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2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23화(523/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흐히힛!”
진마금 원석을 받아 들고 희희낙락하던 칸트라울은 돌연 뭔가를 떠올리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 그런데 지금 당장 만들어 주기는 좀 힘들 거 같은데…….”
“네? 갑자기요? 어허. 아실 만한 분이 왜 이러십니까.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일단 들어 봐. 먹고 째려는 거 아니거든?”
카르페가 눈을 게슴츠레 뜨자, 칸트라울은 행여나 계약이 파토 날까 봐 황급히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 내가 좀 자유로운 몸이긴 한데 그래도 제국에 속한 신분이거든.”
“그렇죠. 후작님이시니.”
“작위야 제국 녀석들이 나 붙잡아 두려고 명목상 준 거긴 한데……. 아무튼 내가 이래저래 받아먹은 게 많아. 특히, 선대 황제에게는 큰 빚을 졌지.”
원래는 소속이란 게 없이 자유롭게 떠돌던 칸트라울이었지만, 선대의 빚을 갚기 위해 길리안트 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흐음. 그렇군요. 그런데 그거랑 제작이랑 무슨 상관이?”
“요즘 나라 사정이 안팎으로 안 좋다 보니 무장이 많이 필요해서 그래. 한마디로 엄청 바쁘다 이거지. 그런데 네 무구를 만들어 주는 게 보통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거든? 어중간한 걸 만드는 것도 아니고 크림슨 미스릴이잖아. 나도 광물 성질 같은 거 분석도 좀 해야 하고…… 구상도 해야 하고…….”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요약하면 간단했다.
“그러니까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개인 사정으로 일 빠지기 눈치 보인다 이 말씀이신 거죠?”
“응……. 그렇지.”
-거 참. 무슨 성수기 때, 회사 눈치 보면서 연차 쓰는 회사원도 아니고 이게 뭔…….
‘좋게 말하면 성실한 거긴 한데.’
대륙 11강임과 동시에 제국의 후작.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뭐라 할 이가 아무도 없을 위치였지만, 그녀는 그래도 켕기는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과하게 성실했다.
“그래도 내가 최대한 파바박 만들어 버리면 조만간 시간이 나긴 할 거야. 그때 딱 만들어 줄게. 내 온 역량을 부어서!”
“후. 뭐,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죠.”
“역시! 너 좋은 놈이구나!”
굳이 보채서 먼저 만들어 달라 하기보다는 그녀가 온 신경을 쏟을 수 있을 때,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나라 사정이 안팎으로 안 좋다니요? 길리안트 제국이요?”
길리안트 제국은 4 강대국 중에서도 가장 군사가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갑자기 무장이 많이 필요할 정도로 사정이 안 좋다니?
“아, 그게 좀…….”
그녀는 뒷머리를 한번 긁적이고는 너만 알고 있으라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
“실은 국경 부근에서 소란이 발생했거든. 혹시 라마르크라는 나라 알고 있나?”
“……네?”
-라마르크? 걔가 갑자기 왜 나와.
아마 전 유저를 통틀어서 라마라크와 가장 가까운 유저가 카르페일 것이다.
“제국과 국경이 닿은 나라인데, 실은 얼마 전에 그 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났거든. 그래서 왕이 바뀌었어.”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알다 뿐인가. 그 혁명에 직접 참가도 했다!
“그래? 그럼 이야기가 쉽지. 그 혁명이 제국에게 조금 안 좋게 작용했어. 기존의 왕은 무능한 놈이라 다루기가 쉬웠는데 새로운 왕은 그게 아니었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주 영악한 놈이라던데.”
“아하.”
-적국이 영악하다고 하는 거면 진짜 극찬이네. 게임 더럽게 한다는 거 아냐.
대충 어떤 시나리오인지 알 것 같았다.
간신에 휘둘리던 무능한 왕이 혁명으로 사라지고 새로이 유능한 왕이 집권하자 그 스노우볼이 제국으로 굴러왔다는 소리였다.
“국경 부근에서 몇 번 국지전이 있었는데…… 전부 제국 측이 깨졌지. 그것도 무참하게.”
“네?”
“새로운 11강이 나타났거든.”
라마르크의 혁명 과정에서 11강 도패 길리안이 전사했다.
사실, 전사한 게 아니라 카르페에게 귀속되어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것이지만, 일단 세상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라마르크의 전력 대부분이 도패 길리안이었던 걸 생각하면 아주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언제 제국에 먹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했던가.
“설마 전왕비가 그렇게 실력자일 줄은 아무도 상상 못 했을 거야.”
“아.”
길리안의 손녀이자 전국왕의 왕비.
그녀가 국경 전장을 쓸어버리며 새로운 11강의 호칭을 부여받은 것이다.
칸트라울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도를 쓰진 않고 검을 쓰다 보니 검패라고 한다는 모양이더라. 거기에 그쪽 국왕 수완이 좋은지, 루인데리아 쪽에서도 어떻게 지원을 받는 모양이던데. 아주 골치 아파.”
“아하. 그래서…….”
“그래. 이쪽도 부랴부랴 준비하는 거지. 덕분에 장인들은 대호황이다. 광물이 부족할 정도로 말이지.”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환은 국경 밖에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요즘 들어 사이비 놈들도 엄청 날뛴단 말이야. 그쪽으로도 인력을 할애해야 하니 진짜 죽을 맛이지.”
“사이비? 아! 그 사교도들이요.”
“알고 있네? 아, 그렇지 참. 그러고 보니 그쪽 광산이 사이비 놈들 소굴이라는 소문이 있었지. 혹시 만났어?”
“아뇨. 운이 좋았는지 마주치진 않았습니다.”
카르페는 사교도들과의 일을 숨겼다.
처음에는 사교도들을 토벌했다는 걸 알려 공적치를 쌓을 생각이었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정확히는 메피스토펠레스를 소멸시킨 시점에서.
‘배후령이 소멸했다고 유저들 사이에 소문이 다 퍼졌는데, 이 타이밍에 제가 사교도들을 토벌했다고 하면 안 되겠죠.’
-그래. 관련지어서 의심하는 놈들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 뭐, 아무리 그래도 일개 유저가 배후령을 소멸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가능성은 낮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또 있는 법이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칸트라울을 후견인으로 둔 이상 공적치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기도 했다.
칸트라울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쯧.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니까. 새로운 신이란 놈들은 서로 편을 갈라서 사교도니 뭐니 하면서 싸우질 않나, 국민들은 그런 신들을 좋다고 숭배하질 않나.”
“칸트라울 님은 신을 믿지 않나요?”
“물론 믿지. 다만, 요새 유행하는 새로운 신들이 아니라 다른 신을 믿어.”
“아하.”
어쩐지 알 것 같았다. 카르페가 슬쩍 떠보았다.
“혹시 아스텔 님?”
“어?! 뭐야! 너 그걸 어떻게?”
“제가 아스텔 님이랑 좀 인연이 있거든요.”
아까 전, 칸트라울이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 때 스치고 지나간 말이 있었다.
바로 아버지가 드워프라는 말.
그 말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칸트라울은 드워프와 인간의 혼혈일 것이다.
하프 드워프. 그리고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이 두 가지 단어를 조합했을 때, 그녀가 믿는 신은?
당연히 드워프의 종족 신이자 대장장이의 고대신인 아스텔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어? 어? 그러고 보니…….”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후, 갑자기 카르페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다.
“이거 콜카니언 금속으로 만든 갑옷이잖아?! 게다가 여기에 사용된 공법은 우리 드워프들의 것인데…….”
“제가 만든 겁니다. 옆에서 아스텔 님이 도와주셨거든요.”
“너 정말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아스텔 님은 나도 어릴 적 먼발치에서 본 게 다였는데.”
이제 호의를 넘어 슬슬 존경의 눈빛으로 카르페를 바라보는 칸트라울이었다.
그녀가 눈을 빛내며 카르페에게 물었다.
“그럼 너도 새로운 신이 아니라 아스텔 님을 믿는 거네?”
“어…… 비슷하죠?”
일단, 아스텔의 임시 사도직을 맡고 있긴 했으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거짓말은!
“크으.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남 같지가 않더라니! 이건, 사실상 형제구만! 좋아. 너…… 어, 그러고 보니 이름을 묻지 않았네.”
“카르페입니다.”
“좋아! 카르페! 넌 내가 책임지고 밀어준다! 형제!”
종교로 뭉친 인연만큼 또 끈끈한 게 없는 법이었다.
* * *
“자, 그럼 지금부터 기본 방침은 ‘사교도 사냥’으로 잡아야겠네요.”
왕성에서 빠져나온 카르페는 천마와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원래도 배후령과 적대하는 포지션이었지만, 천마가 배후령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걸 안 이상 이제는 눈에 불을 켜고 배후령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가장 만만하게 덤벼 볼 수 있는 배후령이 바로 사교도 측의 배후령이었다.
-그렇지. 그게 여러모로 이점이 많으니까. 철왕좌도 그걸 추천했잖아.
“그랬었죠.”
철왕좌를 등에 업었다고 해서 황성 내부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거나 황제를 배알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제아무리 철왕좌라 할지라도 어디서 굴러들어 온지도 모르는 이방인을 갑자기 ‘야! 이놈 내 인맥이니까 건드리는 놈 다 죽는다!’라고 하기엔 모양새가 좋지 않았던 탓이다.
‘왕실 데뷔를 하고 싶다면 적당한 공을 세우는 게 좋아. 뭐, 내가 억지를 부린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분명 수군거리는 놈이 있을 테지.’
‘적당한 공이 뭐가 있을까요?’
‘사교도 토벌이 제일 좋을 거 같은데? 네가 그 녀석들의 머릿수를 줄여 주면 내 일거리도 줄어들 테니까 무기도 빨리 만들어 줄 수 있어.’
‘딱이네요.’
‘뭐, 무리할 필요도 없고 적당히만 해. 적당히만. 그러면 내가 어떻게든 밀어줄 테니.’
거기에 하나 더, 사교도란 것들은 대부분 은거지를 으슥한 동굴이나 광산 같은 곳에 두는 경우가 많아서 채광도 겸사겸사 병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광석을 많이 캘수록 철왕좌의 일이 더욱더 줄어든다. 배후령도 잡고, 명분도 쌓고, 광석도 캔다. 일석 삼조의 일이었다.
“마침. 근처에서 유저들이 사교도 토벌단을 꾸리고 있다던데 그쪽에 슬쩍 가 보죠.”
이 정보는 철왕좌의 시종인 하보스가 준 정보였다.
꼭 토벌단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관련된 정보만 얻어도 이득이었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가 알려 준 대로 광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워. 참가하려는 사람이 많네요.”
-그렇겠지. 국가 공적치를 쌓아 두면 여러 가지 이점이 많으니까. 음? 저 녀석이 이번 토벌단 유저 대표인 거 같은데?
“어디요? 어……?”
광장의 중앙. 천마가 가리킨 곳에는 한 명의 유저가 있었다.
놀랍게도 카르페도 익히 알고 있는 유저였다.
거의 2m에 달하는 거구. 짙은 눈썹에 뚜렷한 이목구비.
남자는 돌연 갑자기 권속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적토마 소환!”
허공에서 붉은색 말이 등장했고, 거구의 남자, 봉선은 적토마에 올라타 연설을 시작했다.
“들어라! 제군들! 본시 사교도 같은 신들의 세력 싸움에 우리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사교도만큼은 예외다! 놈들의 정체가 확인된 이상, 절대로 좌시할 수 없음이니!”
봉선은 흥분에 차,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허공에 휘둘렀다.
……저러다 경비병에게 제압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역적 동탁! 우리 삼국 길드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토벌하겠다. 그리하여 한 황실의 기지가 살아 있음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다!”
“와아아아-! 역적을 토벌하라!”
“크아아아! 동탁을 죽여라! 창천이사! 황천당립!”
“지금은 그거 아냐. 미친 황건적 새끼야!”
7성 배후령 동탁(董卓) 중영(仲穎).
바로 카르페가 향해야 할 다음 사교도들의 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