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9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91화(491/581)
대륙 11강.
인간과 유사인류를 포함해 대륙에서 가장 강한 11명의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일존(一尊) 일성(一星)
사패(四覇) 오좌(五座)
일신의 무력이 일개 사단에 준한다는 전략 병기들.
강대국의 기준은 그 나라에 11강이 얼마나 속해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륙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존재들이었다.
“클클. 아해야. 왜 말이 없나? 뭐 못 볼 거라도 봤는감?”
그리고 지금.
그 전략 병기들 중 한 명이 카르페 눈앞에 있었다.
11강 5좌 중 1인.
암왕좌 라이오.
새하얀 머리를 봉두난발로 기른 이 노인은 대륙 최강의 암살집단 흑익의 수장으로 ‘흑익주’ 혹은 ‘암왕’으로도 불리는, 뒷세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약 100년 전, 신성국의 성녀 후보를 암살함으로써 이름을 떨친 이가 바로 이 라이오였다.
꿀꺽.
긴장감에 저절로 침이 넘어간다.
알림창은 분명 라이오를 일컬어 ‘특수 보스 몬스터’라고 말했다.
그 말인즉슨, 현재 상황에서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아니, 십 중 팔은 전투가 벌어질 게 분명했다.
꾸욱.
카르페는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언제 공격이 날아와도 반응할 수 있도록.
하지만 카르페가 긴장을 하거나 말거나 암왕 라이오는 킬킬 웃음을 터뜨렸다.
“클클클. 예민한 아해구나. 하지만 현명해. 암살자가 눈앞에 있는데 태평하게 있다간 목이 떨어지기 십상이지.”
“……어째서 여기에?”
“에엥? 그 질문은 요상하구나. 네놈이 내 집에 들어오지 않았느냐. 그건 내가 물어야지!”
“……네?”
집? 여기가 암왕의 거처라고?
쇠사슬이 칭칭 감긴 철문 속이 집이라니. 쉬이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여기는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란 말인가요?”
“오. 그것 또한 맞느니라! 이곳은 나를 봉인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니까. 그러니까 내 집이지.”
“……네?”
점점 더 영문 모를 소리를 하고 있었다.
카르페가 미간을 살짝 좁히자 라이오는 킬킬거리며 말을 이었다.
“좋아. 재밌구먼. 재밌는 반응이야. 부하가 아닌 손님은 오랜만이니 대화나 좀 해 볼까? 아, 그전에 아해는 누군가? 밖에서 시험 비스무리한 것을 하고 있다던데 혹 거기 참가자인가?”
“정확합니다.”
“클클. 노부가 눈썰미가 제법 괜찮은 편이지. 그래. 참가자라 이 말이지. 아해를 보니 노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험 수준이 아주 높은 모양이야.”
어째서일까.
라이오는 분명 자신을 칭찬하고 호의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찝찝했다.
‘형. 이거…….’
-그래. 나도 비슷한 느낌이다. 쎄하니까 끝까지 긴장 풀지 마라.
라이오는 카르페를 물끄러미 쳐다본 후, 다시 말했다.
“놀라운 아해로다. 하늘의 무(天武)를 담는 몸이라니. 전설로만 들었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늘…….”
돌연 라이오가 크게 탄식했다.
“실로 안타깝구나! 노부가 20년…… 아니 10년만 일찍 아해를 봤어도 제자로 삼았을 것을!”
“제자요?”
“아쉬운지고. 아쉬운지고! 이 또한 하늘이 허락지 않은 인연이로다!”
-흐음. 대화가 미묘하게 안 맞는데. 마치, 제자로 삼고 싶어도 사정이 있어서 못 삼는 거 같잖아.
‘그러게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상황이 이상하다.
지금 흑익에서 진행 중인 시험은 암왕의 후계자를 정하는 시험이었다.
그런데 제자로 삼고 싶어도 삼을 수 없는 뉘앙스라니? 앞뒤가 맞지 않았다.
-둘 중 하나겠군. 애초에 암왕의 후계자를 뽑는다는 것 자체가 거짓이거나, 그게 아니면 불가항력인 뭔가가 있거나.
‘둘 다일 수도 있고요.’
한참을 하늘 타령을 하던 라이오가 주제를 바꿨다.
“클클. 이미 지나간 것을 아쉬워해 봤자 별수 없는 노릇이지. 그래. 아해는 어쩐 일로 이곳에 왔는고? 설마, 노부를 만나러 왔나?”
“……그건 아니고. 뭔가를 찾으러 왔습니다. 이 산 어딘가에 있다고 들어서요.”
“응? 뭘 찾는데?”
“배요.”
“……배?”
카르페의 말에 암왕은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배를 찾으려면 바다를 가야지. 왜 산에 처 기어 올라와서 배를 찾남? 아, 혹시 요즘 것들 농담 같은 건가?”
“아뇨. 진짜 배 찾으러 왔는데요.”
“아니,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개소…… 음? 배?”
라이오는 봉두난발인 머리를 벅벅 긁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배가 있네?”
“헐. 진짜요?”
“클클. 그래. 그래. 조금 괴상한 형태긴 하지만 시각에 따라 배라고 볼 수도 있겠구만. 흑익이 이곳에 자리 잡기 전부터 있던 물건이었지.”
그 물건은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었기에 흑익도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고 했으나 무리였다는 설명도 해 주었다.
“뭔 괴상한 게 잔뜩 깔려 있어서 해제하는 데 많이 애를 먹었어. 게다가 몇십 년이 지나서 기껏 해제했더니 꼼짝도 하지 않아서 그냥 방치했건만…… 이제 보니 임자가 있는 물건이라 그랬던 거구먼. 클클클.”
그 대답에 오히려 카르페가 놀랐다. 그냥 한번 던져 본 말이었는데 이게 당첨일 줄이야!
“그럼. 아해가 그 배의 주인인가?”
“정확히는 그 후계자지만 말이죠.”
“클클. 그게 그 말 아닌가. 뭐, 그래. 어차피 우리가 쓸 수도 없는 거 주인이 나타났으니 돌려주는 게 순리겠지.”
아니,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린다고?
암왕이라는 이름에 잔뜩 긴장한 게 미안해지려는 찰나, 라이오가 퍼뜩 말을 이었다.
“단!”
“단?”
“대신 아해가 노부의 부탁 하나만 들어다오. 그럼 배의 위치를 알려 주지!”
“아.”
역시 그렇게 녹록지는 않나.
하기야, 생각해 보면 마지막 유물 퀘스트가 이렇게 쉬운 게 말이 안 되긴 했다.
아마도 이번 퀘스트는 암왕이 내주는 과제를 클리어하면 유물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일 것이다. 엘프의 숲에서 미라쥬를 얻었을 때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알겠습니다. 무슨 부탁이죠?”
“쯔쯔. 젊은 아해가 성질이 급하기도 하구나. 이야기는 일단 노부의 말동무부터 하고 나서다. 오랜만에 손님을 만난 노부 생각도 좀 해야지!”
라이오는 그렇게 말한 후, 클클클 웃었다.
“그래.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지? 아, 맞아. 노부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느냐는 이야기였지. 클클. 재밌는 이야기야. 자, 이걸 보아라.”
라이오는 너저분한 자신의 옷 속에서 날카로운 비수 하나를 꺼냈다.
후웅.
그러곤 그걸 그대로 자신의 왼팔에 내리쳤다. 대충 휘두른 게 아니라 상당한 힘을 실은 상태였다.
대륙 11강의 힘. 그리고 날카로운 비수의 조합이라면 팔 하나 자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라이오의 팔이 툭 하고 잘려야 했으나.
카아앙!
“……어?”
“클클. 어떠냐? 재밌지 않느냐?”
놀랍게도 라이오의 왼팔은 비수를 튕겨 냈다. 비수에 푸른빛이 살짝 맺힌 걸로 보아 마력마저 담긴 일격이었는데도 말이다.
“금강불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카르페가 금강불괴 스킬을 직접 목격해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건 그런 스킬이 아니란 걸 직감했다.
창백하다 못해 옅은 푸른색을 띠는 피부. 금강불괴를 연상케 하는 단단한 신체.
그리고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타났던 ‘사기(死氣)’라는 단어를 조합하면…….
“설마, 강시(僵尸)?”
“크헐헐! 정답이다! 눈치가 빠른 아해구나!”
라이오는 만족스럽다는 듯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강시화가 진행되는 중이니라. 일종의 활강시라고 봐야겠지.”
“아니, 어째서…….”
“흐흐. 궁금하지 않느냐? 노부가 어째서 이런 몸이 되었는지?”
라이오는 카르페가 대답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약 30년 전. 노부는 노부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지. 노부의 나이가 적지 않았으니 당연한 이야기야.”
하지만 라이오는 그 당연함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고작 하늘이 정해 준 수명에 순응하는 삶이라니!
라이오는 그때부터 불사에 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오랜 탐험을 통해 한 가지 무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시공이라는 이름의 신공이었지. 생자의 몸을 강시화해서 불사에 이르는 비법이니라.”
판타지로 치면 일종의 리치화 같은 느낌이다. 리치화와 달리 생전의 모습을 거의 유지할 수 있는 게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리치화보다도 훨씬 더 사특한 기술이었다.
“강시공을 얻은 노부는 그걸 연마했다. 지옥 같은 수련 과정이 있었으나…… 결국 노부는 일정 성취를 얻을 수 있었음이니. 아해도 보았듯이 노부는 금강불괴지신에도 뒤지지 않는 육체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사기를 기반으로 하는 무공이다 보니 수련 과정 중에 필연적으로 몸에 사기가 쌓이게 되었다.
“죽지 않는 몸을 손에 넣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두 가지 부작용을 얻고 말았지.”
“……그게 뭐죠?”
“클클. 뭐, 별거 아니야. 첫 번째는 노부가 종종 미친다는 것이지.”
사기가 골수를 침범해서 광증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지만, 언제 어디서 광증이 찾아올지 몰랐다.
광증에 빠지게 되면 주변에 있는 것을 가리지 않고 습격했기에 라이오는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자신을 가뒀다고 한다.
“클클. 아까운 부하를 죽일 수는 없지 않느냐.”
“……쇠사슬은 스스로 풀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가둬 봤자 의미가 없는 거 같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단다. 저 쇠사슬에 꽤 어려운 술식이 들어가 있지. 광증에 빠진 상태로는 절대로 풀 수가 없어.”
“그렇군요. 그럼 두 번째는?”
“그것도 사소한 부작용이야. 생기를 조금 원하게 된 것?”
마치 흡혈귀가 피를 갈구하는 것처럼, 강시화가 진행된 라이오는 살아 있는 자의 생기를 갈구하게 되었다.
“강시가 된 이 몸뚱어리가 주변의 생기를 빨아들이게 되었지.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야. 어찌 된 게 아해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니.”
해금의 존재를 모르는 그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아, 참고로 덧붙이자면 접촉을 통해서도 흡수할 수 있지만, 직접 먹어 버리는 편이 제일 효율이 좋아. 아해야. 아느냐? 인간은 제법 맛있는 편이니라.”
“……썩을.”
팍!
카르페가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라이오가 그런 카르페를 보고 광소를 터뜨렸다.
그의 두 눈동자는 이미 검은자가 사라져서 흰자만 보이고 있었다.
“클클클! 아해야! 어딜 가느냐! 노부의 이야기를 다 들었으니 이제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 노부의 부탁은 너를 먹는 것이다!”
그 순간, 라이오의 몸에서 검은 사기가 폭사되기 시작했다.
“하늘이 내렸다는 전설의 신체! 그것을 취하면 노부는 이 광증에서 벗어나 완전해질 수 있을 터! 크하하하! 이곳에 널 인도한 하늘에 감사하마!”
동시에 카르페 눈앞으로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마도왕의 일곱 번째 유물 (3)]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당신은 마도왕의 유물을 추적하다 광증에 빠진 ‘암왕좌 – 라이오’와 조우하였습니다. 주의하십시오. 광증에 빠진 라이오는 어떠한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천무지체’를 먹어치우려 할 것입니다!] [퀘스트 클리어 시 : 다음 퀘스트로 연계] [퀘스트 실패 시 : 사망 시 9성 스킬 천무지체 소실, 마도왕의 마지막 유물 퀘스트 파기]“……미친?!”
-와. 퀘스트 설계 지랄 났네. 이 타이밍에 소실 퀘스트라고?
“크하하하! 아해야! 노부를 즐겁게 해 보아라!”
콰아아앙!
그렇게 전투의 막이 올랐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