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8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84화(484/581)
어디서 주워들은 우스갯소리 중에 그런 게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이야기가 적어도 갑자기 닌자가 튀어나와서 등장인물을 덮치는 것보다는 재밌어야 제대로 된 이야기라고.
그 말을 처음 봤을 때는 재밌는 발상이라고 생각했던 카르페지만, 지금은 단언할 수 있었다.
“재미는 개뿔이!”
퍼억!
카르페는 등 뒤를 노리는 암살자 한 명을 돌려차기로 후려쳤다.
대륙 최고의 암살 집단이라는 이름답게 암살자는 카르페의 공격을 정통으로 허용했음에도 조금의 신음도 흘리지 않았다.
난데없이 등장한 닌자…… 아니 어쎄신 집단.
재미는커녕 황당함만 앞설 뿐이었다.
“큭!”
카르페는 쓰러뜨린 암살자를 마무리하기 위해 재차 달려들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카르페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다른 암살자가 등 뒤를 노려 왔기 때문이다.
이대로 계속 공격하면 첫 암살자는 쓰러뜨릴 수 있겠지만, 카르페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후. 이것들 공격 연계가 상당한데요. 단시간에 어떻게 할 수준이 아닌데.’
-당연하지. 정식 흑익 단원들은 가장 말단이라도 3차 전직을 마친 놈들이다. 아무리 너라도 혼자서는 힘들 수밖에.
‘후우. 이번에도 쉽게는 안 되겠네요.’
-명색이 신화급 퀘스트인데 이 정도 난이도는 돼야지.
‘마지막 정도는 좀 봐줘도 되잖아…….’
라세 최강의 암살 집단으로부터 유물 탈환!
지금까지 겪었던 유물 퀘스트도 어디 하나 나사가 빠진 난이도였는데, 이번에도 역시 상상 그 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카르페가 뒤로 물러나 상황을 살피는 그때, 암살자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입을 열었다.
“……보통 움직임이 아니군. 한 수 재간이 있는 놈이구나. 허나 변하는 것은 없다.”
스르릉.
흑익의 암살자들이 제각각 무기를 꺼내 들었다.
“침입자에겐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 이곳을 무단으로 침입한 것을 죽어서도 후회하거라.”
“……뭐? 무단 침입?”
흑익 대장의 말에 카르페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무단 침입 같은 소리하네! 무단 침입은 네놈들이 하고 있는 게 무단 침입이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지들이 남의 땅(?)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주제에 원래 땅 주인을 쫓아내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이 땅은 드렛슈가 먼저 깃발 박은 자리라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카르페 입장에서의 이야기였고 흑익 입장에서는 또 아니었다.
카르페의 말에 흑익 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무단 침입? 무슨 헛소리지? 이곳은 우리가 점거한 지 200년이 넘은 곳이다.”
“200년? 하. 겨우 200년으로 거들먹거려? 이쪽은 선대가 800년 전에 다 작업해 놨어!”
거짓말은 아니다.
물론, 800년 전에 유물 하나 묻어 두고 그 뒤로 방치하긴 했다는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카르페의 정당한 권리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800년 전? 한 수 재간이 있기에 혹시나 했더니 그냥 미친놈이었구나.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 죽여라!”
“젠장. 진짜라고! 뻔뻔한 놈들. 이래서 돚거놈들이랑은 상종을 하면 안 되는데!”
-……네가 생각해도 좀 양심 없지 않냐? 800년 전에 유물 하나 묻어 놓은 거 가지고, 200년 실거주자를 쫓아내려고 그래? 누가 봐도 네가 도적인 상황 아니냐?
“흠.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나?”
-후. 뭐,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싸워야 하는 건 마찬가지군. 좋지 않아.
천마는 서서히 포위를 좁혀오는 흑익 단원들을 보며 혀를 찼다.
-퀘스트 한번 더럽게 설계해 놨군. 하필이면 흑익이라니.
흑익이 대륙 최고의 암살 집단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치가 떨릴 만큼 집요하기 때문이다.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의뢰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하는 암살 집단.
약 100년 전, 당대의 성녀 후보가 흑익에게 암살당한 사건은 너무나 유명했다.
당시 성녀 후보는 성신국 신성기사단의 철통 호위를 받고 있었음에도 암살당했기에 더욱 그랬다.
-여기를 다 처리한다 쳐도 그다음이 문제야.
이곳이 흑익의 본거지라는 건 천마도 처음 안 사실이지만, 흑익의 거점은 이곳 한 곳이 아니았다.
본거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 본거지가 점령당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흑익의 궤멸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흑익의 지부는 수도 없이 많아. 여기서 저놈들과 척을 지는 순간, 편한 게임 라이프는 끝난다고 봐야지. 이후 모든 흑익들이 널 노릴 테니까.
‘……그럼 어떻게 해요?’
그렇다고 유물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별수 없지. 뭐. 피곤하게 게임하는 수밖에. 의외로 좋은 점도 있어.
‘뭔데요?’
-게임 장르가 RPG에 더해서 생존 서바이벌이 추가된다는 스릴감? 즐겜 유저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
-아, 그리고 얘들이 쓰는 아이템은 대부분 고급이라서, 찾아오는 거 전부 잡기만 하면 꽤 쏠쏠하다는 것도 장점이네.
‘그건 그나마 장점 맞네. 후. 생각해 보면 이게 다 드렛슈 때문이네요.’
드렛슈가 유물의 입지 선정을 좀 더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테니까.
퍼억!
카르페는 달려드는 암살자 한 명을 반격으로 날려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무리 직전, 다른 암살자가 끼어들면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후. 좋아. 척을 지면 지는 거지. 내가 언제 그런 미래까지 생각하면서 게임했다고.”
앞을 가로막는 적이 있으면 오로지 부수고 갈 뿐(사해 제외)!
카르페가 모든 인형을 소환하려 하는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음?!”
카르페와 한 번 무기를 맞댄 흑익 대장이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더니 가슴 속에서 브로치처럼 보이는 물건을 꺼내 들었다.
브로치는 잘게 진동하게 있었다. 흑익 대장은 그 브로치와 카르페를 번갈아 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뭐냐. 네놈. 설마 ‘깃털’이었나?”
“……깃털?”
-깃털? 아!
카르페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천마는 짚이는 것이 있는지 황급히 카르페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고개만 살짝 끄덕거려. 대충 각이 선 거 같으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카르페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순간, 흑익 대원들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네놈의 깃털이 맞다면 증표를 꺼내라.”
-좋아. 인벤토리에서 증표 꺼내서 보여 줘.
‘증표요? 그런 게 저한테 있었어요?’
-거 있잖아. 개미굴 던전에서 막피범 잡고 먹은 거. 인벤토리 구석에 짱박아 뒀잖아.
‘아!’
그 말에 당시 사건을 떠올린 카르페가 인벤토리에서 ‘흑익의 증표’를 꺼내 들었다.
흑익 대장이 가지고 있던 브로치와 살짝 다른 모양의 브로치였는데 카르페의 브로치 역시 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흑익 대장의 그것과 공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것을 확인한 흑익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군. 네놈이 ‘깃털’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어째서 이곳으로 들어왔지? 시험 장소로 통하는 길은 이곳이 아니라 다른 쪽이었을 텐데?”
“???”
시험이라니? 아까부터 도대체 뭔 소리여?
‘형.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시험? 이제 뭐라고 대답해요?’
-어, 잠깐만…… 시험? 이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말단으로 인정받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끄응.’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흑익은 암살자 계열 플레이어만 깊게 얽힐 수 있다고.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까지는 몰라!
워낙 베일에 가려진 집단이다 보니 그 천마조차 흑익에 대한 정보가 적었다.
‘……어쩌지?’
카르페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것인지, 흑익 대원들이 다시금 서서히 무기를 잡기 시작한다.
‘후. 결국 싸워야 하는 팔자…….’
“그렇군. 그랬던 것인가.”
하지만 그때 흑익대장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흐. 가끔 너 같은 치기 어린 햇병아리 놈들이 있지. 자신의 실력을 뽐내지 못해 안달 난 혈기 넘치는 애송이 놈.”
“……???”
“다른 깃털과 달리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와서 우리에게 눈도장을 찍겠다는 발칙한 발상. 후후. 10년만인가? 전에도 너 같은 놈이 있었지.”
냉혹한 인상인 흑익 대장의 눈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무엇을 숨기랴. 나 역시 흑익에 처음 찾아왔을 때 너와 같았거늘. 허나, 하늘 위에는 하늘이 있는 법. 나의 좁은 우물은 그날로 산산이…….”
-쟤 도대체 아까부터 혼자서 뭐라는 거냐?
‘그러게요…….’
흑익 대장은 갑자기 일장연설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카르페를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되었지. 후. 너처럼 무모한 애송이는 싫지 않아.”
띠링.
[흑익 제7부대 부단장 ‘시더’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했습니다.]……기어코 호감도까지 오르고 말았다!
“하지만 어린 치기를 봐주는 것도 거기까지다. 이 이상 기어오른다면 그 몸에 직접 규율을 새겨 줄 수밖에.”
“…….”
“하. 맹랑한 놈! 좋다. 따라와라. 이 몸이 시험장까지 안내해 주지.”
“???”
카르페의 머리 위로는 끝까지 물음표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 * *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시더라는 NPC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더니 카르페를 흑익의 본거지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어째 별문제 없이 내부로 진입하기는 했는데.’
근데 이게 맞는 건가?
진짜 이게 맞아?
‘……저런 이상한 아저씨가 부단장? 흑익 의외로 거품 집단인 거 아니에요?’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그냥 쟤가 이상한 걸로 치자.
안내를 따라 도착한 흑익의 본거지는 의외로 본격적이었다.
거의 하나의 마을이라고 부를 만한 규모였는데, 돌로 된 산 이곳저곳에 많은 건물들이 늘어져 있었다.
외부에선 이런 모습이 전혀 안 보였던 걸로 보아 아무래도 인식 장애 마법 같은 게 가미된 건 아닐까 싶었다.
띠링.
[흑익의 마을 ‘흑성’을 발견하셨습니다.] [타이틀 ‘신문물 발견!’에 신규 지역이 추가됩니다.] [타이틀 보상으로 손재주가 1 상승합니다.]‘……이거 느낌이 딱 그건데요. 그 닌자 만화에 나오는 나뭇잎 마을.’
-불살라야 마땅한 곳이군.
‘아니, 잠깐만. 그럼 시험이라는 것도 혹시?’
시더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커다란 건물이 있었고 출입문을 거한이 지키고 있었다.
“응? 시더? 뭐야, 네 녀석이 여길 왜…… 잠깐 그 녀석은?”
“시험 참가자. 증표의 확인도 마쳤다.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오더군.”
“뭐? 푸하핫! 요즘도 그런 바보가 있나?”
“아직 있더군.”
공터를 지키던 흑익 대원이 카르페를 보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좋아. 당돌한 후배님. 들어가라. 넌 꼭 합격했으면 좋겠군.”
그그그긍.
거한이 철문을 직접 열었고, 카르페는 영문도 모른 채 문 안으로 들어갔다.
띠링.
[특별 퀘스트 에어리어에 입장하셨습니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