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6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66화(566/581)
합일을 시전한 두 플레이어의 모습이 밝은 빛과 함께 서서히 변해 가기 시작한다. 합일류 스킬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카르페의 머리칼이 티나와 같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마법사의 로브 대신 은빛의 갑옷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하프 투구까지.
카르페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에 비해 천검의 모습은 크게 바뀌어 있었다.
원래도 길었던 머리칼이 거의 무릎 아래까지 자라 버렸고 흑단 같던 검은 머리는 짙은 김푸른색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평범했던 여성형 갑옷 대신 얼음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갑옷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검. 빙설(氷雪)이 크게 변화했다.
원래 세검의 형태에 가까웠던 빙설은 완전히 형태를 변화해서 클레이모어(Claymore) 롱소드의 모습이 되었다.
우우웅.
정령합일이 완료되자 빙설이 낮게 울기 시작했다.
천검이 침착하게 검을 들었다.
“천마를 상대로 잔기술은 의미가 없겠죠.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정령합일이 발동하면, 시전자가 보유했던 스킬이 크게 변화한다. 기존에 보유했던 스킬이 사라지고 합일 전용 스킬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용 스킬은 플레이어의 특성을 고려해서 제각각 다르게 생성된다.
똑같은 얼음의 정령합일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카르페와 천검의 스킬 구성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천검이 합일 전용 스킬을 발동했다.
“혹한의 숨결.”
[시전자의 무기에 강력한 냉기의 숨결이 깃듭니다. 적중된 대상에게 강력한 빙속성 추가 데미지를 가합니다. 또한 높은 확률로 결빙을 발생시킵니다.]쩌저적.
빙설의 날카로운 날 위로 더욱 날카로운 얼음의 칼이 덧대어지기 시작한다.
“정령력 전환. 물리력으로.”
[스킬이 발동합니다. 1분간, 플레이어의 정령력이 물리 공격력으로 전환됩니다.]정령과 관련된 직업 중의 일부에게는 ‘정령력’이라는 전용 스테이터스가 존재했다.
정령력이 강할수록 좀 더 강한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고, 지배력 또한 비례해서 강해진다.
정령력 전환 스킬은 그러한 정령력을 일순간 물리 공격력 또는 마법 공격력으로 바꾸어 주는 스킬이었다.
버프 세팅을 마친 그녀가 이를 악물었고 외쳤다.
“가겠습니다! 스카디(Skaði)의 걸음!”
스킬이 발동되자, 그녀의 발믿으로 얼음의 길이 생성되었고 천검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카르페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가히 빛살이라는 말도 모자랐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눈으로 따라가기도 벅찬 속도였다.
카르페를 향해 미끄러져 나가는 천검이 최후의 스킬을 발동했다.
“야른비르드(Járnviör)의 검!”
스킬이 발동되자, 천검의 몸 전체가 그녀의 머리칼과 같은 검푸른 빛을 내뽑기 시작했다.
[스카디의 걸음 조건 충족 완료.] [연계 스킬이 발동합니다.] [야른비르드의 검이 발동됩니다. 플레이어 스스로가 한 자루의 검이 되어 대상에게 폭발적인 데미지를 가합니다.]천검이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비기.
정령합일을 통한 버프 세팅. 그리고 압도적인 속도로 쏘아지는 차징 스킬이었다!
숙련된 검사에게 상투적으로 쓰는 표현 중 ‘검아일체’ 라는 말이 있다.
마치, 검을 신체의 일부만큼이나 능숙하게 다루는 경지. 혹은 그 이상이 되어 내가 검이 되고 검이 내가 되는 심상의 경지다.
하지만 지금의 천검은 그런 것과는 조금 달랐다. 정말로 그녀 자체가 한 자루 검이 되어 카르페를 향해 쏘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광휘검.”
그 모든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카르페가 담담하게 스킬을 발동했다.
[빛의 검이 생성됩니다. 플레이어의 물리 공격력이 30% 증가합니다.] [빛의 검으로 공격 시, 대상의 물리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빛의 검 생성 상태에서는 검을 활용한 스킬 발동이 가능해집니다.] [광휘검 발동 시, 액티브 스킬 ‘광휘유성검(光輝流星檢)’ -9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우우웅.
카르페의 손에 빛으로 만들어진 검이 생성된다. 카르페는 그 검을 천검을 향해 겨누었다.
카르페를 향해 쏘아지는 천검을 바라보며, 영혼 상태의 티나가 입을 열었다.
-주군. 이것은……
“그래. 알아. 너무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네. 그렇겠지요. 그녀는 고결한 기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꺾이지 않을 겁니다.
카르페는 한 점 동요도 없는 눈으로 천검의 공격을 지켜보았다.
온몸을 무기로 쏘아지는 차징 스킬. 무척이나 빠르다. 다른 유저라면 회피를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빠르네. 근데 넌 피할 수 있잖아.
“그렇긴 하죠. 안 피할 거지만.”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불의의 기습도 아니고 확정 적중 스킬도 아닌데 저렇게 정직하게 쏘아지는 공격을 피하지 못할 카르페가 아니었다.
아니, 단순히 피하는 것을 넘어 스쳐 지나가듯 피하며 카운터를 넣는 것도…… 분명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카르페는 그 선택지를 머리에서 지웠다
-하긴, 그건 너무 멋이 없다. 저길 어떻게 피하겠냐? 낭만에 살고 낭만에 죽는 놈에게 그런 어설픈 선택지가 나올 수 없지.
천검은 자신의 온 전력을 쏟아서 부뒷혀 오고 있었다. 그녀의 진심이다.
그렇다면 자신 또한 피하지 않고 진심으로 상대해 주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이리라.
카르페가 빛의 검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무수한 버프 중, 가장 강력한 딱 하나만을 발동했다.
“아트샤의 파괴.
[아트샤의 권능이 플레이어의 몸에 깃듭니다.] [지금부터 10초 간, 아트샤의 힘을 체현합니다.] [10초 간 플레이어의 모든 공격력 350% 증가. 공격 대상의 물리, 마법, 속성 방어력 완전 무시합니다.]“하아아앗!”
어느새 지척까지 도착한 천검이 카르페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카르페 또한 정확하게 그 검을 향해 빛의 검을 마주 찔러 들어갔다.
이윽고 천검의 야른비르드의 검과 카르페의 찌르기가 충돌했고.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천검의 돌격이 정지하고 말았다. 그리고 천검의 검을 받아 낸 카르페는 단 한 발자국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
“……”
굉음이 지나간 후, 적막이 경기장에 감돌기 시작했다. 관중들조차 떠드는 것을 멈추고 뚫어져라 두 사람을 응시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천검이었다.
“……단순한 찌르기군요. 스킬이 아니라.”
“네. 최선의 찌르기였습니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나니 오히려 후련하네요.”
그 순간이었다.
찌저저적.
천검의 검 빙설을 둘러싼 얼음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빙설의 본체 또한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두 동강으로 부러지고 말았다.
이어서 카르페의 눈앞에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광휘합일 전용 스킬 ‘광폭타격’이 발동합니다.] [물리 공격 시, 적당한 확률로 빛속성 폭발이 추가 데미지를 가합니다. 해당 공격은 마법 공격으로 취급되어 사용자의 마법 공격력에 비례하여 데미지가 증가합니다.]평타에 이어지는 스킬효과.
광폭타격이 발동되며 그녀의 몸에 추가 데미지를 가했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얼음의 갑옷이 부서져 내리며 그녀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정령짐 빙설이 심대한 타격을 받아 부서집니다. 온전한 수리 이전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상급 얼음 정령 빙설이 극심한 피해로 강제 역소환됩니다.] [정령합일이 해제됩니다. 플레이어의 신체에 페널티가 부여됩니다.]떠오르는 알림을 보며 그녀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졌습니다. 어울려 주셔서 감사했어요.”
털썩.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경기장에 쓰러지고 말았다. 동시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최고다 천마!
그리고 그런 함성을 지울 만큼 찌링찌렁한 진행 NPC의 선언이 이어졌다.
“시합 종료! 대한민국 국대 선발전 최종 우승자는 플레이어 ‘천마’로 확정되었습니다!”
* * *
국대 선발전을 마친 카르페가 룸으로 귀환했다.
그래도 천검에게 인사 정도는 할까 싶었으나, 패배시킨 상대에게 일부러 말을 거는 것도 좀 그래서 그냥 조용히 귀환한 참이었다.
-으음. 뭐, 너무 예상대로의 결과긴 하네. 아, 영의라는 그 이상한 아저씨는 예외로 하고. 천검은 딱 예상대로의 수준이었지.
“네. 그래도 재밌었어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평타 한 방으로 정리한 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 적당히 살살해 줄 수도있었잖아.
분명 천마의 말대로 그러한 플레이도 가능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좀 느슨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카르페는 그녀의 태도를 확인하고 마음가짐을 바꿨다.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잖아요. 그건 예의가 아니죠. 천검도 싫어할 걸요?”
-맞습니다. 군사님. 그건 기사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녀라면 필시 패배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낼 것입니다.
“뀨우웃! 꾸웃!”
-거, 무자비한 주종 같으니.
사실, 처음 얼음의 창을 이용한 불의의 기습을 제외한다면 카르페는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스킬과 정령합일 때문에 당황하긴 했으나, 그건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처음 보는 스킬에 놀랐기 때문이다.
-뭐, 스댓이랑 아이템 차이 생각하면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가 없긴 하지.
천검 또한 쌓아 온 스빛과 아이템이 적지는 않을 것이나, 카르페는 그야말로 규격 외다. 천검이 할 수 있는 최대 공격이 카르페의 평범한 찌르기 하나에 완전히 박살 나 버릴 만큼이나 말이다.
“국대전 본무대는 언제였죠?”
-아직 진행 중인 국대 선발 종목이 있으니…… 아마 한 달 정도 뒤? 이것도 회차마다 편차가 있긴 해서 정확한 건 아냐.
“그럼 한동안은 다시 퀘스트 밀면서 레벨링이나 해야겠네요.”
-그래야지. 아무튼 국대전 데뷔 한번 화려하게 했네. 지금 커뮤에는 네 이야기밖에 없겠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마 예선전 때와 마찬가지로 라세 원편맨이니 뭐니 하는 소리들로 떠들고 있지 않을까.
순간 호기심이 동한 카르페가 인터빗 창을 불러내서 라세 입벤에 접속했다.
“어디 보자. 실시간 검색어가……”
라세 입벤 사이트의 제일 오른 쪽 위. 그곳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살퍼본 카르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1. 천검 변신 미모.
2. 천김 여신 포스
3. 천마 개새끼
4. 대한민국 국대 선발 우승 천마
“……”
단순히 짐색어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인기 동영상 순위 또한 마찬가지다. 카르페가 천검을 쓰러뜨리는 장면이 아닌, 천검이 처음 정령합일을 펼쳤을 때의 영상이 베스트 영상이었다.
” …… 이게 맞나? 왜, 이겼는데도 진 기분이지?”
-더러운 외모 지상주의가 또……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