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08)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08화(508/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꾸르르릉.
하늘이 갈라진다. 비유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갈라진다.
화창했던 하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아포칼립스 하늘이 되어 버렸다.
“아까 말했었지? 여기는 내 기억을 바탕으로 구현된 공간이라고. 그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잠시 체험시켜 주마.”
드렛슈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손을 딱! 치는 순간이었다.
“네? 윽?!”
휘오오오오.
하늘에 뚫린 어마어마한 크기의 균열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만!”
거대한 흡입력에 카르페의 몸 또한 들썩였다. 이대로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서 재빨리 주변에 있는 야자나무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드렛슈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자, 들어 봐. 지금 열린 저 차원의 좌표를 찾는 게 제일 큰 난관이었지. 다른 것들에게는 작용하지 않으면서 정신체를 대상으로만 인력이 작용해야 했으니까. 그 조건을 만족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지.”
“아니, 정신체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닌데요? 지금 다 빨려 들어가잖아!”
카르페만 지금 빨려 들어가려고 하는 게 아니다. 해변의 모래나 바닷물,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죄다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우드드득.
심지어 카르페가 붙잡고 있던 야자나무도 뿌리째 뽑히려 하고 있었다!
카르페의 말에 드렛슈가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뭐, 100% 정신체에게만 작용하는 차원 좌표를 못 찾았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 게이트가 열린 곳은 초토화될 걸 각오하고 봉인을 시도한 거야. 그게 그나마 최소한의 희생이었으니.”
처음 접하는 정신체라는 개념을 해석하기까지 수 년.
그리고 그 정신체만을 빨아들일 수 있는 차원 좌표를 찾는 것에 또 수 년.
그 과정은 세상에 다시없을 대천재인 드렛슈라 할지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아쉬운 일이야.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이 섬 전체가 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지.”
“……그래도 무인도 하나 희생해서 전부 봉인시켰으면 엄청 잘한 거 아니에요?”
“무인도? 난 여기가 무인도라고 한 적 없는데?”
“네?”
“저길 봐.”
드렛슈가 저 멀리 뒤쪽을 가리켰다. 너무 멀어서 카르페의 시력으로도 좀처럼 초점을 잡기 힘든 그런 위치였다.
“…….”
카르페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드렛슈가 가리킨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으니까.
한두 명이 아니다. 적게 잡아도 수천. 아니, 정말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는 걸 보면 만 이상도 될 것 같았다.
사람, 가축, 그리고 건물.
게이트 속으로 거대한 도시 하나가 송두리째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소리는 차단해 뒀다.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광경이라.”
“……이거 실제로 일어난 일을 구현한 거라고 했죠.”
“그래. 저것도 전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이 거대한 섬과 함께 이곳에 있던 거대 도시 하나가 그대로 소멸했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 역시 전부.”
“어째서요? 그 사람들을 전부 피신시킨 다음에 진행하면 안 됐던 거예요?”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했겠지.”
드렛슈의 어조에 씁쓸함이 배어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만한 규모의 게이트를 대가 없이 열 순 없어. 일만 명 정도의, 그것도 어느 정도 격을 갖춘 영혼을 일순간에 공명시켜야만 가능한 짓이지. 뭐, 그 외에도 조금 더 조건이 있긴 한데…… 그것까진 알 필요 없고.”
단순히 동물이나 몬스터로는 안 된다.
오직 인간 이상의 격을 갖춘 영혼으로만 가능했던 것이다.
딱!
드렛슈가 다시 한번 손을 튕기자, 허공의 균열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던 끔찍한 광경 역시 사라지고 있었다.
“이게 그 당시 일어났던 봉인의 진상이다. 어때? 감상이?”
“…….”
“하하. 묘한 표정이구만. 비난하지 않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이거 운이 좋은데. 내 후예가 그런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야.”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흔히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한다고들 말한다. 카르페 역시 평소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으며, 이 경우도 그런 케이스다.
이 세상을 침략한 강대한 적을 봉인하기 위해 1만의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1만이나 되는 생명을 정말로 작은 것이라 치부해도 되는 건가?
수천만의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1만의 생명쯤은 정말로 사소할 뿐인가?
만약 그렇다면, 희생당한 소수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전체주의(全體主義)가 위험한 사상인 것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드렛슈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가?
아니, 그것도 아니다. 드렛슈는 조금 더 많은 생명을 위한 가능성을 골랐을 뿐.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만약 카르페 본인이 저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모르겠다. 긍정하기도 어렵고 부정하기도 힘든, 너무나 힘겨운 상황이다.
카르페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자, 드렛슈가 다시 한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뭐, 나 혼자 미쳐 날뛰어서 벌인 일일지도 모르지. 실제로도 저 때는 좀 미쳐 있었으니. 나 혼자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사실은 위신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더라도 평화롭게 세상을 다스리고 태평성대를 이룩했다- 라는 결과가 있었을 수도 있잖아?”
“아니, 그건…….”
“하지만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똑같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오더라도 난 이곳 ‘라우롤리아 섬’을 희생시키겠지. 내가 후회하는 건 그 당시의 내가 무능했다는 것. 그거 하나뿐이다.”
왜 나는 조금 더 강하지 않았나.
내가 조금 더 유능했다면, 내가 조금 더 강했다면 더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봉인을 마친 드렛슈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후 은거하여 위신에 대해 미친 듯이 연구했다고 한다.
“위신의 능력이라면 저 차원에서 결국 탈출할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영향을 뻗어 오겠지. 어때? 실제로도 그렇지?”
“네. 그렇죠.”
그리고 드렛슈의 예상대로, 위신은 ‘배후령’이라는 형태로 이 대륙에 다시 손을 뻗기 시작했다.
“너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네가 어떤 사상과 생각을 가지고 있든, 내 힘을 이어받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위신들의 표적이 될 테니.”
“그건 뭐, 각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죠. 덕분에 재밌는 모험 중입니다.”
“하하. 긍정적이라 좋군.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난 너에게 위신을 쓰러뜨려 달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야. 만약 네가 위신들이 구축한 시스템을 긍정한다면, 그것도 괜찮겠지. 후대의 일은 후대의 선택에 맡기겠다.”
위신과 싸우지 않겠다면, 그 선택 역시 존중하겠다. 지금까지 만났던 드렛슈의 파편은 딱 한 명을 제외하곤 다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렛슈는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었다.
“내가 할 일은 너에게 좀 더 많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겠지.”
“선택지요?”
“그래. 방금 전에 말했었지? 위신을 봉인한 후, 정신체에 대해서 미칠 듯이 연구했다고. 네가 위신과 싸운다는 선택을 한다면 이 힘이 크게 도움이 될 거다.”
1만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봉인 같은 선택지가 아닌.
위신들을 힘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 그런 선택지.
“말년의 나는 정신체에게 유효한 타격법을 창안했지. 이걸 ‘멸신의 힘’이라고 이름 붙였다. 자, 너도 일어서. 지금부터 이 멸신의 힘을 전수해 줄 테니까.”
드렛슈의 말에 카르페도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드렛슈를 바라봤다.
“뭐 해? 멀뚱히 보고 있지 말고 자세 잡아.”
“……자세요?”
갑자기 자세를 왜 잡는단 말인가?
지금 이 상황은 게임 시스템으로 표현하면 ‘직업 전용 스킬’을 획득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 ‘스킬 카드’를 획득하거나, 등에 무슨 문양을 새겨 주거나 하는 보상 수령의 단계를 거쳤다.
이게 ‘나와 싸워서 자격을 증명하면 스킬을 주지!’ 이런 상황도 아니고, 그냥 스킬을 주겠다고 하는 상황인데 왜 자세를 잡는단 말인가?
“스킬 카드를 주는 거 아니에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지금까지 네가 얻었던 직업 스킬들은 전부 그런 식으로 얻었을 테니. 하하.”
드렛슈는 조금 미안하다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년에 나는 스킬 카드를 제작할 여유가 없어서…… 음. 뭐, 미안하게 됐다. 결국 지금은 그 몸에다 직접 알려 주는 수밖에 없어.”
“어, 그러니까…….”
“걱정 마라.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테니.”
그 순간이었다. 드렛슈의 모습이 카르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젠장! 결국 또 이 전개야! 호신강…… 커헉!”
콰앙!
카르페는 왼쪽 옆구리를 강타하는 강력한 충격에 그대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드렛슈가 이렇게 즐거울 수 없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하하. 최대한 속성으로 갈 테니까 잘 배워 보라고!”
“에라이! 이 드렛슈 같은 인간아!”
교육을 빙자한 구타가 자행되는 순간이었다.
* * *
-……이놈 이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천마는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카르페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일기장 속으로 들어간 지 벌써 7시간이 넘었다. 이쯤 되면 나와도 한참 전에 나왔어야 할 시간이었다.
-……뭐가 잘못됐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별의별 망상이 다 들었다.
지금까지 뿌려 놨던 드렛슈의 모든 안배가 사실은 카르페의 몸을 차지하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면?
그리고 일곱 인형을 모두 손에 넣은 카르페의 몸을 통해 드렛슈가 다시 부활하려는 마지막 과정이 진행 중인 거라면?
-씁. 이거 어떻게 나도 들어갈 방법이 없……어?
그 순간이었다.
“으…….”
카르페가 짧은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와. 돌아왔네.”
-휴. 다행이군. 무사히 돌아온 걸 보니 최악은 피했구나.
“최악? 무슨 최악이요?”
-……그런 게 있다.
소설을 좀 줄여야 하나. 천마는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안쪽에서 뭘 했는데? 뭐, 보나마나 드렛슈 파편이 주저리주저리 설정 놀이 하면서 뭐 하나 던져 줬을 거 같긴 한데.
“정확합니다. 진짜 귀신이네.”
-귀신 맞으니까.
“그런데 그 과정이 좀 끔찍하긴 했어요. 진짜 미칠 듯이 세던데요.”
그냥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인형합일도 정령합일도 못하는 상태라 제 전력이 아니긴 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압도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좀 적응하려고 하면 거기서 더 세지고, 또 적응하면 더 세지고…… 후.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분명히 일부러 엿 먹인 거 같아.”
-아니,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얻었는데? 멸신의 힘이란 게 뭐야?
“음…… 설명하는 것보다는 보여 주는 게 낫겠네요. 형. 잠시만 이리로.”
-엉?
천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카르페 옆으로 붙었다.
그러자 카르페가 손으로 딱밤을 만들어 그대로 천마의 이마를 가격했다.
딱!
-악! 너, 임마! 이게 갑자기 무슨 짓…… 어?
아파? 어째서? 나 귀신인데?
천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카르페와 자신을 번갈아 봤다.
“역시 형도 배후령 판정이긴 하네요.”
-아니, 이게 이번에 얻은 스킬 효과라고?
“그런 거 같습니다.”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이 등장했다.
띠링.
[축하합니다. 당신은 높은 적성으로 스킬 ‘멸신의 힘’을 습득하셨습니다.] [직업 전용 스킬 – 멸신의 힘(9성+)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멸신의 힘 효과로 ‘배후령’ 판정의 대상에게 공격이 가능해집니다.]-……9성+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