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2화(52/581)
카르페가 솔로 레이드에 성공한 그 시각 즈음.
마모니즘의 길드장 마몬은 길드 하우스의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그래서, 아직 꼬리도 못 잡았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이거 참. 천하의 곽무성이가 많이 죽었구만. 현장 일에서 멀어졌다고 감이 떨어졌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마몬의 비서, 곽무성은 그저 고개를 조아렸다.
사막에서 바늘을 찾으라는 억울한 지시였지만…… 어쩌겠는가. 눈앞의 사내는 월급을 주는 고용주였고, 집에는 자신만 바라보는 가족이 있었다.
“뭐, 좋아. 하루 이틀 안에 결과가 나올 만한 일도 아니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마몬이 사막에서 바늘을 못 찾았다고 지랄하는 타입은 아니라는 것.
이유가 타당하다면 부하의 실패도 웃으며 넘어가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직 단서가 너무 부족합니다.”
“단서? 그 천마인지 뭐시긴지 하는 채널 운영한다며? 그거 캐 보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개설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신규 채널이고, 올라온 영상도 세 개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영상의 타임도 짧아서 정보를 건지려 해도 건질 게 없었던 것이다.
영상을 돌리고 돌려서 그나마 알아낸 점이라고는 남자, 검과 번개 마법을 사용하는 마검사. 그리고 마법 다람쥐 펫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뿐이었다.
아니, 사실 다람쥐는 여기사 유저의 펫일 가능성도 있기에 확실한 것도 아니었다.
“남자에 마검사라. 루아나를 뒤져보면 몇 트럭은 나오겠구만.”
“네. 게다가 초보자 도시와 달리 루아나는 전 세계의 유저가 있는 곳이라…….”
“알겠어. 알겠어. 그만 보챌 테니 곽 팀장이 알아서 잘 찾아봐.”
“감사합니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 반드시 놈을 찾아내서 피의 척살을…….”
“응? 척살? 척살을 왜 해?”
“……찾아내서 복수하시려는 거 아니셨습니까?”
“하, 이거 참. 나를 이렇게 모르나? 곽 팀장이 내 전담 비서로 넘어온 지 얼마나 됐지?”
“1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곽무성은 1년 전까지 인사팀에서 일하다가 마몬이 직접 비서로 발탁한 케이스였다.
그가 라세의 고렙이었기 때문이었다.
“1년이면 슬슬 알 만도 한데 말이지. 이봐, 곽 팀장. 복수가 돈이 될까?”
“……보통은 안 되지요.”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복수라는 행위를 위해선 오히려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하지만 본보기라는 것이…….”
“본보기 같은 소리 하네. 무슨 조폭 영화 찍어? 기업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거야. 지금 안 그래도 코인으로 수작질했다고 욕먹는 중인데, 여기서 고작 유저 한 명 척살하겠다고 난리 피워 봐라.”
자숙해도 모자를 판에 날뛴다고 욕을 세 배로 처먹을 것이다.
한창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주가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일.
“돈과 시간을 들여서 복수한다 치자. 그럼 뭐가 남지? 그래, 기분이 좀 풀릴 순 있겠지. 하지만 난 말이야. 돈만 벌 수 있으면 내 기분이 땅바닥으로 처박혀도 괜찮은 사람이야.”
돈만 된다면 자신의 원수라도 웃으며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
마몬은 그런 사람이었다.
“찾아내서 스카우트 진행해. 원피단뿐만 아니라 검제…… 아니, 지금은 한조랬나? 아무튼 전부 다 씹어 먹는 놈인데 무조건 영입해야지.”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쓰읍. 게임에서는 길드장님이라 부르라니까. 아, 스카우트 하니까 생각났는데 최대성이는 잘 크고 있나?”
“네. 어제 전직을 마쳤습니다.”
“오, 그래? 뭐로 전직했는데?”
“‘피의 사제’라고 몽크 계열의 히든 클래스라고 합니다.”
“몽크라. 우리 길드에 별로 없는 직군이군. 아주 좋아.”
“높은 감응도를 활용하기 좋은 직업입니다.”
감응도란 현실 육체의 명령에 게임 내 아바타가 얼마나 잘 반응하느냐를 수치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가상 현실 게임인 이상 현실의 육체와 아바타 간에는 미세한 반응 딜레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 반응 딜레이가 적을수록 감응도가 높게 측정되는 식이었다.
프로게이머 1군을 준비하려면 이 감응도 수치가 최소 90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최대성이 감응도 수치가 얼마라고 그랬지? 100은 넘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다 알고 있으면서…….’
곽무성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모시는 상사는 굳이 아는 정보도 부하의 입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그게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하는 정보라면 더더욱 말이다.
“아폴론으로 플레이했을 때 기록이 107입니다. 천검의 기록보다 2 높은 수치입니다.”
“아아, 그래 맞아. 107! 숫자가 아주 맘에 들어.”
최대성은 올해 막 성인이 된 마모니즘 길드의 최고 유망주였다.
영입 자체는 3개월 전에 이루어졌지만, 그동안 개인 사정과 더불어 몸을 만든다는 이유로 어제에서야 라세를 시작했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감응도와 더불어 8성 배후령을 뽑아 버린 탓에 마모니즘 내부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인사였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그러니까 하늘이 그런 복덩이도 내려주고 하는 거잖아.”
“……그렇습니다. 다 길드장님의 덕망 덕분이지요.”
“그래. 그래. 최대성이는 곽 팀장이 집중적으로 살펴 줘. 원하는 건 다 편의를 봐 주도록 하고.”
“저, 안 그래도 최대성이 무기를 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무기? 구해다 주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매물이 없어?”
“유니크 아이템이라 매물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경매장에 올라왔는데 이미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서…….”
“얼만데?”
“현재 최고 입찰가가 1만 골드입니다.”
1골드의 시세가 1달러인 현 라세에서 1만 골드는 한화로 약 1,2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웬만한 자산가에게는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푼돈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마몬은 헛된 곳에 낭비되는 돈은 1,000만 원이 아닌 1,000원도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역정을 내시겠지.’
곽무성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가 아는 길드장이라면 나중에 갈아탈 저렙템 따위에 돈을 쓸 리가 없는 위인이었다.
하지만.
“사 줘.”
“네?”
“사 주라고. 앞으로 최대성이 요구하는 건 웬만하면 전부 들어줘. 보고할 필요 없으니까 곽 팀장 선에서 판단해.”
“네?”
예상과 다른 말에 길드장을 쳐다봤으나 마몬은 ‘뭘 되물어?’라는 표정으로 곽무성을 쳐다봤다.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까 최고 입찰가가 1만 골드라고 했었지?”
“네. 그렇습니다.”
“3만 골드에 입찰 진행해. 이왕 보여 주는 거 확실하게 보여 줘야지.”
마몬은 돈 낭비를 병적으로 싫어했지만 그렇다고 투자에 인색하진 않았다.
그래, 투자. 이건 투자다.
‘우리 길드는 너라는 존재를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다.
고작 몇천만 원 가지고 최고의 유망주와 신뢰를 쌓을 수만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돈이야말로 최고의 가치였지만 그 돈을 벌어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인재에 돈을 아끼면 안 돼.”
투자한 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다.
마몬은 그렇게 확신하며 웃었다.
* * *
“감사합니다! 덕분에 걱정을 덜게 되었습니다!”
[치안대원의 의뢰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5골드와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됐다! 렙업!”
-수고했다. 드디어 25렙 달성이군.
솔로 레이드를 마친 직후 카르페의 레벨은 23이었다.
그 후 남은 버섯을 캐면서 조금 더 사냥하다 보니 24렙. 마을로 돌아와서 두 개의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니 딱 25렙을 달성할 수 있었다.
“드디어 두 번째 유물 시나리오가 진행되겠네요.”
-룸 업그레이드도 잊지 말고.
“그것도 당연히 해야죠. 그럼 일단은 먼저…… 응?”
카르페가 직업 시나리오를 진행하려는 순간, 눈앞에 알림창이 등장했다.
[등록하신 경매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가까운 경매장에서 대금을 수령하시기 바랍니다.]“아, 맞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그동안 정신없이 움직이긴 했지. 코앞이니까 바로 들르면 되겠다.
그렇게 카르페는 곧장 경매장으로 향했고.
[‘광신도의 낫’이 30,000골드에 거래되었습니다.] [‘케들락의 목수 장갑’이 1,130골드에 거래되었습니다.] [고객님의 계정 등급은 ‘블랙’입니다. 수수료가 면제됩니다.]“……엥?”
이해할 수 없는 단위의 숫자에 혼란이 찾아왔다.
“……3만? 1골드에 1달러고 1달러가 1,000원 조금 넘으니까…… 헉?!”
-쯔쯔. 보아하니 어떤 재벌 놈이 돈 지랄 좀 했구만……. 하여간 돈 자랑 못 해서 안달 난 놈들 많다니까.
가끔 그런 인간들이 있었다.
잠시 거쳐 지나가는 저렙 구간에서도 최고의 템을 휘둘러야 성미가 차는 인간들.
어차피 나중 가면 안 쓸 거 알지만 희귀하면 일단 지르고 보는 이들.
보통 중동의 석유 재벌들이 그런 짓을 많이 하는데, 필시 저 3만 골드도 그들의 소행일 것이다.
-잘 쳐 줘야 1만 골드 될까 말까 한 수준인데…… 재벌들끼리 치킨 게임이라도 붙었나 보군.
“우와…… 우와……!”
아이템 하나 팔아서 몇천만 원?
소설에서나 나올 법할 일을 막상 직접 경험하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네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한 거금인 거 알겠다만 진정 좀 해라. 나중에 가면 0 하나 더 붙을 텐데 그땐 어쩌려고 이러냐?
“……아이템 가격이 억 단위가 된다고요?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지. 고전 게임에 중에 그 뭐냐? 집행검? 그런 것들도 억 소리 났잖아.
고작 한국인만 하던 게임에서도 그 정도인데 전 세계 5억 이상의 인구가 즐기는 라세라면?
정말 아이템 하나에 수십억을 호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진짜 안 와닿는다.”
-아직 쪼렙이라 그래. 점점 실감하게 될 거다. 1년 뒤만 돼 봐라. 3만 골드? 그런 푼돈을 누구 코에다 붙여! 이럴걸?
카르페와 천마가 행복한 청사진을 그리는 와중 로브 속의 티나가 입을 열었다.
“주군.”
“응?”
“갑작스러운 말이지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갑작스러운 발언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기억이라니.
“두 번째 유물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
사실, 당연한 말이지만 카르페는 티나를 제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다른 유물에 관해 물었었다.
마도왕의 유물이 일곱 인형을 뜻하는 것이라면 당사자인 티나가 가장 잘 알았을 테니까.
하지만 티나는 오랜 봉인의 후유증인지 다른 인형에 관한 기억만큼은 흐릿하다고 답했었는데…….
-흠. 아마 네 레벨이 일정 이상 도달하면 기억이 돌아오는 식인가 보군.
“25레벨에 퀘스트가 진행된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이어지는 티나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두 번째 인형은 ‘환영(幻影)의 미라쥬’. 도플갱어입니다.”
-……도플갱어?
“변신하는 몬스터? 그 도플갱어?”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도플갱어의 형질을 가진 호문쿨루스겠군요. 마도왕께서 두 번째로 제작한 인형입니다.”
“흠. 이거 또 흥미로운 설정이네. 그래서 그 두 번째 인형은 어디에 있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미라쥬는 ‘잊혀진 숲’에 있을 겁니다.”
-잊혀진 숲? 라세에 그런 지명도 있었나?
자타공인 최고의 썩은물 천마조차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티나는 당연한 반응이라는 듯 끄덕였다.
“모르실 수밖에 없습니다. 잊혀진 숲의 주민들은 인간을 극도로 경계해서 숲 전체에 인식 저해 결계를 걸어 두었으니까요.”
그 순간이었다.
띠링.
[마도왕의 두 번째 유물 (1)] [분류 : 직업 시나리오 퀘스트]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지금은 잊혀진 고대의 숲에 마도왕의 두 번째 유물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숲의 주민들은 인간에게 매우 적대적입니다. 두 번째 유물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인정을 먼저 얻어야 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시 : 다음 퀘스트로 연계, 새로운 지역 ‘잊혀진 숲’ 개방] [퀘스트 실패 시 : 유물 획득 실패, ‘엘프’ 종족과의 호감도가 최악으로 고정]“……어?”
-엘프? 엘프가 왜 거기서 나와?
카르페가 다시 한번 전인미답의 길을 밟으려 하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