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0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02화(502/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플레이어의 룸에 새로운 오브젝트 ‘천공의 케세라’가 정착하였습니다.] [새로운 오브젝트가 거주하기엔 룸의 공간이 협소합니다. 룸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것을 제안합니다.]“응? 업그레이드?”
실로 오랜만에 보는 단어다.
100레벨 즈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업그레이드 퀘스트가 등장하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끝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공간이 협소하다니?”
카르페는 고개를 돌려 케세라가 있는 공터를 봤다.
대형 트레일러 정도의 크기다 보니 공터를 꽤 많이 잡아먹긴 했지만, 그렇다고 협소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룸이 업그레이드될 시, 공간 확장과 더불어 각종 설비 시설이 추가되며 기존 생산 설비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업그레이드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뭐, 시켜 준다는데 안 할 이유는 없지.”
오히려 좋아!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자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룸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재료 목록이 등장했다. 기존과 똑같은 방식이었다.
“재료가 이번에도 뭐가 많네요.”
-아이언 헤드 스콜피온 장갑? 저건 220레벨 몬스터인데…… 흠. 점점 더 난이도가 올라가는군.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요.”
-그래도 두 개 정도 빼고는 구할 만하네. 시간만 투자한다면.
“그건 다행이네요.”
그렇게 천마와 업그레이드 재료를 분석하는데, 저택에서 엘리스가 걸어 나왔다.
“후예님! 수고 많으셨…… 어머! 이 배가 케세라 님인가요!”
“아, 네. 엘리스. 안녕하세요.”
“와, 와아! 와아아아!”
케세라를 발견한 엘리스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감탄을 터뜨렸다.
“저, 저기요. 후예님. 제가 좀 살펴봐도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 같은데…… 저, 케세라?”
카르페가 아바타 케세라를 부르자, 깜짝 놀란 케세라는 곧장 티나의 등 뒤로 숨어 버렸다.
그러곤 고개만 빼꼼 내민 채로 대답했다.
“네, 넵. 선장님! 부르셨어요!”
“저 배 안을 좀 살펴봐도 될까? 아, 이쪽은 엘리스라고 하는데…….”
다른 유물과 달리 케세라와 엘리스는 초면이었기에 대충 소개를 마친 후, 용건을 전했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케세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괜찮아요. 솜씨 좋은 공학자님이라면…… 저를 더 멋지게 만들어 주실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이에요. 케세라 님. 저에게 맡겨 주세요!”
케세라의 허락이 떨어지자 엘리스는 눈을 반짝이며 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허허. 자발적 야근이라니. 바람직한 모습이네요.”
-그렇게 블랙 기업 사장마냥 말하지 마.
룸으로 복귀 이후, 권속들이 룸 공간에서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중 길리안은 카르페와 적당히 떨어진 정원 공터에서 데스 나이트 기사단을 소환한 다음, 이상한 강연을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갈고닦은 비장의 개그를 들려주도록 하지!>
<대장의 새로운 개그라니. 그거 기대되는구만!>
<확실히 아몬드가 죽으면 다이아몬드라는 건 혁명적인 개그였지.>
<나는 아직도 종종 떠올리면서 갈비뼈가 빠지게 웃는다네!>
<음홧홧! 호응이 좋군! 좋아. 길 가다가 나무를 주우면?>
<나무를 주우면? 그게 뭐지?>
<우드득! 여기서 우드(Wood)는 나무이고 득(得)이란 건 한문이라는 문자인데 얻는다는 뜻…….>
<푸헐!! 대장! 그거 절묘하구만!>
<음홧홧! 또 있다! 노인을 꽉 묶으면 뭐라고 하는 줄 아는가?>
<노인을 묶는다니 너무 잔인하군.>
<그래서 뭐요? 대장.>
<타이틀! 여기서 틀이라는 것은 틀니의 줄임말로 늙은이를 나타내는…….>
<크하하하! 배꼽 빠지겠군!>
<배꼽은 없지만!>
<틀이라…… 그럼 우리들도 데스 나이트가 아니라 데스 나이틀인감?>
<크하! 자네 좀 치는데? 레이디들에게 인기 좀 얻겠어!!>
와하하하하-!
어르신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그렇게 끔찍할 수가 없었다.
카르페가 질린 눈으로 천마를 쳐다봤다.
“……형. 도대체 뭘 보여 주고 있는 거예요?”
-……내가 보여 준 거 아니다. 길리안 영감이 자기 멋대로 깔깔 유머집 꺼내 본 거야.
“좀 태워요.”
-그게 안 되더라고…….
그래도 길리안을 제외한 다른 권속들은 아주 정상적이었다.
아리스테나의 경우, 메이드라는 설정답게 몇몇 가사 다람쥐를 데리고 저택 이곳저곳을 청소하고 있었다.
“매리. 그쪽 작은 틈 사이에 있는 얼룩을 부탁해요.”
“뀨웃!”
“후후. 잘하셨어요. 여기 도토리예요.”
“뀻!”
아리스테나는 이미 모든 다람쥐들에게 시녀장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실리아의 경우, 세계수 밑에서 로이어드를 침대 삼아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권속들은…….
“있지. 케세라. 내가 조금 생각해 봤는데 케세라는 부선장으로서의 위엄이 살짝 떨어지는 것 같아.”
“그, 그래? 그럼 안 되는데…….”
“응! 그러니까 강한 대사가 있어야 해! 날 따라해 봐. 아호이!”
“아, 아호이?”
“책에서 봤는데 뱃사람들이 하는 인사래! 마침, 케세라의 머리색이랑 딱 어울려! 아호이!”
“아호이…….”
“좀 더 힘차게! Ahoy!!”
“뀻!뀨~우!”
“향. 멋진 인사였습니다. 실로 기사의 귀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봐. 향도 잘하잖아!”
“으아앙! 해적 너무 멋있는 거다요! 쿠리도 해적단에 가입시켜 주는 거다요!”
“좋아. 내가 일등선원이니까 쿠리는 이등선원! 괜찮지? 부선장?”
“으, 응. 아호이…….”
“흐히히. 좋아!”
자기들끼리 나름대로 친목을 다지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그런 광경이었다.
“평화롭네요.”
그래. 드디어 천고의 고생 끝에 모든 유물을 손에 넣었다.
오늘 하루쯤은 이 평화를 만끽하며 쉬어도…….
“……는 개뿔. 놀면 뭐 하나. RPG는 렙업이다! 레벨링하러 갑시다!”
-그래. 네가 웬일로 10분이나 얌전하나 했다.
“천마비급에 기록된 적당한 사냥터를 알고 싶소. 그게 아니라면 득템의 장소도 좋소. 둘 다면 제일 좋고.”
-음…… 잠깐만. 그럼 거기나 가 볼…….
그 순간이었다.
삐삐삐-!
경고음과 함께 붉게 점멸하는 시야. 하루에 할당된 접속 시간이 곧 끝난다는 의미였다.
“……쓰읍. 사람이 기껏 열심히 하려고 했더니.”
-넌 좀 덜 열심히 해도 될 것 같아.
“후. 어쩔 수 없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카르페는 모두에게 인사를 마친 후, 접속을 종료했다.
* * *
“으다다다.”
접속 캡슐에서 나온 정훈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정훈의 기기가 블랙 등급 계정에게만 판매된다는 최고급 기기였으나, 오랜 시간 한 자세로만 있다 보면 몸이 찌뿌둥할 수밖에 없었다.
우드득.
“어우. 우드득 소리까지…… 우드득…… 풉.”
젠장. 웃어 버렸다. 자존심 상해!
길리안의 개그에 웃어 버린 정훈은 고개를 한 차례 저은 뒤, 핸드폰을 챙겼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저녁을 해결하고…….
“응?”
그렇게 핸드폰을 보니, 못 보던 번호로 하나의 문자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정훈 고객님.] [R.A.S.E에서 인사드립니다. 먼저, 당사의 게임을 즐겨 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연락을 드린 건 다름이 아니오라, 강정훈 고객님을 당사에 초청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중략)…… 부디 꼭 참석해 주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길 바랍니다. (무료 수신 거부) 080-……]“……어?”
조금도 예상치 못한 곳으로부터의 연락. 라스트 세이비어의 개발사인 R.A.S.E로부터의 문자였다.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의 블랙 등급 계정 보유자분들에 한해 초청 행사가 있으니 꼭 방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발표 사항이 있다는 말도 덧붙여서 말이다.
“뭐지?”
신종 스팸인가?
정훈은 가장 처음 그런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 보았으나, 정말로 라세의 번호가 맞았다. 정훈이 캡슐을 전달받았을 때 본 그 번호였다.
정훈은 곧장 배후령 어플을 열어서 천마에게 소식을 알렸다.
[나 : 형. 라세에서 블랙 등급 초청한다고 문자 왔는데 이거 뭔지 아세요?]답장은 곧장 돌아왔다.
[천마 지존 : 아. 그런가. 그 시기가 된 건가? 메인 스트림 공개되고 얼마 뒤에 시작하는 거였으니 딱이긴 하군.] [나 : 이게 뭔데요?] [천마 지존 : 내가 말해 주는 것보다 한번 가서 봐 봐. 좋은 경험이 될 거니까.]“흐음. 대체 뭐길래…….”
천마는 직접 가는 게 더 재밌을 거라고 하면서 결국 내용을 가르쳐 주진 않았다.
“날짜는…… 이틀 뒤네.”
재밌는 거라니 안 갈 수도 없고 참.
정훈은 결국 참석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 * *
그리고 이틀 뒤.
“후우.”
정훈은 R.A.S.E 한국 지부 건물 바로 앞에 도착해 있었다.
강남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보니 찾아오는 길이 어렵진 않았다. 애초에 캡슐을 구매하기 위해서 방문해 본 적 있는 곳이기도 하고.
정훈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1층 안내 데스크를 찾았다.
정훈이 다가가자 데스크의 여성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오늘 이곳에 행사 참여 일정이 있어서 왔는데요.”
“……행사요?”
데스크의 여성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행사가 있다고 전달받은 것은 없습니다. 혹시 착오가 있으신 게 아닐까요?”
“네?”
뭐지? 진짜 스팸이었어?
라고 생각하기엔 천마도 맞다고 했는데……?
정훈과 데스크 안내원 둘 모두 당황하던 그때. 직급이 높아 보이는 여성 한 명이 데스크 직원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요?”
“아. 네. 매니저님. 여기 고객님께서 행사에 초청받아 찾아오셨다고…….”
“행사?”
매니저라 불린 여성은 살짝 놀란 눈으로 정훈을 쳐다봤다.
“혹시 행사가 없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일부 직원만 알고 있는지라…… 지금부터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지영 씨. 이쪽 고객님은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그리고 직후, 새로운 매니저는 정훈을 어딘가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에는 홍채 인식 장치가 있었다.
“안내에 앞서 당사자가 맞으신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인식 장치를 봐 주시겠습니까?”
정훈이 장치를 쳐다보자, 곧바로 ‘블랙 계정 확인’이라는 정보가 떠올랐다.
“확인되셨습니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명찰을 지급해 드리는데 혹시 본명 그대로 사용하실 건가요? 게임 닉네임도 괜찮습니다.”
매니저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었다.
“먼저 오신 분들 중에서는 전혀 다른 이름을 사용하신 분도 계십니다.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정해 주세요.”
“어, 네…… 아뇨. 잠시만.”
정훈은 본명 그대로 쓰려다가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싶어서 새로 짓기로 했다.
“천마…… 아니. 묵향으로 해 주세요.”
천마라는 이름을 쓰려고 했는데 그것도 너무 어그로가 끌리는 것 같아서 묵향으로 최종 결정!
“네. 묵향. 알겠습니다.”
매니저는 금세 프린트된 명찰을 마련해서 정훈에게 건넸다.
“그럼 지금부터 최상층으로 모시겠습니다. 묵향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