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2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20화(520/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그러니까…….”
카르페는 황당하다는 어조로 천마에게 물었다.
“향이가 물어다 준 ‘배후령의 정수’라는 걸 만졌더니 몸 안으로 흡수가 됐다?”
-그렇다니까. 너무 안 믿겨서 뀨뀨한테 좀 깨물어 보라고 했었지.
“뀻! 뀨웃!”
-……뭘 자랑스러워하고 있어. 적당히 물어야지! 아직도 손가락이 얼얼하구만. 죽을 뻔했잖아!
“뀨우웅…….”
“거 참. 이놈의 게임은 파도 파도 새로운 게 끊임없이 나오네요.”
-배후령에 관해서는 그리 많은 게 밝혀진 게 아니니까. 뭐라도 튀어나올 수 있지.
물론, 그렇다고 놀랍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특히 이 ‘배후령의 정수’라는 게 상태창의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버려서 더더욱 그랬다.
띠링.
[배후령]00성 – 천마지존(이레귤러)
[배후령 스킬]0성 반복+
9성 페르바일러 도흐(Verweile doch)(초급)
[흡수 정수]7성 메피스토펠레스(전 스테이터스 +2)
*정수 흡수 효과로 배후령이 강화되었습니다.
새롭게 생성된 상태창을 보고 있자니, 카르페 역시 제대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진짜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 형이 향이한테 물어 보라고 한 것도 이해가 가네요.”
“뀨우?”
“아니, 진정해. 향아. 물라는 소리는 아니었어.”
천마가 말해 주지 않았어도 상태창을 보면 어제 일이 짐작이 갔다.
천마가 성장했다.
0성 배후령. 배후령계의 최약체. 묵향에게 살짝 물리기만 해도 HP가 0이 되어 버릴 뻔한 잡귀 중의 잡귀인 그 천마가 성장했다!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형. 저는 형이 해낼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구라치지 마. 새캬. 믿기는 개뿔이.
“설마 했던 성장형 배후령이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생각해 보면 징조가 몇 번 있긴 했었다.
배후령 퀘스트를 통해 0성이 00성으로 변하기도 했고, 반복 스킬도 +로 업그레이드된 적이 있었으니까.
그 이후로 아무런 낌새가 없어서 그냥 그걸로 끝인가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제대로 포텐이 터져 나온 것이다.
“크으. 왜 0성이 아니라 00성이겠어요. 이건 두 자리 숫자까지 갈 수 있다는 뜻이지. 10성 배후령이 될 가능성! 그건 오직 형만이 가능한 겁니다.”
-그런 것치고는 정수를 먹어도 그대로 00성인데?
“어, 그렇네.”
뭐지? 배후령의 등급이 오르려면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한 건가? 아니면 등급이 오를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그냥 망상인가?
카르페는 잠시 고민해 봤지만, 결국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게다가 지금은 더욱더 주목해야 할 게 있었다.
“배후령의 정수……라는 건 형도 처음 보는 아이템이라고 그랬죠?”
-그래. 내가 잡아 왔던 강신체 중에서 그런 걸 드랍하는 놈은 한 놈도 없었지. 드랍률이 진짜로 극악이거나…… 아니면, 배후령의 진체가 소멸됐을 때만 드랍하거나 둘 중 하나겠군.
“그렇겠네요. 그리고 아주 높은 확률로 후자일 거고.”
‘정수’라는 이름만 봐도 그게 확실해 보였다.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어떤 시스템인지 알겠네요. 배후령의 진체를 잡아서 드랍되는 정수를 형한테 먹이면 되는 거네.”
다른 배후령들은 할 수 없는, 오직 천마만이 가능한 성장 방식.
이레귤러라는 호칭이 아주 어울렸다.
-후. 이제 천마비급이니 반복 셔틀이니 하는 소리는 안 들어도 되겠군.
“……반복 셔틀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 제가 그렇게까지 인성이 터지진 않았습니다.”
-뭐, 그렇다 치자. 중요한 건 아니니.
갱신된 상태창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새로운 배후령 스킬이 개방되었다는 점이다.
9성 스킬 페르바일러 도흐.
바로, 메피스토가 최후의 순간에 보여 줬던 그 스킬이었다.
“솔직히 메피스토가 쓰러졌을 때, 그 스킬이랑 관련된 뭔가가 드랍될 줄 알았거든요. 스킬이 워낙 특별하니까.”
-그래. 나도 그럴 줄 알았지.
“근데 아무 관련 없는 것만 나와서 좀 실망했었는데…… 크. 이게 여기에 숨어 있었네.”
카르페가 [흡수 정수] 부분을 터치하자, 거기에 대해 관련된 설명이 등장했다.
띠링.
[이레귤러 배후령은 ‘배후령의 정수’를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레귤러 배후령이 ‘배후령의 정수’를 흡수할 경우,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가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 또한 낮은 확률로 해당 배후령의 고유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배후령 스킬은 대부분 약화된 상태로 습득되며, 추후 성장을 통해 강화됩니다(약화되지 않은 채 습득 가능한 스킬도 존재합니다).]라세답지 않게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나열되었다. 카르페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크! 진짜 미쳤다.”
배후령의 고유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라니!
전 스텟 +2라는 옵션도 매우 훌륭했지만, 고유 스킬에 비하면 소소한 옵션으로 보일 뿐이었다.
“낮은 확률로 습득 가능인데, 이게 되네.”
-운빨똥망겜…….
“근데 이제야 납득이 좀 되네요. 메피스토의 진체를 잡은 것치고 보상이 짜다 생각했는데 진짜가 숨어 있었네요.”
그래. 최초로 배후령을 쓰러뜨렸으면 이 정도는 줘야 하는 게 옳게 된 세상이었다.
-땅속에 묻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보통 드랍된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잖아.
“그러게요. 향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뀨우?”
“향이가 최고야! 오늘은 배 터지게 도토리 먹자.”
“뀻뀻!”
약화되었다는 말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뭐 납득 가능한 범위였다.
99.9%의 슬로우를 너프 없이 사용하면 그건 그것대로 밸런스가 이상했으니까.
카르페가 새로운 스킬을 터치했다.
띠링.
[9성 – 페르비얼로 도흐(초급)]– 대상을 지정하여 0.1초간 느리게 만듭니다. 생물, 무생물 모두에게 적용 가능합니다.
“……엥?”
0.1초? 1초도 아니고?
카르페는 순간적으로 잘못 읽었나 싶었지만, 텍스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정말로 0.1초였다.
“아니, 너프가 너무 심하잖아!”
메피스토는 거의 1분은 쓰는 거 같던데 이건 차이가 너무 심했다.
“물론, 고수의 세계에선 0.1초의 차이로도 승부가 뒤집히긴 하는데…… 그래도 그런 경우는 잘 없다고!”
-야, 성장을 통해 강화가 된다잖아. 스킬 포인트 써 봐.
“아, 맞다. 참. 스킬 레벨 찍으면 되지.”
하지만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려는 카르페의 시도는 무참하게 박살 나고 말았다.
띠링.
[해당 스킬은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 [배후령의 정수를 통해서만 성장하는 스킬입니다.]“에라이.”
-……당분간 반복 셔틀이라고 불러도 된다.
* * *
“여기 말씀하신 것들을 구해 왔습니다.”
“오오. 내 생각보다 훨씬 빨리 구해 왔구만. 마음에 들어!”
광산에서 나온 카르페가 향한 곳은 당연히 길리안트 제국 수도 기안의 대장간이었다.
카르페에게 퀘스트를 의뢰했던 대장장이 한센은 광석 무더기를 넘겨받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어. 어마어마한 양이군. 솜씨 좋은 광부였어.”
“뭘요. 그냥 열심히 캤을 뿐입니다.”
“하하. 그래. 겸손은 미덕이지. 그래. 잠시만 있어 보게. 품질을 살펴봐야 하니.”
한센은 그렇게 말한 후, 품속에서 외눈 안경을 꺼내 광석을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허어! 이건 한철 광석이 아닌가! 게다가 이런 품질이라니…… 퍼펙트 히트로만 채광할 수 있는 품질인데.”
“그런 것도 알 수 있습니까?”
“나 정도 경력의 대장장이라면 당연한 일이지! 좀 더 살펴보겠네.”
광석을 검사하면 검사할수록 한센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카르페가 채광한 광석은 예외 없이 퍼펙트 히트로 얻은 것들이었다. 그 품질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놀랍군. 이제 보니 자네는 경지를 이룩한 광부였구만.”
“그럼 퀘스트는 클리어한 건가요?”
“이를 말인가! 약속했던 보수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주겠네. 아니, 이런 솜씨 좋은 광부를 나만 알 수는 없지!”
띠링.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퀘스트의 달성도가 최고 수치입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조건을 만족하여 특수 루트가 개방됩니다.]“자! 이걸 가져가게!”
한센은 어디선가 둘둘 말린 양피지 하나를 들고 와서 카르페에게 건넸다.
“이건?”
“추천서일세. 마음 같아서는 자네 같은 광부와 독점 계약을 맺고 싶지만…… 귀한 인재를 썩힐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왕성에 계신 내 스승님을 소개해 줌세.”
띠링.
[한센의 추천서] [퀘스트 제한 : 대장장이 한센의 인정을 받은 자] [당신은 높은 퀘스트 달성률로 한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는 당신의 솜씨를 높이 사, 그의 위대한 스승에게 당신을 소개하려 합니다.] [퀘스트 승낙 시 : ???와의 호감도 상승, 왕성 출입 가능] [퀘스트 거부 시 : 퀘스트 파기, 한센과의 호감도 소폭 하락]거절할 이유가 없는 퀘스트였다. 아니, 애초에 이 퀘스트야말로 카르페가 진정으로 원하던 보상이었다.
“이방인이 왕성으로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내 추천서가 있다면 들어갈 수 있을 걸세.”
“감사합니다. 고맙게 받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무얼. 좋은 광석을 가져다줘서 내가 더 고맙지. 아, 참. 그러고 보니 자네 길리안트 제국은 처음이라고 그랬었나?”
“네. 맞습니다.”
“그럼. 내 스승님에 대해서 모를 수도 있겠군. 제국 사람이야 모르는 이가 없지만, 시골 출신이라면 모를 수도 있으니.”
“…….”
아무래도 한센의 인식 속에선 길리안트 제국 외의 다른 국가는 전부 시골인 모양이었다.
말을 잇는 한센의 어투에서 자부심이 흘러넘쳤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 그게 바로 스승님이시지.”
“네? 한센 님이 아니라요?”
“뭐? 프하핫! 이 사람 참! 말 재밌게 하는구만!”
[한센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앞으로 더 이상 만날지 안 만날지도 모르는 NPC한테도 열심히 하는구나.
‘호감도 상승각이 보이면 망설임 없이 입을 턴다. 그것이 진정한 게이머의 자세다.’
한참 웃음을 터뜨린 한센은 카르페의 등을 팡팡 치며 말했다.
“나는 스승님에 비하면 한참 멀었지. 뭐, 30년 뒤에는 모르지만.”
“대단하신 분이네요.”
“너무 긴장할 것 없네. 지금에야 귀족이시지만 원래는 평민출신이셨으니까. 아주 털털하신 분이지.”
하지만 이후 한센은 카르페도 듣기 힘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괄괄한 부분이 있긴 한데,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야겠지.”
“네?”
“아무것도 아니네. 그럼 스승님께 안부 좀 전해 주게.”
그렇게 카르페는 추천서와 보상인 대량의 골드를 받아 들고 대장간을 나왔다.
“후. 형 말대로 성에 들어갈 방법을 손에 넣었네요.”
-잘됐군. 아, 그 스승이란 작자랑도 친하게 지내면 좋아. 이 나라에서 영향력이 크거든.
“그래요? 기사의 나라인데 대장장이를 그렇게 높게 쳐 주나?”
고고한 기사님들이라면 망치는 천한 것들이나 두드리는 거라고 멸시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야 보통 대장장이가 아니니까. 아까 한센이 말했던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이라는 게 헛말이 아니야.
“그래요? 누군데요?”
-대륙 11강 철왕좌(鐵王座). 칸트라울.
“……미친.”
카르페가 지금부터 만나야 할 NPC의 정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