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0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05화(505/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그러니까…….
카르페의 말을 전해 들은 천마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거기에 천검이 왔다고? 이상한데? 나도 몇 번 참석한 적 있는데 천검이 왔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흐음.
“신기하네요. 천검 외엔 형이 말한 구성이었거든요? 마모니즘 길드장이랑, 밥맛이랑, 남녀 한 쌍. 별명이…… 아르엔이랑 카잔이었나?”
-그래. 그게 내가 아는 원래 구성이란 말이지. 아, 아르엔은 연금술사 계열 히든 직업 랭커고, 카잔이라는 남자는 랭커는 아닌데 아마 지금 에픽급 퀘스트 수행 중일걸.
“헐. 에픽 퀘스트요?”
-그래. 1년 뒤 쯤에 자기가 인터뷰에서 밝힐 거야. 퀘스트 내용은 나도 모르고.
“하긴…… 라세 유저만 5억이 넘는데. 그중에서 에픽급 퀘스트를 수행 중인 사람이 있긴 하겠죠.”
-그것보다도 천검이 왔다라. 내가 아는 미래에는 없는 내용인데…… 무언가 다른 변수가 있었다는 거구만.
천마는 그렇게 말한 뒤, 카르페를 응시했다.
-너네.
“네?”
-그 변수가 너라고. 내가 참가했을 때는 안 왔고, 네가 참가했을 때는 왔으면, 네가 원인인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잖아.
천마는 결론을 내렸다.
-너 보려고 굳이 온 거네. 캬, 게임 잘하고 볼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가 굳이 얼굴 보겠다고 직접 찾아오기도 하고.
“……진짜로?”
-그거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냐? 심지어 천검이 나갈 때 일정이 있어서 먼저 가 보겠다고 했다면서?
“그랬죠.”
-그런데 그 일정이 너랑 커피 마시는 거였네? 이쯤 되면 빼박이지. 걔는 메인 목적이 거기 참석하는 게 아니고 너 보러 온 거야.
팔랑팔랑.
카르페의 얇은 귀가 펄럭거렸다.
“그……런가? 저도 솔직히 호옥시나 했거든요? 그런데 그건 너무 자의식 과잉 같잖아…….”
-아니,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 실제로 쩌는 거 맞잖아?
천마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을 내뱉었다.
얘가 과거에 썸녀(라고 카르페 혼자 생각했던)에게 한 번 까인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런지, 이런 쪽으로는 영 자신감이 부족했다.
객관적으로 카르페의 스펙이 어떠한가.
라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게임계의 유일신. 이 세상의 막대한 부가 라세로 쏠리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그리고 카르페는 그런 라세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였다. 일개 개인의 힘으로 라세라는 또 다른 세상을 비틀어 버릴 수도 있는 존재였다.
군터? 천검? 카르페와 비교하면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재산은 또 어떤가.
카르페가 지금 보유한 아이템이나 골드만 처분하더라도 강남 한복판에 빌딩 올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세계의 대부호로 이름 알린 사람들 수준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미래는 또 모른다. 라세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카르페는 충분히 대부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외모? 나쁘지 않다. 아니, 괜찮다.
천마가 보기에는 ‘꾸미면 괜찮아지는 훈훈한 너드’가 딱 카르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헬스를 시작한 이후로 몸도 탄탄해져서 그것도 시너지가 괜찮다.
심지어 성격도 크게 흠 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남에게 이유 없이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설령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서 한 번 더 숙고한다.
즐겜러 성향이다 보니 가끔 급발진을 하는 게 문제이긴 한데,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브레이크가 걸리는 편이었다.
굳이 카르페의 단점을 하나 꼽으라면 극도의 겜창인생이라는 건데…… 사실 이건 과거에나 단점이었지, 현 시점에서는 그리 큰 단점도 아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정말로 ‘자네 직업이 뭔가?’ ‘성기사입니다.’ ‘이 결혼 허락하겠네!’ 같은 상황이 오니까.
즉, 카르페의 스펙은 재산, 외모, 성격, 미래가치 중 어디 하나 빠지는 요소가 없다.
게다가 여기서 국가 대항전에 나가 금메달까지 따면 명예도 추가된다. 완전체라는 소리였다.
-너 정도면 천검이 직접 찾아오는 것도 하등 이상하지 않…… 아니, 잠깐만.
내가 왜 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우리 애(?)가 자신감 없어 하는 모습을 보고 욱해서 급발진을 했는데, 사실 이건 천마에게 있어서 굉장히 좋지 않은 신호였다.
‘이놈이 연애에 눈을 뜨면 게임도 대충할 거 아냐?’
그래선 안 된다. 이건 절대로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괜히 장르 소설에서 독자들이 ‘히로인은 전부 죽여라! 히전죽! 히전죽!’을 외치는 게 아니다.
잘 진행되던 글이 괜히 연애 파트로 빠져서 분량 잡아먹고, 궁금하지도 않는 꽁냥꽁냥으로 다 때워서 스토리 진행이 점점 지지부진해진다면?
지금 뿌려 놓은 떡밥이 얼만데 나가라는 진도는 안 나가고 감히 꽁냥질을 하느냐, 이 말이다!
결국 연애 파트가 장기화될수록 답답한 독자는 하차하게 되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황폐화되는 등의 악순환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르페가 연애에 흥미를 보이면 게임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될 것이고, 게임 클리어 확률이 급감하게 될 것이며, 천마 자신은 사이버 유령이 되어 전뇌세계를 떠돌다가 또 회귀하게 될 것이다.
‘이러다 하루 접속 10시간도 못 채우는 거 아니야?’
그 사태만은 막아야만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천마가 태세를 전환 후,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너, 그라믄 안 돼.
“네?”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지금 먹어야 할 아이템과 퀘스트가 산더미인데 여자 만나서 커피나 마시고 말이야. 하. 즐겜러 카르페 다 죽었구만. 라세에 살고 라세에 죽는다던 그 당찬 포부가 엊그제 같은데…….
“……제가 그랬어요?”
-그랬지. 하. 나쁜 새키. 늙은 형이랑 어린 향이 놔두고 자기 혼자 커피 데이트를 해? 야!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너, 나. 향이! 한날한시에 태어나진 않았지만, 나는 쭉 형제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세 명이 도토리나무 아래에서 평생 솔로로 지내겠다는 맹세까지 했었는데 그걸 어기려 들어?
“뀨웅?!”
탁. 데구르르르.
옆에서 얌전히 도토리를 먹고 있던 묵향이 깜짝 놀라 도토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딴 맹세 한 적 없거든요! 애 놀랐잖아! 이 노총각 귀신아! 향아. 걱정 마. 형이 꼭 너 장가보내 줄게.”
“뀨우우웅…….”
“그래. 그래. 핑크 털 마법 다람쥐로다가.”
“뀻!”
-……아무튼 넌 연애 같은 거 꿈도 꾸지 말고 게임이나 열심히 해라. 내가 겪어 봐서 아는데 결국 남는 건 게임뿐이더라. 나머지는 다 부질없다.
“형. 오늘따라 진짜 미친 거 같아요.”
-정 하고 싶거든 내가 한 다음에 하든가. 찬물도 위아래가 있거늘, 어딜 유교국가 대한민국에서 형이 연애를 못 해 봤는데 동생이 먼저 하려고 하냐?
“후. 알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게임이나 하…….
“그럼. 형 태어난 년도 월일이랑 시간 좀 불러 봐요.”
-……응? 그건 갑자기 왜?
“저도 형 총각 귀신인 거 늘 마음 아프긴 했거든요. 그래서 좀 찾아봤더니 영혼결혼식이란 게 있더라고. 이게 뭐냐면, 죽은 사람들끼리 결혼시켜 주는 건데 사주팔자 조합을 봐야 해서…….”
-야 이 개새캬!!!
* * *
천마가 뚱한 표정으로 카르페에게 물었다.
-그래서. 결국 만나서 무슨 얘기 했는데? 커피만 마시진 않았을 거 아냐.
“커피만 마셨는데요?”
-……뭐?
“아니, 말수가 없더라고요. 저도 딱히 할 말이 없던데…… 그냥 게임 얘기 잠깐?”
-오우. 데이트 나가서 게임 이야기 하는 남자가 여기 있었네.
“……많이 한 건 아니고요. 잠깐 한 거죠. 아, 그건 신기하더라. 내가 어떻게 천마인지 알아봤냐고 물어보니까, 오히려 그걸 왜 모르냐고 묻던데요? 얼굴 보면 당연히 알지 않냐고. 그냥 정체 숨기는 거 같아서 자기도 아는 척 안 하고 있었대요. 신기하죠?”
-흠. 신기한가? 뭐, 그렇다 치고. 그밖에는 무슨 얘기 했는데?
“……그게 끝인가?”
-…….
“…….”
-그 커피를 얼마 정도 같이 마셨는데?
“한 20분?”
-그중에서 대화를 나눈 시간은?
“……한 5분?”
-그걸 보통 커피 데이트라고 하냐? 그 정도면 그냥 같은 공간에서 커피 마신 사이 아님? 그러고 그냥 헤어졌어?
“네. 게임 해야죠. 10시간 다 태워야지.”
-에라이 등…… 아니다. 잘했다. 그래. 게임이 우선이지. 그 마음가짐 잊지 마라. 천검은 그냥 감사 인사라도 전하러 온 모양이네. 게임에서 인사하는 거랑 직접 만나서 하는 건 또 다른 거니까.
“안 그래도 공룡 던전에서 일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런 거다. 결코 너한테 관심 있어서 번호를 물어본 게 아니다 이거지.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너무 단언하는 건 안 좋은 겁니다.”
-쯔쯔. 그래서 뭐, 그 이후에 연락이라도 따로 왔냐?
“……아뇨.”
-거 봐라. 내 말이 맞다니까. 자, 쓸데없는 에피소드는 잊어버리고 오늘도 열심히 게임이나 하자. 먹어야 할 아이템이 많다.
“후. 알겠습니다. 할 건 해야지.”
카르페는 룸 공간에서 나와 200레벨 부근의 사냥터로 향했다.
‘초록 숲’이라는 사냥터였는데 주로 슬라임 계열 몬스터가 등장하는 필드 사냥터였다.
카르페의 현재 레벨보다 살짝 높은 수준의 사냥터였지만, 이곳의 보스 몬스터가 룸 업그레이드 재료 중 하나를 드랍했기에 이곳을 방문했던 것이다.
“이거도 오랜만에 써 보네.”
카르페가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모 만화에 등장하는 소원 구슬 탐지기처럼 생긴 레이더.
바로 필드 몬스터의 위치를 알려 주는 FB 레이더였다.
삐빅.
[현재 범위 내에 필드 보스 1개체가 있습니다. 해당 좌표를 미니 맵에 표시합니다.]“오, 다행히 있네.”
-현시점에서 이 레벨대 몬스터를 잡으러 오는 파티가 많진 않겠지. 두 자릿수 랭커가 파티를 꾸리지 않는 다음에야.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슬라임 계열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물리 공격에 대한 강력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별로 인기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게다가 드랍하는 아이템도 점액 관련 재료 아이템인 경우가 많아서 연금술사 계열 직업이나 찾아올 뿐, 그것마저 없었다면 인기 없는 게 당연한 몬스터였다.
“찾았다.”
초록 숲의 몬스터를 처리하며 어느 정도 진행해 나가자, 드디어 목표로 하던 보스 몬스터와 조우할 수 있었다.
[블랙 킹 슬라임]거대한 검은색의 슬라임이 공터에서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속에서 거대한 호랑이 몬스터가 발버둥 치고 있었는데, 이제 막 먹잇감을 사냥한 듯 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쟤는 슬라임이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천재신가?”
카르페는 은밀히 블랙 슬라임 곁으로 붙었다. 녀석은 식사에 정신이 팔려서 아직까지 카르페를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
“득템을 했으면 써 봐야지.”
카르페는 이곳으로 오기 전, 대량의 무기를 구매한 참이었다. 대부분이 레어 등급의 무기였다.
“물리 내성 보스 몬스터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인지 한번 볼까! 가라, 만천화우!”
촤르르르륵!
그 순간, 카르페의 품속에서 백에 가까운 무기가 떠올랐다.
* * *
그리고 그 시점.
“으음…….”
천검, 아니 류세아는 약 1시간째 핸드폰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라고 연락해야 하지.”
일적인 것을 제외하면 남성에게 한 번도 먼저 연락을 해 본 경험이 없는 그녀였다.
평소처럼 시렌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하다가…… 결국 그녀는 스스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나 그녀를 의지할 순 없었다.
“인터넷…… 찾아보면 있겠지…… 아.”
인터넷에서 먼저 연락하는 법을 찾던 그녀는 좋은 문구를 발견했다.
“싱글이세요? 전 벙글이에요…… 이거 좋다. 센스 있어.”
그녀는 후후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