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8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82화(482/581)
“크으. 그래. 바로 이거지. 안정감이 다르네.”
목표로 했던 홀리 세크리파이스를 획득한 카르페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감은 지갑으로부터 나오는 거라고 했던가. 과연 옳은 말이로다.”
어떤 상남자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카르페는 그 말에 십분 공감했다.
비장의 한 발로 신성 수류탄을 장착하자, 자신감이 끝도 없이 차올랐다.
데미지가 2배로 뻥튀기된 신성 수류탄!
홀리 세크리파이스는 일회용 스킬이다 보니, 사용할 때마다 다시 스킬 포인트를 지불하고 리필을 해 줘야 하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었다.
“흠. 이렇게 되면 인벤토리에 꿍쳐놨던 신성 수류탄 카드는 전부 팔아야 하나……?”
-굳이 팔 필요까진 없잖아?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수류탄을 연속으로 터뜨려야 할 수도 있는 거니까.
“하긴. 그건 그렇네요. 보험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긴 하죠. 아, 크로가랑 싸울 때도 수류탄 한번 터뜨려 볼 걸 그랬나?”
신성 수류탄의 파괴력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잡았을 수도…… 없겠구나.
아무리 정신 승리를 하려고 해도 그 무지막지한 괴물이 쓰러진다는 게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안 하길 잘했다. 스킬 포인트랑 카드 아꼈네요.”
-그래. 불가능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흠. 그나저나…….”
카르페는 상태창을 열어 한 가지 퀘스트를 확인했다.
띠링.
[퀘스트 – 사해(四害)와의 만남] [퀘스트 분류 : 특수] [북염존이 당신에게 다른 사해와 만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들과 만난 후 반응을 그에게 들려주면 됩니다.]-서빙제 가이저와 대화(완료)
-북염존 렉티아와 대화(완료)
-남풍마 크로가와 대화(미완료)
-동해룡 리바오이아와 대화(완료)
-어린 크로가와의 대화(완료)(추가 달성)
[퀘스트 클리어 시 : 타이틀 ‘사해의 관심을 받는 자’ 획득. 북염존의 보상. 퀘스트 달성도에 비례해서 보상 수준이 증가합니다.] [퀘스트 거절, 실패 시 : 북염존의 호감도 소폭 하락]사실, 이번 크로가와의 만남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던 녀석이었는데 아쉽게도 클리어되지 않았다.
대신, 원래는 존재하지 않던 ‘어린 크로가’라는 항목이 생성되었고 퀘스트에 대한 추가 달성도가 발생했다.
퀘스트의 달성도에 비례해서 보상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이 아마 이런 현상을 뜻하는 것 같았다.
“끄응. 이번에 끝나는 줄 알았는데…….”
-뭐, 과거 시간대는 또 별개라 이거겠지.
“하여간 묘한 곳에서 깐깐한 게임이라니까.”
결국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이 시간대의 남풍마를 만나 볼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번에 어린 크로가를 만나면서 대충 스토리가 서지 않았냐?
“응? 스토리라뇨? 뭔 소리예요?”
-몇 번이나 말했듯이 남풍마는 사람을 벌레 취급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거슬리면 다 죽여 버린다고.
북염존의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대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벌레와 대화하는 인간이 있을 리가 없듯이 남풍마 역시 인간과 대화를 나눌 리가 없는 것이다.
-모기나 파리가 너한테 말 걸겠다고 주변에서 앵앵거리면 어떻겠냐?
“……바로 모기약 치거나 때려잡겠죠.”
-그래. 그러니까 사실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남풍마와 소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카르페는 이번 시간 여행으로 어린 크로가로부터 전용 문양을 받아 냈다.
벌레를 죽이려 하는데, 이 벌레가 자신만의 문양을 가지고 있는 상황.
이 경우라면 호기심에서라도 대화를 나눠 보지 않겠는가.
-시간의 석판을 통해서 이동한 과거에 일어난 일은 미래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해. 즉, 지금의 남풍마는 과거에 너에게 문양을 준 적이 없다는 소리지.
그런데 자신이 준 적도 없는 문양을 달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건 무조건 대화가 성립할 수밖에 없었다. 남풍마와 만날 수만 있다면 퀘스트의 클리어는 확정된 셈.
-그 관심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거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는 걸로.”
최악의 경우라고 해 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복잡한 미래는 미래의 자신에게 맡기기로 하고 카르페는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당면 과제는…… 마지막 인형이네.”
마도왕 드렛슈가 남긴 일곱 체의 인형.
카르페는 그중 여섯 체를 찾아냈고 이제 마지막 하나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하나에 대해선 아직 실마리조차 잡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딱히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단서가 없지만, 레벨 올리다 보면 자연히 뭐가 생기겠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겠지. 대부분의 퀘스트는 레벨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즉, 지금부터 할 일은 하나다.
“죽도록 굴러야겠군요. RPG와 노가다는 운명공동체와 같은 것이니. 폭렙을 향하여!”
-흐흐. 이미 최적의 레벨링 루트를 짜 놨지. 닥사 루트랑 퀘스트 병행 루트 둘 중 어느 걸로 할래?
“무엇이든 좋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몬스터 학살 봇일 뿐입니다.”
-멋진 대답이다. 카르페 훈련병. 그럼 본관의 지휘 아래서 지금부터 지옥으로 들어가겠다!
더 이상 급하게 처리해야 할 퀘스트 같은 것도 없었다.
카르페는 천마비급에 기록된 정보를 토대로 레벨 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마선침투경! 패왕철산고!”
“커헝?!”
잡고.
“캘러미티 인페르노! 썬더 포스!”
“키에에에엑?!”
또 잡고.
“스킬 이름 일일이 말하는 것도 귀찮으니 그냥 평타로 잡는다!”
“꾸이이이익?!”
또 잡았다.
아무런 중요 퀘스트도 병행하지 않은 순수한 몬스터 닥사.
RPG의 근본 행위!
누군가에게는 지겨운 노가다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카르페는 조금도 지겹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신선했다.
퍼버버버벅!
“크하핫! 그래! 다음 제물은 누구냐! 네놈들의 피로 내 갈증을 채우겠다!”
“카르페 님! 너무나 멋있는 거다요! 그 악랄한 표정! 악마 대공에게도 지지 않는 거다요!”
-……몇 번 생각했던 거긴 한데, 너 의외로 이런 지겨운 작업 잘하는구나. 즐겜러들은 보통 이런 거 잘 못 참지 않나?
“응? 무슨 소리예요? 이게 왜 지겨운 작업인데요?”
몬스터를 팡팡! 터뜨리면 경험치가 펑펑! 들어오는데 이게 왜 지겹나?
“재밌기만 한데?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어.”
-……보통 사람들은 지겹다고 생각할걸. 라세 등장 전까지 RPG가 인기 없었던 건, 그런 이유 아니었냐?
“흠? 그런가?”
카르페는 천마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기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해 보면 RPG란 장르가 기본적으로 닥사 기반이긴 하네요. 지금까지가 너무 스펙터클했던 거였어.”
무슨 직업 시나리오와 엮여서 다른 유저들은 정체조차 짐작하지 못하는 배후령들과 대립각이 서질 않나.
인간계를 침공한 마족과 세상의 명운이 걸린 승부를 벌여 보기도 하고.
반대로 마계로 넘어가서 보물을 찾기도 하고.
세계관 최강의 존재랑 엮이기도 하고!
남들은 게임 접을 때까지 한 번이라도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을 수도 없이 겪다 보니 지겨운 닥사 행위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미친 상황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확실히 일반적인 성장 과정을 거쳤다면 닥사가 좀 지겨웠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거 참 다행이네.
“아무튼 당분간은 질릴 것 같지 않으니 신나게 잡아 보겠습니다.”
그리고 카르페는 그 말을 완벽하게 수행해 나갔다.
잡고. 잡고. 잡고. 또 잡고!
카르페 본인의 레벨뿐만이 아니라, 쿠리를 비롯한 다른 권속의 레벨들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그렇게 수 일.
천마가 카르페를 보고 ‘몬스터 백정 새끼…… 부모의 원수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라고 질려 할 때쯤, 카르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라세는 참 감사한 게임이다.’
몬스터를 찢으면서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니.
이 세상에 이런 행복이 있다니! 무한한 감사를 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사를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해낸 발상이 바로.
“하루에 만 마리, 감사의 몬스터 썰기.”
-…….
“사람을 왜 그렇게 보시는지?”
-아니, 그냥…… 좀 등신 같다고 생각해서.
사냥터에 도착하고, 두 손을 모아 라세에 감사의 기도를 올린 후, 자세를 취하고.
“케르르륵…… 크엑?!”
몬스터를 찢는다.
처음에는 목표의 반의반도 채울 수 없었으나, 잠 – 닥사 – 잠 – 닥사의 무한 사이클을 2주 동안 반복한 결과.
“몬스터 썰기 만 번을 끝내도 해가 저물지 않게 되었…….”
-네 레벨대의 몬스터를 한 마리 잡는 데 걸리는 시간 약 1분. 한 시간 60 마리. 10시간 풀 사냥해도 600마리인데 1만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몰이 사냥을 해도 1천이 안 되겠다.
“후. 이게 아슬아슬하게 안 되네.”
1만이라는 숫자가 약간의 과장이 있긴 했으나, 카르페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몬스터를 잡았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 하드함이 어느 정도였냐면, 카르페의 권유로 파티 사냥에 참여했던 한조와 에덴 길드원이 질려서 카르페를 피할 정도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노력은 카르페를 배신하지 않았다.
띠링.
[레벨 업! 17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170레벨 달성으로 스킬팩이 지급됩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해 주세요.]여기까지는 상투적인 알림이었으나 곧이어 카르페가 원하던 알림이 등장했다.
[특정 레벨에 도달하여 직업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현재 플레이어의 진행 상황에 따라 시나리오 NPC가 변경되었습니다.] [마도공학자 ‘엘리스’를 찾으십시오.]“드디어 떴다!”
-흐음. 스타트 레벨이 170이었군. 이로써 마지막 유물도 얻는 건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유물 퀘스트의 시작 NPC 또한 엘리스였다.
카르페는 즉시 룸으로 귀환한 후에 공방으로 들어갔다.
“후예님!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들뜬 모습의 엘리스가 카르페를 반겨 주었다.
“후예님! 이것 좀 보세요! 드렛슈 님이 남긴 기록 중에서 마지막 유물에 관한 정보를 알아냈어요!”
엘리스는 두꺼운 책 하나를 가져와선 카르페의 눈앞에서 펼쳤다.
그러곤 어떤 페이지의 구석을 가리킨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마지막 유물은 드렛슈 님께서 인적이 드문 장소에 숨겨 놨다고 해요. 그리고 당연히 그 장소에 대한 기록 역시 남아 있고요.”
“오오!”
“마지막 유물의 이름은 ‘천공(天空)의 케세라’. 다른 유물 분들과 달리 저 역시도 실제로 뵌 적은 없는 분이네요.”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이번엔 또 얼마나 사기적인 인형이 영입될 것인가!
“마지막 인형은 어떤 식이죠? 티나나 미라쥬처럼 인간 형태의 인형? 아니면 로이어드 같은 골렘? 데스 나이트?”
“잠시만요. 바로 해석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여기에 기록된 내용을 해석하면…… 어머?”
엘리스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뭐가 해석이 잘 안 되나요?”
“아뇨. 아뇨. 해석 자체는 잘 되는데…… 의미가 좀 이상해서요.”
“네?”
“그…… 배라고 나오네요?”
“배?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그 배요?”
“네. 그 배요.”
“???”
-그게 갑자기 뭔 소리야?
인형 얘기 하는데 갑자기 웬 배?
하지만 이어지는 엘리스의 이야기에 카르페는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비공정이네요. 드렛슈 님이 남기신 마지막 유물. 아무래도 비공정인 모양이에요.”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