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98)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98화(498/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드러난 비밀 문 너머에는 넓고 기다란 통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카르페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 여기는 동굴보다 따뜻하네요.”
문을 기점으로 해서 다른 세계라 생각될 만큼 공기가 달랐다. 어둡긴 했지만 차갑고 끈전한 사기 같은 건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오히려 포근한 기운이 카르페를 감싸 주었다.
-뭐, 공기가 포근하다고 해서 여기가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은 아닐 테지. 저길 봐라.
“……으.”
천마가 가리킨 곳에는 백골만 남은 시체가 통로에 기대어 있었다. 그 가슴을 커다란 화살이 관통한 걸로 보아, 아마도 통로에 있는 트랩이 발동해서 쏘아 죽인 듯했다.
-암왕이 이곳을 찾았다고 했었지. 아무래도 과거에 흑익 쪽에서 먼저 다녀간 모양이군.
“옷 보니까 확실하네요.”
너무 낡아서 사라지지 직전 수준이었지만, 백골에 입혀진 옷은 흑익 대원들이 입는 암복과 흡사했다.
“한두 구가 아니네 이거.”
백골을 지나쳐 걸음을 옮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백골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총 세 구였는데 바닥에서 솟아 오른 꼬챙이에 몸이 관통되어 있는 백골들이었다.
“……진짜 트랩 한번 살벌하게 깔아 놨네. 그런데 흑익이 이런 피해를 입으면서까지 여길 돌파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여기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을 거잖아요.”
-아니지. 반대로 생각해야지. 이 안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런 흉흉한 트랩이 깔려 있을까? 뭐,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인적 드문 산속에 흑마법사의 던전이 있는 건 드물긴 해도 있을 법하잖냐. 그런 거 하나만 발견해도 잭팟 터지는 건데.
“흠. 듣고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난 그것보다 얘들이 왜 이런 함정에 당했는지가 더 신기한데. 대륙 최고의 암살 집단이 이런 고전적인 트랩에 당한다고?
암살자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트랩에 대해서 박식한 편이다. 본인 스스로도 많은 트랩을 이용하기도 하거니와 수많은 트랩을 뚫고 타겟을 암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전문가들이 벽화살이나 바닥 꼬챙이 같은 1차원적인 트랩에 죽은 것이다.
천마의 말대로 확실히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 외에 다른 뭔가가 있나 보네요. 드렛슈가 만든 곳이잖아요. 화살이나 꼬챙이에 무슨 마법적인 요소가 가미된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겠군. 아무튼 주의해라. 아직 트랩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재수 없으면 백골 플러스 1스택 되는 거야.
“……신안의 목걸이가 있긴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거 없죠.”
카르페는 드렛슈의 정당한 후예인 만큼 이곳의 트랩은 카르페를 향해 발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또 모를 일이다.
카르페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냥 기우였나?”
꽤 긴 시간을 나아갔으나 다른 트랩의 발동은 없었다. 그냥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백골만이 과거의 참사가 있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이놈의 게임은 다른 시체는 죽으면 재가 되어 사라지면서 이런 건 또 백 년 넘게 남아 있네.”
-저런 게 있어야 좀 분위기가 사는 법 아니겠…… 어? 다 온 거 같은데.
비밀 통로는 빙글빙글 돌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내리막이 나타나지 않았다.
“진짜네.”
내리막이 끝나고 조금 더 앞으로 진행하자 커다란 철문이 등장했다.
철문은 반쯤 열려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미 이곳을 한 번 방문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암왕의 말대로네요.”
라이오는 통로의 가장 지하, 철문 너머에서 커다란 배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배를 수호하고 있는 듯한 가디언까지.
암왕은 그 가디언을 뚫기 위해 몇 번의 전투를 거듭했으나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잡지 못할 건 아니었지만, 그의 표현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였다는 모양이다.
“권속 소환.”
카르페가 소환 가능한 권속들을 모조리 소환했다.
크기 문제로 소환이 힘든 로이어드와 인형합일의 여파로 휴식 중인 길리안과 서리. 그 셋을 제외한 모든 권속을 소환했다.
이제 HP를 흡수하는 사기 필드도 없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주군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부디 명령을.”
“마스터! 여기 문 너머에 케세라가 있는 거야?”
“그렇다는 모양이야. 지금부터 확인해 봐야지.”
“응! 맞는 거 같아! 저 안에서 우리와 비슷한 마력 파동이 느껴져. 와, 케세라다!”
그러고 보니 미라쥬와 케세라가 친하다는 설정이었나.
권속들 중에서도 유달리 미라쥬가 좋아하는 느낌이다.
“……응?”
그러던 와중, 한창 환호하던 미라쥬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마스터. 문 안쪽에는 케세라만 있는 거야?”
“아니. 가디언도 있다는 모양이던데?”
“가디언? 으음…… 가디언…… 그럼 이건 가디언인가?”
“왜 그래? 뭐가 이상해?”
“문 안쪽에 케세라의 기운 말고 다른 기운도 느껴지고 있어. 아마도 마스터가 말한 가디언의 기운인가 봐.”
“그럼 이상한 게 아니네.”
“으응. 맞아. 그런데…….”
미라쥬는 끝까지 미심쩍다는 어투로 말을 이었다.
“왠지 익숙한 기운인데…… 정확하게 무슨 기운인지는 모르겠어.”
“그럼 지금부터 확인해 보면 되겠지.”
안쪽에서 어떤 기운이 느껴지든 카르페가 할 일은 변함이 없었다.
“그럼 간다.”
선두에 선 카르페가 반쯤 열린 철문을 밀어젖혔다.
화악!
철문이 열리며 눈에 들어온 광경은 황금빛이었다.
“……저게 케세라?”
그곳에는 커다란 황금의 배가 있었다.
배가 엄청나게 큰 크기는 아니었고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트레일러 정도의 크기였다. 다만, 폭 자체는 훨씬 넓어서 트레일러보다는 더 거대했다.
그리고 생김새 또한 일반적인 배가 아니었다. 흔히 비공정이라하면 떠올릴 만한 그런 모습이 아니라…….
“이래서 암왕이 배인지 아닌지 헷갈렸구나.”
그건 배라기보다는 우주선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UFO처럼 매끈한 외형에 길쭉하게 뻗어 있고, 뱃머리 쪽으로 추정되는 쪽에는 커다란 유리창 같은 걸 통해서 밖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게 마지막 유물 케세라…….”
-크. 멋지군. 이런 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 말이지?
“……주군.”
케세라를 보며 감탄하는 카르페의 앞으로 티나가 나섰다.
그녀는 극도로 긴장한 표정으로 어느 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색의 골렘.
티나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로이어드만큼 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동굴 천장에 닿을 만큼 커다란 골렘이 조용히 서 있었다. 아직 기동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게 가디언인가.”
카르페가 살짝 긴장했다. 척 보기에도 만만찮은 녀석임을 알 수 있었다.
“……어?”
-어, 아니 잠깐…….
“주군. 아무래도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카르페와 천마, 그리고 티나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아니, 그들뿐만 모든 권속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가디언 골렘이 문제가 아니다.
그 골렘의 오른쪽 어깨.
그곳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이건 예상 못 한 전개인데.”
-쓰읍. 하. 언제 한번 부딪칠 것 같기는 했다만.
골렘의 어깨에 앉아 있는 한 명의 남성.
검은색의 머리칼이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흐드러진 미형의 남자였다.
지금까지 카르페가 라세를 하면서 몇 번이나 봐 왔던 얼굴이다.
다만, 모든 것을 무가치하다는 듯 내려다보는 저 차가운 눈동자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위에서 오연히 내려다보는 흑발의 남성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후예.”
드렛슈의 기억 파편 중, 드렛슈의 가장 비정한 부분만이 모여서 만들어진 파편.
위신의 말살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
암흑왕 드렛슈 아크람.
카르페가 ‘흑화’라고 부르는 드렛슈의 조각이 그곳에 있었다.
* * *
흑화 드렛슈는 허공에 뜬 상태로 천천히 바닥에 내려왔다.
탁.
그 순간, 카르페를 제외한 모든 권속이 자신의 무기를 부여잡았다. 모두 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랜만……이라고 할 것까진 없겠군. 그다지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니.”
하지만 드렛슈는 다른 인형들이 자신을 노려보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카르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후. 이놈의 퀘스트는 진짜…….”
설마 마지막 유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흑화 드렛슈였을 줄이야.
예상치 못한 전개였지만, 생각해 보면 엄청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동해룡의 안에서 만났던 드렛슈가 사라졌을 때도, 또 만날 것이라는 떡밥을 왕창 깔긴 했으니까.
더욱이 이곳은 마도왕의 힘이 서려 있는 곳이 아닌가.
따지고 보면 흑화가 출현할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었다.
“그래. 이쯤 되면 결국 둘 중 하나는 끝장을 봐야 한다는 소리겠지.”
카르페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암왕 라이오와 싸울 때, 그 이상의 압박감이 카르페를 옥죄었다.
지난번 흑화 퀘스트에서도 등장했던 것이지만, 흑화 드렛슈와의 전투에서 패배하면 직업이 소실된다.
단순히 9성 스킬 하나만 날아가는 암왕 라이오 전(戰)과 비교하면 그 무게가 달랐다.
‘……후우. 힘들 거 같은데.’
-…….
동해룡의 안에서 잠깐 싸웠을 때도 느꼈지만, 흑화 드렛슈의 강함은 비상식적이었다. 지금까지 만나 왔던 모든 파편과 궤를 달리하는 강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합일이라도 남아 있으면 어떻게 비벼 볼 수라도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모든 합일 스킬을 방금 전에 써 버리고 말았다. 합일류 스킬은 쿨타임 감소 효과도 먹히지 않았으니 쿼터 라이프로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후. 뭐, 어쩌겠어. 해 봐야지.”
카르페는 자세를 잡은 상태로 흑화 드렛슈를 노려봤다.
다른 인형들 역시 카르페가 뛰어드는 순간, 같이 뛰어들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
흑화 드렛슈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나 보군.”
“……뭐?”
“나는 너와 싸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플레이어에 대한 암흑왕 드렛슈 아크람의 호감도가 일정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드렛슈의 마지막 유물 퀘스트가 자동으로 클리어됩니다.] [가디언 골렘이 암흑왕 드렛슈 아크람에 의해 기동 정지 상태로 전환됩니다.]“……어?”
“사해의 비호를 받는 것이 확인된 이상, 너는 내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존재다. 위신조차도 너라는 존재를 예상하지 못하겠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카르페는 백화 드렛슈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백화 드렛슈가 처음 흑화 드렛슈를 언급했을 때, 해 줬던 말이었다.
‘흑화 드렛슈는…… 위신의 말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쓸모없다고 판단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제거하겠지요. 단.’
‘그에게 유용하다고 판단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이제 카르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게 그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