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3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36화(536/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그렇게 국가 대항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정훈은 자신이 참여할 네 가지 종목을 확정지었다.
파워 게이징.
보스 솔로 레이드.
1:1 자유 대인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한 것이…… 바로 대장장이, 그러니까 아이템 제작 종목이었다.
사실, 마지막 한 종목은 제법 고민을 했다. 아이템 제작 외에도 다른 재밌는 종목이 많이 있었으니까.
특히, 권속을 이용한 전투 종목이 있어서 여기에 정훈이 참여하면 우승은 기정사실이었으나…… 결국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과 비슷한 걸 이미 펫 경연 대회에서 충분히 즐겼기 때문이었다.
정훈이 아이템 제작 종목에 참여한다는 뜻을 밝히자, 천검이 조금 당황했다.
“네? 아이템 제작이요? 대장장이 스킬도 익히고 계셨나요?”
“네. 어쩌다 보니 괜찮은 제작 스킬을 보유하게 됐네요. 아이템도 제법 만들어 봤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도왕의 직업 전용 스킬 ‘마도 공학’에 포함된 제작 기능이었다.
정훈의 대답에 천검이 감탄을 터뜨렸다.
“……그런 전투력에 대장장이 스킬까지, 정말 대단하시네요. 알겠습니다. 그 4개 종목이면 저랑 크게 겹치는 건 없네요.”
“뭐, 금메달을 확실하게 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아뇨. 카르페님이라면 반드시 해내실 겁니다.”
“아, 넵.”
너무 확신에 찬 어투라 오히려 정훈이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 대인전에서 만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그녀가 방금 전 말한 바와 같이 두 사람 간 출전 종목은 겹치지 않았다.
단 한 가지. 1:1 자유 대인전만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번 국가 대항전에는 정말 다양한 종목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종목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게 바로 1:1 자유 대인전이었다.
국가 대항전의 꽃!
세계 최강을 가리는 무대!
라세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를 가리는 자리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모든 유저들의 최대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천검 역시 이 종목에 참여한다.
그녀는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만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카르페와 맞붙는다면 100% 패배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강을 가리는 무대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건 게이머로서의 영혼이 용납하지 않았다.
비록 메달이 중요하다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이번 무대에서 시험해 보고 싶었다.
“아, 그리고 단체전 종목으로 말씀드릴 게…….”
“웬만해선 최대한 참여하려고 합니다. 이왕 참가하는 거, 최대한 즐기면 좋잖아요. 아, 혼성 종목도 같이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끼리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요?”
“아…….”
정훈의 말에 천검의 얼굴이 살짝 흐려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훈과 류세아만 한국을 대표하는 유저가 아니다. 한국에는 세계 10대 길드 중 하나인 ‘마모니즘’ 길드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한국 국적 소속의 랭커들은 마모니즘 길드에 대량으로 포진해 있었다.
“그쪽은 아마 독자적으로 움직일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크게 얽히고 싶진 않아서.”
“하긴. 이미지가 별로 안 좋죠.”
돈이 된다면 무엇이라도 하는 길드. 가능만 하다면 나라도 팔아먹을 수 있는 길드.
그게 현 마모니즘 길드의 이미지였다. 천검과는 성향부터가 상극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혹시 다른 변경사항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아…… 벌써요? 음료가 좀 남았는데…….”
“아, 하긴. 남기면 아깝죠.”
정훈은 그렇게 말한 후, 그대로 남은 커피를 원샷 때려 버렸다.
“하. 확실히 여기 커피가 맛있네요. 덕분에 좋은 곳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가 좀 그런 편이긴 해요.”
“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카르페 님도요.”
* * *
그리고 다음 날.
카르페는 나머지 예선 참가 시험을 위해 다시 대도시를 방문한 상태였다.
-……그래서, 어제 천검이랑 데이트하면서 종목을 정해 왔다고?
“에이. 데이트는 아니죠. 그냥 조국의 미래를 위한 회담 같은 느낌이지.”
-그것도 태클을 걸고 싶긴 한데…… 그건 그렇다 치고, 아니 진짜로 원샷 때리고 그냥 바로 나왔다고?
“그쵸. 남기면 아깝잖아.”
-에라이. 등신 새끼.
“???”
천마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뭔 일본 만화에서나 볼 법한 눈치 개 처박은 주인공도 아니고 이게 무슨…….
평소에도 눈치가 없으면 또 이해를 하겠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라 더 황당했다.
-야, 잘 들어. 이번엔 네가 산다고 하고 천검이랑 다시 커피…… 아니지, 잠깐.
복장이 터질 것 같아 한소리 하려던 천마는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이놈이 연애를 한다고 해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지?
20대 초반. 본격적으로 연애가 고플 나이이긴 하다. 그런 카르페가 연애에 눈을 떠서 게임을 등한시한다면?
하루에 할당된 접속 시간마저 채우지 않는다면?!
-……그건 안 되지.
카르페는 이대로 열심히 성장해서 라세를 박살 내버리고, 자신을 영원 회귀로부터 구원해 줄 동아줄 같은 놈이었다.
그래. 연애는 무슨 놈의 뒤질 연애란 말인가. 게임이나 열심히 하라지.
-그리고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했다. 감히 나도 아직인데!
“형. 아까부터 뭘 그리 중얼거려요?”
-아니, 종목 괜찮게 선정한 것 같다고 생각 중이었지.
“그쵸? 말 나온 김에 바로 시험 치러 가죠.”
카르페가 어제와 마찬가지로 시험 접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세요. 플레이어님. 참가를 원하시는 종목이 있으신가요?”
“네. 보스 솔로 레이드 종목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아! 이미 어제 하나의 종목에 참여하셨네요. 별다른 계정 정보 스캔 없이 바로 이동이 가능하십니다. 지금 바로 보내 드릴까요?”
“네. 부탁합니다.”
“그럼 곧바로 워프시켜 드리겠습니다.”
접수 NPC의 안내에 따라 시험장에 도착하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NPC가 종목 시험을 설명해 주었다.
“보스 레이드 시험에 어서 오세요! 이곳은 플레이어가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얼마나 빠르게 쓰러뜨리는지를 겨루는 시험입니다. 이번 예선 시험에서는 적당히 약하면서도 적당히 강한 몬스터가 등장할 거예요.”
“빨리 쓰러뜨리기라…… 예선전은 타임 어택이란 소리네요.”
“네!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본선에서는 조금 룰이 바뀔 수도 있지만…… 스포일러인 관계로 여기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 몬스터 타임 어택은 지금까지 몇 번 해 봤던 거라 익숙했다.
“자, 저쪽의 전광판을 주목해 주세요! 세계 랭킹과 더불어 국내 랭킹이 나와 있습니다. 세계 랭킹 상위 50위에 들면 소정의 보상이 주어지니 열심히 해 주세요!”
카르페가 전광판을 흘긋 쳐다봤다. 현재 세계 랭킹 1위는 카르페도 모르는 아이디였는데, 기록은 3분 17초로 랭크되어 있었다.
“예선 시험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는 ‘크림슨 고블린’이랍니다. 100레벨의 보스 몬스터에요.”
크림슨 고블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블린 계열의 보스 몬스터였는데, 말만 고블린이지 덩치가 거의 성인 남성만 했다.
특유의 붉은 피부는 질기기로 유명했고 호전성도 높아 100레벨대에선 꽤 까다로운 보스로 유명한 녀석이었다.
“그럼 준비되시면 말씀해 주세요. 몬스터를 소환하겠습니다.”
“준비됐습니다. 바로 소환해 주세요.”
“네? 조금 더 준비하시지 않으셔도 되나요?”
“네. 괜찮습니다.”
카르페는 적당히 콜카니언 방어구 세트의 주사위 옵션만 터뜨리기로 했다.
[주사위 4!] [아이템 옵션으로 인해 공격력이 40% 증가합니다.]“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소환할게요. 에잇!”
시험 NPC가 눈을 감고 손을 뻗자 바닥의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그곳에서 크림슨 고블린이 등장했다.
“휴. 소환했습니다. 그럼 플레이어님의 건승을…… 꺅!”
후웅.
카르페는 고블린이 소환되는 즉시 창룡보를 밟았다.
크림슨 고블린 또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카르페를 향해 격한 노성을 토했다.
아니, 토하려고 했었다.
“키릭? 키에에엑! ……꿰엑?!”
퍼억!
“마선침투경!”
카르페의 주먹이 정확하게 크림슨 고블린의 옆구리에 박혀들었다. 데미지가 어마어마했는지, 크림슨 고블린은 첫 공격으로 스턴에 빠지고 말았다.
[크리티컬 히트!] [완벽한 타이밍으로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대상이 1초간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보스 몬스터에게는 상태 이상 지속 시간이 감소합니다).]“케, 케에엑…….”
“가만히 있어라. 그래야 편하게 간다.”
“케엑?!”
크림슨 고블린이 일순간 두려움에 빠진 것은 착각이었을까.
퍼버버버벅!
카르페의 주먹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크리티컬 히트!] [완벽한 타이밍으로 카운터를 성공시켰습니다. 3초간, 대상의 방어력이 추가 감소합니다.] [크리티컬 히트!] [크리티컬 히……]건드리는 족족 크리티컬이 터져 나왔다.
카르페의 공격이 정교하기도 했지만, 대상과 레벨 차이가 심하다 보니 발생한 결과였다.
이윽고.
“케……륵…….”
쿠웅.
크림슨 고블린이 바닥에 몸을 뉘였고, 이내 회색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헤…….”
옆에서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시험 NPC는 자신의 본분도 잊었는지 종료 선언을 하지 않았다.
“시험 끝났죠?”
“아, 아앗. 내 정신 좀 봐. 네네. 끝나셨어요. 기록은 고블린이 사망할 때 자동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아, 등록하실 닉네임이 있으신가요?”
“네. 천마로 부탁드릴게요.”
“네. 천마로 등록하겠습니다. 잠시만요. 기록이 어디 보자…… 엑?!”
그렇게 전광판에 새로운 기록이 떠올랐다.
New! 1위 – 천마 (36초)
2위 – 엘레그란테 (3분 17초)
-흐음. 훌륭하군. 아무리 100레벨대 몬스터라지만…… 도핑할 거 다 하고 덤벼들었으면 20초대도 끊었겠군.
“큭큭. 이런 미천한 놈에게 본좌의 모든 힘을 내보일 수는 없지. 본 무대는 아직 멀었다.”
-……그런 것치곤 이미 충분히 내보인 거 아니냐? 36초면 다들 기겁할 텐데.
“뭐, 숨길 이유도 없으니까요.”
파워 게이징 종목에 이어서 보스 솔로 레이드까지 1위에 ‘천마’의 이름이 새겨졌다.
“힘숨찐은 이미 질리도록 했으니까.”
힘숨찐의 묘미는 결국, 그 숨기고 있던 힘이 터져 나올 때에 있는 법 아니겠는가.
카르페는 이번 대회에서 ‘천마’의 이름을 제대로 알릴 생각이었다.
“그럼 다음 시험장으로 가 볼까요. 음…… 제작부터 하는 게 낫겠네. NPC님. 이동 좀 부탁드릴게요. 아이템 제작 종목입니다.”
“네, 넷!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닷!”
“네?”
카르페는 영문 모를 NPC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음 시험장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