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9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92화(492/581)
MMORPG의 재미 요소는 무엇일까.
레벨 업. 득템. 스토리 등등.
10명의 사람에게 물으면 10개의 대답이 나올 법한 질문이었으나, 그 각양각색의 대답에 깔린 원리는 하나로 관통된다.
‘무언가를 얻는 것.’
시간을 들여 레벨을 얻고, 시간을 써서 아이템을 얻고, 퀘스트를 달성해서 성취감과 만족감 등을 얻는다.
정말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RPG의 재미는 시간을 갈아서 무언가를 얻는 재미라 해도 그리 틀리지 않았다.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들여 자신의 캐릭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가는 게 RPG의 핵심!
그렇게 귀중하게 얻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반대로 ‘소실’에 대해서는 경기를 일으킨다.
죽으면 경험치를 떨구고 아이템을 떨구고 퀘스트가 날아간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얻은 것이 한 방에 날아갈 때의 허탈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소실’은 RPG에서 가장 터부시되는 부분이라 최근의 게임에서는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게임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런 요소가 없는 대체 게임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하지만 라세는 과감하게도 이 ‘소실’ 요소를 그대로 구현했다. 대체 불가 게임의 패기였다.
라세는 ‘와, 이게 없어질 수도 있다고?’ 싶은 것들도 모조리 구현해 놨는데 그중에서도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킬 소실 퀘스트. 그것도 9성 직업 스킬을 딱 저격해서 퀘스트를 설계했다고? 뭐, 이런 악마 같은 발상이…….
천마가 혀를 내둘렀다.
스킬 소실 퀘스트 자체가 극히 드물긴 하지만, 천마의 게임 짬쯤 되면 몇 번 정도는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떤 소실 퀘스트에서도 9성 스킬이 소실되는 경우는 없었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천마조차도 이건 고개를 저었다.
-야, 이거 진짜 죽으면 게임 접기 딱 좋겠다. 9성 스킬이면 돈을 아무리 퍼 발라도 얻기 힘든 건데 그걸 떨군다고? 다른 게임이면 진즉에 소송 걸렸다. 미친 배짱 장사 게임사 같으니라고!
‘아니, 뭔 남 일처럼 말하고 있어요! 그게 내가 될 판국이구만!’
카르페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솟았다.
“후우. 이거 죽으면 진짜 죽는 거예요.”
-그래. 농담이 아니라 진짜 줄초상 나는 거지. 천무지체 날아가면 너도 화병 나서 죽을 테고 네가 죽으면 나도 그대로 디지털 미아 되는 거니까.
그래도 불행 중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라세는 철저하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소실 퀘스트는 100이면 100 전부 보상이 좋았다.
-사실, 인생은 한 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소실 퀘스트가 오히려 뜨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거든.
‘……그렇단 말이죠?’
여기에 또 한 명.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면 환장하는 카르페라는 인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천마의 한마디에, 카르페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던 분노가 꺼지고 말았다.
-그래. 이 경우에는 9성 스킬이 확정적으로 들어올 거다. 이쪽도 9성 스킬이 걸렸으니,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밸런스가 맞을 테지.
“9성…… 9성…….”
우두둑. 우둑.
카르페가 목을 좌우로 꺾으며 손을 풀자, 라이오가 킬킬 웃음을 터뜨렸다.
“클클. 눈빛이 좋아졌구나. 아해야. 죽음을 각오한 것이더냐? 방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모습과는 아주 딴판이야.”
“……그래. 두렵긴 했지.”
하지만 그 두려움은 천무지체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두려웠던 거지, 라이오가 두려웠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 카르페의 눈에는 라이오가 9성 스킬팩(확정!)으로밖에 안 보였다.
물론, 난이도가 미쳤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해야. 노부가 특별히 선수를 양보하도록 하마. 클클. 까마득한 어린 것을 상대로 그 정도 도량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확실히 미치긴 미쳤군.”
암살자의 왕이라 불리는 자가 방심이라니.
제아무리 약자가 상대더라도 한 치의 방심 없이 상대를 처리해야 하는 게 암살자의 기본 자세 아니던가.
지금 눈앞의 암왕은 그 기본 자세마저 잊을 정도로 광증이 도졌다는 뜻이었다.
“후우.”
카르페가 짧게 심호흡을 한 후, 권속을 소환했다.
현재 이곳은 강시화된 라이오의 영향으로 ‘생명체 혹은 유사 생명체’의 HP가 소실되는 ‘갈취’ 디버프 장판이 깔린 상태였다.
마도왕의 인형이 비록 인간은 아니었지만 호문쿨루스, 즉 ‘마법 생명체’로 분류되는 터라 이 ‘갈취’에는 영향을 받았다. 진짜 생명체인 묵향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카르페가 소환할 수 있는 권속 중 이 갈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권속이 딱 셋 있었다.
먼저, 골렘으로 분류되는 로이어드.
금속 거인에게는 생기란 게 있을 리가 없으니 당연히 갈취가 먹히지 않았다.
그러나 로이어드를 소환하기에는 이 동굴이 너무 협소했다. 천장이 그리 높지 않아 로이어드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 이유로 로이어드는 소환 불가. 남은 선택지는 둘이다. 카르페는 그 둘을 동시에 소환했다.
“길리안! 서리! 소환!”
지지지직!
카르페가 소환을 외치는 순간, 근처 허공이 찢어지며 검은 갑주의 데스나이트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얼음이 응결되며 곧 작은 눈사람으로 변했다.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 길리안. 그리고 순수한 얼음의 기운인 서리.
이 둘에게는 생기란 게 존재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갈취에도 완전 면역이다.
<음홧홧! 유머집만 읽느라 좀이 쑤셨는데 아주 적절한 소환이었네. 로드! 자, 이번 적은 누군가! 이 암군의 대검을 받아 낼 수 있겠…….>
뚝.
호탕하게 웃어젖히던 길리안의 음성이 끊겼다. 투구 속 시선은 정확히 라이오를 향한 채였다.
<……설마 자네, 암왕인가?>
“응? 데스 나이트 나부랭이가 노부를 아는…… 아니, 잠깐?!”
라이오의 얼굴에 경악이 서린다.
어찌나 놀랐는지 흰자밖에 없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검은자가 돌아왔다.
“그 대검! 필시 중력도(重力刀)렸다! 그래! 그러고 보니 그 재수 없는 웃음소리도 확실하구나! 크하하하하하!!!”
“윽!”
라이오가 광소를 터뜨리자, 그에 호응해서 사기가 뿜어져 나오며 대지가 진동했다.
“라마르크의 영웅. 도패 길리안! 네놈. 살아 있었구나!”
<허. 네놈의 눈엔 이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나?>
“크하하하! 맞아. 내가 실언했군. 도패! 그 모습은 뭔가? 구차하게도 망자가 되어 버렸구먼!”
<네놈도 별반 달라 보이진 않는다만.>
“클클. 눈이 없는 해골이라 그런지 신공을 알아보지도 못하는군. 감히 이 몸을 한낱 언데드에 비유하느냐?”
그렇게 말하는 라이오의 눈동자에서 다시 검은자가 지워졌다.
“이건 신이 되는 과정이다. 본좌는 신좌에 오를 것이니라.”
<……네놈. 사공(邪功)에 먹히고 말았구나.>
길리안이 착잡한 어조로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내가 아는 암왕은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 아니었거늘.>
“클클. 대답한다고 네가 이해나 할까? 멋대로 생각해라. 무지한 자와의 논쟁만큼 쓸모없는 짓도 없는 법이니. 게다가 지금은 그것보다도…….”
라이오가 다시 한번 광소를 터뜨렸다.
“하늘이 안배한 이 재회를 축하해야 하지 않겠느냐! 도패! 네 마지막을 내 손으로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러웠거늘, 하늘이 또 기회를 주었구나!”
<……그래. 네놈과는 결착을 내야 할 게 있긴 하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쯤.
길리안과 라이오는 우연한 일로 승부를 벌인 적이 있었다.
둘 모두 임무와는 관계없는 순수한 호승심으로 벌어진 승부였지만, 두 사람은 상대의 목숨을 진심으로 노리며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대륙 11강 중 두 명이 맞붙은 일대사건의 결말은 무승부로 끝났고 두 사람은 훗날을 기약하며 승부를 미뤘다.
물론, 그 승부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암왕이 보낸 흑익의 부대가 길리안과 동귀어진해 버렸으니까.
<그렇게 한스러웠으면 네놈이 직접 오지 그랬나.>
“클. 그러고 싶었지만 사정이 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되었지 않나? 하지만 기쁨과 동시에 실로 애석하구나.”
라이오가 안타깝다는 듯 말을 이었다.
“무언가? 그 영락한 모습은? 정녕 그 강맹하던 도패가 맞느냐? 라마르크의 전설. 무패의 장군 길리안이 이토록 보잘것없는 데스 나이트가 되다니. 도대체 무얼 위해 힘도 다 포기하고 그딴 모습이 되었느냐?”
<사공에 먹혀도 재수 없는 건 여전하구나. 암왕. 본인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딱하도다. 참으로 딱해. 둘 모두 영생을 추구했으나 본좌는 신의 길을 걷고, 네 녀석은 시귀로 영락하고 말았구나. 하물며 저런 어린 아해의 수족이 되었으니 이 어찌 딱하지 않을쏘냐.”
<음홧홧! 말도 안 통하는 거 보니 단단히 미쳤구나. 그래. 우리가 굳이 많은 말을 나눌 사이가 아니긴 하지.>
척.
길리안이 자신의 대검을 라이오에게 겨눴다.
“헛된 몸부림이라도 치겠다는 것이냐? 지금의 너라면 본좌가 일수에 쳐 죽일 수도 있음이니라.”
<……확실히 지금의 나로서는 널 상대할 수 없지.>
하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길리안이 혼자였을 때의 이야기다.
<권속과 주인은 원래 한 몸인 법. 설마 이 대 일이라고 비겁하다 할 생각은 아니겠지?>
“암살자가 비겁을 논할 리가 있겠어요?”
<음홧홧! 그것도 그렇구만!>
카르페가 길리안 옆에서 전투 자세를 취하자 라이오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클클. 둘이면 뭐가 달라질 듯싶더냐?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해도 아직 덜 여문 아해다. 몇 놈이 있건 노부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글쎄. 과연 그럴까?”
카르페가 길리안을 향해 손을 척 뻗었다.
“준비되셨죠? 영감님?”
<물론이네. 로드. 솔직히 말하자면 이 순간을 아주 기다리고 있었지!>
“좋아요. 그럼 갑니다! 인형합일!”
파아앗!
카르페가 스킬을 발동하자, 길리안의 모습이 사라지며 그 자리에 흑색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지금까지의 인형합일이 그러했듯, 흑색의 구체는 카르페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드드드드!
강력한 마력 폭풍이 몰아치며 동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우.”
카르페의 모습이 변했다. 신장이 2m에 가깝게 변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칠흑의 갑주로 무장한 모습. 암군 길리안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한 형태였다.
[권속 암군의 길리안과의 암군합일이 완료되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전 능력치가 대폭 증가합니다.] [권속 길리안의 전용 장비 ‘중력도’, ‘유령마수’의 효과 일부가 플레이어에게 반영……]인형합일이 완료됨으로써 수많은 알림이 등장했지만, 카르페는 그걸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바로 다음 스킬을 발동했다.
<서리! 정령합일!>
[정령합일이 발동합니다!] [권속 얼음의 상급 정령 ‘서리’가 플레이어의 몸에 깃듭니다. 기존 합일 스킬과의 시너지 효과로 정령합일 스킬 효과가 증폭합니다!]상대는 대륙 11강. 카르페가 맞붙었던 모든 상대 중 크로가 다음으로 강한 존재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얼음의 상급 정령 ‘서리’와의 정령합일이 완료되었습니다.] [플레이어의 몸에 순수한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빙한신체(氷寒身體) 변신 완료. 모든 얼음 속성 공격에 이로운 효과가 추가됩니다. 플레이어의 공격 스킬이 봉인됩니다.] [정령합일 상태 전용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슉.
합일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등장하자마자 카르페가 창룡보를 발동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라이오의 시야에서 카르페가 사라졌다.
“음?! 이건…… 컥!”
카르페가 휘두른 대검이 라이오의 옆구리를 후려쳤고.
콰아아아앙!
암왕 라이오는 무서운 속도로 동굴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