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4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47화(547/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키아아악?!>
전투는 격렬했다.
독룡화된 이무기와 거대 메카의 싸움.
보는 이로 하여금 손을 움켜쥐게 하는 괴수의 대전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광경을 볼 수 있는 존재는 당사자들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괴력과 괴력. 마법과 마법이 부딪히며 얼마의 시간을 싸웠을까.
어느새 승기는 카르페에게 기울어 있었다.
“이걸로 끝이다아!”
콰아아아앙-!
카르페가 거대 해머로 칼하룸의 머리를 힘껏 내려치자, 빠각! 소리와 함께 칼하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넘어간다!
잠시간 비틀거리던 칼하룸은 결국 충격을 버티지 못해 쓰러졌고, 거체의 몬스터가 호수 위로 떨어지자 거대한 물보라가 발생했다.
<보스 몬스터 ‘칼하룸’이 그로기 상태에 돌입합니다. 그로기 상태가 2분 동안, 유지됩니다.>
“후우.”
강력한 일격이었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 이무기는 호수 위에 둥둥 뜬 채로 기절 상태에 빠졌다.
-마무리만 남았나. 생각보다 엄청 어렵지는 않았군.
“그러게요.”
300레벨에 가까운 보스 몬스터와의 일전이라 나름 긴장하고 있었는데 생각만큼 어려운 전투는 아니었다.
비슷한 레벨대인 암왕좌와의 전투와 비교해 봐도 상당한 난이도 차이가 있었다.
“처음부터 상태가 안 좋기도 했고…… 아무래도 상성이 상성이다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칼하룸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기 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단단히 몸을 지켜 줘야 했던 비늘이 여기저기 떨어져서 피를 쏟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악룡화가 진행되면서 ‘독’ 속성이 메인 속성이 되어 버린 게 칼하룸으로서는 최악이었다.
독으로 분류되는 이상, 해금을 보유한 카르페에게는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칼하룸으로서는 가장 큰 무기를 봉인하고 싸워야 하는 셈이었다.
“차라리 독룡화되기 전 상태에서 싸웠다면 그게 더 어려웠을 뻔했네요. 수 속성, 풍 속성 마법을 이리저리 쏴 됐으면 꽤 어지러웠을 텐데.”
-하.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이런 노양심에게 자꾸 날먹을…….
“전생에 나라 구했다니까요.”
그것도 그냥 나라를 구한 게 아니라 아마 대륙 스케일 정도로 구한 것이 틀림없었다.
카르페는 거대 망치를 인벤토리에 수납한 다음 다시 라이플을 꺼내 들어 장비했다.
철컥.
그리고 그 상태로 호수 위에 기절해 있는 칼하룸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잘가라.”
빈사 상태에 빠진 녀석이니 앞으로 한 방이면 충분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긍지를 지켰던 녀석이니 이제 편히 보내 줘야 할 때였다.
우우웅.
라이플의 총구에 얼음 마법이 서린다. 이내 완전히 차징된 스킬이 칼하룸을 향해 쏘아졌다.
투콰앙!
새하얀 얼음 광선이 뻗어 가는 그 순간.
“거기까지다.”
“읏?!”
어떤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카르페가 쏘아 낸 얼음 마법이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디스펠 같은 스킬이 발동된 게 아니라, 그냥 낌새도 없이 마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감도 잡히질 않았다.
당황한 카르페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흥미로운 상황이라 지켜보고 있었다만…… 그 이상은 곤란하지. 그래 보여도 나름 애정을 주면서 키우고 있었거든.”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거의 2m는 되어 보이는 훤칠한 키. 단순히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온몸이 우락부락한 근육질이었는데 상의는 입고 있지 않았다.
연두색 머리칼은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뻗어 있어서 그야말로 짐승 같은 사내였다.
-야, 저놈…….
‘네. 맞는 거 같네요.’
이쯤 되면 아무리 눈치가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300레벨대의 몬스터를 감히 ‘키우고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
거기에 더해 사자를 연상시키는 연두색 머리칼.
카르페는 침을 삼키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남풍마(南風魔) 크로가.”
카르페의 중얼거림에 남자가 씨익 웃었다.
“재밌군. 마치, 내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 같구나.”
세계관 최강자인 사해 중 한 명이자, 이번 사건의 흑막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진짜 싸울 생각조차 안 드네.’
과거 시간 여행에서 만났던 어린 크로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압감이다.
카르페 정도로 전투 감각이 뛰어나면 상대를 처음 보더라도 어느 정도 견적이 뜨는 편이다. 그건 대륙 11강 정도 되는 존재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에겐 그런 게 없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듀얼 합일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냥 이해를 아득히 초월한 무언가와 마주한 느낌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군. 인간인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인간들에게선 그런 이상한 형태의 무언가가 유행이라도 하고 있나?”
“…….”
“뭐라고 말 좀 해 보지 그래. 다행히 오늘 난 아주 기분이 좋아. 웬만해선 벌레를 죽이지 않을 것도 같아.”
슉.
눈 한 번 깜빡일 만한 시간도 아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남풍마가 카르페의 발아래까지 도달해 있었다.
“흠. 다 좋은데 너무 크군. 이 몸은 올려다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
남풍마는 그렇게 말한 후, 가볍게 손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카르페의 눈앞으로 상상을 초월한 알림이 연속해서 등장하고 말았다.
“……뭐? 윽!”
-미친?
그 순간, 카르페의 몸에서 빛이 발생하나 싶더니 이내 합일이 전부 해제되며 카르페와 권속들이 강제로 분리되어 버렸다.
“말도 안 돼!”
<윽! 마스터. 물러나라. 내가 마스터를 지키…….>
“주제를 모르는 고철이군. 쓸모없는 버러지들은 끼지 마라.”
남풍마가 다시 한번 손을 휘두르자 또다시 알림이 발생했다.
[권속 ‘강철의 로이어드’가 항거할 수 없는 존재에 의해 강제로 역소환됩니다.] [권속 얼음의 상급 정령 ‘서리’가 항거할 수 없는 존재에 의해 강제로 역소환됩니다.]“좀 낫군. 시끄러운 건 질색이란 말이지.”
“…….”
할 말이 없다.
사해가 규격 외의 존재인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지금까지 봐 왔던 다른 사해와 비교해도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강제 이벤트를 스스로 발생시키다니? 거기다 합일 스킬을 의도적으로 해제해?
남풍마가 다른 사해들에 비해 더욱 강력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해들도 이 정도의 능력이 있지만 드러내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주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자. 그럼 대화를 해 볼까. 그래. 날 찾아왔다는 건 용무가 있다는 말일 텐데……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지?”
“……딱히 찾아온 것은 아니야. 독을 없애려고 했을 뿐이다.”
남풍마를 찾은 것은 맞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조우가 이뤄질 줄은 몰랐기에 일단은 둘러댔다.
크로가는 카르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독?”
“네가 칼하룸에게 주입한 독 말이야.”
“칼하룸? 저 지렁이 말이냐? 아아. 그렇군. 그 소리였나.”
크로가는 피식 웃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본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지만…… 뭐, 상관없겠지. 대화의 시작으로 소소한 유희 정도는 되겠구나.”
크로가는 그렇게 말한 후,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칼하룸을 가리켰다.
“너의 말은 틀렸다. 나는 독 같은 걸 저 녀석에게 먹인 적이 없어. 내가 먹인 것은 내 피다.”
“……피?”
“흐. 보여 주는 게 빠르겠군.”
크로가는 그렇게 말한 후, 호수 앞까지 걸어갔다. 그러곤 팔을 들어 주먹을 꽈악 쥐었다.
뚝뚝.
그러자, 크로가의 손에서 몇 방울의 피가 호수로 똑똑 떨어졌다.
그리 많은 양도 아니었다. 아니, 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민망할 만큼 10방울도 채 되지 않는 그런 핏방울이었다.
호수 전체의 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핏방울이다. 이쯤 되면 희석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아까울 지경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크로가의 피 몇 방울이 호수로 떨어지자, 기절해 있던 칼하룸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카르페와 싸웠을 때는 보여 주지 않았던 극심한 비명 소리.
동시에 칼하룸의 비늘이 투두둑 하고 떨어져 내렸다. 비늘에서 흘러내린 피가 호수에 스며들었고, 그 호수의 물을 흡수한 나우카 머쉬룸이 세차게 독포자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버섯들이 열심히 독을 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던 크로가는 재밌다는 듯 카르페를 향해 말했다.
“내가 한 것은 이게 전부다. 독이라니 당치도 않지. 나는 단지 아주 조금의 은혜를 베풀었을 뿐이다. 내 피를 받아들이지 못한 저 지렁이가 단순히 불순물을 쏟아 냈을 뿐인 일인데.”
크로가의 피 자체는 독성이 없었으나, 그걸 칼하룸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뭔가가 뒤틀린 모양이었다.
-……미치겠네. 이게 그냥 피 몇 방울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뭔 놈의 스케일이 이따위야?
“……어째서 이런 짓을?”
“음?”
카르페의 말에 크로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치, 그런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태도였다.
“어째서라…… 흠.”
그렇게 꽤 오랜 시간 고민한 크로가는 아무렇지 않게 툭 말을 뱉었다.
“그냥.”
“……그냥이라고?”
“심심했을 뿐이다. 그래.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지나가는 개미에게 설탕 한 조각을 줘 봤을 뿐이지. 거기에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
“뭐, 처음에는 이유가 있기도 했다. 사마귀 놈이 새끼를 까는 게 신기해서 나도 비슷한 걸 하나 만들어 보려고 했다만…… 잘 안 됐지.”
도대체 그 사마귀 놈은 무슨 이유로 자신의 분신을 만드는 걸까. 혼자 오롯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혹시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용납할 수 없었다.
크로가는 그런 생각 끝에 ‘실험’에 들어갔다.
존재라는 것은 결국 피를 통해 이어진다. 자신의 분신을 만든다면, 당연히 피를 나눠 주는 게 자연스럽다.
자신의 피를 어느 정도 버텨 내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어야 했고, 또한 그 못지않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주변에 그나마 조건을 만족하는 녀석이 그 이무기였을 뿐이었기에 그 녀석에게 피를 조금 나눠 줬다.
물론,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으나…… 결과와 별개로 행위 자체는 꽤 재미가 있었다.
이무기가 몸부림치면서 변해 가는 모습이 크로가에게는 자그마한 여흥이 됐었던 것이다.
“딱 그 정도의 이유다. 심심풀이. 당장 내일 그만둬도 그만인 그런 장난.”
“…….”
그리고 세상은 그런 장난에 몸살을 일으켰을 뿐인 그런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재해’라고 불리는 것이다.
“자, 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윽?!”
우우웅.
그 순간이었다. 카르페의 이마에 새겨진 ‘사자혼’이 갑자기 깨어났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지? 어디서 그것을 얻었나?”
그렇게 말하는 크로가의 눈동자에는 지렁이 키우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흥미가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