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8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83화(483/581)
“……비공정이요? 바다가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 비공정?”
“네. 그 비공정이요.”
“…….”
엘리스의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좌로 꺾었다가 반대로 우로 꺾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갸웃거려도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아니, 마도왕의 유물은 일곱 ‘인형’이라면서요?!”
“그, 그러게요? 어떻게 된 건지는 저도 잘…… 아하하.”
카르페의 정당한 의문에 엘리스는 곤란하다는 듯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대체 뭐지?”
혹시 드렛슈는 ‘인형’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던 걸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게 등장하니 기대감보다 황당한 마음이 훨씬 컸다.
“주군. 거기에 대해선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아, 티나.”
공방으로 따라 들어온 티나가 카르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호. 그 말은, 이번에도 기억이 떠올랐단 건가.
“그렇습니다. 전부 떠오른 건 아니지만, 기억 일부가 살아났습니다.”
티나를 비롯한 마도왕의 인형들은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지 않았다.
마도왕 드렛슈는 ‘모종의 이유’로 인형들의 기억 일부를 봉인해 놓았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봉인이 풀리도록 설정해 놓았다. 이번에 카르페가 170레벨을 달성하면서 봉인된 ‘마지막 유물’에 대한 기억이 깨어난 것이었다.
“천공의 케세라. 그녀는 드렛슈 님이 제작한 마지막 유물로 주 임무는 ‘운송’이었습니다.”
“운송?”
“네. 케세라는 드렛슈 님을 포함한 저희 모두를 이동시키기 위한 배였습니다.”
“이동 수단? 디맨션 게이트 스킬이 있는데 굳이?”
“모든 장소가 워프가 가능한 것이 아니니까요. 마계의 환경과 비슷한 곳은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아.”
티나의 설명에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는 현재 라세의 무대인 아크룩스 대륙과 다른 세계다 보니 워프 스킬이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다.
만약 마계에서 발라크를 부하로 영입하지 않았다면 카르페 역시 이동에 많은 애를 먹었을 게 틀림없었다.
“확실히 그런 곳이라면 빠른 이동 수단이 있어야 하긴 하겠다.”
“네. 9성 격에 해당하는 위신들 중에는 광역 범위에 걸쳐 공간 좌표를 조작할 수 있는 위신도 있었습니다. 그런 위신과 싸우려면 워프 외에 빠른 기동이 필수적입니다.”
“어느 정도로 광역이길래?”
“나라 하나 정도는 충분히 덮을 만큼의 범위였습니다.”
“……위신 쪽도 괴물이 많네.”
나라 크기 규모로 공간 조작이 가능하다니.
확실히 그런 적과 싸우려면 워프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 기동 수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크게 이상하진 않네. 비공정이라기에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했더니.”
하지만 티나의 설명에 드렛슈가 왜 비공정을 제작했는지보다 더 큰 의문이 생기고 말았다.
티나의 대사 중에 있었던 의미심장한 한 단어.
“‘그녀’라고?”
무생물일 터인 비공정에게 어째서 그녀라는 호칭을 썼는가!
“비공정에게 자아가 있다는 소리야?”
“비슷합니다. 케세라는 단순한 비공정이 아닙니다. 보다 효율적인 움직임을 위해서 드렛슈 님이 직접 자아를 이식했습니다.”
티나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했다.
마도왕 드렛슈는 여섯 체의 인형과 그 전용 장비를 제작한 후에 생각했다고 한다.
‘굳이 인형과 전용 장비를 따로 분리해서 만들 필요가 있나?’
그런 발상에서 시작하게 된 연구는 곧 ‘그냥 인형의 몸체를 만들 필요 없이 전용 장비에 자아를 부여하면 그게 인형이지!’라는 생각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해서 제작된 것이 바로 천공의 케세라다.
“즉, 비공정은 케세라의 본신이기도하면서 동시에 그녀의 전용 장비이기도 합니다.”
“……발상이 비범하긴 하네. 미친 건지 똑똑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다겠지.
“그럼 다른 인형들과 달리 인간 형태는 없겠구나. 로이어드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네?”
“그렇지 않습니다. 케세라에게는 인간형 보디 역시 따로 존재합니다. 다만, 케세라의 본체는 어디까지나 비공정이기 때문에 인간형 보디는 아무런 전투 능력도 없습니다.”
“오오……!”
티나의 말에 머리 속으로 어떤 광경이 스쳐 지나간다.
광활한 우주. 그곳을 떠다니는 거대한 제국의 전함!
상상 속 그 전함의 함장은 바로 카르페 자신이었다.
함장석에 앉아서 우주를 바라보는데 옆에서 무뚝뚝한 인상의 제복 미녀 광휘의 티스타니아(은하 제국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문난 쿨뷰티 미녀, 에픽 급, 인형임)가 카르페에게 말을 건다.
‘함장님. 은하파괴전용기체(銀河破壞專用機體). 로이어드의 출격 준비 마쳤습니다.’
‘좋다! 로이어드의 출격을 승인한다!’
그 말에 카르페의 함장석 아래에 위치한 여성 오퍼레이터가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카르페의 명령을 복명복창한다.
‘캐터필드 스탠바이. 로이어드 출격!’
‘출격과 동시에 중성자분해포를 발사한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함선과 제복 오퍼레이터. SF가 배경이라면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
마지막 유물 케세라는 그것을 채워 줄 최후의 한 조각이었다.
“후. 그런가. 로망은 아직 남아 있었나.”
-너는 앞으로 나보고 소설을 쓰네 마네, 소설 좀 작작 보라는 말 하기만 해 봐라. 정작 소설은 지가 제일 열심히 쓰고 있구만!
“아니, 형도 이런 전개 좋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후. 드렛슈도 제법이야. 설마 이런 설계를 해 놨을 줄은…….”
-설계? 그렇다기엔 원본 로이어드는 그냥 고철 덩어리였는데? 이번 비공정도 그냥 후줄근한 배 아닐까?
“그건 또 그런가. 으음.”
카르페는 케세라에 대해서 티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으나, 티나가 떠올린 정보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은 기억의 봉인으로 떠올리지 못했다.
“아, 주군. 한 가지 더 떠오르는 점이 있습니다.”
“오, 뭔데?”
“케세라는 저희들 중 미라쥬와 가장 사이가 좋았습니다.”
“……응?”
“맞아! 맞아! 마스터! 케세라랑 나랑 잘 맞았던 거 같아! 우흐흫! 기대된다!”
어느새 나타난 미라쥬도 티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미라쥬랑 친하다고?
그 말이 어째 썩 좋은 정보 같지는 않단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 * *
다행스럽게도 엘리스가 해독한 고문서에는 마지막 유물 케세라가 잠들어 있는 장소가 정확히 기록되어 있었다.
다른 인형들 중에는 위치부터가 막막했던 경우도 있었단 걸 생각하면 아주 좋은 출발이었다.
부스럭.
“엘리스가 말한 곳이 대충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현재 카르페 일행은 신성국 루할과 마도왕국 제노니아 국경선 근처의 어떤 산을 오르고 있었다.
오지 중의 오지인 모양인지 산의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미니 맵에도 표시되지 않는 숨겨진 장소였다.
-호. 이곳에 이런 장소가 숨겨져 있었군. 다음 회귀 때 써먹을 정보가 또 늘어났어.
“……그러니까 회귀할 생각 좀 하지 말라고요. 난 싫다고!”
-만약을 대비하는 거지. 자, 슬슬 목적지에 도달할 것 같으니 긴장해라.
엘리스의 해독에 따르면 마지막 유물 케세라는 드렛슈가 이 산의 은밀한 곳에 숨겨 둔 모양이었다. 엘리스는 카르페에게 위치 좌표를 알려 주면서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알려 줬다.
‘후예님. 이 기록에 따르면 케세라 님은 다른 인형과 달리 너무 위험한 병기라서 아주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두었다고 해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면 안 되니까요.’
‘네? 마도왕의 유물은 드렛슈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거 아니었나요?’
‘기본적으론 그게 맞지만…… 이 세상에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까요. 당장 세실리아 님만 해도 그랬잖아요?’
‘아.’
과거 세실리아가 잠들어 있는 곳에 카르페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세실리아는 괴집단의 손에 넘어가 꼭두각시로 이용당할 운명이었다.
‘후예님이 아니라면 온전한 위력을 끌어낼 수 없겠지만, 온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력한 병기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케세라는 최대한 인간이 찾아오지 않을 만한 장소에 숨겨졌고, 그와 더불어 각종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보안 시스템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터라, 드렛슈의 정당한 후예라도 직접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게 엘리스의 설명이었다.
“보안 시스템이라…….”
그 마도왕 드렛슈가 진심으로 설치한 보안이라면 상상을 초월한 난이도일 게 틀림없었지만, 사실 카르페는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보안 시스템이라면 대부분 트랩 형식이겠죠?”
-그렇겠지.
“그럼 뭐…… 쉽겠네.”
해금과 신안.
이 두 가지 조합이라면 돌파하지 못할 트랩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증거가 지금 눈앞에서 막 일어났다.
띠링.
[???의 산에 존재하는 대운무마라진(大雲霧魔羅陣) 속으로 입장하였습니다.] [대운무마라진 속의 생명체와 마법적 존재는 모든 방향 감각을 상실합니다. 또한, 흡수의 안개에 의해 시간에 비례하여 HP/MP를 소실하게 됩니다.] [대운무마라진 속에서는 공간 이동 계열 스킬,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재빨리 생문(生門)을 발견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카르페가 어떤 나무를 통과하는 그 순간, 진법(陣法)이 발동하며 카르페 일행을 가둬 버렸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자욱한 안개가 깔리며 시야를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오오. 진법!”
-대운무마라진? 처음 들어 보는 진법인데. 드렛슈가 고안한 고대의 진법인가?
띠링.
[신안이 발동합니다.] [트랩 스킬 ‘대운무마라진’을 간파합니다.] [간파 성공! 대운무마라진을 해제하시겠습니까?]“해제한다.”
스스스슥.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면서 다시 숲의 풍경이 나타났다.
-……그래. 고대의 마법진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다 부질없는 짓거리지.
“오. 저쪽 방향인 것 같은데요? 동굴 같은 게 있네요.”
카르페가 수상해 보이는 동굴을 향해 걸어가던 그때였다.
쉬익. 챙!
“……이건 또 뭐야?”
카르페는 정확히 자신의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드는 무언가를 건틀릿으로 튕겨냈다.
“수리검? 설마 이것도 보안 시스템…….”
그 순간,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방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인지 짐작하기 힘든 그런 희한한 울림이었다.
[놈. 어떻게 이곳을 찾아내었지?]“……사람? 아니, 어떻게?”
[딴소리인가. 그래. 쉽게 대답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아니, 잠깐만……!”
이건 전혀 예상 범위 내에 없던 전개다.
어떻게 찾아냈냐고? 오히려 카르페가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곳을 발견한 이상 살려 둘 수 없다. 하지만 네놈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순순히 토해낸다면, 고통 없이 보내 주도록 하마.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자비다.]“아까부터 계속 무슨 소리야!”
[굳이 권주를 거부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 쳐라! 생포할 수 없다면 죽여도 좋다!]그 말이 신호였는지 산 여기저기서 검은색 암복을 입은 인형들이 카르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떠오르는 알림창.
띠링.
[마도왕의 일곱 번째 유물 (1)] [퀘스트 분류 : 직업 시나리오 퀘스트]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당신은 고대 문서에 기록된 정보를 토대로 마지막 유물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그 장소에는 이미 어떤 집단이 세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대륙 최고의 암살 집단 ‘흑익’. 당신은 흑익으로부터 마지막 유물을 탈환해야 합니다!]모든 정보가 베일에 가려진 라세 최고의 암살 집단, 흑익.
대륙 11강 중 한 명인 암왕좌가 수장으로 있는 단체.
[축하합니다! 당신은 숨겨진 조직인 흑익의 본거지를 찾아냈습니다!]“미치겠네.”
그게 왜 여기서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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