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9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96화(496/581)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 ‘검은 날개’의 스토리가 대폭 조정됩니다.] [에픽 등급 퀘스트 ‘밀정’이 삭제됩니다.]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 ‘광증을 억누르기 위해선……’이 삭제됩니다.] [에픽 등급 퀘스트 ‘용좌 암살’ 퀘스트가 삭제됩니다.] [에픽 등급 퀘스트 ‘불사의 강시’ 퀘스트가 삭제됩니다.] [……가 조정……]“후. 이번에도 요란하네요.”
무수하게 떠오르는 알림창의 향연.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미치광이 과학자 ‘프나틱’을 쓰러뜨렸을 때도 이러한 알림 폭탄이 등장했었으니까.
라세라는 게임 자체의 자유도가 너무 높다 보니, 간혹 스토리에 깊게 관여된 NPC가 사망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이런 퀘스트 조정이 일어나곤 했다.
메인 보상은 이런 조정이 다 끝나면 그때 주어지게 된다.
“……아니 그런데,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용좌 암살은 뭐야? 아르셀리 왕녀를 암살하라는 건가?”
-흠.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럴 일은 발생하지 않았는데…… 훨씬 더 미래에 발생하는 퀘스트거나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멈춰 있던 퀘스트인가 보네.
“무섭다. 무서워.”
퀘스트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퀘스트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했다.
“누가 암살집단 아니랄까 봐 퀘스트도 전부 암살이나 뒷세계에 관련된 것뿐이네.”
-몇몇 퀘스트는 익숙한 것도 있네. 흠. 이게 흑익이랑 연관이 있었군.
그렇게 퀘스트 조정을 지켜보는데 이번에는 퀘스트와 관련이 없는 알림이 등장했다.
[합일의 지속 시간이 완료되어 합일이 해제됩니다.] [합일의 후유증으로 모든 능력치가 대폭 감소합니다.]팟!
밝은 빛과 함께 카르페의 몸에서 서리와 길리안(인형 모드)가 분리되었다.
“(@[email protected])”
<으음! 진이 빠지는 기분이구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역소환할 테니 들어가서 쉬십쇼.”
카르페가 둘을 룸으로 돌려보낸 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으. 죽겠다. 진짜 이 합일 후유증은 적응이 안 되네.”
-조금만 버티면 돌아올 텐데 엄살은.
“형이 안 겪어 봐서 그래요. 이게 진짜 탈력감이 장난 아니라니까? 지나가던 슬라임이 툭 쳐도 죽을 것 같다고요.”
-쯔쯔. 슬라임은 무슨. 이미 다 끝난 판에 적이 튀어나올…… 어? 아니, 잠깐. 끝난 거 맞나?
“……어?”
격렬한 전투 때문에 잊고 있었지만, 현재 카르페는 ‘검은 날개’라는 퀘스트를 진행 중에 있었다.
물론 카르페가 그 퀘스트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긴 했지만, 중요한 건 현재 카르페가 있는 이 산 전체가 그 퀘스트의 무대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카르페는 그 시험 도중에 미쳐 버린 암왕과 신나게 싸웠다.
그냥 싸운 것도 아니고 온 산을 뒤흔들 만큼 쩌렁쩌렁하게 치고받았다.
……이 산에 있는 존재라면 이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을 만큼 우렁차게!
“미친. 끝났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네.”
-퀘스트 조정 언제 끝나냐? 이거 후딱 튀어야…….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쾅!
카르페가 들어왔던 찌그러진 철문.
그 철문을 강하게 열어젖힌 일련의 무리들이 동굴 속으로 들어왔다.
카르페에게도 아주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침입자의 정체는 바로 부익주를 비롯한 흑익의 간부들이었으니까.
“……망할.”
-하, 어째 곱게 넘어가는 법이 없나.
우르르르.
흑익의 무리들이 카르페를 에워쌌다. 인형합일의 후유증에 빠진 카르페는 그 행동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보상이고 나발이고 튀어야 하는 게 아닐까?
‘어떻게요? 여기 귀환 스크롤도 안 먹히는데.’
-흠.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자. 라세에서는 죽는 것도 경험이다.
‘그런 경험 싫다고…….’
카르페가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데, 부익주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말을 걸었다.
“놀랍군. 이곳에 있던 ‘그것’을 네가 쓰러뜨렸나?”
“……그것?”
“모르지 않을 텐데? 이 안에 있는 건 그것 하나밖에 없었을 테니까.”
“…….”
카르페는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닫았지만, 부익주는 그 행동을 조금 다르게 해석해 버렸다.
“후.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다 이건가. 그래. 그야 그럴 테지.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들어왔던 인간은 오직 너 하나뿐이니까.”
동굴 속으로 들어간 인간은 오직 카르페 한 명.
그리고 잠시 뒤 발생한 격렬한 소란 끝에 동굴 속에 남아 있는 건 카르페뿐인 상황이다.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네가 쓰러뜨렸다는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
“그래. 그 노괴가 죽었는가. 하. 이렇게 가 버렸단 말인지…… 큭큭.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로로군.”
부익주는 웃고 있었으나 카르페는 긴장감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떻게 해야 하지? 권속들을 전부 소환해서 덤벼 봐야 하나?
아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모한 짓이다. 자신의 권속이 하나같이 비정상적으로 강하긴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다 레벨이 비슷했을 때의 이야기다.
흑익은 최하 말단이라도 3차 전직을 마친 최강의 암살집단. 그중에서도 간부라면 200레벨은 훌쩍 넘을 것이다.
그 정도 레벨 차이라면 시간조차 벌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질 게 분명했다.
‘……형.’
-왜.
‘갑자기 떠오른 건데요. 이게 행복회로가 아니고 진짜 가능성이 있는 거 같아서 하는 말인데요.’
-프롤로그가 긴 거 보니까 쌉소리일 게 분명할 것 같지만, 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
‘저희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사실, 얘들이 이렇게 무게를 잡곤 있지만 저한테 좋은 상황일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이런 거지.’
대륙 최고의 암살 집단임과 동시에 대륙에서 가장 무(武)를 숭상하는 집단인 흑익.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최강의 단체였으나 사실, 속으로는 큰 문제를 하나 앓고 있었다.
바로 수장인 암왕이 마공에 침식당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라는 것.
그런 상황에서 어딘가에서 나타난 영웅이 그 골칫거리를 치워 버린 것이다.
‘이게 영 망상이 아닌 게, 방금 부익주 말 들었죠? 암왕을 그것이라고 했다니까? 사람 취급 자체를 안 했다고요.’
-……계속 해 봐.
미쳐 버렸으나 그 강함은 쇠하지 않은 암왕을 카르페가 처치한 것이다.
자신들조차 어떻게 하지 못했던 그 암왕을!
거기에 탄복한 흑익은 카르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그대의 무력에 감복하였소! 위대한 검은 날개의 율법 아래, 수장을 쓰러뜨린 자가 다음 수장이 되는바, 그대가 부디 이 흑익을 이끌어 주시오!’
-허허. 그래. 죽음의 위기에 처하면 인간이 현실을 못 보는 법이긴 하……기는 염병!
어디까지 하는지 지켜보던 천마는 결국 욕설을 참지 못했다.
-행복회로가 아니기는 개뿔. 회로가 타다 못 해 재가 됐구만! 하도 게임을 날로 먹으니 라세가 우스워? 그딴 삼류 소설 전개가 일어나겠냐?
‘아니,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마시고 가능성이…….’
-가능성 같은 소리 하네. 그딴 일이 현실로 일어나면 내가 개다. 새캬.
바로 그 순간, 부익주가 움직였다.
부익주는 왼손바닥을 오른 주먹 위에 얹은 후, 카르페 쪽으로 내밀었다.
포권(抱拳).
부익주가 무인들의 인사를 건네왔다.
“먼저 감사를 표해야겠군. 우리의 근심을 네가 해결해 주었다.”
“……어?”
-……뭐?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묻는 카르페에게 확인 사살 알림창이 등장했다.
[흑익 부익주 ‘???’의 호감도가 크게 증가합니다.]“헐.”
-허미. 쉬벌.
“제물로 시간을 끄는 것도 한계인 터라 슬슬 막대한 전력을 투입해서라도 처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네 덕에 무의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았군. 부익주로서 감사를 표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막상 소설을 써 재낀 카르페도 당황해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천마는 옆에서 ‘아니…… 미친…… 이게…… 똥겜……’ 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었다.
‘형. 아무래도 라세가 삼류 소설 전개를 좋아하나 봐요.’
-…….
‘천마야.’
-멍!
‘옳지. 잘 좀 하자. 앞으로 유기견 되기 싫으면.’
-헥헥헥!
카르페는 이 순간 직감했다.
알림창이 말했던 ‘특별한 보상’.
그게 바로 흑익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임을!
“후. 그래. 그럼 내가 다음 흑익주가 되는 것인가?”
“……그건 무슨 헛소리지?”
“응?”
“우리가 이곳에 온 건 노괴의 마지막을 확인하기 위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음 대의 흑익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건 내가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무를 숭상해서 강자를 흑익주로 삼는다는 설정은?”
“……망상이 조금 지나치군. 이방인은 다 그런 편인가?”
푸욱.
카르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쯔쯔. 것 봐라, 내가 뭐라 그랬냐. 어휴. 내가 다 부끄럽네. 나라면 바로 혀 깨물었다.
강아지에서 사람으로 돌아온 천마가 카르페를 비웃었으나 할 말이 없었다.
“대신이라고 뭐하지만, 노괴와 흑익이 관련된 것에 권리를 주장하진 않겠다.”
“……그거 고맙군.”
“우리로서도 암왕을 쓰러뜨린 자와 척을 지는 건 껄끄러우니, 우호의 표시 정도로 생각해 두면 좋겠군. 일반적인 경우라면 살인멸구도 고려했을 테지만…….”
부익주가 어깨를 으쓱였다.
“무한히 살아나는 이방인에게는 이 방도가 최선 아니겠나.”
부익주가 손을 들자 카르페를 둘러싸고 있던 흑익대원들이 대열을 갖추며 물러났다.
“이곳을 떠나지 못하던 유일한 이유가 방금 사라졌으니, 우리는 이곳에서 철수할 것이다. 38번. 이걸 받아라.”
피잉!
부익주는 카르페를 향해 브로치 하나를 던졌다. 지금까지 봐 왔던 흑익의 증표와 비슷하게 생긴 브로치였다.
“이건?”
“부익주 이상에게만 지급되는 흑익의 증표다. 만약, 흑익의 의뢰가 필요하다면 그걸 보여 주도록. 아주 싸게 모셔 주지.”
“…….”
“철수한다! 생포한 놈들은 전부 한곳에 집어넣고 기밀문서는 전부 소각해라!”
“네!”
부익주를 비롯한 흑익대원들이 동굴을 떠나갔다.
카르페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만났던 ‘시더’라는 암살자가 마지막으로 떠나가며 고개를 한 번 까닥였다.
털썩.
“후우.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따지고 보면 네 말대로긴 했네. 결국 와서 증표 하나 던져 주고 가긴 했으니까.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떼잉.”
소소한 보상보다는 살았다는 것에 의의을 두자.
카르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퀘스트 조정이 끝났습니다.] [플레이어가 끼친 인과율을 상정하여 특별한 보상이 지급됩니다.]“아, 드디어.”
-거 똥겜 하고는. 다른 건 다 쩔면서 이건 왜 이리 버퍼링이 길어?
어떤 보상이 등장할 것인가.
프나틱 때는 하늘이 갈라지며 성신 루할이 등장하더니 성신고의 아이템을 하나 줬었는데…….
아마 이번에도 그에 준하는 무엇이 등장하리라.
팟!
그 순간이었다.
그그그그긍.
암왕의 시체가 사라진 곳의 땅이 갈라지며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