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1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15화(515/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크아아악!”
“피, 피해! 멀리 떨어…… 카학!”
얼음의 파도가 광신도를 잠식해 나간다.
워낙 부지불식간에 이뤄진 기습이었기에 광신도들도 사태를 파악하기까지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카르페의 위치는 놈들의 정중앙.
넓은 범위로 뻗어 나가는 영구동토에 많은 광신도들이 휩쓸렸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였다.
-좋아! 제대로 들어갔군.
‘아니,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더 반응이 이상한데요.’
퍼버버벅!
머리로는 의문을 느끼면서도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카르페의 타격에 연속적으로 얻어맞은 광신도 하나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크헤에엑. 시, 신이시여…….”
“……왜 이리 약해?”
예기치 못한 기습이었으니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긴 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대응이 너무 늦었다.
이 비밀 집회소가 위치한 곳은 광산 던전의 중반부쯤이다. 이 정도면 레벨 150은 훌쩍 넘어 거의 200레벨에 가까운 지역인데…….
‘그런 곳에 등장하는 비밀 NPC들이 이렇게 어설프다고?’
영구동토가 광대한 범위를 지닌 스킬이긴 했지만, 대신 그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았다. 기습임을 고려해도 200레벨의 NPC가 절반이나 휩쓸리는 건 확실히 이상했다.
-쉬우면 좋은 거지, 뭘. 아무리 고렙 지역이라고 해서 반드시 등장 몬스터나 NPC의 레벨이 높은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만…… 이질감이 상당해서요.’
퍼버벅!
머리를 갸웃거리면서도 착실하게 광신도들을 쓰러뜨려 나간다.
카르페가 그렇게 세 번째 광신도를 쓰러뜨리는 순간.
파사삭.
카르페가 부숴 버린 조각상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지금까지 느꼈던 이질감의 정체가 알림창으로 나타났다.
띠링.
[메피스토펠레스의 심볼을 파괴하셨습니다!] [해당 심볼은 메피스토펠레스 교단의 대표 성물입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교인은 모두 ‘혼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물은 혼의 사슬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합니다.]“어? 혼의 사슬?”
-아하. 가끔 악 성향 배후령들이 사용하는 그거군. 쓰기에 따라서 효과가 훌륭하긴 한데…… 보다시피 잘못되면 리바운드가 큰 수법이야.
NPC들의 영혼을 저당 잡는 대신, 좀 더 많은 힘을 받을 수 있는 배후령들만의 수법이었다.
-참고로 유저도 배후령 호감도를 높이다 보면 혼의 사슬을 받을 수 있는데, 그 경우에는 경험치 30%가 증가하는 대신 데스 페널티가 300% 증가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네요. 음. 근데 저 꼴을 보면 리스크가 너무 큰 것 같은데.”
유저의 경우는 사망할 경우 페널티가 돌아오지만, NPC의 경우 성물이 파괴되면 페널티가 부여된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성물이 파괴되면서 모든 교인에게 막대한 충격이 가해집니다.] [1시간 동안 ‘메피스토펠레스의 교인’의 모든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3분간 메피스토펠레스 교인에게 상태 이상 ‘혼란’이 발생합니다.]“크아악!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지 마소서!”
“힘이…… 힘이 빠져나간다. 크웨에엑!”
짐승 조각상이 박살 나는 순간, 교인들은 패닉에 빠졌다.
영구동토에 휩쓸린 절반의 경우는 ‘혼란’ 때문에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결과였다.
“와. 집단 혼란이라니. 이걸 노리고 부순 건 아니었는데.”
-……되는 놈은 진짜 뭘 해도 되는구나.
혼란의 지속 시간은 3분.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머릿수를 줄여 놔야 했다.
카르페는 사이즈 때문에 소환할 수 없는 로이어드와 케세라를 제외하곤 모든 권속을 소환했다. 광신도 측에서 경악 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인형! 네놈 광부가 아닌 인형술사였느냐!”
“어떻게?! 그 광석은 분명 숙련된 광부만 채광 가능한 것일 텐데…….”
“글쎄? 그건 저승 가서 느그 위신한테 물어봐라! 전원 공격! 영구동토 범위 내에 있는 녀석들부터 처리해!”
“알겠습니다. 주군! 향! 가겠습니다!”
“뀨웃!”
카르페의 명령에 권속들이 합을 맞춰 광신도를 압박해 나갔다.
권속과 광신도 사이의 레벨 차이는 컸으나, 광신도는 그 이상의 막강한 디버프에 시달리고 있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하나둘 쓰러져 나가고 말았다.
“크아아악!”
“이교도…… 이교도를 쓰러뜨려…… 커헉!”
약 2분여의 시간이 지났을 때 쓰러진 광신도의 숫자는 열셋. 아직 1분의 시간이 더 남아 있었다.
“아직 멀었어! 한 번 더 몰아…… 응?”
“네놈! 거기까지다!”
쿠웅.
거구의 광신도 한 명이 카르페의 앞을 막아섰다.
“메피스토 님의 세 번째 심장. 살라바가 상대다!”
“……얜 왜 정상이지?”
-뭐, 혼란도 상태 이상이니까. 내성이 높은 놈은 좀 일찍 풀리거나 아예 영향을 받지 않거나 그럴 수 있는 거지.
거구의 광신도는 어디서 구해 온 것인지 거대한 메이스를 들고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뼈도 못 추릴 살벌한 크기였다.
“비록 신께 귀의하였으나 전직 기사였던 몸. 이 살라바가 이름을 밝혔으니 네놈이 명예를 안다면 가짜 신분 대신 이름을 밝혀…… 컥!”
“그러니까 그건 너네 위신한테 물어보라니까.”
퍼억!
카르페는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거구의 명치에 주먹을 때려 박았다. 충격이 극심했는지 살라바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해 냈다.
“비, 비겁…….”
“광신도랑 싸우는데 정정당당해서 뭐 하게?”
기사도 정신은 진짜 기사들이랑 싸울 때나 고려해 봄 직한 거지, 이런 정신 이상자들에게는 카르페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연기와 거짓말, 그리고 기습까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한다!
“마선침투경!”
퍼억! 퍼버버벅!
살라바라는 전직 기사, 현직 광신도는 카르페의 기습 공격에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메피스토의 세 번째 심장인지 뭔지가 허무하게 터져 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메피스토의 첫 번째 심장. 광신도들에게 주교라 불린 남자가 그 광경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았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크아아악!”
주교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졌다. 주교는 50쯤 되어 보이는 창백한 인상의 남자였는데, 그 두 눈에선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주교가 카르페를 찢어 죽일 듯한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네놈!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거짓말이었구나. 길리안트의 이교도 놈!”
“글쎄. 마음대로 생각해.”
사실 카르페가 한 거짓말이라고는 광부명가 막내아들이라는 설정밖에 없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알려 줄 이유는 없었다.
“유감이야. 너희들의 신이라는 것에겐 진실을 알려 줄 만한 권능이 없었던 모양이네.”
“노옴! 그 더러운 입으로 신을 입에 담지 말라!”
한이 서린 목소리였지만, 카르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신? 그래. 그 잘난 신께서는 신도들이 절반 가까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군.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가? 아니면 의지가 없나?”
카르페가 알고 있는 한 드워프 신은 자신의 종족 한 명이 유린당하자 자신이 모아 둔 힘을 포기하고 지상에 강림했다.
적어도 신이라는 이름을 쓰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거짓말도 알아볼 수 없고, 실제로 힘을 부릴 수도 없는 신이라. 전지하지도 않고 전능하지 않다면 도대체 그걸 왜 신이라고 불러야 하지?”
-오우야. 너 오늘 혓바닥 왤케 잘 돌아감? 신성모독 1타 강사신가?
‘……간만에 분위기 잡는데 초 좀 치지 마요.’
카르페는 속으로 한마디 투덜거린 후, 말을 이었다.
“종교를 모욕하지 마라. 네놈들은 종교가 아니라 그냥 세상을 망치려는 정신이상자집단일 뿐이다.”
“크…… 크…… 크하하하핫!”
방금 전까지 분노를 토해 내던 주교가 돌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몸에서 터져 나오는 검은 기운.
……눈이 정상이 아니다. 원래도 이상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쓴 다른 무언가처럼 보였다.
“감히 나에게 신을 가르치려 하느냐? 네놈이 감히? 네가 무엇을 안다고!”
주교는 자신의 품속에서 팔뚝만 한 단검을 하나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비수와는 확연히 다른 형태의 단검. 자루 끝에 요사스러운 짐승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신을 물었느냐? 그래. 그렇다면 보여 주마! 그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아라!”
주교는 그렇게 말한 후. 단검을 역수로 쥐어 자신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카르페가 뭔가 제대로 반응할 수 없을 만큼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푸욱!
“크하하하! 그분의 세상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원통하구나!”
키이잉.
심장에 박힌 단검이 검붉은 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동시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다른 광신도들도 자신들의 품에서 비수를 꺼내 들곤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들 모두 눈에 초점이 없었다. 광신도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수를 자신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푸욱! 푸욱! 푸욱!
“신께 제 몸을 바치나이다!”
“신이시여. 부디 임하소서!”
놈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제단에 흘러가기 시작했고.
우우웅.
제단에 스며든 피가 마법진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리고 마법진의 형태가 명확하게 만들어지는 그 순간.
파앗!
마법진에서 쏘아진 빛이 주교의 시체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어, 이거…….”
-……그래. 그거군.
카르페가 지금까지 딱 한 번 겪어 봤던 그 현상과 비슷했다.
오래전, 카르페가 처음으로 광신도와 엮였던 그날.
드렛슈의 첫 유물이던 티나를 얻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이런 현상을 겪었었다.
홀리 세크리파이스로 쓰러뜨린 광신도 프리스트가 기적처럼 부활한 바로 그 현상이다!
-준비해라. 온다.
검붉은 빛이 주교의 시체를 맴돌다 그 속으로 스며들었고.
스스스스.
놀랍게도 주교의 시체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카르페의 눈앞으로 떠오르는 한 줄의 알림.
[특수 이벤트 ‘강신’이 시작됩니다.] [최소 제물 조건을 충족한 7성 배후령 ‘메피스토펠레스’가 지상에 현계합니다.]쑤욱.
주교의 심장에 박혀 있던 단검이 자동으로 뽑혀 나왔다.
주교, 아니 메피스토펠레스는 그 단검을 손에 쥔 채,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거렸고.
[킷.]이내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킷킷킷킷! 킷킷킷킷킷킷! 키키키키키! 미치겠군! 원래 미친 상태지만 더욱더 미치겠어! 모든 계획이 다 어그러졌잖아!!!]듣는 이로 하여금 극도의 불쾌감을 일깨우는 목소리.
파우스트의 악마. 7성 배후령 메피스토펠레스가 광기를 토해 냈다.
“그래. 이럴 것 같더라니.”
위신. 그리고 광신도를 상대한다고 했을 때, 어쩌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이미 한 번 겪어 봤었던 일이니까.
사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느 정도 유도한 면도 있었다.
지상에 강림한 위신.
새롭게 얻은 힘을 상대하기에는 절호의 상대였으니까.
그런 이유로, 카르페 역시 혼란 상태 이상이 걸린 3분 동안에도 굳이 전력을 발휘하지 않고 비장의 수를 아껴 놓은 상태였다.
[키힛. 키히히히. 그래. 내 장대한 계획을 깨 버린 인간에게 어떤 보답을 해 줘야 할까? 영혼까지 조각조각 찢어 줘도 모자랄 것 같은데에에에!]“글쎄. 찢기는 게 누가 될지는 싸워 봐야 아는 거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게임이나 만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유명한 이름이다.
카르페는 악마를 상대하기 위한 검을 불렀다.
“티나. 준비해 줘.”
“네. 주군. 저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좋아! 간다! 인형합일!”
파앗!
티나의 신체가 황금빛으로 변해 카르페의 몸에 깃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스킬.
“서리! 정령합일!”
파아앗!
성스러운 백색의 눈보라가 이곳에 몰아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