 시간이 많이 소요됐기 때문이었다.
<아쉽지만 이쯤에서 만족하는 수밖에.>
합체 로이어드의 연출은 이만하면 되었다.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무대였다.
콰앙!
카르페의 발차기가 티렉스의 옆구리에 박혀 들었다. 티렉스는 지금껏 겪어 본 적 없는 공격에 아직까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캘러미티 인페르노!>
불기둥이 기가 티렉스를 강타한다.
다른 인형들이 인형합일 상태일 때 전용 스킬이 등장했던 것과 달리, 로이어드와의 인형합일에는 새로운 스킬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강철합일은 다른 합일에 비해 1.5배의 스텟이 증가합니다.>
<강철합일은 다른 인형합일의 1.5배 지속 시간을 가집니다.>
합체 전용 스킬 대신 압도적인 스텟 뻥튀기와 유지 시간!
카르페는 넘쳐흐르는 힘을 기가 티렉스에게 쏟아 부었다.
티렉스에게는 불행하게도 한 번 넘어간 승기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고…….
쿠웅!
[기가 티렉스를 쓰러뜨리셨습니다!] [보스 몬스터의 공간 장악이 소멸합니다. 지금부터 권속의 소환 제한이 없어집니다.]카르페의 솔로 레이드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보스 레이드는 큰 변수 없이 마무리되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압도적인 광경이었어요!”
<아, 혼자만 즐긴 것 같아서 조금 죄송하네요. 저도 살짝 흥분해 버려서…….>
“어휴. 더 즐기셔도 돼요. 저희도 충분히 버스 즐겼습니닷!”
시렌은 입꼬리가 승천하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오늘 영상을 어떻게 편집해서 올릴까.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보스도 잡았는데 던전 끝이 안 나네요.>
“으음…… 아마도 던전 밖으로 나가는 길이 따로 있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면 몇 분 대기 시간을 가진 다음에 귀환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고요. 그런 식의 던전도 가끔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시렌의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인형합일 시간이 남아 있는 동안 몬스터를 몇 마리 더 잡는 게 좋지 않을까.
카르페가 그렇게 생각하며 움직이려던 그때, 캐스팅이 카르페에게 외쳤다.
“부탁이 있습니다!!!”
<네?>
“스샷! 같이 스샷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액자에 넣어 두고 평생 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
<…….>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도 이 정도로 간절하진 않았을 것 같았다.
피를 토할 듯이 외치는 캐스팅의 모습에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채팅창에 캐스팅이 부럽다는 말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스샷 쯤이야 뭐…….>
“감사합니다! 아, 이왕 찍는 거 저를 들어서 오른쪽 어깨 위에 올려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포즈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캐스팅의 사심 듬뿍 담긴 요청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띠링.
[특정 조건을 달성한 상태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조건 : ???의 흥미를 끌 만한 무언가를 보유할 것)] [조건을 만족하여 특수 패턴으로 진입합니다.] [조심하십시오! 시간 던전(다이노스)의 진정한 보스가 출현합니다!]<……어?>
-뭐? 내가 알기론 이 던전에 특수 패턴은 없는데?
갑작스러운 알림.
카르페에게만 등장한 알림이 아니었는지 다른 파티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수 패턴? 이게 갑자기 무슨……?”
“하늘을 봐. 어두워졌어.”
천검의 말대로 하늘에는 어느새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구름 하나 없던 하늘이라곤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마치, 갑작스레 다른 세상에 떨어진 기분.
휘오오오오.
바람이 분다.
먹구름의 등장과 동시에 불기 시작한 바람이 점차 세기를 더해 간다.
“이, 이게 뭐야? 갑자기 태풍?!”
“날아가겠어! 꽉 붙잡아!”
우지지직!
강력한 바람에 거대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나간다. 파티원들은 이곳에서 가장 튼튼한 물체인 거대 로이어드를 붙잡고 어떻게든 버티기 시작했다.
“으윽! 이거 안 날아가는 게 문제가 아니야! 데미지가 들어오는데?!”
“도트 데미지 필드 효과인가? 윽. 일단, 회복약부터…….”
<다들 제 방패 뒤로 숨어요.>
카르페가 엔진 윙에 부착된 방패를 뽑아들어 일행을 보호했다. 로이어드의 개조에 맞춰서 전용 방패 역시 크기가 변화했기에, 넉넉하게 모두를 가릴 수 있었다.
“휴. 감사합니다. 카르페 님. 덕분에 살았어요.”
“……다들 긴장 풀지 마요. 알림대로 라면 곧 진 보스가 나올 테니까.”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꾸르르릉.
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의 한 부분이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그곳으로부터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다.
“……세상에.”
“……와.”
모두가 말을 잃었다. 구름 가르며 등장한 진 보스는 거대 티렉스가 우스워 보일 만큼 압도적인 위압감을 자랑했다.
<사자?>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하늘에서 등장한 그 녀석은 분명 사자였다.
다만, 단순히 사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기가 티렉스보다도 더 거대한 녀석의 등에는 한 쌍의 새하얀 날개가 펼쳐져 있었으니까.
보스 몬스터를 목격한 천마가 탄식을 토해냈다.
-미친. 이놈이 왜 여기서……?
<형이 알고 있는 놈이에요?>
-알다마다.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뿐이지만, 저 모습을 어떻게 잊겠냐.
그리고 저 날개 사자가 천마가 아는 ‘그 녀석’이라면 쓰러뜨리는 게 불가능했다.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날개 사자는 하늘에서 오연히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두 눈에는 담긴 감정은 분명 ‘흥미’였다.
하지만 그게 절대로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지나가는 개미를 꾹꾹 눌러 버리는 것처럼.
저 거대 사자가 자신들을 바라보는 감정이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일행 모두가 깨달았다.
후웅.
사자의 날개가 살짝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 일행을 내려다보는 사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온다!
<큭! 대지의 포용!>
카르페가 방패에 내장된 스킬을 발동하는 순간, 붉은 방패로부터 황금색 빛이 터져 나왔다.
[강철의 로이어드 전용 장비 ‘대지의 포용’에 내장된 스킬이 발동합니다.] [15초간 받는 모든 데미지가 70% 감소합니다.]스킬이 발동됨과 동시에 사자의 날개가 휘둘러졌고,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바람이 카르페의 방패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앙!
<큭!>
“꺄아아악?!”
“시렌! 배후령 스킬 발동해!”
“아, 알았어! 잠시만…….”
카르페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하마터면 방패를 손에서 놓칠 뻔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듯 날개 사자의 공격이 이어진다.
차르르르륵.
“……맙소사.”
공기에 적대적 의지가 깃들면 이런 광경이지 않을까.
주변을 에워싼 공기가 돌연 칼날이 되어 일행을 겨누기 시작했다.
“설마 공기를 조종하는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기가…….”
콰드드드드득!
바람의 칼날이 일제히 몰아치기 시작한다.
카르페의 방패가 아무리 견고하다 한들, 모든 공간을 방위할 수는 없었다.
바람의 칼날은 빈틈을 파고들어 자비 없이 파티원들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
띠링.
[파티원 ‘시렌’이 사망하여 로그아웃하였습니다.] [파티원 ‘천검’이 사망하여 로그아웃하였습니다.] [파티원 ‘캐스팅’이 사망하여 로그아웃…….]보스 몬스터가 등장하고 1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
채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에 카르페를 제외한 모두가 전멸하고 말았다.
<뭐, 이딴 공격이…….>
전방위로 덮쳐 오는 회피 불가 스킬이라니?
인형합일로 뻥튀긴 된 체력에 대지의 포용까지 사용했는데도 가지고 있던 HP가 1/3 가까이 날아가 버렸다.
후웅.
어느새 날개 사자는 고도를 낮춰 카르페의 머리 부근까지 도달해 있었다.
녀석은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는 듯 카르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대라는 말조차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아득한 태고의 시대.
그리고 그 시대에 세상을 지배했던 태고의 괴수.
‘언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에서, 괴수는 처음으로 자신의 흥미를 이끌어낸 누군가에게 ‘의지’를 전달하고자 했고, 그것을 실현해 냈다.
치지지직.
[……이렇게 하면 되나?]말로 전하는 게 아니다.
사자의 의지가 카르페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후우. 환장하겠네. 여기서 왜 이놈이…….>
이제 카르페도 이놈의 정체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모든 법칙과 이해를 초월하는 라세 세계관 최강의 존재들.
그리고 그중 바람을 지배하는 살아 있는 재해(災害).
띠링.
[히든 보스 몬스터 ‘어린 크로가’가 당신에게 깊은 흥미를 보입니다.] [주의하십시오. 크로가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멸시합니다. 그의 흥미를 끄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남풍마(南風魔) 크로가.
아득한 시간을 넘어 카르페가 마지막 사해와 조우하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