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8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85화(485/581)
[게이트 좌표에 지정된 장소로 이동합니다.]팟!
특별 퀘스트 에어리어에 입장했다는 알림과 함께 카르페의 몸이 어딘가로 이동했다. 건물 입구로 보이던 문은 위장이었고 실상은 워프 게이트였던 것이다.
“……여긴?”
워프 게이트를 통해 이동한 곳은 거대한 공동이었다. 실내 콜로세움 같은 곳이었는데 이미 수많은 인파가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
“…….”
복면을 쓴 자도 있는 반면,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자 역시 많았다. 나이, 성별, 심지어는 종족조차 불문하고 모여든 이들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암살자 집단 아니랄까 봐 분위기 한번 살벌하네.’
당장 칼부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기분 탓이겠지만, 공기가 무겁다 못해 따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 너 옆에 있는 놈 라이트닝 필드 켠 거 같은데.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 따가운 거였네. 에이 씨.’
분위기 잡을 거면 그냥 잡을 것이지 왜 스킬을 쓰고 난리야.
카르페는 자리를 슬쩍 옮겼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사람이 카르페였던 터라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벌써부터 견제가 심하네요. 저, 저놈 눈빛 봐라. 잘하면 한 대 치겠는데?’
-뭐, 너랑 달리 여기 있는 애들은 어떻게든 흑익에 들어가고 싶어서 온 녀석들일 테니까. 네가 경쟁자라고 생각하겠지.
‘후. 흑익에 들어와 달라고 바지끄댕이 잡고 늘어져도 안 들어갈 거라고.’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카르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아이템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띠링.
[흑익의 증표] [등급 : 유니크] [분류 : 퀘스트 아이템] [비밀 암살 조직 흑익(黑翼)의 말단에 도전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입니다. 흑익에 대해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마십시오. 검은 날개는 그 어디서든 당신의 목숨을 노릴 수 있습니다.]개미굴 던전에서 막피범을 잡고 획득한 아이템이었다.
퀘스트 아이템이라는 설명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 뒀던 건데 설마 이런 타이밍에 퀘스트가 발동할 줄이야.
띠링.
[축하합니다! 당신은 조건을 달성하여 시험 자격을 증명하였습니다. 다음 퀘스트로 연계됩니다.] [퀘스트 명 : 검은 날개 (3)] [퀘스트 분류 : 연계 퀘스트, 직업 퀘스트] [퀘스트 제한 : ‘흑익의 증표’를 보유한 자] [당신은 흑익의 증표를 보유한 상태로 흑익의 본거지를 찾아냈습니다! 초인적인 관찰력과 노송(老松) 같은 인내심을 동반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숨겨진 길! 몇 번이나 좌절할 뻔했으나 당신은 기어코 길을 찾아내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지 마십시오. 검은 날개로 통하는 진짜 길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흑익의 마을 ‘흑성’에서 이뤄지는 시험을 통과하십시오.] [퀘스트 클리어 시 : 다음 퀘스트로 연계] [퀘스트 실패 시 : 퀘스트 소멸, 흑익과의 영구 적대]* 해당 퀘스트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특수 루트가 개방될 수도 있습니다.
“…….”
시더의 안내를 따라 마을로 입성하는 와중에 등장했던 퀘스트였다.
다시 읽어 봐도 어이없는 설명이다.
‘초인적인 관찰력과 노송 같은 인내심이란 건 대체 뭘까요? 내가 그런 걸 했던가?’
-……어이가 없네. 이젠 하다 하다 이딴 방식으로도 날먹을 하냐?
‘이번에는 저도 황당하거든요? 퀘스트가 세 번째인 걸 보니 관찰이니 인내니 하는 건 첫 번째, 두 번째 퀘스트에 관한 내용인 것 같은데…….’
지나간 퀘스트 설명만 봐도 심상치 않은 난이도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르페는 그 과정을 스킵해 버린 것이었고.
‘……이게 좋은 건지 더럽게 엮인 건지 아직 구분이 안 가네요.’
삼엄한 흑익의 마을에 전투 없이 들어온 건 분명 좋은 일이었으나, 괜히 또 코가 꿰인 건 아닌지 싶은 마음도 들었다.
카르페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드렛슈의 마지막 유물이다.
흑익이고 나발이고 간에 눈곱만큼도 안중에 없었다.
‘더욱이 퀘스트 분류가 직업 퀘스트라잖아요. 결국 퀘스트 따라가다 보면 직업을 준다는 소리 같은데…… 그런 걸 굳이 클리어할 이유가 있을까? 기껏해야 에픽 직업 하나 던져 주고 끝날 것 같은데?’
-…….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맞잖아요. 에픽따리를 누구 코에 붙이나. 신화라도 엎을 판이구만.’
그것도 퀘스트가 엄청나게 잘 풀렸을 때를 가정해서 그렇다는 소리였다.
퀘스트 설명에 ‘흑익의 말단’이라고 하는 걸로 보아 원래는 끽해야 유니크 어쩌면 레전더리 정도의 직업일 터.
이후 활약에 따라 더 높은 등급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성장형 클래스일 가능성이 컸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미 신화급 클래스로 3차 전직까지 마친 카르페에게는 하등 의미 없는 이야기였다.
-아니, 뭐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만…… 그래도 혹시 또 모르잖냐. 용사 때처럼 권속들에게 직업을 넘길 수도 있는 거고.
‘흐음. 그건 나쁘지 않은데요.’
잠시 시간이 생긴 틈을 타서 생각에 잠긴 카르페는 방침을 정했다.
‘……일단 그럼 흑익 퀘스트는 따라가긴 해 보죠.’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간만 본다는 느낌으로 진행하는 것이고, 중점은 마지막 유물의 수색이었다.
-마을이 생각보다 훨씬 더 커. 여길 뒤져서 유물을 찾으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겠지.
엘리스의 설명에 따르면 마지막 유물 ‘케세라’는 쾌속선(快速船)이라 크기가 전함처럼 막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한다. 작정하고 막 뒤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시험에 참가하는 척하면서 묵향이나 미라쥬에게 수색을 맡겨야겠네요.’
-그래. 현 상황에서는 그게 괜찮아 보이네.
흑익과 전면전을 벌이지 않으면서 유물을 찾으려면 이 방침이 베스트다.
‘뭐, 해 보다가 수틀리면 그냥 흑익과 적대가 되든 말든 다 엎어 버리고요.’
-……그래. 굳이 귀찮게 게임하고 싶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니.
‘답답한 것보다는 귀찮은 게 낫죠. 아니, 그나저나 드렛슈 이 인간은 도대체 유물 관리를 어떻게 해 놨길래…….’
케세라에는 보안 시스템이 깔려 있다고 하지 않았나?
도대체 어떻게 돼 먹은 보안 시스템이길래, 그 위로 이런 마을을 건설해도 반응을 안 한단 말인가?
‘다른 사람이 직접 닿지만 않으면 괜찮은 방식인가?’
-그냥 그렇다기보다는 드렛슈 놈이 대충 헐렁하게 한 거 아니야? 시간이 너무 지나서 시스템이 망가졌다거나.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마법의 정점이라는 마도왕인데?’
-드렛슈인데? 그렇게 겪고도 모르겠냐?
‘쓰읍…….’
그 어떤 등신 같은 일이 발생해도 ‘드렛슈’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이게 또 그럴싸해지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카르페가 속으로 드렛슈가 또 드렛슈 했을 가능성을 계산하는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카르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워프 게이트가 열리더니 그곳으로부터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누가 봐도 ‘나 암살자요.’라고 말하는 듯한 복장이었는데, 머리는 검은색 복면을 썼고, 검은색 전신 타이즈를 입고 있었다.
190에 가까워 보이는 큰 키에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보아 남자인 것은 확실해 보였으나, 그 이상은 알 수 없는 복장이었다.
복면 남자는 주변을 슥 훑어본 후,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보다 더 늦게 도착한 참가자가 있나 보네요.’
-그런가. 음…….
‘응? 왜 그래요?’
-아니, 방금 들어온 저 녀석.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아서.
‘엥? 전신을 가리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냥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체형이랑 걸음걸이가 좀 낯이 익은…….
쿵.
그 순간이었다.
콜로세움의 한쪽 문이 열리면서 일련의 무리가 등장했다. 하나같이 검은색 암복에 복면을 둘러쓴 모습이었다.
그중 대표로 보이는 자가 근처 단상에 오른 후, 이곳에 있는 이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따로 소개는 않겠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놈들 중 태반은 영영 내 이름을 알 일이 없을 테니.”
낮고 무거운 음성이 깔린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그런 꺼림칙한 목소리였다.
“이야기에 앞서 치하하도록 하지. 이곳까지 도착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평범한 암살자라면 이곳까지 도착한 것만으로도 평생의 업적이라 해도 좋을 터.”
흑의인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카르페 주변에서 몇몇 이들이 웅성거렸다.
“흐. 확실히 쉽지 않았지.”
“큭큭. 꽤나 많은 놈들이 죽었을 거야. 특히 중간에 있었던 지옥 사자로부터 단서 얻기…… 어떤 놈이 떠올린 발상인지 그놈 면상은 꼭 한번 보고 싶군.”
“그거 외에도 유령곡의 벤시를 찾아내는 것도…….”
카르페를 제외한 모두가 공감대를 발동하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카르페는 절대 알 수 없는 초인적인 관찰력과 노송의 인내력이 필요한 퀘스트.
……왠지 소외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는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왜 이번 기수의 시험 난이도는 유독 어려운가. 그 이유에 대해서 알려 주도록 하지.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그 말에 콜로세움의 모두가 숨을 죽이고 단상의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대륙 11강으로 이름 높은 암왕좌. 여기 있는 모두가 알다시피 그가 바로 흑익의 주인이다. 그리고…… 그 흑익주에게는 아직 정해진 후인(後人)이 없다. 암왕좌가 흑익주에 오른 지, 50년이 지난 지금조차도 말이지.”
그 말에 좌중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흑익주에게는 자식이 없다 이 말이에요?’
-그런 모양인데? 흠. 확실히 내가 게임하는 동안에 암왕의 후예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없긴 하네.
‘왜 없지? 말하는 뉘앙스가 일부러 안 만든 느낌은 아닌데요?’
-나도 모르지. 뭐, 씨 없는 수박인가 보…… 아!
‘응? 왜요?’
-그러고 보니까 암왕좌가 동자공(童子功) 계열 스킬을 익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슬픈 이야기였네요. 그런 극악무도한 마공을 익히다니.’
동자공은 고전 무협지에서 종종 등장하는 독특한 내공 심법이다.
특징으로는 강력한 내공을 빠르게 얻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무공인데, 그 대가가 바로 이성(異姓)과의 접촉 금지였다.
-뭐, 이성과 단순 접촉만으로 동자공이 깨지진 않지만…… 그래도 애를 낳는 건 절대 불가능하겠지.
‘……강함이란 게 대체 뭐길래 그렇게까지 손에 넣어야 하는 걸까요?’
카르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암왕좌에게 애도의 마음을 품고 말았다.
“조용.”
흑의인이 낮게 한마디 했을 뿐인데 좌중이 침묵했다.
“좋군. 이야기를 이어 가겠다. 이제 다들 대충 짐작했겠지? 이번 기수에서 소질이 보이는 몇몇은 흑익주가 직접 가르칠 것이다. 자신의 후계자로 삼기 위해서!”
대륙 11강 중 한 명의 직전제자!
그 말에 모든 참가자가 눈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번 기수는 고심해서 선정했다. 각 분야에서 명성을 떨친 이들에게만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흑의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여기까지 도달하고 많았다. 어떻게 보면 기쁜 오산인 셈이다.
“그래도 이건 많아도 너무 많군. 조금 줄일 필요가 있겠어.”
“……???”
“다들, 대충 알아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흑의인이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띠링.
[검은 날개 (3)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사방의 적으로부터 살아남으십시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