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49화(49/581)
딸랑.
“어서 오세요. 혼자 오셨나요?”
“아, 네. 돼지국밥 하나요.”
“네~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홀에 돼지국밥 하나요!”
카르페, 아니 정훈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이었지만 대학가 근처의 음식점이다 보니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어으. 어깨야.”
너무 열심히 했나?
정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오른쪽 어깨를 주물렀다.
오늘은 게임을 오전 일찍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10시간을 전부 채우고 나와도 저녁 8시쯤밖에 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영상 편집에 힘쓸 시간이었으나 룸이 개방된 이후 영상 쪽은 천마가 전담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잠들기에도 시간이 애매했고……. 잠시 고민하던 정훈은 문득 스치고 지나간 생각 때문에 산책을 나왔던 것이다.
목적지는 바로 게임 센터!
정확히는 게임 센터에 있는 ‘리듬 게임’이었다.
‘눈앞에서 그런 망치질을 보면 의욕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
퍼거스의 기술에 감명받은 후, 조금이라도 제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신나게 리듬 게임을 두드리고 온 참이었다.
라세에서 10시간을 투자하고 나온 직후에 또 라세 때문에 게임 센터로 출근하다니……. ‘빠져도 단단히 빠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그렇게 유별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라세가 일으킨 변화였다.
대표적인 예로써, 통계청의 기록에 따르면 반년 전부터 운동, 스포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헬스, 양궁, 검도, 권투나 주짓수 등등. 주로 직접적으로 몸을 쓰거나 무기를 다루는 운동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 대신 안타깝게도 구기 종목들은 인기가 떨어졌지만,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총 운동 인구는 폭증했다.
현실의 신체 능력이 캐릭터의 조작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헬스나 다녀야 하나?’
미국의 저명한 한 사회학자는 라스트 세이비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떤 문화보다도 유례 없이 빠르다 했고, 또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 평했다.
이제는 게임 센터의 리듬 게임에 북과 채 대신, 망치와 모루가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상.
어쩌면 정말로 ‘자네, 직업이 뭔가?’라는 질문에 ‘XX 길드 성기사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세상이 올지도 몰랐다.
“국밥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호로록.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다데기를 투하한 후 한 숟갈 뜨자, 따뜻한 행복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그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뜨~끈한 국밥은 변하지 않는다. 국밥 한 그릇이 만 원을 뚫지만 않는다면 세상 어떤 고난도 이겨 낼 수 있으리라.
“아오. 오늘 레이드 생각할수록 개 아깝네. 겨우 3페이즈까지 봤는데.”
“마지막에 크리티컬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냐. 정수 그놈 재수가 드럽게 없는 거지.”
“내가 뭐랬냐? 평소에 방패 강화 좀 해 둬야 했다니까. 안전강화만이라도 해 두라고 그리 말해도 어차피 갈아탈 장비 돈 아깝다고 버티더니……. 결국 방패 터지고 레이드를 조지네.”
대학가 근처의 번화가라 그런지 손님들은 주로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주된 관심사는 당연히 라세였다. 이제 식당에서 라세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당장 가게에 걸린 TV만 해도 라세 전문 뉴스를 알려 주는 채널을 틀어 놓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9시! 오늘의 라세!’ 의 캐스터 전용진!
-이예나 입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오늘도 저희 방송에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이슈를 모아봤는데요…….
“이야, 용진이 형 오늘 갑옷이 평소랑 다른데? 득템이라도 한 건가?”
“예나 코스튬은 오늘도 저세상 텐션이네. 진짜 센스 대박이다.”
이제 TV 생방송조차도 라세 안에서 진행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고작 반년 만에 이 정도인데 3년쯤 뒤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 걸까? 정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깍두기 하나를 아삭! 씹었다.
아, 이 집 깍두기 잘하네.
-첫 번째 소식은 바로 한국의 자랑스러운 플레이어 ‘천검(天劍)’의 소식입니다!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용진이 형은 진짜 너무 대놓고 천검 빠돌이라니깐. 저 저, 입 찢어지는 거 봐라.”
“대한민국에서 천검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 당연한 반응이지.”
“여기도 빠돌이 한 명 있었네.”
“그래서 넌 싫다고?”
“아니…… 그건 아니고.”
‘천검’이란 이름은 라세를 시작하기 전부터 익히 들어 본 이름이었다.
아니, 들어 보고 자시고 할 레벨도 아닌 게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한국인이 바로 천검이었다.
그야말로 영화, 게임,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완벽 초인.
미소녀 + 최고의 프로게이머라는 말도 안 되는 조합의 현실판!
몇십년 전에 유행했던 하이퍼 FPS 게임의 D.va라는 캐릭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입증해 버린 것이다.
국내 랭킹 1위. 세계 랭킹 5위. 소수 정예 길드로 유명한 에덴(Eden)에서도 독보적인 플레이어.
세계 최정상급의 게임 실력과 웬만한 아이돌 센터는 흔녀로 만들어 버리는 외모의 조합은 그녀를 지구촌의 대스타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중국에서의 인기가 상상 초월이라, ‘천검’이라는 별명도 중국 팬들이 불러서 쓰다가 공식적인 명칭이 된 케이스였다.
아무튼 그런 범지구적 인기를 구가하다 보니 광고계를 휩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앞으로 가수나 배우로 활동할 거라는 유언비어마저 돌고 있는 실정이었다.
-자, 이번 영상에서도 보스를 깔끔하게 처리했군요. 예나 씨. 방금 영상에서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혹시 발견하셨나요?
-글쎄요? 천검을 바라보는 용진 씨의 표정이 매우 헤벌쭉했다는 거?
-크, 크흠. 발견하지 못하신 것 같으니까 제가 짚어 드리겠습니다. 지금 장면은 천검이 보스를 쓰러뜨리고 난 직후의 정지 장면인데요. 그녀의 검이 살짝 황금빛으로 빛나는 게 보이십니까?
-그렇긴 한데…… 저게 특별한 건가요? 스트라이킹의 스킬 이펙트 같은데요?
-하하. 아마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라세 고인물들의 눈에는 조금 다르게 비치지요. 스트라이킹의 이펙트는 저것보다 더 진한 황금색입니다.
-흐음…… 이상하네요? 버프 스킬 중에서 스트라이킹 외에 황금빛 이펙트가 있던가요?
-예나 씨도 이제 어엿한 중수가 되셨군요. 맞습니다. 버프 중에 저런 이펙트를 내는 건 없죠. 즉, 스킬 효과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건?
-놀라지 마십시오. 저 이펙트는 바로 무기를 10강까지 성공했을 때의 이펙트입니다!
-네?! 10강? 말도 안 돼요!
진행자들의 발언에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10강? 천검 무기 유니크 아니었어?”
“와 씨. 유니크를 10강까지 성공한 거야? 세상 혼자 사는 것처럼 다 가졌는데 심지어 운도 좋아? 이게 나라냐! 운 좋은 것들은 세금 더 내라고 해!”
“세금도 많이 내고 기부도 많이 하고 있으니까 열폭 그만. 추하다.”
“진짜 부럽다. 유니크 10강은커녕 레어 9강도 못 만져 봤는데.”
진행자는 마치 자신이 10강에 성공했다는 듯 뿌듯한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그녀의 검은 익히 알려진 대로 ‘빙설(氷雪)’이라는 유니크 검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10강 유니크를 보유하게 된 셈이죠.
-와. 그럼 세계 랭킹 1위도 가능한 거 아니에요?
-아마 1위까지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3위까지는 노려볼 만…….
“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와 닿지 않았던 정훈은 묵묵히 숟가락만 움직였다.
여기 사람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국밥 퍼먹고 있는 사람이 12강 레전더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퍼거스는 진짜로 괴물이었구나.’
9성 제작 스킬을 두 개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괴물이긴 했지만…… 그래도, 10강 유니크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템으로 취급받는 시점에 12강 레전더리를 뽑아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TV에서 10강 유니크를 띄워 주는 발언을 할 때마다, 왠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오늘의 신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으으. 저는 이 시간이 제일 싫어요. 재능러들 보면 자괴감이 들어서…….
‘9시! 오늘의 라세!’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항상 그날의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이나 유망주를 소개해 주는 식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화제가 된 인물이죠. 예나 씨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어, 설마?
-네. 바로 천마 TV의 주인공 ‘천마’입니다!
“푸쿠훕!”
정훈은 사레에 걸려서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기침 소리를 내었다.
물을 들이켜서 조금 진정시킨 후,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계속 TV를 시청했다.
-와! 저 진짜 팬인데!
-원피단 척살, 게릴라 퀘스트 공개, 헬 비스트 원 킬 영상까지. 단 두 개의 영상만 공개되었지만 이미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하죠. 너무 믿기 어려운 영상들이라 핵이니 주작이니 말은 많지만요.
-천마님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예나는 무슨 유망주 나올 때마다 팬이라 그러네.”
“그런 컨셉인가 보지 뭐. 그런데 저 천마 영상 너도 봤냐? 주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싸우기는 오지게 잘 싸우더라.”
“원피단 잡아먹는 건 사이다 그 자체긴 했었지.”
정훈은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부끄러워서 하염없이 물만 들이켰다.
-일단 저는 중립적인 입장입니다. 핵이나 영상 합성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말도 안 되는 게 사실이라서요.
-흥. 그런 기계적인 중립이 제일 나쁘거든요?
-하하. 저희 같은 사람들은 가능성을 항상 열어 둬야 하는 법이니까요. 어? 잠깐만요. 예나 씨. 방금 막 천마 TV에 새로운 영상이 업데이트됐다는 모양인데요?
시청자들의 실시간 채팅을 읽고 있었던 것인지 남성 진행자는 허공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정말요? 지금 바로 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타이밍이 좋네요. 시청자 여러분, 지금 바로 영상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천마 TV의 새로운 영상이 공개되는 그 순간.
-꺄아아악!
“으엑!”
“미친, 깜짝이야!”
사람들이 저마다 비명을 질렀다.
영상은 시작 부분부터 꾸물꾸물 기어 다니는 ‘거대 슬레터’의 자태를 고스란히 담아냈던 것이다!
“와, 슬레터 영상을 찍어 놓곤 혐 표시도 없고 모자이크도 안 했다고?”
“인성 봐라. 천마가 아니라 악마였네.”
“……입맛 다 날아갔다.”
“어떻게 저런 거랑 싸울 생각을 하지? 눈 마주친다고 생각해 봐.”
“선 채로 기절하기 가능. 엉엉 울면서 엄마 찾기 쌉가능.”
“…….”
이 형은 도대체 뭘 올린 거야!
정훈은 속으로 ‘미안합니다’를 되뇌며 물만 하염없이 들이켰다.
-으으. 용진 씨. 얼른 꺼 줘요. 저 이런 거 못 견딘단 말이에요! 울 거야. 울 거라고!
-으음. 죄송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예나 씨가 멘탈이 터져서 이 이상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영상이 궁금하신 분은 채널 라세에서 ‘천마 TV’를…….
틱!
홀에서 서빙하던 알바생이 당황하며 TV를 꺼 버렸지만 너무 늦은 조치였다.
“……갈래.”
“속이 이상해. 나 편의점에서 약 좀 사 가야 할 것 같아.”
“국밥집까지 와서 강제 다이어트 시켜 준 천마 TV 너무 고맙다. 이름 딱 기억했다.”
“손님? 손님?!”
정훈을 제외한 모든 손님이 일제히 일어나 계산 후 자리를 떠나 버렸고.
“아니, 이걸 다 남기면 어떡해!”
그렇게 그날 ‘장수 국밥’은 개업 이래 최고의 잔반량을 기록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