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1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17화(517/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메피스토는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인간에게 졌다고?’
게다가 그냥 진 것도 아니라, 압도적인 힘에 짓눌려 버렸다. 아무리 불완전한 강신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가, 감히. 인간 따위에…… 크아아악?!>
그리고 그제야 뒤늦게 격통이 밀려들었다.
단순히 자신이 강신한 육체가 붕괴하는 아픔이 아니라, 진체까지 극심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키히히힛! 아프다고!>
쿠웅.
메피스토의 거체가 땅에 쓰러지자, 그 몸에서 검은 기운이 속속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내 힘이…….>
진체에까지 타격이 오다 보니 육체를 구성하는 것에 온전히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육체가 붕괴한다. 메피스토는 자신을 구성하던 누더기 육체들이 전부 흩어지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강신체로 삼았던 중년인의 모습. 하지만, 그 얼굴의 절반이 검은색 연기로 뒤틀린 모습이었다.
<크……하악…….>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도 고통은 그대로였다.
메피스토가 어떻게든 힘을 수습하려는 그때, 바로 옆으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큰소리친 것치고는 결과가 좀 이상한걸?”
카르페가 메피스토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메피스토와 달리, 카르페는 별다른 피해가 없이 멀쩡해 보였다.
물론, 겉보기가 그렇다는 것이고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랜스 차징이란 건 기본적으로 시전자에게 큰 반동이 오는 기술이었으니까.
게다가 ‘타락의 심연’이라는 기술 자체도 강력해서, 카르페의 툰드라 랜스는 그대로 부서지고 말았고, 얼음의 말 역시 그대로 역소환되고 말았다. HP 역시 절반 가까이 줄어 있었다.
“세계수의 가호.”
[세계수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플레이어의 전 HP/MP가 회복됩니다.]“그럼. 이제 마무리를 해 볼까.”
카르페가 다시 한번, 얼음의 검을 소환했다.
방금 전, 건곤일척의 격돌로 끝났으면 깔끔했을 터였으나, 목숨줄이 질긴 녀석이라 끝내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카르페가 무심한 표정으로 얼음의 검을 들자, 메피스토가 황급하게 외쳤다.
<자, 잠깐만! 네게 제의할 것이 있다.>
“……제의?”
<그래! 너, 지금 연결된 배후령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포기하고 날 배후령으로 삼아라! 그리한다면 내 모든 것을 너에게 넘겨주마!>
“…….”
카르페가 침묵하자, 자신의 말이 먹힌다고 판단한 것인지 메피스토가 다시 말을 이었다.
<키히힛! 나는 다른 배후령들에게 없는 힘이 있지. 장담하건대, 나의 손을 잡는 순간 넌 이 세계의 왕이 될 수 있다.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아?>
메피스토는 자신의 제안이 먹힐 것이라 확신했다.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근거가 있었다.
배후령은 다른 배후령의 기색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배후령의 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확실하게 말이다.
그런데 눈앞에 이 인간과 연결된 배후령에게선 그런 걸 느낄 수가 없었다.
1성 배후령보다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얼핏 배후령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같았다.
<키히히힛! 그딴 무능력한 배후령 따위는 버리고 내 손을 잡아라! 네 재능과 나의 권능이면 9성 배후령이라도 상대가…….>
“뭔 소리를 하나 했더니.”
서걱.
카르페는 검을 휘둘러 메피스토의 팔 하나를 날려 버렸다.
<크아아악?! 어째서!>
“어째서긴. 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제안이랍시고 하니까 그러지.”
지금까지 이런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게 몇 번인가.
성신 루할도 제안했고, 로한 대제도 제안했고…… 아, 마계 대공도 제안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카르페는 그러한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7성 배후령의 제안 따위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하여간 레퍼토리가 다 비슷해. 꼭 처맞고 죽기 직전에 이런 소리를 하더라. 할 거면 진즉에 하든가. 구질구질하기는.”
<그, 그런…….>
“그리고 네 말은 한참 틀렸어. 내 배후령이 너 따위보다 훨씬 좋아.”
-너…… 새키. 큼.
카르페의 말에 옆에 있던 천마가 조금 쑥스러워했다.
“그럼. 어서 끝내자. 배후령 사냥 최초 보상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거든.”
카르페가 무심한 말에 메피스토의 얼굴에 공포감이 떠올랐다.
‘이대로 죽는다고? 이 몸이?’
아직 갚아야 할 원한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거늘.
자신을 무시한 동족을 전부 짓밟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 없었다.
메피스토가 핏발 선 눈으로 피를 토하듯 외쳤다.
<페르바일러 도흐(Verweile doch)! 순간이여, 멈추어라!>
“읏?!”
파앗!
메피스토의 몸에서 튀어나온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뚝.
그 순간, 이 세상 모든 것이 정지해 버렸다.
검을 내려치던 카르페의 동작은 물론, 휘몰아치던 눈보라마저 공중에서 정지해 버렸다.
이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메피스토뿐이었다.
<커, 커헉. 제길…… 이 힘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메피스토가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프레바일러 도흐.
메피스토의 최고 권능이자 상징과도 같은 스킬.
그 능력은 지금 펼쳐진 것처럼 범위 안의 ‘시간 정지’였다.
<하악. 학. 크웨에엑!>
메피스토가 피를 한 움큼 쏟아 냈다.
이 힘은 지금까지 메피스토가 모아 왔던 모든 힘을 소진해야만 발동할 수 있었다. 더불어 진체에 대한 막심한 부담까지 동반되는 기술이라 절대로 발동해서는 안 됐는데…….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기라아아알!!!>
분노에 휩싸인 메피스토가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 땅에 떨어진 비수 하나를 집었다.
<적어도 네놈만큼은…….>
불사자의 특성상 죽어도 부활하겠지만, 자신의 힘을 이용한다면 영구적인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었다.
<키힛. 시간이 없어……. 권능이 유지되는 동안 얼른…….>
“바쁜 거 같네. 좀 도와줘?”
<?!?!?!>
메피스토는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랐다.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카르페가 얼음을 검을 겨누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 공간은 내 권능으로 시간 정지 상태일 텐데?>
“시간 정지? 하, 허세는. 이거 시간 정지 아니잖아. 그냥 극도로 효율이 좋은 슬로우 스킬이지. 안 그래?”
<…….>
카르페의 말대로였다.
스스로는 시간 정지라 부르고 있었지만, 프레바일러 도흐는 99.99%의 효과를 가진 슬로우 스킬이었다.
심지어 무생물에게도 통하고 중력의 법칙마저 거스를 수 있는 슬로우계 최상위 9성 스킬!
“유감이야. 굉장한 스킬이지만 상대가 나빴어.”
그리고 ‘상태 이상’인 이상, 해금으로 풀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잘 가라.”
<아, 안 돼!>
촤악!
그것이 메피스토의 마지막 말이었다.
* * *
카르페가 메피스토펠레스 쓰러뜨리고 얼마 후.
라세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영국의 상위 랭커인 스피노라가 바로 그런 유저들 중 한 명이었다.
‘드디어 오늘인가!’
스피노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게임을 시작한 이래, 첫날 7성 배후령을 뽑았을 때 이후로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건 처음이었다. 어찌나 설렜는지 밤새 침대에서 뒤척이다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후. 그간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스피노라는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 7성 배후령 ‘메피스토펠레스’를 뽑고 나서 얼마나 환호했던가.
하지만 기쁨은 딱 거기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 사실이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유저 친화도가 최악으로 유명한 배후령이었기 때문이었다.
‘첫 전직 때도 귀찮다는 듯 알림창만 던져 주고 끝이었지.’
다른 배후령들은 가끔 대화를 걸거나 뭔가를 구해 오라는 퀘스트를 주거나 하면서 호감도가 쌓인다는데, 자신의 배후령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뭔가 버그인가 싶어서 배후령 게시판에 들어가도 돌아오는 건 기만질뿐이었다.
-배후령이 갑자기 퀘스트 줌 ㄷㄷ. 경험치 개지림.
-ㅊㅋ. 나도 배후령이 잘 봐 줬는지 전직에서 특수 루트 열렸음 ㅋㅋ 유저 친화 배후령이라더니 명불허전임.
-ㅋㅋㅋㅋ 괜히 사람들이 고등급 배후령 뽑으려는 게 아니지. 고등급일수록 유저 친화도가 높은 경우가 많으니.
아니던데?
7성인데도 유저 친화도는 박살났던데?
억울한 마음에 글을 올리고 나서야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저 배후령 7성인데 왜 아무런 말도 안 걸어요? 전직 때도 기본 직업만 나옴.
└님. 혹시 배후령 ㅁㅍㅅㅌ임?
└└헐. 맞아요.
└└└ ㅋㅋㅋㅋ. 포기하셈. 나도 그거 뽑았는데 ㄹㅇ 노답임. 유저 친화도 개바닥이라 배후령 없는 거랑 똑같음. 1성을 뽑아도 이거보단 나았다. 전 환생할 거임.
└캬. 여기 또 피해자가 나왔네. 저도 환생할 예정.
└└ 22222
알고 보니 메피스토펠레스는 이 바닥에서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한 배후령이었다.
오죽하면 그 비싼 돈을 내고 2회차 환생을 감행할까.
모두가 환생을 권유했지만, 스피노라는 그럴 수 없었다. 환생할 돈도 없을 뿐더러 7성이라는 높은 등급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 계속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라세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똥망 배후령에 7성을 줄 리가 없어.’
스피노라는 존버는 승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묵묵히 캐릭을 키워 나갔다.
정말 지옥 같은 초반부라 할 수 있었다. 메피스토는 정말 2차 전직 때까지 단 한마디의 말도 걸지 않고 퀘스트도 주지 않았다.
‘……진짜 환생이 답인가.’
너무 지쳐서 모든 걸 포기하려는 바로 그때, 반전이 일어났다.
[배후령 메피스토펠레스가 당신에게 미약한 관심을 보입니다.] [배후령 메피스토펠레스가 당신에게 공물을 요구합니다.] [666마리의 몬스터를 제물로 바치십시오(몬스터의 레벨은 플레이어의 레벨보다 높아야 합니다). 666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동안 획득하는 경험치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나머지 절반의 경험치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전해집니다.]그 알림이 시작이었다.
스피노라는 뭔가에 홀린 듯 미친듯이 퀘스트를 수행해 나갔다.
퀘스트의 내용도 하나같이 미쳐 있었지만, 스피노라는 아무런 불평도 없이 묵묵하게 배후령과 관련된 퀘스트를 진행해 나갔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당신의 공물에 심드렁해합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호감도가 아주 미약하게 상승합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당신에게 또 다른 공물을 요구……]정말 욕이 절로 튀어나올 만한 퀘스트의 향연이었으나, 스피노라는 울면서 퀘스트를 클리어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메피스토펠레스가 당신을 ‘흥미로운 장난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자신의 힘 일부를 허락합니다.] [특수 전직 루트가 열립니다.] [직업 전용 아이템 퀘스트가 개방됩니다.]그때부터 모든 것이 반전되었다.
메피스토로부터 얻은 새로운 직업은 무려 ‘레전더리’ 등급의 직업이었고, 전용 아이템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 하위권에서 나아가질 못하던 스피노라는 순식간에 상위 랭커로 도약할 수 있었다.
‘결국 내 선택이 옳았어!’
7성이라는 등급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왕귀형 배후령!
존버 기간이 좀 길긴 했지만, 리턴만큼은 확실한 그런 배후령이었다. 그것도 탈7성이라 불러도 될 만큼 좋은 성능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왕귀가 완성되는 그런 날이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당신을 자신의 마지막 ‘심장’으로 삼고 싶어 합니다.]메피스토펠레스의 배후령 스토리는 ‘사교도’ 같은 걸 운영하며 세력을 키워 나가는 스토리였는데, 그런 교도들 중 최고 간부들을 ‘심장’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자신은 유저들 중 최초로 메피스토의 심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이후 어마어마하게 강해질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어쩌면 최상위 랭커에도 도전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알림을 받은 것이 바로 어제 접속 종료 직전이었다.
그러니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스피노라는 하루 접속 제한이 풀리자마자 칼같이 라세에 접속했다.
라세에 접속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이 등장했다. 스피노라가 원하던 바로 배후령에 대한 알림이었다.
그런데…… 알림의 내용이 조금 이상했다.
“……어?”
[배후령 메피스토펠레스가 소멸하였습니다.] [배후령 메피스토펠레스와 관련된 모든 퀘스트가 소멸합니다. 메피스토펠레스를 모시던 사교도들에게 일부 퀘스트를 수주하실 수 있습니다.*발전 가능성이 낮아 추천하지 않는 퀘스트입니다.] [플레이어의 배후령이 소멸함으로써 보상으로 ‘배후령 확정 티켓(7성)’이 지급됩니다. 새로운 배후령과의 호감도 수치는 유저 평균으로 측정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개소리야?”
소멸? 배후령이? 그게 가능해?
스피노라는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몇 번이고 알림을 다시 읽었지만, 당연하게도 알림의 내용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도, 배후령 표시창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표시될 뿐이었다.
스피노라는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라세, 이 개새끼들아!!! 게임 운영을 이딴 식으로 하는 게 말이 되는…… 억!”
삐삐삐-!
[플레이어의 흥분도가 기준치를 초과합니다. 강제로 접속이 종료됩니다. 진정한 후 다시 접속해 주세요!]“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