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1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14화(514/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광신도는 여러 가지 의미로 희귀한 집단이다.
단순히 종교에 심취한 정도로는 결코 ‘광신도’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달 수가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치가 자신의 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으며.
만물이 자신이 믿는 신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믿기에 자신의 신 외에는 모두가 이단이다. 거기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즉, 그들에게는 아무런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믿음뿐이었으니까.
광신도의 사고회로로는 ‘자신의 신’을 욕한다는 건,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카르페의 말에 감탄을 터뜨렸다.
“어찌 저렇게 논리정연하고 교양마저 철철 넘치는 종교인다운 이념 검증을……!”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진정한 신실자임을 완벽하게 증명했어!”
“크으. 분하다!”
카르페에 대한 광신도들의 적대감이 순식간에 옅어진다.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는 카르페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지라 조금 얼떨떨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효과 좋네요. 하긴,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가 증명하는 아주 확실하고도 스마트한 사상 검증 방법이긴 하지.’
-……종교란 대체 뭘까? 아니, 알 것 같기도 하고.
천마가 물끄러미 카르페를 쳐다봤다.
바로 옆에 뽑기교 광신도가 한 명 있었구나. 확률이라는 단어를 부정해 버리는 기적의 종교였다.
“……네 녀석이 길리안트의 개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았다.”
주교의 목소리가 한층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심을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결백한 것은 아니다. 길리안트의 주구가 아니라면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온 것이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나는 이곳을 찾아온 게 아니야. 그냥 휘말렸을 뿐이거든.”
“휘말렸다?”
“그래. 방금 전 거대한 지진이 발생한 건 다들 알고 있겠지? 난 그 지진을 피하려고 도망치다 보니 우연히 이곳에 도착했을 뿐이야.”
“믿을 수 없다! 수상하기 짝이 없군. 어째서 이런 인적 드문 폐광에 들어온 것이냐?”
“그야, 난 광부니까. 광부가 광맥을 찾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광부?”
이 대답은 그에게도 의외였는지, 말이 늘어졌다. 카르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갔다.
“그래. 이게 그 증거다.”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곤 인벤토리에서 광석 몇 개를 쏟아 냈다. 전부 이곳 광산에서 채광한 원석들이었다.
“칠. 확인해 봐라.”
“네. 주교님.”
주교의 말에, 그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던 남자 한 명이 카르페에게 다가왔다. 그러곤 카르페가 떨군 광석을 살펴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자의 말이 맞습니다. 주교님. 이곳 광산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한철 광석입니다.”
“그럼 광부가 맞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원석의 상태로 보건데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광부를 단순히 흉내 내는 자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고품질의 원석입니다.”
“흠. 네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런 거겠지. 알겠다. 물러나라.”
“예. 주교님.”
칠이라는 사내가 물러나자, 주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적대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솜씨 좋은 광부라…… 몬스터가 넘실거리는 이곳에서 잘도 살아남았구나.”
“요즘 세상에 몸 하나 건사할 솜씨는 있어야 하다 보니.”
“……좋다. 광부 한 명이 우연히 재난에 휩쓸렸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의문?”
“어째서 한낱 광부가 길리안트와 적대하는 것이지? 그 의문에 납득할 만한 대답이 없다면…….”
주교의 두 눈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우연이든 아니든 우리를 발견한 이상 살려 둘 수 없다.”
‘후. 더럽게 깐깐하네.’
거 대충 좀 넘어가면 되지, 뭘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단 말인가.
카르페는 새삼 날먹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말을 골랐다. 사실, 어느 정도 설정은 잡혀 있었다.
“내 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드렉 아꾸람. 지금은 잊혀진 광부명가 아꾸람 가문의 막내아들이다.”
-……미친놈.
광부명가 막내아들.
그것이 카르페가 급조해 낸 설정이었다.
“우리 가문은 길리안트 제국 내에서 광업을 생업으로 삼던 유서 깊은 가문이었다. 현명하고 어진 양친 밑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 하지만 그런 행복은 단 한 순간에 박살 나고 말았다.”
광부명가 아꾸람에게는 광부의 재능 외에 대대로 다른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마법’이었다.
위험한 광산도 개의치 않는 전투광부!
일반 광부들이 위험하다고 찾지 않는 광산도 아꾸람 가문에게는 큰 장애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마법의 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마법의 힘 때문에 길리안트 제국의 눈 밖에 나고 말았다.
“제국의 위세가 점점 강해지자, 놈들은 우리 가문에 역모라는 누명을 씌웠지. 단순히 마법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우리 가문은 멸문당하고 만 것이지. 나는 가까스로 탈출한 마지막 생존자다.”
“으음. 그런 일이…….”
“실로 천인공노할 일이군. 신이시여!”
카르페가 가문으로 쳐들어온 제국 기사들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하는 씬을 말해 줄 땐 광신도들도 저마다 감탄사를 감추지 못했다.
-……어질어질하네. 광부명가 아꾸람은 또 뭐야?
‘잠시 좀 조용히 있어 봐요. 설정 헷갈리니까.’
-…….
카르페가 자신의 장황한 이야기를 끝내자, 묵묵히 듣고 있던 주교가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 꽤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군. 헌데, 아꾸람 가문? 그런 가문이 있었다고? 난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그럴 것이다. 길리안트 제국이 우리 가문을 철저하게 역사에서 지워 버렸으니까.”
“으음. 그 간악한 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실제로 위신들이 아크람의 역사를 지워 버렸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이쯤 되니 카르페도 슬슬 과몰입에 빠져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열연을 펼쳤다.
“……나는 제국에 복수할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놈들이 탐낼 만한 광석을 채광하고 있었다. 놈들의 내부로 침입하여 모든 것을 부숴 버릴 것이다! 그것이 내 삶의 이유이다!”
-설둔. 아가리술…… 가슴이 웅장해진다.
주교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주 흡족한 모습이었다.
“좋다. 드렉 아꾸람. 너의 사정은 잘 알았다. 놈들에 대한 그 증오심…… 우리와 같은 배를 타기에 충분하다.”
됐다!
카르페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데, 갑자기 주교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을 믿는 게 어떠한가?”
“……응?”
“신은 믿는 자를 도우신다. 너의 간절한 복수심과 신이 함께한다면, 그 간악한 놈들을 세상에서도 지워 버릴 수도 있을 터.”
“…….”
“어떤가?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지금까지의 말이 거짓말이지 않고서는 말이야. 혹, 달리 믿고 있는 신이 있나? 설마, 또 다른 이교도?”
주교의 말에 공기가 또 달라졌다. 카르페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살짝 흘렀다.
‘……이건 예상이랑 좀 다른 전개인데.’
-야, 이 정도면 지금까지 그냥 속아 주는 척한 거 아니냐?
‘진짜 그건가?’
카르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신을 정하는 일을 그리 쉽게 할 순 없지. 나 역시 너희들을 보고 판단하겠다.”
“보고 판단한다? 무슨 말이지?”
“지금 종교 의식을 하려던 참이 아니었나? 참관하고 싶다.”
“뭐? 푸흐흐. 으하하핫!”
참관을 원한다는 카르페의 말에 주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흐핫핫! 그래. 좋겠지! 신께 연결되는 의식을 직접 목도한다면, 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귀의(歸依)의 열망이 솟구칠 것이니라. 자, 모두들 자리로 돌아가라!”
주교의 말을 마지막으로 광신도들은 다시 원을 그리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저희의 부름에 응답하소서…….”
“신이시여!”
모두가 한목소리로 신을 부르짖는 광기가 다시 한번 펼쳐졌다.
“이 미천한 종의 피를 받으소서…….”
주교가 품속에서 비수를 꺼내 자신의 손바닥을 베었다. 그리고 그 손바닥에서 흘러내린 피를 제단 위의 짐승 조각상에 뚝뚝 떨어뜨렸다.
우우웅.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짐승 조각상의 두 눈에 붉은 안광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오오! 신께서 응답하신다! 신이시여!”
광신도들은 감격에 차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곤 그 자리에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찧어 댔다.
-……너, 진짜 여기에 가입하려고?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미쳤어요?! 테러리스트랑 광신도와는 협상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카르페가 기나긴 아가리술을 펼친 이유는 오직 하나.
‘방심을 유도한 다음에 뒤통수를 빡! 칠 생각이었지.’
-음. 일단 네가 여기 놈들보다 더 악당 같다는 건 잘 알겠다. 미친놈. 광신도 통수를 까려고 하네…….
그러는 사이, 놈들의 기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한참을 오열하던 주교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르페를 쳐다봤다.
……그 두 눈에선 이미 인간이라고 하기 힘들 만큼 광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기뻐해라. 드렉 아꾸람.”
“……응? 아, 아. 참. 그거 나였지.”
“……신께서 너의 존재를 인식하셨다. 그리고 너의 의지를 가상히 여겨 크나큰 축복을 내려주기로 결심하셨다.”
“뭐?”
신이 축복? 왜? 언제 봤다고?
‘신의 축복’이라는 날먹향 진한 단어가 등장했음에도 카르페는 그리 기쁘지 않았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놈들이 믿는 신이 정상적인 축복을 줄 것 같지 않았으니까.
“축복? 무슨 뜻이지?”
“신께서 너의 육체를 원하신다. 이 어찌 축복이 아니겠는가.”
챙그렁!
주교가 커다란 비수를 카르페 앞으로 던졌다.
“너의 육체를 스스로 갈라 제단에 바쳐라! 그리하면 신께서 지상에 임하시어 저 간악한 이교도를 쓸어버릴 것일지니!”
주교가 비릿한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어떠냐! 제국의 멸망이라는 너의 비원 또한 이루어지리라.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거대한 영광이다. 거절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을 터! 크하하하핫!”
“……후우. 망할 놈의 게임. 진짜.”
-음…… 뭐, 결국 이렇게 될 것 같긴 했지.
카르페가 조용히 비수를 주워들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눈앞에 알림이 등장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저주 비수를 습득하셨습니다.] [강력한 저주가 깃든 아이템입니다! 일정 시간 동안, 플레이어의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입니다!]붉은 저주의 기운이 흘러나와 카르페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카르페는 잠시 멈칫한 후, 무표정한 얼굴로 제단까지 걸어갔다.
“……이걸로 날 찌르면 되나?”
“그렇다! 최대한 많은 피가 조각상에 묻도록 하면 된다!”
“이해했다.”
카르페는 커다란 비수를 역수로 쥐어서 힘껏 내리꽂았다.
퍼서석!
카르페가 쥔 저주의 비수가 제단 위의 조각상을 그대로 쪼개 버렸다!
“아, 아니?! 어떻게 신의 매료를?!”
“그딴 잡스러운 세뇌가 통하겠냐?”
[해금이 발동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메피스토펠레스라는 배후령의 이름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
신의 세뇌든 뭐든 해금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영구동토!”
쩌저저적.
광신도들의 한가운데에서 카르페가 광역 스킬을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